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묵, 그러나 할 말은 한다]
中 인권탄압국 비난일자 "새장 속이 시끄러우면 제일 시끄러운 놈 들어내"
[겸손, 아픈 과거에서 배웠다]
9세때 부친 숙청·고문당해… 그때 일찌감치 '애어른'… 리콴유 "절제력 있는 사람"
"저는 중앙에서 일한 지가 얼마 안 됐습니다. 잘 모르는 업무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내부의 일을 잘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새 업무를 맡을 능력과 조건이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9월 중국 공산당 17기 4중전회(중앙위 4차 전체회의) 개최를 앞두고 시진핑(習近平·57) 국가부주석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에게 보낸 편지의 요지다. 당시 당대회는 그가 당중앙 군사위 부주석으로 승진해 차기 최고지도자로 최종 낙점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기 때문에 수많은 중국 관찰자들이 주시하고 있었다.
- ▲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2007년 저장(浙江)성 당서기 시절 상하이(上海)시 당서기로 임명된 직후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시 부주석은 18일 폐막한 당 17기 5중전회에서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임명됨에 따라 차기 대권 승계가 사실상 확정됐다. /AFP 연합뉴스
이 편지를 받은 후 주석은 권력 서열 2·3위인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 및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동의를 얻어 시진핑을 승진시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이 권좌를 '사양'한 것은 문화혁명(文革) 때 겪은 권력 투쟁에 대한 혐오감과 함께 중책을 맡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제일 시끄러운 놈을 들어내라"
돌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당·정 최고지도자로서 중국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시진핑 부주석은 겸손하지만 이따금 내뱉는 '직화직설(直話直說)'로도 유명하다. 2008년 베이징(北京)올림픽 준비 총책을 맡았던 그는 중국이 인권탄압국이라며 해외의 반발이 거세자 대범하게 내뱉었다. "남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우리는 상관하지 않는다. 세상이 넓으니 온갖 사람이 다 있다. 새장 속에 새들이 시끄럽게 지저귀면 제일 시끄러운 놈을 들어내면 된다." 작년 2월 멕시코에서 중국 인권 비판에 대해 "밥 먹고 할 일 없는 외국인들이 이러쿵저러쿵한다"고 했다가 해외 여론 악화를 우려한 중국 정부가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 이 표현을 삭제하느라 소동을 벌인 적도 있었다.
시진핑은 그러나 평소엔 과묵하고 신중하며 반듯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타고난 측면도 있지만 아홉 살 때부터 아버지(시중쉰 전 부총리)가 숙청돼 혹독한 고문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일찌감치 애어른이 된 측면도 있다고 홍콩 정치 서적 '축록 18대(逐鹿十八大)'는 분석했다. 그의 좌우명이 "자부심을 갖되 자만하지 않고, 기상을 높이되 떠벌이지 않고, 실무에 힘쓰고 경솔히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는 그에 대해 "지각 있는 사람이다. 강한 감정 절제력을 갖고 있다. 개인의 불행이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사람이다"라고 평가했다. 쩡칭훙(曾慶紅) 전 부주석의 평가도 극도로 높다. "과거 덩샤오핑 동지가 장쩌민 동지에게 총서기직을 맡긴 것은 정치소질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시진핑이 그런 사람이다."
◆100만명에게 보낸 안부 문자
시진핑이 당 원로들의 경조사를 누구보다 열심히 챙기는 것은 그의 '정치소질'을 보여준다. 류사오치(劉少奇·전 국가주석), 왕전(王震·전 국가부주석) 등 원로들의 탄생 100주년·110주년 행사 등에 빠지지 않는다. 또 다른 정치소질도 있다. 올해 새해가 시작될 때 시진핑은 전국의 기층 당지부 서기 100만명에게 개인 명의로 안부 문자를 보냈다. 이 일로 그는 지방 하급 당 간부들의 마음을 순식간에 휘어잡았다.
