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淸)나라 때 조설근(曹雪芹:이름 霑)이 지은 장편소설로서 중국 소설 중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일컬어진다. 《석두기(石頭記)》 《금옥연(金玉緣)》 《금릉십이차(金陵十二釵)》 《정승록(情僧錄)》 《풍월보감(風月寶鑑) 》라고도 한다. 이 소설의 판본(版本)은 80회본과 120회본이 있는데, 80회본은 필사본(筆寫本)이다. 120회본은 고악(高具)이 쓴 40회본을 덧붙여서 1791년경 정위원(程偉元)에 의해 간행되어 ‘정갑본(程甲本)’이라 하고, 이 ‘정갑본’을 개정한 것이 1792년에 간행하였다는 ‘정을본’이다.
무대는 주로 금릉(金陵:南京)에 있는 가씨(賈氏)의 저택 안이다. 등장인물은 500명을 넘으며, 주인공은 옥을 입에 물고 태어난, 여성의 몸은 물로 되어 있고 남자의 몸은 진흙으로 되었다는 말을 할 정도의 페미니스트인 가보옥(賈寶玉)과, 총명하지만 병약한 그의 사촌 누이동생 임대옥(林黛玉), 그리고 가정적이며 건강한 설보채(薛寶釵)이다. 많은 사람들의 사치와 대관원(大觀園) 등의 건축으로 차차 기울기 시작하는 가씨 집안에서, 보옥은 보채에 대해서도 호감을 가지지만 대옥과의 결혼을 더 원한다. 그러나 집안의 실권을 쥔 할머니 사태군(史太君)은 대옥의 몸이 허약하여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할머니의 계략에 속은 보옥이 보채와 결혼하던 날, 대옥은 쓸쓸히 숨을 거둔다. 인생무상을 느낀 보옥은 과거장에서 그대로 실종된다. 후일 아버지 가정(賈政)과 비릉(毘陵)의 나루터에서 만나지만, 보옥은 목례만 보내고 승려와 도사 사이에 끼여 눈길 속으로 사라진다.
원작(原作) 부분의 등장인물에 대한 세밀한 성격묘사와 속작(續作) 부분의 기복이 넘치는 구성 등 청대(淸代)의 으뜸가는 소설로 꼽히는 이 작품은 1792년에 ‘정을본’이 초간(初刊)된 이래, 100종 이상의 간본(刊本)과 30종 이상의 속작이 나왔다. 또, 작자와 모델에 관한 평론도 속출하여 ‘홍학(紅學)’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근대 이후, 후스[胡適] ·위핑보[兪平伯] 등은 이 작품에 대하여 조설근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홍루몽의 예술성과 그 의의는 다음과 같다.
(1) 題材
〔紅樓夢〕은 가보옥(賈寶玉)이란 귀족집안의 공자(公子)와 그를 둘러싼 이른바 금릉십이차(金陵十二 )란 열두 미녀를 題材로 한다. 그 전체의 흐름은 큰 가보옥의 집안이 몰락하여 쑥대밭이 되는 과정 속의 일상적인 여러 가지 얘기들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른 중국의 장회소설(章回小說)에서 보는 것같은 파란만장한 변화나 대단원은 없다. 〔紅樓夢〕은 금병매 및 才子佳人小說의 題材상의 특성을 계승하였으되 부정적인 면은 답습하지 않고 혁신적으로 극복하였다. 〔紅樓夢〕은 현실생활을 반영함에 있어서 삶의 추악하고 어두운 면을 묘사함과 동시에 아름답고 善한 측면도 함께 묘사함으로써 생활의 전반적인 모습을 반영하고 있으며, 더욱 중요한 것은 한사람의 긍정적 인물에게 자신의 思想과 希望을 기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紅樓夢〕에서 그리고 있는 賈府를 대표로 하는 봉건가족은 대단히 심도있는 典形性을 보이고 있으며, 몰락의 필연성도 〔金甁梅〕에서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깊고 묘사에 있어서도 대단히 광범위하다. 〔紅樓夢〕의 題材상의 혁신 가운데 두드러진 것은 음란한 色情묘사를 비판하고 여기에서 탈피하였을 뿐 아니라 남녀간 애정묘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점이다.
(2) 構成
〔紅樓夢〕의 구성상의 특징은 賈寶玉과 林黛玉의 애정, 혼인의 비극을 중심 줄거리로 하면서 賈府의 衰亡을 부차적(副次的)줄거리로 삼아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한 광범위성과 典刑性을 지녔다는 데있다. 〔紅樓夢〕의 구성은 규모가 크며 복잡하게 얽혀 있고 變化를 예축할 수 없을뿐더러 單線이 아닌 複線으로 발전하고 있다. 아울러 한가지가 여러 가지를 함께 의미하게끔 복합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조작되어 있는데, 이는 중국 고전 소설 구성상의 창조적 발전이며 일찍이 없었던 위대한 공헌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曹霑은 眞實性을 추구하고자 하는 자신의 창작관을 밝혔을 뿐만 아니라 작품 전체에서 이를 실천해 보임으로써 고도의 성숙된 예술적 역량을 보여 주고 있다.
