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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구경하며. 옛 시에 차운하다. 3수,성호전집 제2권,고번원

굴어당 2012. 2. 12. 08:00

성호전집 제2권
 시(詩)
꽃을 구경하며. 옛 시에 차운하다. 3수


만사가 이 중에서 다 사라지나니 / 萬事消磨向此中
한 번 얘기하고 한 번 웃으며 함께 어울린다 / 一談一笑與和同
때로 손님이 찾아오면 고적함을 달랠 만하니 / 有時客到贏排寂
경치 좋은 곳에 산은 높이 저 허공에 꽂혔어라 / 佳處山高迥揷空
흐르는 세월에 머리털은 눈처럼 희고 / 冉冉年光頭雪白
미미한 술 힘에 뺨은 홍조를 띠누나 / 微微酒力頰潮紅
화황이 좋다고 말하지 않는 이 없으니 / 無人不道花荒好
우선 삼삼경 위의 바람을 쐬시라 / 且挹三三逕上風

친척이 단란하게 한자리에 모였으니 / 親戚團圓一席中
우리의 이 풍류를 그 누구와 비교하리오 / 風流吾事較誰同
종족을 거두자는 약속 있으니 장차 노력할 테고 / 收宗有約行努力
세속을 따를 마음 없으니 매양 오활하여라 / 循俗無心每脫空
잔의 술에 미미한 물결은 압록을 일으키고 / 盞酒微波生鴨綠
뜰의 꽃에 내리는 가랑비는 성홍을 적시누나 / 庭花小雨濕猩紅
맑은 기쁨 도도해 손님을 만류할 만하니 / 淸歡滚滚堪留客
정할로 옛날의 풍류를 이어본들 어떠리 / 井轄何妨續古風

생각건대 참된 맛은 가와 안이 혼합돼야지 / 商量眞味混邊中
좋은 흥에 불러서 한방에 함께 모였어라 / 嘉興招呼一室同
구사라 분유가 오늘날에도 있거니 / 舊社枌楡今尙在
새 기쁨이라 화수는 전혀 헛되지 않아라 / 新歡花樹未全空
잘 알겠노라 남맥의 천 이랑 푸른 곡식은 / 定知南陌千畦綠
동화의 열 길 붉은 먼지에 물들지 않음을 / 不染東華十丈紅
사방 좌중에선 분분히 농사 얘기를 하니 / 四座紛紛雜農說
상저를 가지고서 가풍을 삼은들 어떠리 / 任將桑苧作家風


 

[주D-001]만사가……사라지나니 : 구양수(歐陽脩)의 〈퇴거술회기북경한시중(退居述懷寄北京韓侍中) 2수〉 중 첫째 수에 “일생 동안 부지런히 고생한 것은 책 천 권이요, 만사가 다 사그라져 없어지는 것은 술 백분일세.〔一生勤苦書千卷 萬事消磨酒百分〕” 하였다. ‘술 백분’이란 술이 잔에 가득한 것을 말한다. 여기서는 꽃을 보는 중에 만사의 시름을 잊는다는 뜻으로 말했다.
[주D-002]화황(花荒) : 꽃구경이다. 송나라 양만리(楊萬里)의 〈자찬(自贊)〉에 “가을에는 월황을 하고 봄에는 화황을 한다.〔秋作月荒 春作花荒〕” 하였다. 월황은 달구경이다. 《誠齋集 卷89》
[주D-003]삼삼경(三三逕) : 송나라 양만리(楊萬里)가 동원(東園)에 구경(九徑), 즉 아홉 갈래의 길을 내고 각각 다른 화목(花木)을 심고 이를 삼삼경(三三徑)이라 했다. 《誠齋集 卷36 三三徑序》
[주D-004]압록(鴨綠) : 물의 빛깔이 오리의 머리처럼 짙푸른 것을 형용한 말이다. 송나라 육유(陸游)의 〈쾌청(快晴)〉에 “금강의 압록이 산을 안고 온다.〔錦江鴨綠抱山來〕” 하였다.
[주D-005]정할(井轄) : 손님이 가지 못하게 손님이 타고 온 수레의 굴대빗장을 우물에 던져 넣는 것이다. 서한(西漢) 때 진준(陳遵)은 자가 맹공(孟公)인데 술을 몹시 좋아하여 빈객이 집에 가득 모이면 대문을 닫아 빗장을 걸고 손님들이 타고 온 수레의 굴대빗장을 우물에 던져 넣어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가지 못하게 하였다. 성어(成語)로는 진준투할(陳遵投轄)이라 한다. 《漢書 卷92 遊俠傳 陳遵》
[주D-006]가와 안이 혼합돼야지 : 불교의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에 “부처님이 말해 놓은 것은 모두 응당 믿고 순종해야 한다. 비유하자면 마치 꿀을 먹을 때 겉과 속이 모두 단 것과 같으니, 나의 경전 또한 그러하다.〔佛所言說 皆應信順 譬如食蜜 中邊皆甛 吾經亦爾〕” 한 데서 온 말이다. 여기서는 친소(親疎)를 구별하지 않고 함께 모이는 것을 비유하기 위해 말하였다.
[주D-007]구사(舊社)라 분유(枌楡) : 한 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의 고향을 일컫는 말인 분유사(枌楡社)를 가리킨다. 한 고조가 고향인 풍(豐)에 느릅나무를 심어 토지의 신(神)으로 삼은 데서 유래한다.
[주D-008]화수(花樹) : 친족의 모임을 뜻한다. 당나라 위장(韋莊)이 화수 아래에 친족을 모아 놓고 술을 마신 일이 있는데, 이에 대해 잠삼(岑參)의 〈위원외화수가(韋員外花樹歌)〉에 “그대의 집 형제를 당할 수 없나니, 열경과 어사와 상서랑이 즐비하구나. 조회에서 돌아와서는 늘 꽃나무 아래 모이나니, 꽃이 옥 항아리에 떨어져 봄술이 향기로워라.〔君家兄弟不可當 列卿御使尙書郞 朝回花底恒會客 花撲玉缸春酒香〕” 한 데서 유래하였다.
[주D-009]동화(東華) : 본래는 천정(天庭)의 동쪽에 있는 별자리 이름인데, 대궐문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주D-010]상저(桑苧) : 뽕과 모시를 심고 가꾸는 것으로 농사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당나라 때 은사(隱士)로 《다경(茶經)》을 지은 육우(陸羽)의 호가 상저옹(桑苧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