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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양회석 교수·제자 김희경씨 “정신적 고전 한시 읽으면 현대사회 답이 보이죠”
중국 한시 ‘고시원’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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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13일(목) 00:00
한시를 모은 ‘고시원’(古詩源)을 국내 처음 완역한 양회석 전남대 교수와 제자 김희경씨.
“한시(漢詩)는 일종의 ‘압축파일’과 같습니다. 가장 개성적인 언어로 인간의 보편적인 얘기를 진실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고시원’을 읽으면 현대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어요.”(양회석)
“중국 고전문학을 공부하면서 보니까 1000년전 살았던 사람의 모습과 현대인의 모습이 다르지 않더라고요. 한시는 옛 이야기를 가지고 당대를 신랄하게 비판할 수 있는 매력이 있습니다.”(김희경)
청나라 때 문학자 심덕잠(1673∼1769)이 선진(先秦)시기부터 수나라까지의 시가(詩歌)를 엮은 방대한 분량의 한시 선집 ‘고시원’(古詩源)이 국내 최초로 완역됐다. 화제의 번역자는 사제지간인 양회석(59) 전남대 중어중문학과 교수와 제자 김희경(44·중국 고전시 전공·박사과정)씨.
양 교수는 석·박사과정 대학원생과 현직 중국어 교사 등 40여 명과 함께 2013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꼬박 3년간 ‘고시원’ 원전 강독수업을 이끌며 총 983수의 한시 원문을 꼼꼼히 읽었다. 전남대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강희 58년(1719년) 목판본을 저본으로 하고, 통행본(일반에게 널리 통하는 책)을 참조했다.
고대와 진, 한나라 때 한시를 수록한 1권이 지난해 1월 나왔고, 위·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2권이 지난 2월에, 남북조 시대와 수나라 시기를 다룬 3권이 지난 8월에 나오며 대장정을 끝마쳤다.
이를 양 교수는 ‘누가 가라고 시키지 않았지만’ 오르는 등산에, 김희경 씨는 ‘정말 쉼없이 달려온’ 마라톤에 비유했다.
‘한시의 근원을 찾아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원시 번역 외에 심덕잠의 원주와 역자 주, 시의 감상 포인트를 함께 실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강효사 작품으로 알려진 ‘동혼후 때의 백성의 노래’(東昏時百姓歌)를 남조 제나라 동혼후 시대의 민가(民歌)로 분류하고, 일부 시의 엉터리 번역을 바로잡았다.
양 교수는 서문에서 “저 멀리 신화와 선진시대의 ‘수원’(水源)에서 시작해 한나라, 위·진, 남북조라는 ‘강’을 거쳐 마침내 당시(唐詩)라는 ‘바다’의 입구에 이르는 긴 항해를 마침내 마친 셈”이라고 완역한 소감을 밝혔다.
‘고시원’은 ‘시경’에 수록되지 않고 여러 문헌에 흩어져 있는 선진시대 ‘비석치기 노래’(擊壤歌)와 ‘한길의 노래’(康衢謠)를 시작으로 수나라 무명씨의 ‘계명가’(鷄鳴歌)에 이르기까지 1000여수 가까운 한시를 수록하고 있다. 작자는 왕을 비롯해 관리, 어부, 무명씨, 여성 등 다양하고 주제 역시 인생의 희로애락과 자연애찬, 권력과 부조리에 대한 비판 등 다채롭다.
수천 년이 지나도 생명력을 갖는 한시의 매력은 뭐고, 현대사회에서 옛 한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양 교수는 “거울이 없다면 내 얼굴을 볼 수 없는 것처럼 서구화된 물질문명에 묻혀 살고 있는 우리의 현재를 성찰하고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한다면 지금이야말로 동양의 정신적 고전이라는 거울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1981년 전남대에 부임한 이후 35년째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다. 1991년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한 김희경씨는 석사와 박사 과정을 차례로 밟으며 양 교수와 사제의 인연을 잇고 있다.
양 교수는 2학기에 도연명 시 원전 강독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안식년을 맞아 유럽과 베트남 등지 배낭여행을 하며 동·서양 문화의 바탕을 직접 돌아볼 계획이다. 김희경 씨는 현재 ‘고시원’을 주제로 한 박사학위 논문 마무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사진=송기동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