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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한계에 도전한 「중조대사전」>

굴어당 2014. 1. 19. 13:33

 

 

<인간한계에 도전한 「중조대사전」>
[연합뉴스 2002-04-18 10:46]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고려말에 편찬된 중국어 학습교재로 「노걸대(老乞大)」라는 희한한 제목을 단 회화책이 지금도 남아 있다. 이 책은 조선 말기까지 전문 통역관인 역관(譯官)들의 중국어 회화학습 교재로 널리 사용됐으며 그러한과정에서 시대별 판본이 거듭 출간됐다.

훈민정음 창제 이후에는 중국어 원문과 함께 한글 번역이 실리기 시작했다.

따라서 시대별로 다른 여러 「노걸대」 판본들을 추적하면 적어도 두 가지 커다란 언어학적 연구성과를 얻을 수 있다. 첫째, 중국어 변천사가 한 눈에 보이게 되며둘째, 한국어 변천사 또한 추적이 가능하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 회화책 첫 대목을 현대 한국어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중국상인:큰 형님, 당신은 어디로부터 왔습니까? 고려상인:나는 고려 왕경(王京.개성)으로부터 왔습니다.

중국상인:이제 어디로 갑니까?고려상인:나는 북경을 향하여 갑니다.

중국상인:당신은 언제 개경을 떠났습니까?

1998년 12월에는 고려대 정광 교수와 경북대 남권희 교수가 고려 말기에 나온원본 「노걸대」를 발굴, 공개한 바 있다. 이 원본 「노걸대」는 곧바로 한.중.일 3개국에서 주석을 겸한 영인본이 동시 출간됐다.

원본 「노걸대」 발견은 특히 중국과 대만에는 일대 충격이었다. 왜냐하면 이처럼 생생한 원나라 시대 중국어 회화자료가 중국이나 대만에도 거의 남아있지 않기때문이었다.

한국에 소장된 중국어 자료를 국내 학계보다 왜 중국 학계에서 주목하는지 그까닭이 자명해진다.

조선왕조 500년을 뒷받침한 제1 이데올로기는 누가 뭐라 해도 남송시대 주자가개창한 주자학이다. 따라서 조선을 알기 위해서는 주자학을 알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주자학이 그리 호락호락한 학문은 아니다. 우주론과 존재론이라는 거대한 형이상학에서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세계관을 반영한 주자학을 파고들겠다고 120권이나 되는 주자전집 「주자대전」(朱子大典)에 달려들었다가는 대단한한문 실력을 갖춘 사람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거대한 철학체계에 대한 희미한 이해는커녕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가 하면 주자가 당시 송나라 시대 구어체 중국어인백화(白話)를 곳곳에서 쓰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사회에 불어닥친 '백화 바람'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고 중국에서 구어체 백화소설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더욱 거세진다. 특히 18-19세기에는 백화소설이 한글로 번역돼 대체로 필사본 형태로 엄청난 숫자가 유통되기에 이른다.

따라서 「노걸대」 같은 중국어 회화교재나 「주자대전」을 조선에서 풀이한 각종 주석서, 중국 번안소설 등은 근세 중국어 연구의 '무한 보고'이다. 더구나 이처럼 생생한 중국어 회화자료가 중국에서도 절대 다수 망실된 상태에서 조선에서 간행된 이런 자료는 그 가치를 산정하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그러한 가치는 충분히 알고 있으나 누가, 어떻게 각종 문헌과 자료에 산재된 중국어 자료를 추출, 가공하느냐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개인이나 특정연구단체가 손을 대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을 법한 사업이다.

그런데 한 개인연구자가 겁없이 이런 '거대 프로젝트'에 뛰어들어 16년만에 「중조대사전」(中朝大辭典)을 9권짜리 거질로 완간했다.

총 1만쪽에 달하는 이 사전은 제목 그대로 조선시대 중한(中韓)대사전이다. 15-19세기 조선에서 발간된 각종 자전과 운서, 두시언해, 불경언해, 역학서, 소설어록해, 번역소설 등 230여종 1천여책에서 중국어 자료를 뽑아 정리하고 있다.

