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춥고 길었던 겨울 탓인지 올해 봄은 만끽하려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그에 상응이라도 하듯 전국 곳곳에서 벚꽃축제가 펼쳐졌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 봄꽃 놀이를 놓쳐 한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망연자실 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은 늦지 않았다. 이제야 벚꽃이 피는 지역도 있기 때문이다. 그 중 인천은 전국에서 벚꽃의 개화시기가 늦기로 유명하다. 꽃잎이 떨어지기 전에 가족 또는 연인과 손잡고 벚꽃구경을 떠나보자. 벚꽃 명소는 아래와 같다.
- ▲ 인천시 남동구 장수동에 위치한 '인천대공원'에는 공원 후문에서 호수까지 벚꽃이 터널을 이루고 있다.
■ 봄 햇살 머금은 벚꽃이 터널을 이루는 '인천대공원'
지난 주말 인천시 남동구 장수동에 위치한 '인천대공원'을 찾았다. 인천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이곳은 흐드러지게 만개한 벚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공원 후문에서 호수까지 30년 이상 된 벚꽃나무들이 빼곡하게 벚꽃터널을 이루고 있었다. 벚꽃나무 사이로 비춰지는 햇살은 봄 향기를 물씬 풍겼고,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은 어느 꽃 보다 환상적이다.
가늘게 난 흙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은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바쁘다. 길 가운데에 난 자전거도로에는 벚꽃을 감상하며 페달을 밟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 ▲ '인천대공원'을 찾은 사람들이 벚꽃을 구경하며 즐거워 하고 있다.
서울에서 친구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김한나(23.여)씨는 "학교 시험기간이라 벚꽃구경은 생각도 못했었어요. 다른 지역은 벚꽃이 다 떨어졌는데 인천은 이제야 활짝 꽃이 피기 시작했네요. 이제야 정말 봄이 온 것 같아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또, 이곳에는 잔디밭과 인공호수, 동물원, 총 92과 332종 6,550본의 식물을 보유한 수목원 등도 갖추고 있어 봄날 가족끼리 나들이를 즐기기에도 충분한 장소다.
■ 개항기의 역사와 함께 벚꽃 감상하는 '인천자유공원'
인천시 중구 송학동에 있는 '자유공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공원이다. 이곳은 입구에서부터 만발한 벚꽃이 상춘객을 맞고 있다. 공원으로 향하는 청일 조계지 경계계단에 피어 있는 꽃들은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 ▲ 인천시 중구 송학동에 위치한 '자유공원'에는 맥아더장군동상(좌측 상단)과 만발한 벚꽃을 관람할 수 있다.
제물포구락부 계단을 따라 공원 정상에 오르면 한미수호통상조약을 기념하기 위한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을 볼 수 있다. 기념탑 옆에는 벚꽃터널을 이뤄 푸른 하늘을 바라보기 힘들 정도이다.
바로 옆 광장에는 인천 상륙작전의 맥아더 장군 동상과 다양한 조화들을 볼 수 있다. 알록달록 피어오른 튤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누구나 사진사가 된다. 도전해 보시라.
이곳에서는 벚꽃구경 뿐만 아니라 근대 개항기의 역사도 함께 느낄 수 있어 가족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이곳 인근에는 인천의 작은 중국인 차이나타운과 삼국지 벽화거리, 인천근대건축전시관 등을 관람할 수 있다.
- ▲ 벚꽃과 어우러진 '팔각정'의 모습(사진 위)과 '벚꽃거리'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젊은 여성의 모습(사진 아래)
■ 서해 낙조와 벚꽃을 함께 감상하는 '인천월미공원'
인천을 대표하는 관광지인 월미도에도 숨은 벚꽃명소가 있다. 북적이는 인파를 피해 여유로운 벚꽃 구경을 원한다면 '월미공원'을 추천한다.
이곳은 한국전쟁 후 50년 동안 군부대가 주둔하다 2001년 도시자연공원으로 결정된 후 시민들에게 개방된 곳이다. 특히 보존상태가 좋아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다.
바다와 가까운 이곳은 인천에서도 가장 늦게 벚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공원 산책로에 펼쳐진 왕벚나무는 이제 막 개화를 시작했다.
공원을 찾은 안지숙(33.여)씨는 "아이와 함께 나들이 나왔는데 벚꽃이 아직 피지 않아 아쉬워요. 다음 주에 다시 한 번 찾아야겠어요."라고 말했다.
- ▲ 이제 막 개화를 시작한 '월미공원'의 왕벚나무의 모습(사진 좌측 상단)과 '월미전망대'의 모습(사진 우측 상단, 아래)
공원 관계자는 "오는 27일 월미공원의 벚꽃이 만개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곳은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며, 흐드러지게 핀 왕벚나무의 아름다움을 여유롭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해질녘에는 전망대에서 서해의 낙조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수줍게 몸을 숨기는 붉은 태양을 바라보는 것도 또 다른 이곳의 매력이다.
이밖에도 인천항 갑문을 관람할 수 있으며, 인근 월미도 문화의 거리, 놀이공원 등을 이용할 수 있다.
■ 산책로 걸으며 벚꽃 감상하는 '인천수봉공원'
마지막으로 인천시 남구 수봉산 아래에 조성된 '수봉공원'을 찾았다. 도심과 가깝기 때문에 인근 시민들이 많은 찾는 곳으로 이곳 또한 인천을 대표하는 벚꽃 명소이다.
- ▲ 인천시 남구 수봉산에 위치한 '수봉공원'에 만발한 벚꽃.
공원 입구에서 팔각정으로 향하는 계단에는 벚꽃나무가 빼곡하게 심어져있다. 산책로를 따라 오르며 바라보는 하늘은 핑크빛이 감돈다.
입구에서 느린 걸음으로 10분 정도 걸어 팔각정에 도착했다. 활짝 피어난 벚꽃이 팔각정을 감싸 안고 있는 모습이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팔각정 위에 오르면 인천시내의 전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이곳에는 시민들을 위해 크고, 작은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문화회관 등을 마련해 놓았는데 산책로를 따라 이용하면 더 편리하다.
이밖에도 이곳에는 각종 업적과 역사를 전하는 비석들을 통해 역사 공부를 할 수 있다. 어린이 놀이터와 궁도장 등 다양한 레저시설도 갖추어져 있어 운동을 위해 찾는 사람들도 많다.
- ▲ 공원 곳곳에 피어있는 벚꽃은 공원 시설물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전경을 뽐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