홍콩과 대만 등 중화권의 일부 논평가들 사이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능력이 보통이다", "개척정신이 부족하다", "전형적인 순종형 간부다" 등. 하지만 중국은 최고지도자의 덕목으로 '똑똑함'보다 '원만한 인품'을 높이 치는 만큼 시진핑 부주석은 기준에 상당히 맞는 사람이다. 더욱이 가끔 터져 나오는 그의 직설적인 발언은 그가 그저 무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수많은 역경을 딛고 국가 발전을 이루었다. 하늘을 원망하고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 방향이 정해지면 우리의 길을 갈 뿐이다"라고 한 그의 말에서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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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세때 부친 숙청·고문당해… 그때 일찌감치 '애어른'… 리콴유 "절제력 있는 사람"
"저는 중앙에서 일한 지가 얼마 안 됐습니다. 잘 모르는 업무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내부의 일을 잘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새 업무를 맡을 능력과 조건이 준비되지 않았습니다."지난해 9월 중국 공산당 17기 4중전회(중앙위 4차 전체회의) 개최를 앞두고 시진핑(習近平·57) 국가부주석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에게 보낸 편지의 요지다. 당시 당대회는 그가 당중앙 군사위 부주석으로 승진해 차기 최고지도자로 최종 낙점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기 때문에 수많은 중국 관찰자들이 주시하고 있었다.
- ▲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2007년 저장(浙江)성 당서기 시절 상하이(上海)시 당서기로 임명된 직후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시 부주석은 18일 폐막한 당 17기 5중전회에서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임명됨에 따라 차기 대권 승계가 사실상 확정됐다. /AFP 연합뉴스
이 편지를 받은 후 주석은 권력 서열 2·3위인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 및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동의를 얻어 시진핑을 승진시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이 권좌를 '사양'한 것은 문화혁명(文革) 때 겪은 권력 투쟁에 대한 혐오감과 함께 중책을 맡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제일 시끄러운 놈을 들어내라"
돌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당·정 최고지도자로서 중국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시진핑 부주석은 겸손하지만 이따금 내뱉는 '직화직설(直話直說)'로도 유명하다. 2008년 베이징(北京)올림픽 준비 총책을 맡았던 그는 중국이 인권탄압국이라며 해외의 반발이 거세자 대범하게 내뱉었다. "남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우리는 상관하지 않는다. 세상이 넓으니 온갖 사람이 다 있다. 새장 속에 새들이 시끄럽게 지저귀면 제일 시끄러운 놈을 들어내면 된다." 작년 2월 멕시코에서 중국 인권 비판에 대해 "밥 먹고 할 일 없는 외국인들이 이러쿵저러쿵한다"고 했다가 해외 여론 악화를 우려한 중국 정부가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 이 표현을 삭제하느라 소동을 벌인 적도 있었다.
시진핑은 그러나 평소엔 과묵하고 신중하며 반듯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타고난 측면도 있지만 아홉 살 때부터 아버지(시중쉰 전 부총리)가 숙청돼 혹독한 고문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일찌감치 애어른이 된 측면도 있다고 홍콩 정치 서적 '축록 18대(逐鹿十八大)'는 분석했다. 그의 좌우명이 "자부심을 갖되 자만하지 않고, 기상을 높이되 떠벌이지 않고, 실무에 힘쓰고 경솔히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는 그에 대해 "지각 있는 사람이다. 강한 감정 절제력을 갖고 있다. 개인의 불행이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사람이다"라고 평가했다. 쩡칭훙(曾慶紅) 전 부주석의 평가도 극도로 높다. "과거 덩샤오핑 동지가 장쩌민 동지에게 총서기직을 맡긴 것은 정치소질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시진핑이 그런 사람이다."
◆100만명에게 보낸 안부 문자
시진핑이 당 원로들의 경조사를 누구보다 열심히 챙기는 것은 그의 '정치소질'을 보여준다. 류사오치(劉少奇·전 국가주석), 왕전(王震·전 국가부주석) 등 원로들의 탄생 100주년·110주년 행사 등에 빠지지 않는다. 또 다른 정치소질도 있다. 올해 새해가 시작될 때 시진핑은 전국의 기층 당지부 서기 100만명에게 개인 명의로 안부 문자를 보냈다. 이 일로 그는 지방 하급 당 간부들의 마음을 순식간에 휘어잡았다.
