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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고전을 이해하는 빠른 방법은 무엇입니까. 이재호
굴어당
2011. 4. 13. 00:30
―한문고전을 이해하는 빠른 방법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중국의 經·史에서 그 기본지식을 얻어야 해요. 먼저 通鑑(통감)·史記를 독파하여 史實을 파악하고 문장 구조를 이해한 후 四書와 五經을 숙독하여 전통사상의 근원을 구명하고 사물의 추리능력을 연마해야만 한문고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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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어떤 단계에서 文理가 터집디까.
『通鑑節要(통감절요) 제2권은 楚漢戰(초한전)에 관한 기록인데, 그걸 읽으니까 原典을 해독하는 방법을 대충 알게 됩디다. 通鑑節要 제7권은 三國志를 축약한 것인데, 거기까지 읽으면 文理가 터집니다. 옛날 노인들은 삼동에 밥 먹는 것도 잊고 통감 제7권을 읽었거든요. 통감절요는 國學, 특히 우리 역사와 東洋史 연구자에겐 필독서지요』
―그때가 언제쯤입니까.
『晦泉 趙亨奎(회천 조형규) 선생님 문하에서 通鑑과 論語(논어)를 수업하던 열두 살 때였습니다. 晦泉 선생님은 당신이 먼저 글 뜻을 해석해 주지 않고, 학생들 스스로가 字典을 찾고 句讀點(구두점)을 찍어 가며 自得自通하게 하는 방법을 취하셨습니다.
혼자서 구두점을 찍는다는 것은 이미 그 문장의 절반쯤은 이해하는 상태에 이른 것입니다. 그 후 나는 古典 해독에 큰 부담 없이 학문에 정진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우리 國學界에서 한문원전을 제대로 읽어 내는 분이 많지 않죠.
『국문학계·국사학계·철학계 동태를 보면 연구자세에 있어 溫故而知新(온고이지신)하기보다는 埋故而造新(매고이조신), 즉 옛 자료를 슬쩍 파묻어 버리고 신기한 妄論(망론)을 조작해 내는 풍습만 범람하고 있습니다. 그 근본 원인을 구명해 본다면 광복 이후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교육기관에서 한문의 기초교육을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요즘 사람은 다른 일도 많은데, 옛 사람들처럼 漢文에만 전념하기가 어렵겠죠. 또한 國學연구자에겐 漢文原典을 정확히 이해하는 능력이 필수적이겠지만, 일반 교양인은 漢字를 웬만히 읽어 내는 수준이면 괜찮은 것 아닙니까.
『漢字를 모르면 어휘력·사고력이 빈약해져요. 그래서는 학문을 하기도 불편하고 교양인도 되기 어렵지요. 더 큰 문제는 漢文의 기초지식이 없는 대학교수들이 史料(사료)를 잘못 해석하여 엉터리 논문을 쓰거나 논지를 자꾸 외곡시키고 있다는 겁니다』
[학자들의 사례]
李선생은 原典을 잘못 해석해서 과오를 범한 某某 학자의 논문들을 「滄洲散文集」에서 다음과 같이 예시했다(편집자가 내용을 縮約).
<某대학교수는 삼국사기 중의 「乙支文德 未詳其世系」(을지문덕 미상기세계)란 기사의 世系(세계: 선대의 계통)를 국적으로 잘못 해석, 고구려의 명장 을지문덕을 중국에서 고구려에 귀화해 온 장수라고 발표했다>
<某교수는 「漢書」 食貨志(식화지)에 나오는 「奴婢以千萬數」란 기사 중의 「千萬」(천만: 아주 많은 수효)을 오역, 漢代의 인구총수 5000만 중 노예가 2000만 명을 차지했다고 판단했다. 그런 나머지 중국 秦·漢 시대를 서양 古代 로마의 노예제사회로 比定하는 오류를 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