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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교수들, 세계에서 일낸다

굴어당 2011. 5. 13. 22:58

30대 교수들, 세계에서 일낸다
[1125호] 2011년 05월 11일 (수) 이정혁 | 한국대학신문 기자

 

   
▲ 천연 식품에서 암 예방 분자 기전을 규명한 이기원 서울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
ⓒ시사저널 임준선

30대 젊은 교수들이 최근 잇따라 발표한 연구 성과가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화제이다. 이들 젊은 교수는 공학이나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가 인정하는 독보적인 연구력을 자랑하면서 우리나라 차세대 기술계를 이끌어갈 리더로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일부 교수는 눈에 띄는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국제 특허 출원을 준비하고 있거나 외국 기업과 손잡고 기술 이전을 협의하는 등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학계의 글로벌화를 선도하고 있다.

전기준 울산대 전기공학부 교수(38)와 문회리 UNIST 친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34),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제프리 어반(Jeffrey J. Urban) 박사는 수소를 연료화하는 획기적인 저장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들 교수는 ‘촉매 없이도 수소 저장 능력이 월등하고 공기 중에 안전한 마그네슘 나노 복합체’를 개발했고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 저널인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에 그들의 논문이 실렸다.

수소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연료 효율성이 높은 무한정 자원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수소 저장 기술인 고압 수소 탱크 저장법은 낮은 저장 밀도를 개선하기 위해 압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폭발 때문에 안전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이와 함께 극저온에서 수소를 액화하는 방법은 비용이 많이 들어 상용화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연구팀은 현재 수소 저장 방법으로 마그네슘에 수소를 흡탈착하기 위해 촉매제로 활용하고 있는 값비싼 귀금속인 백금, 팔라듐(palladium) 없이도 수소 저장 능력이 탁월한 ‘마그네슘 나노 입자-고분자 복합체’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수소 저장 능력이 뛰어나면서도 공기 중에서 쉽게 산화되는 약점 등으로 상용화되지 못했던 마그네슘 금속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한 세계 최초의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국제 특허를 출원 중이며, 미국 한 기업과의 사이에 기술 이전과 관련한 협의의 초기 단계를 밟고 있다.

수소 연료화·암 예방·빛 속도 조절 등 주목

전기준 교수는 “화석연료가 고갈되면서 대체 에너지 개발, 온실가스 감소를 위한 청정 에너지 개발이 시급한 시점이다. 수소 에너지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경제성과 안전성이 동시에 확보된 수소 저장체를 개발한 이번 연구는 수소 에너지 상용화의 길을 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기원 서울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37)는 우리나라의 자생 식물과 천연물의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전통적 약리 작용을 규명하는 연구 성과를 미국 미네소타 대학 지강동(Zigang Dong), 앤 보드(Ann M. Bode) 교수와 공동으로 발표해 <네이처 리뷰 캔서(Nature Reviews Cancer)> 3월호에 실렸다. 채소·과일 등 천연 식물에 함유된 식물 화학물질인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s)’이 각종 염증과 암 등을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이다. <네이처 리뷰 캔서>는 암 연구 분야 최고 권위의 논문·학술지이다. 이교수는 천연 식품 속 파이토케미컬의 암 예방 분자 기전을 새롭게 규명한 것이다.

그동안 학설로는 파이토케미컬이 가지는 다양한 생리 활성이 주로 항산화 작용을 통한 세포 손상 보호 효과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이교수는 연구를 통해 염증 등 만성질환의 발생 과정에 중요한 특정 신호 전달 단백질의 활성을 파이토케미컬이 직접 결합해 조절함으로써 질병 예방과 치료 효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규명했다.

이교수는 “채소에 포함된 파이토케미컬 성분이 발암 관련 단백질과 결합해 활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동물 실험 결과 확인했다. 향후 자신에게 맞는 암 예방법, 암 치료법이 가능해지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빛의 속도까지 조절할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을 개발한 교수도 있다. 민범기 KAIST 교수(37)팀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높은 굴절률을 갖는 메타 물질을 이론적으로 검증하고 실험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굴절률이 높은 이 물질에 빛을 통과시키면 빛의 속도가 최대 38배까지 느려진다.