홍콩과 대만 등 중화권의 일부 논평가들 사이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능력이 보통이다", "개척정신이 부족하다", "전형적인 순종형 간부다" 등. 하지만 중국은 최고지도자의 덕목으로 '똑똑함'보다 '원만한 인품'을 높이 치는 만큼 시진핑 부주석은 기준에 상당히 맞는 사람이다. 더욱이 가끔 터져 나오는 그의 직설적인 발언은 그가 그저 무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수많은 역경을 딛고 국가 발전을 이루었다. 하늘을 원망하고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 방향이 정해지면 우리의 길을 갈 뿐이다"라고 한 그의 말에서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
['G2 시대' 이끌 中 권력 떠올랐다] 인사이드 ☞ 바로가기
13억 중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리더, 시진핑
[천자토론] '시진핑 시대의 중국' 움직일 새로운 접근법 찾으라 [InfoGraphics] 중국의 거침없는 경제성장, 세계 1위 넘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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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이 이끌 中 5세대 지도부의 앞날은…
고도성장이 낳은 후유증 시달려 "국내외 환경 전임자들보다 험난"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을 당 중앙 군사위 부주석으로 선출한 중국 공산당 17기 5중전회(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는 2년 뒤인 2012년으로 예정된 5세대 최고지도부로의 권력 교체가 매끄럽게 진행될 것임을 예고했다.
3세대 최고지도자였던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은 지난 2002년 당 총서기 자리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에게 넘겨준 뒤에도 군권(軍權)의 핵심인 군사위 주석직은 그대로 갖고 있었다. 그 자리는 2004년에야 후 주석에게 물려주었다. 이런 '섭정'에 대해 국내에서 거센 비판이 제기되는 등 잡음이 적지 않았다.
- ▲ 중국 공산당은 15~18일 베이징에서 열린 17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7기 5중전회)에서 시진핑 국가 부주석을 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선출했다. 군사위 부주석 직은 중국 최고 지도자로 가는 필수 관문이다. 사진은 2008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격)에 참석한 시 부주석(앞쪽)과 후진타오 국가 주석의 모습. /AP 뉴시스
그와 비교해 후 주석이 시 부주석에게 순조롭게 권력을 넘겨주는 것은 그만큼 중국 국내외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분석이다. 중국은 금융위기를 딛고 미국과 필적할 강대국으로 부상했지만, 지난 30년 고도성장이 낳은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5중전회가 개막한 지난 15일 톈안먼(天安門) 광장 주변에서 분신자살 기도 사건이 발생한 것도 불안한 사회상의 한 단면을 보여준 것이다.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劉曉波)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을 계기로 정치개혁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중산층의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개혁 대상으로 꼽혀온 관료집단과 국유기업이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다시 비대해진 것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임기를 불과 2년 남겨놓은 후 주석 정부는 상황 대처 능력이 예전보다 약해졌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 6월 한·미 서해 연합훈련 등을 둘러싸고 군부 강경파가 직접 언론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군에 대한 당의 우위가 확실한 중국사회에서 과거에 보기 어려운 양상으로, 현 정부의 군 장악 능력이 약화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중국 국내에서는 시 부주석을 필두로 한 5세대 지도부의 가장 큰 과제로 내부적으로 분출하는 정치 개혁 요구 수용과 경제 발전에 필요한 정치적 안정의 조화를 꼽고 있다. 사회·정치 개혁을 통해 중산층의 민주화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하면서도, 10년 이상 장기 경제 성장이 가능한 안정된 정치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 공산당이 시 부주석에게 차기 지도자 지위를 이른 시기에 굳혀준 것은 시 부주석에게 중국이 직면한 난제 해결을 요구한 것"이라면서, "시 부주석 앞에 놓인 국내외 환경은 전임자들에 비해 훨씬 험난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