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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위 교수의 한시공방

굴어당 2022. 3. 31. 14:24

https://www.hankyung.com/thepen/author/hanshi 강성위 교수의 한시공방

 

강성위 The Lifeist 메일보내기

자는 백안(伯安), 호는 태헌(太獻)이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희대학교 연구박사, 서울대학교 중국어문학연구소 책임연구원, 안동대학교 퇴계학연구소 책임연구원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조그마한 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저술 활동을 하며 한시(漢詩) 창작과 번역을 지도하는 한편 모교인 서울대학교에 출강하여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30여 권의 저서와 역서가 있으며, 창작 한시집으로 ≪술다리[酒橋]≫ 등이 있다.

 

□ 코너 제목을 '한시공방(漢詩工房)'으로 개편하며
'한시공방'이라는 말은 대략 20여 년 전에 필자가 만들어둔 명칭이었다. 한시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루는 코너를 운영하려고 하였던 애초의 계획은 준비 부족 등으로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지만, 그 생각만큼은 오래도록 머리맡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더랬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필자가 어느 월간 문학잡지의 한 코너를 맡아 이 '한시공방'이라는 명칭을 간판으로 내걸고 칼럼을 집필하게 되었기에, 한경닷컴 'The Pen'의 '한국 현대시, 한시로 만나다' 이 코너 제목 역시 여기에 맞추어 '한시공방(漢詩工房)'으로 개편하고자 한다. '한시공방'은 간단히 말해 한시는 한글 시로 번역하고, 한글 시는 한시로 번역하여 감상해보는 코너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이 쌍방향의 번역물을 가지고 칼럼을 진행하는 것은, 잘은 몰라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작업이 아닐까 싶다.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될 칼럼 가운데 첫 번째는 국적(國籍)과 시대(時代), 작가(作家)에 제한을 두지 않고 한시로 작성된 원시(原詩)를 한글 시로 번역하고 주석을 단 뒤에 감상하는 칼럼이 될 것이다. 근·현대인의 한시는 물론 필자의 자작 한시까지도 간간이 선보이고자 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자유시든 시조든 동시든 관계없이 한글로 작성된 원시를 한시로 번역하고 주석을 단 뒤에 감상하는 칼럼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좀은 특별하게 산문 가운데 시적인 대목을 시처럼 행을 나누어 한시로 번역하는 일도 곁들여볼 예정이다.

 

한자로 작성된 한시는 그 어떤 시든 한글 시로 번역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작업은 아니다. 그러나 한글로 작성된 시 가운데 추상적이거나 상징적, 관념적인 시는 한시로 직역하기가 곤란하다 못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이는 기본적으로 필자의 저열한 능력 때문이겠지만, 한시의 언어 생리가 우리 현대시와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데서도 그 원인의 일단을 찾을 수 있다. 그리하여 필자가 한역하게 될 원시는 아무래도 서정적인 시나 서사적인 시들이 위주가 될 것이다.
이 두 방향의 칼럼이 한시에 관한 모든 것을 포괄하지는 못한다 하여도, 한시를 공부하거나 감상하는 데 요긴하게 쓰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제 칼럼의 간판을 '한시공방'으로 고쳐서 달아본다. 이 순간에 설렘 못지않게 두려움도 자리한다는 것을, 새 간판을 달아본 적이 있는 독자라면 아실 것이다.
2022년 봄에 태헌(太獻) 강성위(姜聲尉) 삼가 적음.

 

