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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걸쳐 '사기' 완역한 김원중 교수

굴어당 2011. 10. 8. 14:13

16년 걸쳐 '사기' 완역한 김원중 교수
사기 130편 완역, 왜 시작했나 후회도… 중국도 못한 일, 혼자 해냈다는 자부심 커

"사마천은 당시의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기려 노력한 위대한 역사가입니다. 혁신적인 열린 시각으로 이민족들의 문화를 담았고, 자객(刺客)과 협객 그리고 편작 같은 의사들까지 모두 다뤘으니까요. 16년 작업이 끝나니 후련하기도 하고 세상의 평가는 두렵기도 합니다."

최근 '사기 서(書)'와 '사기 표(表)'(이상 민음사)를 펴냄으로써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130편을 완역한 중문학자 김원중 건양대 교수는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 1995년 사기 번역에 뛰어들어 1997년 '열전'을 출간한 것을 시작으로 16년간의 작업을 모두 마친 것이다. 전설의 인물인 황제(黃帝)부터 사마천 당대의 한나라까지의 역사를 정리한 '사기'는 '본기' '세가' '열전' '서' '표'를 모두 합하면 번역본만 4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 '서'는 예의·음악·군사·역법·천문·치수·경제 등에 관한 이론과 역사를 다루고 있으며, '표'는 '본기' 등에 분산돼 있는 인물과 사건, 그리고 '주연급'이 아닌 인물과 사건까지 연대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김 교수는 "일종의 연표인 '표'는 청나라 때 정초(鄭樵)라는 학자가 '사기의 공은 표에 있다'고 할 정도로 사마천이 공을 들였지만 워낙 내용이 방대해 중국에서도 백화문 번역이 나오지 않았고 일본에서는 2년 전 학자들의 공동작업으로 완역이 됐을 정도"라며 "저도 이걸 왜 시작했나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막상 완역하고 나니 혼자서 했다는 점에서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특히 이번에 번역된 '사기 서' 부록에는 사마천이 자신이 궁형(宮刑)을 당한 처지를 토로한 편지가 포함돼 있다. 사마천은 이 편지에서 "가장 좋은 것은 선조를 욕되게 하지 않는 것이고, 그다음은 자신을 욕되게 하지 않는 것이며…"라며 치욕의 단계를 11가지 열거하는데 "가장 아래가 부형(腐刑·궁형)"이라고 말한다. 그런 치욕 가운데서 사기를 완성한 것이다.

만 16년간 매달려온 ‘사기’번역을 탈고한 김원중 교수. 그는 “사마천의 감정, 문학적 표현, 행간의 의미까지 살리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그래서 사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사건엔 사마천의 감정이 담겨 있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본기'에서 역사적으로 패한 항우를 한 고조 유방 앞에 배치하고, '표'의 '진초지제월표(秦楚之際月表)'에서도 초나라와 항우가 한나라보다 앞에 배치돼 있는 것부터 그렇다. 또 토끼를 잡고 난 후엔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의 고사로 유명한 한신에 대한 묘사에서도 사마천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김 교수가 번역에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도 바로 행간에 담긴 의미를 살리는 것이었다. 한 고조 유방의 첫 부인으로 다른 부인의 손과 발을 자르고 눈알을 뽑고 귀를 태우고 벙어리가 되는 약을 먹여 돼지우리에 살도록 만든 여태후 본기를 번역할 때는 김 교수 역시 '심란'했고, 항우의 드라마틱한 일생을 다룬 부분에서는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는 것이지 병사를 잘 쓰지 못한 죄가 아니다"는 항우의 마지막 육성을 옮긴 사마천의 뜻을 되새기기도 했다.

