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중국 음식기행.중국식 샤브샤브 훠궈의 도시 건륭제 5000명과 즐겨.충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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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담한 육수인 바이탕(왼쪽)과 매운 육수인 훙탕으로 나뉜 훠궈 냄비. |
3박4일짜리 크루즈를 타고 창장의 물과 강안의 절벽에 숨어있는 유적들을 느긋하게 훑어 내려와 충칭 훠궈(火鍋)를 즐겨본다면, 충칭에서의 호사로는 그만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은 충칭에서 훠궈 이야기입니다.
훠궈는 끓고 있는 육수에 얇게 썬 고기나 채소, 생선 등을 넣어 익혀 먹는 음식입니다. 우리 음식 중 전골과 유사합니다만 흔히 샤브샤브라고도 하지요. 샤브샤브는 ‘살랑살랑’이란 뜻의 일본어로 육수에 데치는 동작을 묘사한 말입니다. 훠궈는 중국 음식으로 꽤 오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조조의 아들로서 황제에 오른 조비가 오숙부(五熟釜)를 언급한 기록도 있습니다. 당시 기록에는 솥 안을 다섯 칸으로 나누고 각각 다른 육수를 부어 끓인다고 돼 있습니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는 “새로 담근 술 보글거리고, 작은 화롯불이 발갛게 타오르고, 저녁엔 눈도 올 듯하니, 술 한잔이 어떻겠소” 하면서 훠궈를 안주 삼아 술 한잔 하기를 권했습니다.
지역마다 이름도 제각각
- ▲ 데쳐먹는 훠거 재료들.
중국의 훠궈는 지역적으로 부르는 이름도 다양합니다. 베이징이나 내몽골 등 북방에서는 양고기를 주로 먹기 때문에 솬양러우(涮羊肉) 또는 양러우솬궈(羊肉涮鍋)라고 합니다. 솬이란 말은 고기 등을 끓는 육수에 데쳐 내는 동작을 의미하지요. 광둥에서는 해산물을 많이 즐기기 때문에 하이셴다볜루(海鮮打邊爐)라고 합니다. 그 외에 닝샤(寧夏)의 궈쯔(鍋子)나 항저우 등지의 놘궈(暖鍋)도 모두 훠궈와 같은 뜻입니다. 식탁 가운데 커다란 냄비를 하나 올려놓고 여럿이 먹기도 하고, 개인별로 작은 냄비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냄비도 스테인리스스틸이 대부분이지만, 동냄비도 있고, 도기로 만든 것도 있습니다.
송나라 시대에 이르러 비로소 훠궈를 끓일 때 센불을 쓰기 시작했고, 청나라 시대에는 황제가 좋아하는 메뉴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가스, 불꽃 없이 전기로 열을 내는 인덕션 등을 사용하기도 하고, 우리 신선로처럼 구리로 만든 솥 가운데 숯불을 넣는 전통적인 것도 있습니다. 알코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청의 건륭제는 훠궈를 꽤 좋아해서 1796년 정월 자금성에서 연 천수연(千傁宴)에서는 1550개의 훠궈 솥을 걸어넣고 5000여명이 함께 먹었다고 하니, 중국 대표음식의 하나로 꼽을 만하지요.
훠궈전문식당(火鍋店)은 중국 어느 지역에서도 만날 수 있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충칭의 훠궈는 아주 매워 마라훠궈(麻辣火鍋)라고 하고, 마오두훠궈(毛肚火鍋)라고도 합니다. 창장싼샤 유람선이 출발하는 차오톈먼(朝天門) 근처에는 당시에 회족들이 운영하는 도살장이 있었는데, 회족들은 소의 고기, 뼈, 껍데기만 먹었고 그 외의 부산물은 먹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인근의 가난한 노동자들이 이 저렴한 소의 부산물을 구입해 도시락으로 싸서 일을 나갔고, 식사 때가 되면 함께 모여 훠궈로 먹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마오두훠궈입니다. 소의 혀나 위장, 허파와 머릿고기 등이 모두 마오두훠궈의 재료였습니다.
항구 노동자들이 추울 때 먹던 요리
충칭은 중국에서 훠궈의 도시(中國火鍋之都)라고 부르는데 전국 100대 훠궈 전문식당의 상위 20개 가운데 11곳이 몰려있을 정도로 훠궈를 많이 즐기는 곳입니다. 이 지방의 훠궈는 창장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창장은 습기가 많은 곳이라 겨울에는 특히 매운맛을 즐기면서 땀을 내는 음식문화가 발전했습니다. 창장의 해운이 발달하면서 배의 안팎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 방법이 바로 훠궈였던 것이지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 충칭의 수운이 발달하면서 하나의 훠궈에 둘러앉아 여러 사람이 각자 자신이 싸오거나 사온 것들을 매운맛 육수에 데쳐먹었던 것이 점차 고급화된 게 오늘날의 훠궈입니다.