***************************


春日(춘일)
姜聲尉(강성위)
草生堤堰上(초생제언상)
鳥盡野雲中(조진야운중)
行路隨江漠(행로수강막)
杏花曲曲紅(행화곡곡홍)
[주석]
春日(춘일) : 봄날, 봄.
草生(초생) : 풀이 생겨나다, 풀이 돋다. / 堤堰(제언) : 강 언덕. ‘堤堰’은 필자가 강 언덕이라는 의미로 쓴 한자어이다. / 上(상) : 위, 위에.
鳥盡(조진) : 새가 사라지다, 새가 날아가 버리다. / 野雲(야운) : 들녘 구름, 들 구름. / 中(중) : 가운데, 가운데로.
行路(행로) : 가는 길, 가야할 길. / 隨江(수강) : 강을 따라, 강 따라. / 漠(막) : 아득하다.
杏花(행화) : 살구꽃. / 曲曲(곡곡) : 굽이굽이. ‘마을마다’로 이해해도 좋다. / 紅(홍) : 붉다, 붉게 피다.
[번역]
봄날
풀은 강 언덕 위에서 돋아나고
새는 들 구름 속으로 사라졌네
갈 길은 강 따라 끝이 없는데
살구꽃이 굽이굽이 붉게 피었네
[시작 노트]
신고식을 겸하여 한시공방(漢詩工房)으로 제목이 바뀐 이 코너의 첫 한시로 필자가 20대 초반 어느 봄날에 지은 졸시를 골라보았다. 이 시는 필자가 나름의 목적성을 가지고 쓴 시임을 이 자리를 빌어 솔직하게 고백한다. 길을 가야하는 행자(行者)와 꽃의 관계에 유의하면서 이 시를 감상하다 보면 한 청년의 고뇌가 어느 정도 그려지기도 할 것이다.
필자는 어느 여학생을 대학시절 제법 유명했던 강의 시간에 알게 되었다. 당시 필자는 그 과목의 청강생이었고, 그 여학생은 정식 수강생이었다. 그 강의실은 좌석이 다소 부족하여 출석한 학생이 많으면 몇몇 학생들은 서서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짐작컨대 필자와 같은 청강생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청강생인 필자가 앉아서 수업을 듣고 있자니 한 여학생이 필자 옆에 서서 강의 내용을 무지 열심히 받아 적고 있었더랬다. 필자는 어느 정도 아는 내용이라 받아 적을 게 그리 많지 않았는데, 청강생이면서 그냥 앉아 있자니 문득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두어 차례 사양했던 그 여학생을 굳이 앉히고 필자는 서서 수업을 들었더랬다. 놀랍게도 그 다음 수업 시간에도 똑같은 일이 또 생겨, 필자는 이런 게 인연이라는 것일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제법 여러 날을 두고 혼자 이것저것 생각해보다가 마침내 한시를 지어 주자는 기특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필자의 이 졸시가 엮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꽃은 행자의 가는 길을 더디게 하는 존재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이, 강변에 핀 아름다운 꽃을 그냥 지나칠 행자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내가 너로 인하여 갈 길이 더뎌질지도 모르겠다는 필자의 뜻을 담은 이 시를, 그리고 이 시가 일종의 ‘작업시’라는 것을, 안타깝게도 그 당시 그 여학생은 알지를 못하였다. 아니 알고도 모르는 척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답신으로 받은, 몇 줄의 한글시를 곁들인 간략한 편지가 있었지만 오래도록 보관하지는 않았다. 그해 가을이던가, 그 여학생이 어느 잘 생긴 남학생과 교정에서 팔짱끼고 다니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는 어쩌다 우연히 마주쳐도 가볍게 인사만 하고 눈을 맞추지 않았다. 적어도 그 당시에는 그것이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도 사랑이라면 사랑이라 할 수 있겠지만, 마음속에만 잠시 담아두었을 뿐이니 사랑이라 하기엔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필자는 해마다 봄이 되면 이 시가, 그 시절 그 여학생의 얼굴이 불현듯 떠오르고는 한다. 세월은 가도 이렇게 시는 남아 상념에 잠기게도 하니 시란 좋은 물건임에 틀림이 없는 듯하다.
습작기의 작품인 필자의 이 시는, 전적으로 경치만 읊은 시이므로 이른바 ‘전경시(全景詩)’에 해당된다. 그러나 전경시라 하더라도 그 경(景) 안에 정(情)이 있어 ‘경중유정(景中有情)’의 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필자의 이 시 역시 시 속에 모종의 뜻을 담은 것이므로 경중유정의 일례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에 어떤 뜻을 담아도 상대방이 모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제법 오래도록 비애에 젖었던 청년 시절의 그 기억이 아직껏 또렷하기만 하다.
아래에 첨부한 번역은 그 당시에 작성한 것으로 필자의 옛 시집인 ≪감비약 처방전≫에 그대로 수록되었다. 한껏 멋 내기를 좋아하던 시절이어서 번역이 아니라 재창작에 가까운 번안이 되고 말았지만, 이 역시 빛바래어도 정겨운 흑백사진과 비슷할듯하여 부끄럽게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바이다.

봄풀 아늑히 강언덕 드리우고
새는 나랠 저어 구름 위로 치솟다
가는 길 강따라 끝이 없는데
맑은 물 구비구비 어리는 살구꽃!
오늘 소개한 필자의 한시는 오언절구(五言絶句)이며 압운자가 ‘中(중)’·‘紅(홍)’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강성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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