논어정독
부남철 역주|푸른역사|656쪽|2만7500원
논어교양강의
진순신 지음|서은숙 옮김|돌베개|264쪽|1만2000원
글로벌 논어
타니 마나부 엮음|김형찬 옮김|홍익출판사|456쪽|2만4000원
구두점 띄어읽기에 따라 정반대로 해석할 수 있어… 영어·일어와 만난 논어도
2500년 전 중국 노나라 출신의 '선생님[子]' 공구(孔丘·기원전 551~기원전 479)와 제자들의 문답을 기록한 '논어(論語)'는 동양에서 가장 오랜 세월 동안 가장 널리 읽히고 있는 책이다. 한국에서도 유학(儒學)이 지배이념이었던 조선시대에 지식인 유자(儒者)의 필독서였음은 물론이고, 21세기 오늘날에도 논어 관련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교보문고 홈페이지에서 '논어'를 검색하면 모두 499건이 뜬다. 최근 6개월간에도 논어 주석·해설서 15종이 쏟아졌다. 정민 한양대 교수는 "함축성 있는 짧은 문장으로 구성된 논어는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많은 열린 텍스트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된다"고 설명한다.
최근 출간된 부남철 영산대 교수의 '논어정독'은 논어에 대한 전통적 해석인 주자의 '논어집주(論語集註)'를 기본틀로 하면서도 이재(李縡·1680~1746)의 '논어강설', 정약용(1762~1836)의 '논어고금주(論語古今注)', 박세당(1629~1703)의 '사변록(思辨錄)' 논어편, 조선시대 경연(經筵)의 논어 관련 언급 등을 두루 참조하여 번역과 해설을 달았다. 판본마다 다소 차이가 있는 한자음은 1590년 간행된 도산서원 소장본, 율곡 이이의 '논어언해' 등 조선시대 간행된 논어언해 7종을 비교하면서 상세히 밝혔다.
한국정치사상을 전공한 부남철 교수는 '논어'가 '동양의 정치학개론'이라고 말한다. '수신(修身)'을 강조한 동양철학의 고전이라는 일반적 관점을 넘어 참다운 정치가의 말과 행동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치인(治人)'의 책으로 새롭게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논어를 주석하면서 정치 현장에서 논의된 해석 논쟁을 보여주는 것은 그 때문이다.
조선 제14대 국왕 선조(宣祖)는 경연에서 논어를 공부하다가 헌문(憲問)편 23장에 나오는 '자로문사군(子路問事君), 자왈물기야(子曰勿欺也) 이범지(而犯之)' 구절을 놓고 신하들과 논쟁을 펼쳤다. 이 부분은 보통 "자로가 임금 섬기는 방법에 대해 질문했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속이지 말고, (임금이 도(道)에서 벗어나면 바른말로 간쟁하면서) 그 안색을 범하라"고 해석한다. 주자는 '범(犯)'을 얼굴을 맞대고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주석했다.
그런데 여기서 '임금을 속이지 않는다'[勿欺]는 것은 무슨 뜻인가. 선조는 '논어집주 대전'에 실려 있는 해석 중에서 쌍봉요씨의 견해가 옳다고 주장했다. 쌍봉요씨는 '신하들은 여자와 재물을 밝히면서 군주에게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군주를 속이는 짓'이라고 해석했다. 선조는 신하들도 못하면서 군주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 말라는 뜻으로 읽고 싶어한 것이다. 그러나 기대승은 이렇게 반박했다. "신하들은 공부가 부족하거나 자질 부족으로 여색과 재물을 멀리 할 수 없지만 임금만큼은 아무런 결점이 없게 하려고 바른말로 충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약 자기가 못하는 일이라고 해서 임금에게도 간(諫)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우리 임금은 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적(賊·도둑)입니다."
재일(在日) 중국인 역사소설가 진순신의 '논어교양강의'는 논어를 텍스트 삼아 자신의 생각을 쉽게 풀어쓴 수상록이다. "논어를 전부 읽는 것은 무리이고, 굳이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논어를 해석하기보다 에세이를 쓰는 자세를 견지했다"는 머리말이 책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그렇다고 자신의 이야기에 논어를 근거 없이 마구 끌어대는 것은 아니다. 논어의 순서를 좇아가면서 각 편마다 중요한 문장을 제시하고 해설을 달았다. 향당(鄕黨)편 12장에 나오는 '구분(廐焚), 자퇴조왈상인호(子退朝曰傷人乎) 불문마(不問馬)' 구절은 "마구간이 불탔다. 선생님이 퇴청하여 사람이 다쳤느냐? 말하고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으셨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대해 진순신은 "그렇다면 말은 아무래도 좋다는 것이냐는 불평이 나올 것 같다"며 다른 해석을 시도한다. 구두점이 없는 한문 문장의 특성상 불문마(不問馬)의 '불(不)'자를 앞에 붙이면 "사람이 다치지 않았느냐고 하고 (그다음에) 말에 대해 물으셨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런 해석은 진순신이 처음 제기한 것은 아니다. 중국 명나라 때 왕양명(王陽明·1472 ~1528)이 이미 제시했고, 박세당·정약용 등 조선 유학자들도 이런 해석을 저서에서 소개했다. 그러나 진순신은 골치 아픈 학설을 제시하는 대신 경쾌한 문체로 독자들을 논어의 세계로 편안하게 인도한다.
'글로벌 논어'는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 현대중국어 해석을 동시에 수록해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논어의 핵심사상이라 하는 '인(仁)'을 'humaneness'로, '군자(君子)'를 'a gentleman'으로 번역한 영어 문장이 더 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학이(學而)편 3장 '자왈(子曰), 교언영색(巧言令色) 선의인(鮮矣仁)'은 "The Master said, 'Flattering words and pleasant countenance have little humaneness'"라고 옮겼다. 한문보다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가 더 익숙한 독자들이나 외국어를 공부하는 학생에게 도움이 된다.
학자 5명이 꼽은 논어주석서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이 출간된 논어 주석·해설서 중 어떤 책을 골라야 할까. 전문 학자 5명이 각각 최고의 논어 해설서를 꼽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정민 한양대 교수는 김도련 국민대 명예교수의 ‘주주금석 논어’(현음사)를 꼽았다. “주자의 전통적 해석과 다산 정약용의 해석을 포함, 신구(新舊) 해석을 겸비한 책”이라고 했다.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배병삼 영산대 교수의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사계절)를 추천했다. “청소년용으로 쓴 논어 해설서지만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주요 개념을 문장의 맥락에 따라 일상적인 우리말로 풀어냈다”고 했다.
김형찬 고려대 교수는 한필훈씨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동녘)를 꼽으며 “원문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의역한 책”이라고 했다. 배병삼 영산대 교수는 일본 학자 미야자키 이치사다의 ‘논어’(이산)를 추천했다. “논어를 고정된 경전으로 접근하지 않고 역사학·언어학적 방법으로 접근하여 참신하고 색다른 이해를 보여준다”고 했다.
박현모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학자 성백효씨의 ‘논어집주’(전통문화연구회)를 추천하며 “과거 있었던 그대로의 가장 정통적인 해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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