김 교수는 사기를 관통하는 교훈으로 '초심(初心)'을 꼽았다. "사기를 읽다 보면 안분지족(安分知足)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분수를 지킨다는 게 요즘은 소극적 의미로 해석되지만 초심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어렵고 초심을 잃었을 때 어떤 불행이 닥치는지 사기는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16년 동안 매일 밤 9~10시 사이에 잠들어 새벽 2~3시에 일어나 번역을 했다고 한다. 주말과 방학은 물론 설과 추석 때도 오후엔 연구실로 출근했다. 재작년 14년 만에 처음으로 부인과 함께 영화관을 찾아 '트랜스포머'를 봤다는 그는 "멋모르고 달려들었기에 이 먼 길을 올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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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양반] 중국 古典 번역에 푹 빠진 김원중 건양대 교수
사마천 '史記' 완역 눈앞 쉽고 충실한 풀이로 인기"수천년 내려온 고전(古典)은 다른 어떤 자기 개발서나 처세서보다 큰 가치를 지니죠. 시대를 초월해 진지한 삶의 자세와 역경을 헤쳐나가는 지혜와 힘을 생생하게 전하기 때문입니다."

김원중(47)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가 총 130편으로 이뤄진 사기 가운데 '세가' 30편을 한글로 번역, 최근 '사기 세가'(민음사·1000쪽) 완역본을 펴냈다.

중국사를 이해하는 데 필독서인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는 중국 정사의 모범이자 기전체(紀傳體)의 효시. 제왕의 연대기인 본기(本紀) 12편, 제후왕을 다룬 세가(世家) 30편, 역대 제도·문물의 연혁에 관한 서(書) 8편, 연표인 표(表) 10편,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의 활동을 다룬 전기 열전(列傳) 70편 등 총 130편으로 구성됐다.

사마천의‘사기 세가’번역본을 펴낸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건양대 제공

이 가운데 세가는 춘추전국시대 이후 각 지역에서 할거한 제후들을 다룬 내용으로 중요 인물의 언행과 행적을 시대순으로 정리한 뒤 사마천이 독창적 의견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쓰여졌다. 김 교수는 각편 첫머리에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해설을 붙였고, 본문에 세세히 주석을 달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몄다.

고전 번역에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는 김 교수는 특히 사기에 대해 더욱 각별하다. 사기 가운데 '열전'과 '본기' 편을 번역한 데 이어 최근 '세가' 번역본까지 출간, 그가 펴낸 번역본 분량만 3000여쪽에 이른다. '사기' 전편 완역에 공을 들이고 있는 김 교수는 마지막 작업으로 표, 서 번역작업에 한창이다. 교정을 거쳐 내년 3월쯤 출간한다는 계획이다.

매일 5시간 정도 자고 새벽 3시쯤 일어나 번역에 집중한다는 그는 평소 수업시간을 빼면 대부분 번역에 몰두하고 있다. 일요일에도 쉬지 않고 집 근처 도서관에서 지내는 게 일상생활이 된 지 이미 오래이다.

김 교수가 사기와 인연을 맺은 것은 16년 전부터. 그는 "박사논문을 쓰면서 역사이자 문학서, 철학서이기도 한 사기의 매력에 빠져들게 됐다"며 "사기는 인간의 본성을 다룬 책 중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그는 번역을 하며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저자의 의도를 충실히 전하며 역자 개입은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앞서 번역한 '삼국유사', '정사 삼국지', '한비자' 등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쉽게 풀어쓰는 데 골몰한 나머지 독자가 소화해야 할 부분마저 침범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격식을 갖춰 절제된 표현을 쓰면서도 우리 문장과 어법에 맞는 번역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는 설명이다.

"인터넷 등 온라인에만 빠져있는 요즘 젊은이들이 고전을 통해 난관을 이겨내고 역사에 획을 그은 이들의 이야기를 읽고 스스로 역경을 이겨내는 힘과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어요."

김 교수는 "고전은 시공을 초월한 통찰력과 지혜가 숨어있는 보물단지"라며 "앞으로 노자·장자 등 주요 고전에 대한 새로운 번역작업에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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