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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블루 오션’ 서부 도시가 뜬다
굴어당
2011. 5. 27. 20:03
중국의 ‘블루 오션’ 서부 도시가 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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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원 땅이 부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50년까지 충칭·청두·시안 등 서부 도시를 경제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내수 시장 확장이라는 의도가 깔려 있다. |
중국판 서부 영화가 나올까. 미개척지 서부가 ‘블루 오션’ 지역으로 떠오르면서 고대 중국 역사의 중심지 중원 땅이 부활하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를 주도해온 상하이·광둥·선전·톈진 등 동부 1선 도시들이 저물고, 충칭·청두·시안 같은 서부 2선 도시들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5월5일 서부 개발을 본격화하는 ‘청위 경제구 계획’이 중국 국무부 비준을 통과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2015년까지 청위 경제구를 서부 대개발의 주요 거점으로 육성·발전시키는 한편, 2020년까지 종합 경쟁력을 갖춘 경제 중심지로 변모시킨다는 계획이다.
소식통들은 ‘제12차 5개년 개발계획 첫해를 기해서 정부가 서부 개발 추진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전제하고, “청위 경제구는 개방과 함께 중국 경제의 엔진 구실을 수행해온 주장(珠江)과 창장(長江:양쯔강) 삼각주, 환보하이(環渤海) 등과 더불어 중국 경제를 견인하는 4대 경제 중심지로 떠오를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개발 방식은 거점 도시 개발 모델이다. 쓰촨성 성도인 청두와 서남부 최대 도시 충칭(인구 3000만)을 중심축으로 31개 구·현(區縣)과 15개 시(市)를 아우르는 총면적 20만6000㎢의 중국 서부 지역을 청위 경제권으로 묶어 중장비 제조업·자동차·정보통신·항공·석유화학·식품·제련·의약 등 8대 산업을 중점 육성·발전시킬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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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대개발’ 계획은 원대하다. 1단계(2000 ~2010년)로 교통과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고, 2단계(2010~2030년)에서 개발 거점을 집중 육성·발전시키며, 마지막 3단계(2031~2050년)에서는 서부 전역을 고르게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서부 개발 이야기가 최초로 거론된 것은 1990년대 중반이다. 1996년 중국 정부는 국토의 균형 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서부 대개발’ 전략을 수립했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입지 여건이 좋은 동부 연해지역을 먼저 발전시켜야 한다는 개혁·개방(1979년) 선부론(先富論) 논리에 밀려 개발은 지지부진했다.
그러던 차에 1999년 장쩌민 전 중국 주석이 ‘샤오캉(小康) 사회’라는 정치 화두로 ‘서부 대개발’ 정책에 불을 붙였다. ‘샤오캉 사회’란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고 어느 정도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중산층 사회를 말한다.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지난해 서부 대개발 10년을 되돌아보는 자리에서 “서부 지역 경제를 내실 있게 발전시켜 샤오캉 사회 건설이라는 목표를 실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며, ‘서부 대개발=샤오캉 사회 건설’이라는 공식을 분명히 밝혔다.
‘내수 진작’ 기치로 ‘샤오캉 사회’ 건설
장쩌민이 ‘샤오캉 사회’ 기치를 내걸면서 서부 개발은 탄력을 받았다. 2001년부터 교통과 통신 인프라 건설, 환경 보호, 생활 개선 등 기초 사업이 개시되었다. 덕분에 청위 경제구는 비교적 잘 정비된 철도·고속도로·공항 따위 교통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것이 역사적인 창장 수상교통과 더불어 신장·칭하이·티베트 등 중국에서 가장 낙후된 서부 지역을 발달된 동부 연안 도시와 연결하는 교두보 구실을 가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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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nhua 동부 후베이성 이창 시와 서부 충칭 시 완저우 구를 잇는 철도가 지난해 12월 개통되었다. |
중국 서부 개발에서 기차, 특히 고속철의 역할은 지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전국을 고속철도망으로 연결해서 베이징을 중심으로 ‘전국 8시간 생활권’을 계획·추진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시속 486㎞) 광저우-우한 고속철 개통에 뒤이어 정저우-시안, 베이징-상하이 노선이 준공되었고, 전국을 거미줄처럼 얽는 수많은 철도가 건설 중이다.
중국 지도부가 서부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다. 경제위기로 선진국 수요가 감소하자 중국 수출이 줄어들고 그 여파로 중국에 중간재를 제공하던 한국·타이완 등이 수출에 차질을 빚으면서 세계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위기 상황에서 중국은 내수 진작 카드로 세계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구원투수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4조 위안(약 660조원)이라는 거액을 시중에 풀어 경기 부양책을 추진했다. ‘가전·자동차 하향(下鄕):농민들의 가전·자동차 구매 시 정부가 보조금 지급)’, 10대 산업 육성, 소비쿠폰 지급 같은 정책을 펼쳐서 내수시장을 키운 것이다.
서부 대개발에는 국토의 균형 개발과 샤오캉 사회 건설 따위 정치적 구호와 더불어 내수 시장 확장이라는 중국 정부의 의도가 깔려 있다. 이런 이유로 올해 시작된 12차 5개년 계획의 기조를 내수 진작으로 삼았다. 내수 확장을 통해 수출 의존도를 점차 낮추고 자국 경제의 자생력을 제고하겠다는 발상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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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중국 서부 도시들은 소비 성향이 높다. 청두 시내 백화점 거리도 늘 쇼핑객으로 붐빈다. |
이런 서부 대개발 실험은 이미 2009년 천년 고도(古都) 시안과 셴양, 간쑤성의 톈수이를 포괄하는 지역을 ‘관중(關中)-톈수이(天水) 경제구’로 지정하면서 시작되었다. 관중-톈수이 경제구는 광시(廣西) 북부만 경제구 및 이번에 계획된 청위 경제구와 더불어 중국 영토의 71% (686만㎢)를 차지하는 거대한 서부 개척의 전략적 거점이 될 것이다.
서부 대개발에서 가장 큰 과제는 ‘어떻게 투자를 이끌어낼 것이냐?’이다. 서부 지역은 동부 연안에 비해 인건비가 싸고 에너지도 풍부하다. 반면 낮은 생산성, 낙후된 기술, 지리적 불리함 때문에 투자가 부족하다. 외국인의 서부 지역 투자 비율은 6%에 머물고, 국내 투자도 한 자릿수에 그친다. 하지만 낙관적 전망도 있다. 2007년을 기해 주요 경제지표(경제성장률·소비증가율·투자증가율)에서 서부가 동부를 앞지르고 있다는 청신호다. 동부가 차츰 레드 오션으로 변하는 반면, 서부는 블루 오션으로 떠오른다는 얘기다. 요즘 청두와 충칭은 한국·일본·타이완 등지에서 몰려든 외국 투자자들로 북적거린다고 한다.
서부 도시들의 높은 소비 성향도 투자자를 유혹하는 요인이다. 청두나 충칭은 자동차 보유, 백화점 매출, 가전 및 사치품, 화장품 판매액 등 모든 분야에서 전국 상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계 이토요카도(백화점) 청두점은 세계 최고 매출로 유명해졌고, 몇 년 전 청두에 쇼핑몰을 낸 한 한국 의류 회사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 동부 도시 매장에서 난 손실을 이곳 매출로 메운다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투자 유치의 관건은 ‘중국 당국의 대외 개방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