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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만드는 오타쿠라고?" 박재연 선문대 교수, 고어대사전 출간

굴어당 2017. 1. 4. 12:56

박재연 선문대 중한번역문헌연구소 소장(58ㆍ중어중국학과 교수)은 '사전 편찬에 미친 사람'이다. 20년이 넘도록 강의하는 시간 빼고는 매일 12시까지 주말도 반납하고 사전 만들기에 매달렸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그야말로 '노가다' 작업이다. "체력이 안되면 이 일 못해요."

박재연 소장이 최근 『고어대사전』(전21책·선문대 출판부)이란 우리 옛말 사전을 새롭게 출간했다. 한글이 창제된 15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한글 문헌들에 나오는 용례를 집대성했다. 총 2만여 쪽의 방대한 분량이다. 표제항이 약 22만 개, 용례는 약 69만 개에 이른다.

사전 작업을 시작한 것이 1994년이니 22년만의 결실이다. 그 중간에 2002년 『중조(中朝)대사전』(전9책·선문대출판부), 2010년 『필사본 고어대사전』(전7책·학고방)을 출간한 바 있다. 이번에 펴낸 『고어대사전』은 그 같은 기존 작업을 모두 포괄하면서 우리 옛말 사전 편찬의 대미를 장식했다고 평가받는다.

그동안 '고어'라고 하면 대개 15세기와 16세기 목판본·활자본으로 간행된 문헌에 사용된 옛말을 가리켰다. 이 사전은 범위를 확대했다. 한글 창제이후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우리말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필사본·연활자본까지 활용 자료 범위를 넓혔으며, 문헌의 장르도 유교·불교·도교·기독교 같은 종교서, 농업·음식·의학·회화·역술·역사·문학·신문·교과서 등으로 대폭 확장했다. 사전에 활용된 문헌은 약 500여 종 4000여 책, 언간(諺簡)과 고문서도 2000여 점에 달한다.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하는 빠듯한 예산으로 연구진들 인건비를 챙겨주며 20년 넘게 진행해온 작업이 쉬운 일일 수는 없었다. 최근 몇 년 간은 그 연구비마저도 끊어져서 박 소장 혼자 한글 자료를 뒤져가며 작업을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디지털 시대에 누가 종이사전을 보는가"라며 무심코 그에게 던지는 말들이 힘을 빠지게 했다. 하지만 꿋꿋하게 외길을 걸었다. “종이사전은 우리 옛말의 쓰임에 대해 시기별, 장르별로 정리를 해서 한눈에 보여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감수를 맡은 홍윤표 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발간사를 통해 "모두 21책의 방대한 사전은 현대국어사전 편찬의 역사에서도 없었던 일"이라며 "우리 문화사에 길이 남을 금자탑을 하나 더 쌓은 쾌거다. 『고어대사전』은 우리나라의 학문 수준과 문화 수준을 한층 높이 끌어올린 중요한 업적으로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소장의 집념으로 이뤄진 성과지만 여러 사람의 도움도 받았다. 이현희(서울대)·김영(선문대)·이재홍(선문대)·최길용(전북대)·정재영(한국기술교육대)·정승혜(수원여대) 교수 등 30여 명의 학자가 참여했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냐고 묻자 대답은 여전히 사전이었다. “『중조대사전』 수정 증보 작업을 할 겁니다.”

배영대 문화선임기자 balance@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사전 만드는 오타쿠라고?" 박재연 선문대 교수, 고어대사전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