이 물질은 모세혈관까지 보는 세밀한 광학 시스템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민교수는 기대하고 있다. 민교수의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Nature)> 2월17일자에 게재되었다. 특히 그 주에 발표된 논문 중 가장 우수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뉴스앤드뷰스’에도 선정될 정도로 이목을 끌었다.

민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매우 높은 굴절률을 메타 물질의 새 영역으로 포함시켰다는 데 의미가 크다. 향후 높은 해상도를 지닌 이미징 시스템이나 초소형 광학소자를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임용되자마자 두각 나타낸 경우도

   
▲ 수소 연료화 저장 기술을 개발한 전기준 울산대 교수.
ⓒ울산대

올해 임용된 신임 교원들이 두각을 나타낸 대학도 있다. 조선대는 최근 이번에 임용한 임종국 화학과 교수(39)와 김은애 약학과 교수(34)가 세계 3대 과학 저널(<네이처>·<사이언스>·<셀>)에 잇따라 논문을 게재했다고 밝혔다.

임종국 교수는 1월27일자 <네이처>에 전자소자 제작 기술 분야에 관한 논문인 ‘Hard-tip, soft-spring lithography’를 게재했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 채드 A. 머킨 교수와의 공동 연구로 발표한 이 논문에서 임교수는 딥펜 나노리소그래피(Dip-Pen nanolithography)를 위한 대량의 팁을 화학적 에칭만을 이용해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만들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김은애 교수도 <네이처> 2월24일자에 손상된 DNA 지점에서 일어나는 구조적 전이 현상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논문을 게재했다. 김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 주립대와 미시건 대학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로 이번 논문을 발표했다. 분자 모델링과 분자 동력학이 결합된 방법으로 손상된 DNA의 구조적 전이 현상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김교수는 연구를 통해 유전체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련의 구조 전이 과정들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유전 암호의 2차 전이 상태에 대한 정보까지 예측할 수 있는 기틀을 제시했다. 또 유전병 발생 원인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통해 신약 개발에도 이정표를 제시할 전망이다.

김교수는 “이 연구는 유전병 발생의 초기 원인인 손상된 DNA의 구조적 전이를 설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DNA 연구를 통한 질병 치료를 분자 모델링 연구로 접목시켜 발전시키는, 신약 개발의 놀라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30대 젊은 교수들의 연구 성과가 세계에서 인정받자 대학들도 앞을 다투어 연구력이 강한 교수를 키우는 데 발 벗고 나섰다. 상명대는 올해부터 연구 보조 비용 지급 상한을 폐지하면서 파격적인 인센티브제를 도입했다. 구체적으로 SCI(과학기술 논문 인용 색인)급, SSCI(사회과학 논문 인용 색인)급, A&HCI(인문학 논문 인용 색인)급 국제 저널에 논문이 실리면 학술지 등급, 인용지수 등을 기준으로 나누어 편당 4백만~8백만원의 연구 보조비를 지급한다.

특히 지급 한도를 없앴기 때문에 SCI급 저널에 교수 개인이 논문 10편을 게재하면 편당 8백만원씩 총 8천만원을 받게 된다. 건국대도 교수들의 연구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학술지에 우수 연구 논문을 발표하면 1편당 최고 3천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한다. 건국대는 최근 논문 게재 격려금을 100% 인상하면서 지난해 11월1일로 소급 적용하고 교수 개인별 상한도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조선대는 국외 연구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2009년 ‘교원 학술 활동 지원 지침’에 세계 3대 과학 저널 게재 논문에 대한 지원 조항을 신설했다. 조선대 교수가 3대 과학 저널의 제1 저자나 교신 저자가 되면 표지 논문일 경우 2억원의 인센티브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