(3) 人物創造
〔紅樓夢〕은 인물창조에 있어서 전형적 인물들을 대거 창조해냈다. 〔紅樓夢〕의 인물은 더 이상 완전하게 좋은 사람이거나 나쁜 사람이 아닙며, 또한 忠厚, 賢良 등의 도덕관념의 化身도 아니고 多側面, 多角度, 多變化의 立體感을 지닌 인물들로 그들 모두의 내면에는 풍부한 현실성이 담겨 있다. 〔紅樓夢〕에 묘사되고 있는 인물들은 진실될 뿐만 아니라 독특하고도 선명하게 부각되기도 하였다. 小說史的으로 보아서 〔紅樓夢〕의 인물창조가 갖는 또 하나의 의의는 각계각층의 인물, 특히 하층인물들의 각성과 분논를 큰 비중으로 다르고 있으며, 하녀들도 자각적이며 독특한 개성의 긍정적 인물로 그리고 있다는 데에서 참으로 특기할 만한 전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紅樓夢〕의 인물들은 모두 뛰어난 典刑性과 眞實性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발전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긍정적 인물들을 대거 창조하여 작가의 希望과 理想을 기탁하고 있다는 점에서 以前의 小說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의의를 찾을수 있다.
(4) 描寫
〔紅樓夢〕은 〔金甁梅〕가 비록 人情世態를 다각적으로 묘사했다고는 하나 묘사한 현상의 본질적 의의를 드러낼수 없었던 한계를 극복하여, 삶의 모든 현상을 취사선택하고 가공하여 세세한 장면마다 자신의 이상과 감정을 불어 넣었고, 자신의 理想과 批判을 나타냈다. 다시 말해서 〔紅樓夢〕의 섬세한 묘사는 逼眞하고 진실될 뿐만 아니라 심각한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는 것으로 삶 자체에 대한 재현에다 삶의 본질에 대한 해부와 비판을 결합시킴으로써 객관적 묘사 가운데 본질적 의의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섬세한 묘사는 진실하고 심각한데서 그치지 않고 전체 작품의 구조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뛰어나며, 작품의 주제와 긴밀하게 결함되어 있어 주제의 심각성을 한층 드러내는 작용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내용에 있어서 〔金甁梅〕보다 훨씬 풍부하고 생동적이다. 이러한 섬세한 묘사의 풍부성, 정련성, 진실성등으로 말미암아 〔紅樓夢〕은 중국고전소설 가운데 가장 풍부하나 예술적 매력을 지닐수 있게 되었으며 작품의 주제 또한 한층 더 부각될수 있었다.
(5) 표현기법
언어운용의 측면에서 보면, 〔紅樓夢〕의 언어는 자연스럽고 유창할 뿐만 아니라 당시 북경지대의 口頭語에 기초하여 순수하고 세련된 문학언어를 사용하여간결하고 정확하고 소박하면서도 생동적이다. 따라서 다양하고도 풍부한 표현력을 지닌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평범한 언어로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형상을 적절하고도 생동적으로 묘사해 냄으로써 강렬한 예술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이전의 문학작품 가운데 쓰였던 일부의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그 뜻을 새롭게하여 자신의 창작 가운데 용해시킴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였으니 이는 사실상 일종의 創造이지 단순한 借用은 아닌 것이다. 詩詞의 삽입면에서 보면, 〔紅樓夢〕에 삽입된 詩詞, 그리고 曲賦등은 예술적 효과는 물론이요 주제의 전개와 인물 및 환경묘사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紅樓夢〕중의 詩詞자체가 비록 唐詩와 宋詩보다 뛰어나지는 않지만, 많은 독자들이 이를 더 아름답게 보는 이유는 독자들이 〔紅樓夢〕중의 詩詞를 읽으면서 인물과 스토리를 함께 결합시켜 보충하고 상상하는 까닭이다. 〔紅樓夢〕의 표현기법상의 또다른 특징은 明末淸初의 人情小說에 보편적으로 운용되고 있는은폐수법(隱蔽手法)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들은 종종 작품서두에 일단의 주장을 늘어놓아 그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미리 말리거나, 혹은 回末등에 儒佛관념이 지배하는 주제를 개괄해 놓도 하며, 줄거리의 전개 도중에 의론성 문장을 끼워넣음으로써 인물과 사건에 대해 자신의 태도를 드러내기도 한다. 人情小說에서만 독특하게 찾아볼 수 있는 隱蔽手法은 창작의도를 드러내지 않고 교묘히 감춤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세심하게 살펴 숨은 뜻을 깨닫도록 하기 위함인데 〔紅樓夢〕에도 이러한 수법이 사용되었다. 曹霑은 隱蔽手法의 운용으로 인해 예술성이 저하된 인정소설의 보편적 결함을 극복하고 이를 고도의 창조적 역량으로 승화시킴으로써 다른 작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효과를 거두었다.
