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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대로라면 完譯 98년 걸려 … 지원 확대·번역대학원대학 설립 通했나?

굴어당 2013. 5. 10. 14:42

지금대로라면 完譯 98년 걸려 … 지원 확대·번역대학원대학 설립 通했나?
교육에서 희망을 찾는 국회의원 모임_ ‘『승정원일기』를 깨우자’ 정책간담회 열어

 

교육에서 희망을 찾는 국회의원 모임(대표 유기홍 민주통합당)과 한국고전번역원(원장 이동환)은 지난 3일 ‘『승정원일기』를 깨우자’ 를 주제로『승정원일기』번역지원 확대를 위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신학용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과 박창식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한 10여 명의 국회의원과 나승일 교육부차관, 조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권영빈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을 비롯한 10여 개 기관대표가 참가해『승정원일기』번역지원 사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한국고전번역원의 의뢰로 2009년『승정원일기』번역계획수립 기초조사를 수행했던 정만조 국민대 명예교수(국사학과)와 영화「광해」의 시나리오 작가 황조윤 씨가 주제발표를 했다.

 

   
   

 

정만조 명예교수「『承政院日記』기록의 우수성」발표에서 인조원년(1623)부터 순종4년(1910)까지 모두 288년간의 기록을 실은 국보 303호『승정원일기』의 우수성을 다섯 가지로 요약했다. 정 명예교수는 3천243책 2억4천250만자로 단일종으로는 세계최대의 기록물이라는 것이 첫 번째 우수성이라고 꼽았다. 조선왕조실록(1893권 4천768만자), 팔만대장경(6천82권 5천525만자)과 비교해도 앞서고, 7천종이 넘는 책을 모은 중국의『四庫全書』(5억자 이상)나『永樂大全』(3억7천만 자, 현존하지 않음)과 비교할 경우에도 단일최대기록물은『승정원일기』라는 이야기다.

또한 그는 國政運營 전반에 걸친 풍부한 자료가 두 번째 우수성이라고 밝혔다. 『승정원일기』筵說 부분에서는 신하 개개인의 정치 역량은 물론 하나의 정책이 수립돼 결정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해관계의 충돌, 타협, 절충 과정을 가감 없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록』이나 문집에서는 파악할 수 없는 자료이다.

「의궤」를 통한 궁중의례 재현 행사에 비해 현장성, 객관성과 다큐적인 기록방식을 가졌다는 것이 세 번째 우수성. 정 명예교수는 영조가 자신의 50세 생일잔치 리허설에 참가해 세부사항을 지시했던 일, 시끄럽게 떠들던 호위병들에게 곤장을 치라고 했던 기록들이『승정원일기』에 모두 남아있다는 예를 제시했다.

왕의 사후 집권세력이 여러 자료를 참고해 편찬한 『실록』이 2차 차료라면, 『승정원일기』야말로 현장기록물로서 역사의 眞相을 밝히는 1차 사료라는 점, 公開政治를 향한 기본 자료로서의 가치가 나머지 두 우수성이라고 밝혔다. 임금마저도 볼 수 없었던『실록』에 비해『승정원일기』는 반 공개되다시피 했었고, 그날 기록된『승정원일기』에서 인사관계, 상소문 연설내용 등을 정리한『朝報』가 함경도 먼 고을까지 빠르면 열흘 안에 전달됐기 때문이다. 임금과 유생의 소통이『조보』와‘상소’였다면,『 승정원일기』는 이를 가능케 한 기본 자료였다는 분석이다.

「영화「광해」와『승정원일기』」발표에서 황조윤 작가는 허균이 광해를 회심시키는 결정적 장면에 등장한 것이『승정원일기』였지만, 자료 조사 도중에 광해군시절까지의 원본책자가 이미 소실된 것을 알게됐다고 말하며, 기록물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영화나 TV드라마에서 사극은 불패 장르인 것으로 미뤄보아 한국인에게는 사극을 좋아하는 DNA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하며, 『승정원일기』가 한글번역본으로 제공되면, 우수한 콘텐츠가 다양한 플랫폼으로 발산될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어진 토론에서 유기홍 의원 “현재『승정원일기』번역률이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데, 35명의 번역자 중에 정규직이 8명뿐이고, 처우도 월 200만원이 안 되는 열악한 수준이다”라며 “속도도 속도지만,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우리의 문화유산을 번역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유 의원은 예산 투입을 네 배로 늘이면 2056년 까지는 완료가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김낙철 한국고전번역원 역사문화번역실장 역시 “대부분의 번역을 외부 역자에게 의존하는 상황에서는 번역 시기도, 번역 품질관리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라며 “우수 외부역자를 번역원 정규직으로 흡수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번역대학원대학을 설립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학자들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이산」등 인기사극을 제작했던 박창식 의원“고증자료가 부족해 스탭들이 상상력으로 만든 가옥, 복식에 대해 한 명의 역사학자도 지적하지 않았다”라며 학계의 올바른 고증을 촉구했다. 홍정용 한국콘텐츠진흥원 인력기반본부장 “대한민국스토리발굴대전에서 창작스토리로 영화, 드라마 제작 사업을 하는데,『 승정원일기』를 특정 주제로 채택해 활용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승정원일기』번역을 서두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열띤 토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만조 명예교수 “다이아몬드가 귀하다 해서 빨리 보석으로 만들려고 가공과정을 거칠게 하면 원석의 좋은 것을 망친다”라며 양질의 번역을 제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선조들이 288년에 걸쳐 이룩한 문화유산을 120년 동안 번역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이번 정책간담회를 통해, 『승정원일기』를 필두로 산적한 한자기록유산에 대한 번역사업 지원에 속도가 붙을지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