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飮酒(음주 : 술을 마시고) - 도잠(陶潛)

굴어당 2011. 10. 28. 08:11

飮酒(음주 : 술을 마시고) - 도잠(陶潛)

 

結廬在人境(결려재인경) : 사람들이 사는 곳에 오두막을 지었건만 

而無車馬喧(이무거마훤) : 수레와 말의 시끄러운 소리 들리지 않네.

問君何能爾(문군하능이) : 어찌하여 이럴 수가 있는고 하니

心遠地自偏(심원지자편) : 마음이 멀리 있어 땅이 절로 구석진 거라네.

採菊東籬下(채국동리하) :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꽃을 따다가

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 : 고개 드니 저 멀리 남산이 보이는데

山氣日夕佳(산기일석가) : 산색은 저녁을 맞아 한결 더 아름답고

飛鳥相與還(비조상여환) : 새들은 짝을 지어 둥지로 돌아오네.

此中有眞意(차중유진의) : 이 속에 사람 사는 참된 뜻이 있나니 

欲辨已忘言(욕변이망언) : 무어라고 말하려다 그만 말을 잊었네. 

 

 

동진(東晉) 때의 유명한 시인 도연명(陶淵明, 약 365-427)은 타고난 안빈낙도형 인물이었다. 그는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상황에 맞춰 즐겁게 살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기에 그는 생계를 위하여 잠시 관직에 나아갔다가 쌀 다섯 말 때문에 시골의 소인배에게 허리를 굽힐 수 없다며 금방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가서도 마음 편하게 지낼 수가 있었다.

 

그는 술을 무척 좋아했지만 고향으로 돌아가 가난한 농부로 살아가는 그로서는 좋아한다고 해서 늘 마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없으면 그냥 참고 어쩌다 생기면 혼자서 취하도록 실컷 마셨다. 그리고 술에 취하면 으레 시를 읊조리곤 했다. 이 시는 그가 술에 취해서 지은 <술을 마시고(飮酒)>라는 제목의 시 20수 가운데 다섯 번째 것으로 그의 시 중에서 가장 인구에 회자하는 것이다.

 

이 시에서 그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전원생활의 희열을 노래했다. 시골집 울타리 밑에서 혼자 국화를 따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멀리 남산이 보인다. 저녁 나절이라 그런지 산이 유난히도 아름답다. 게다가 새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둥지를 찾아 평화롭게 날아온다. 그 순간 그는 벼슬을 그만두고 전원으로 돌아온 자신의 선택이 정말로 탁월한 것이었음을 확인한다. 그래 바로 이것이다. 좀 가난하면 어떠냐? 백 년도 못 사는 게 우리네 인생인데 무엇 때문에 권세와 부귀에 얽매여 아등바등한단 말인가? 이와 같은 전원생활이야말로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일 터이다.

 

그러나 나름대로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터득했다고 생각한 그였지만 막상 그것을 말로 설명하려니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것은 몸으로 느낄 수 있을 뿐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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