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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탄 사모님도 개량 한복 찾는다

굴어당 2011. 6. 25. 19:31

마고자는 재킷·치마는 원피스로… 생활한복 '모던한 진화'
운동권·서민 이미지 벗고 부티크 매장으로 고급화
우아하면서도 유행 안 타 40~50대 여성에게 인기

50대 중반의 민화작가 김애란씨는 자칭 '이새 중독자'다. '이새'란 '자연주의 우리 옷'을 표방한 생활한복 브랜드. 직업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김씨는 일명 '개량한복'이라 불리던 옷들에 심한 거부감을 느껴왔다. "초창기 개량한복들은 전통공예 하시는 분, 또는 고급 한정식집 직원들이 단체로 입는 옷이라는 선입견이 있었거든요." 그랬던 김씨가 생각을 바꾼 것은 최근 들어 생활한복 스타일이 확 바뀌면서다. "우리 옷의 모티브가 살아 있으면서도 모던(modern)한 디자인이라 청바지나 티셔츠에 매치해 입어도 잘 어울렸어요."

'운동권''한식집'에서 벗어나다

운동권 옷, 혹은 전통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즐겨 입는 옷이라는 편견을 깨고 생활한복이 도약하고 있다. 조선시대 서민 평상복을 그대로 모방했던 1990년대 중반의 '촌스러운' 스타일이 아니다. 면, 마, 모시 등 전통 소재는 살리되 디자인을 현대화했다. 저고리는 볼레로로, 마고자는 재킷으로, 고쟁이는 알라딘 팬츠로 변신했다. 언뜻 보면 서양식 재킷인데 소맷단이 튤립 모양 저고리 선이다. 펑퍼짐한 한복 치마는 A라인의 발랄한 프릴 원피스로 탈바꿈했다. 치맛단에만 살짝 한복의 둥근 선이 살아 있다. 조각보를 연상시키는 모시 패치워크 치마는 베스트셀러다. 패션업계의 '오리엔탈 무드'와도 맞아떨어져 생활한복의 진화속도는 갈수록 빨라질 전망이다.

단아한 느낌의 모시 재킷. 소맷단이 튤립 모양의 저고리 선으로 둥글게 처리돼 있다. ‘이새’ 제품.
생활한복 매장들이 늘어선 곳은 서울 인사동. 주 고객은 40~50대 중년 여성들과 일본 관광객들이다. 20일 '이새' 안국점에서 만난 한 여성은 "옷 패턴이 나잇살, 뱃살 많은 우리 체형을 커버해주는 데다 디자인도 우아해서 시즌마다 찾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 문화''서민'이라는 이미지에서 과감히 탈피한 것이 인기의 요인. '꼬세르' 등 '명품'을 표방한 고가의 퓨전 부티크 매장이 생기고,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꼬세르를 방문해 화제가 되면서 일반 생활한복 업체들 또한 고급화 전략에 나섰다. 2005년에 론칭, 후발주자에 속하는 '이새'는 디자이너 최명욱을 영입해 '프리미엄 라인'을 따로 제작하고 있다. 한산모시로 만든 재킷 가격은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이새의 장은숙 팀장은 "론칭할 때부터 프로 디자이너가 개입해 바느질부터 염색, 마감까지 핸드메이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우리 옷의 격을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뱃살 감춰주는 우아한 디자인?

생활한복 1세대 업체 '돌실나이'도 끊임없이 변신을 모색하는 중이다. 홍보팀 강은진 차장은 "'우리 것'이라는 구호만 외치는 데는 고루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전통을 고수한 재래식 개량한복의 비중은 3분의 1로 줄이고, 나머지는 서구식 재킷, 코트, 원피스와 한복 요소를 반반씩 절충하는 식으로 디자인을 혁신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면과 마가 전부였던 옷감의 소재도 다양해졌다. 돌실나이는 니트 소재와 레이온, 재생섬유인 텐셀, 스웨이드를 과감히 도입했다. 이새의 경우, 양마의 일종인 케나프, 모시와 실크를 반반씩 섞은 춘포, 리넨, 삼베, 양견 등을 디자인에 따라 골고루 반영한다. 진흙염, 쪽염, 감물염 등 천연염색을 특화한 제품들도 호평을 받았다. 디자이너 최명욱씨는 "한국 전통의 요소가 여전히 핵심이며 자연주의 소재를 적극 개발해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옷들을 계속해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산모시처럼 고급 소재를 제외하면 제품 가격도 10만~30만원대라 합리적이다. 김애란씨는 "고가에다 유행이 빠른 백화점 옷에 비하면 가격도 착하고 유행도 타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매출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새는 매년 40%, 돌실나이는 10% 이상 성장하는 추세. 강은진 차장은 "과거에는 매출이 명절에 집중돼 있었는데, 요즘은 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새 디자인을 찾으러 오는 고객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