1930년대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으로 인해 중화민국의 수도가 이곳 충칭으로 옮겨오면서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훠궈 또한 많이 알려졌습니다.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에는 전국 각지에서 충칭의 훠궈를 외식사업으로 내면서 번성하게 된 것입니다. 어느 음식이나 마찬가지지만 음식에는 나름대로의 역사와 문화가 서려있습니다.
이제 훠궈를 즐겨볼까요? 훠궈 먹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끓는 육수에 고기 등을 데쳐서 양념을 찍어 먹으면 됩니다.
- ▲ 충칭의 더장훠궈
우선 궈디(鍋底·육수 냄비)를 선택해야 합니다. 매운맛 육수는 훙탕(紅湯)이라고 하고 돼지뼈나 닭고기, 오리고기 또는 생선 등을 우려낸 담담한 육수는 바이탕(白湯)이라고 합니다. 냄비 안쪽을 둘로 나누고 훙탕과 바이탕을 각각 끓이면서 함께 즐기는 것을 위안양(鴛鴦) 궈디라고 합니다. 냄비를 태극 모양으로 나눠놓은 모양이 원앙새와 같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여진 것이지요.
육수에 간이 되어 있기 때문에 데친 다음에 소스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양념장을 찍어먹는 게 일반적입니다. 주로 땅콩소스인 마장(麻醬)이나 생선으로 만든 소스인 하이셴장(海鮮醬)이 환영받지요. 이런 양념은 따로 마련된 코너에서 각자 취향에 맞게 셀프서비스로 가져다 먹는 경우도 많은데, 기름이나 땅콩소스에 다진마늘이나 풋고추 등을 넉넉하게 넣으면 됩니다.
궈디와 소스가 정해진 다음에는 데쳐먹을 것들을 고르면 됩니다. 고기와 채소, 그 외의 것들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고기는 소고기와 양고기가 주종을 이루고 새우나 생선도 있습니다. 소나 돼지의 부산물도 꽤 많습니다. 이밖에는 각종 채소, 해초, 두부, 버섯 등이 있고 국수를 삶아 먹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각종 식재료 이름 옆에 원하는 것을 체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주문표가 있습니다. 해당 칸에 체크표시를 하거나 1, 2 등의 숫자를 사용해 몇 인분이지 표시할 수도 있습니다. 1인분의 반도 주문할 수 있는 곳이 많으니까 1/2이라고 표시하거나 반펄(半彬兒)이라 말하면, 같은 값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육수 온도 너무 뜨겁지 않아야
- ▲ 라쯔지
훠궈를 먹을 때 알아두면 좋은 몇 가지 팁도 있습니다. 음식의 온도가 50~60도 정도가 되면 펄펄 끓지는 않지만 뜨겁기 때문에 먹기에 적합한 온도입니다. 만약 끓는 육수에 살짝 데치면 음식 온도가 120도 정도까지 되기 때문에 앞접시에 잠깐 놓았다가 먹는 게 좋습니다. 담담한 바이탕을 작은 그릇에 떠서 마시기도 하는데 처음 끓어서 한 시간 이내에 맛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훠궈를 즐기다 보면 고기를 많이 먹게 되는 만큼 채소와 두부를 넉넉하게 함께 먹는 것이 바람직하지요.
중국사람들은 훠궈에서 두부와 시금치, 무와 목이버섯을 함께 먹지 않습니다. 결석을 유발하거나 피부에 좋지 않다고 하네요.
충칭에는 너무 많은 훠궈 식당이 있어서 해가 지기 시작하면 어느 길거리에서나 매운 육수가 끓는 향이 진동합니다. 아래의 식당들은 믿고 갈 만한 곳입니다. 德庄火鍋(http://www.cqdz.cn), 秦媽火鍋, 小天鵝火鍋(http://www.cqxtels.com), 家福火鍋(http://www.cqjiafu.com), 外婆槗火鍋, 奇火鍋(http://18.caistv.com/20590), 齊齊火鍋, 劉一手火鍋(http://www.cqlys.com), 猪圈火鍋(http://www.zhujuan.com), 王少龍火鍋(http://www.yxgz.cn/member-20374.html), 孔亮鱔遴火鍋(http://www.cq-kongliang.com), 君子薇火鍋
충칭에서 훠궈를 실컷 즐겼다면 이제 제대로 된 라쯔지(辣子鷄)를 즐겨 보시지요. 라쯔지는 고추를 듬뿍 넣은 닭요리입니다. 충칭 시내 한가운데 자러산(家樂山)을 빙글빙글 돌아서 산중턱쯤에 닿으면 임중락(林中樂)이라는 식당이 있습니다. 닭고기를 아주 잘게 썰어 산초와 고추를 듬뿍 넣고 볶아서 그 매운맛이 하늘을 찌르지요. 그럴 때는 뜨겁게 데운 맥주와 함께 드시면 매운맛이 금세 사라집니다. 늘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지요. 포장도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