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1000만명을 넘어섰다. 전국 휴대폰 인구의 5분의 1이다. 불과 1년 반 전,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80만명이었다. 이제 아침에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체크하고, 그날 도로 상황에 따라 가장 빠른 길을 선택하고,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읽고 TV·라디오를 접한다.
이런 변화는 기존의 무선 인터넷망(網)에 엄청난 부담을 초래했다. 작년 1월 449TB(1테라바이트는 1조 바이트)였던 무선 인터넷 데이터 사용량은 올 1월 11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에서 스마트폰이 쓰는 데이터양이 91%나 된다. 다양한 앱(application)들이 막대한 데이터양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망(網)사업자인 SKT의 한 관계자는 "현재 무선 데이터 사용량의 포화 상태는 90% 선"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말로 이용자 1000만명 시대를 연 무료 문자 송수신 앱 '카카오톡' 외에도, 앞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영화·동영상 시청·공유 앱들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런 앱은 기존의 무선 네트워크를 사용해 막대한 데이터를 송·수신하지만, 네트워크 이용료는 별도로 내지 않는다. 게다가 연말까지 스마트폰 보급 대수가 2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무료 문자·전화 서비스(mVoIP)는 바로 이 망을 깐 통신사들의 이익을 잠식한다. 카카오톡만으로도 국내 망사업자들은 매일 40억원의 매출 감소를 본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통신료 인하 압력에도 이석채 KT 회장이 26일 "(요금을) 내린 부분만큼을 국가가 대신해 주거나, 그 (인하)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미국에선 이미 망사업자와 웹사이트 간의 이런 갈등이 첨예하게 맞붙었다. 미국의 망사업자인 버라이즌과 컴캐스트는 각각 작년과 재작년, 일반인들이 영화·TV 드라마와 같이 대용량의 파일을 서로 공유하는 웹사이트인 비트토런트(bitTorrent)에 대한 접속을 차단했다. 지나친 대용량의 파일이 자사의 인터넷망에 큰 부담을 준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제지를 받았지만, 법적 소송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런 갈등에서 나온 개념이 '망 중립성(Net Neutrality)' '오픈 인터넷(Open Internet)'이다. 인터넷 망사업자가 콘텐츠나 서비스를 차별적으로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컴캐스트가 자사가 보유한 NBC 방송의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취급하고, 다른 뉴스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지연한다면 이는 망의 중립성을 훼손하게 된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일 유럽의 망사업자들이 피크 타임에 인터넷기반 전화서비스인 스카이프(Skype)와 BBC 방송의 동영상 프로그램(iPlayer)에 대한 접속을 제한한 사례를 적발했다.
인터넷을 둘러싼 이런 혼란은 곧 우리에게 닥칠 일이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국내 논의는 초보 단계에 있다. 방통위는 10월까지 관련 법규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신생 인터넷 기업' 페이스북과 구글은 개방적 인터넷이란 토양에서 세계적 기업으로 클 수 있었다. 그러나 대기업만 희생시키는 포퓰리즘적 접근이 한국판 페이스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의 중립성'을 신주(神主)처럼 모시는 논리나 어떻게든 기득권을 지키려는 망사업자들의 욕심, 정책 결정의 조급함 모두 경계하지 않으면 인터넷 혼잡은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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