이것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는 "파천황의 대발상" "인류문화의 유산"이라는건국대 임동석 교수의 말이나, "한 인간의 힘이 실로 위대하다는 것을 또다시 실감하는 순간"이라는 한국기술교육대 정재영 교수의 평가에서 잘 드러난다.

하지만 이러한 극찬으로도 이번 「중조대사전」 완간의 의미가 쏙 들어오지는않는다. 굳이 견준다면 집필진만 수 백 명에 달하고 10여년 만에 완성했다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혼자서 만들어 냈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물론 엄밀히 말해 이 거대사업이 혼자 힘으로 이룩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학교측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고 사전 편찬에 투신한 연구원들도 있다. 이들의 이름또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올해 44세. 전인미답의 길을 개척한 선문대 중국학과 교수 박재연을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taeshi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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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조대사전' 내놓은 박재연 교수

"조선시대 중국어 매력에 흠뻑 하루 12시간씩 15년 작업"
총9권.1만페이지 달해 "인류문화의 유산" 극찬

조선시대 중국어 번역어와 한글 용례를 모아 놓은 9권, 1만여쪽짜리 '중조대사전(中朝大辭典)'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조선시대 번역문헌을 바탕으로 한자, 한자어, 당시 중국어인 백화(白話) 등을 조사.정리하여 표제자 1만2천여자, 어휘 6천여개, 42만여개에 달하는 풍부한 한글 번역 용례를 중국어 발음 순으로 담은 '거대한 프로젝트'를 겁없이 이뤄낸 박재연(선문대.중문학)교수. 그의 빈약한 체격과 조용한 말투에서 '한 인간의 위대성'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올해 45세인 그가 15년간 하루에 12시간씩 작업한 결과는 전혀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1980년대 초 금서였던 중국의 사회주의 문학작품에 심취해 20여종을 번역.소개했다. 법률적으로 '일용잡급직'으로 대접받는 강사 시절 먹고 살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이것도 필력의 부족을 느껴 8년 만에 그만두었다. 그러나 그 경험은 박사학위 논문을 쓸 때 크게 도움이 된다. 조선시대 외국소설을 연구한 그는 당시 한글로 번역된 중국의 통속소설인 백화 소설을 수집.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조선시대 중국어와 우리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는 당시에 번역된 모든 문헌을 뒤져 중국어 원전과 일일이 대조하면서 카드화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송(宋).원(元).명(明).청(靑)대의 이야기 책인 화본(話本)을 비롯,'삼국지' '수호지' '금병매' 등에 나타난 구어체(口語體)인 백화를 중심으로 조사했다. 당시 역관들이 사용한 교과서 '노걸대(老乞大)' '박통사언해(朴通事諺解)'가 포함된 것은 물론이다.

이렇게 1차 작업이 끝나자 욕심이 생겼다. 한글창제 이후 번역된 '천자문(千字文)' 등의 자서(字書)와 '사성통해(四聲通解)'같은 운서(韻書)를 포함시켰다. 이어 '두시언해(杜詩諺解)'등 자료로도 확대시켰다. 이렇게 분석한 자료가 총 2백30여종 1천여책을 넘어섰다.

처음에 손으로 했던 작업이 컴퓨터의 활용으로 속도가 빨라졌다. 대신 루마니아 바이러스에 걸려 3개월치 작업이 날아가 며칠간 술로 지샌 적도 있었다.

이번 사전에 대해 학계에서는 '파천황의 대발상''인류문화의 유산'(건국대 임동석 교수), 혹은 '한 인간의 위대성의 결과'(한국기술교육대 정재영 교수)라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주목하는 것은 풍부한 용례다.

가령 '천(天)'이란 표제자에는 '두시언해'를 비롯, 모든 문헌의 용례를 찾아 기록했다. 아울러 조선시대 한글이 실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알 수 있어 국어학 연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학술진흥재단.국립국어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등에서 지원한 연구비와 본인이 들인 1억5천만원으로 작업을 해왔다. 컴퓨터 입력 아르바이트 비용으로도 턱없이 부족한 액수였다.

다행히 선문대(총장 이경준)가 그의 업적을 높이 사 제작비 1억5천만원을 내놓았으며, 나아가 향후 5년내 20여권으로 확대 증보판을 내기 위해 아예 중한번역문헌연구소를 설립, 지원해줄 예정이다.

글=김창호 학술전문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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