(6) 비극성(悲劇性)
〔紅樓夢〕은 중국인의 문화와 中和美의 비극전통인 심리방식, 심미관까지도 그려내고 있으며 당시의 사회상을 현실감 넘치게 묘사하고 있는 중국인이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문학 작품이다. 역사상 가치있는 것이 소멸됨을 보여주는 것이 비극이라는 魯迅의 정의에 입각해 볼 때, 〔紅樓夢〕을 이루는 중심적 비극 구조는 愛情婚姻 悲劇構造이다. 이러한 애정 혼인비극은 봉건제가 흔들리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변모하는 사회의 많은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寶玉과 金陵十二 로 대표되는 작가의 이상을 기탁한 인물들이 대부분 불행한 結局은 〔紅樓夢〕비극성 자체를 한층 더 강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紅樓夢〕은 기존의 중국 고전 비극미학의 전통인 喜悲交集을 계승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大團圓主義의 打破와 그로 인한 비극성의 제고라는 새로운 미학적 면모를 보여주는 훌륭한 비극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紅樓夢〕의 뛰어난 성취는 주로 〔金甁梅〕와 才子佳人小說에 나타나는 부족함을 창조적으로 극복한 것으로 파악될 수 있었는데, 그러한 보완과 혁신이 너무도 괄목할 만한 것이어서 〔紅樓夢〕이 출현한 이래 전통적사상과 작법이 타파되었다고 하는 최고의 평가까지 받은 듯하다. 그럴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도 현실인식이 뚜렷했고 암울한 상황에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과 이상을 품고 있었으며 누구보다도 예술적 구상이 뛰어났던치열한 작가정신에서 찾을수 있을 것이다.
(7) 〔紅樓夢〕이 후대에 끼친 영향
〔紅樓夢〕은 사실주의 문학의 높은 성과로써 그 후의 문학에 풍부한 예술적 경험을 제공했으며 큰 영향을 남겨 〔紅樓夢〕을 제재로 쓴 詩, 詞, 戱曲, 小說, 映畵는 이루다 헤아릴 수 없다. 〔紅樓夢〕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는 '紅學'이라는 전문적인 학문으로 형성되었는데 '舊紅學'의 대표는 '索隱派'이며, 5.4시기에 실험주의와 주관적관념론의 고증방법으로 '索隱派'를 비평하는 '新紅學派'가 나왔으나 이들도 극단으로 나갔다. 해방후에 와서야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 의한 〔紅樓夢〕 연구가 시작되었으며 적지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봉건문인들은 《後紅樓》, 《紅樓補》, 《紅樓復夢》, 《紅樓圓夢》등 〔紅樓夢〕의 뒷부 분이라고 하는 작품들을 대량적으로 써냈으나 이런 작품등은 모두 才子佳人들의 대단원 이야기를 쓴것으로써 〔紅樓夢〕의 주제 사상을 엄중히 왜곡하였으며 소설 발전중의 한 갈래 逆流가 되었다.
<두산대백과 사전>참고
인터넷"http://www.muhupin.x-y.net/ghost33.htm"참고
조선 후기에 지어진 역자 미상의 번역소설. 120권 117책(권24, 54, 71 유실). 필사본. 중국 청(淸)나라 건륭(乾隆) 때의 소설 〈 홍루몽 紅樓夢 〉 120회(前 80회는 曹雪芹 작, 後 40회는 高 帽 의 續作이라고 전함)를 완역한 것이다. 현재는 그 중 3권이 없어지고 117책이 남아 있다. 책의 크기는 28.3 ㎝ × 18.2cm이며 표지에 ‘ 홍루몽 ’ 이란 제목과 회목(回目)을 쓴 별지를 붙이고, 본문 상단에 주필로 원문을 싣고 옆에 한글로 중국어 발음을 표기했으며, 하단에는 우리말 번역을 수록했다. 1면은 8행, 1행은 18자 내외로 가지런하고, 회목과 시사(詩詞)의 경우 두 칸을 내려썼다. 원문도 8행이지만 옆에 글자마다 발음이 달려 있어 크기가 작고 행의 길이는 하단의 역문 내용에 맞추었기 때문에 각각 다르다. 역문에는 부분적으로 간단한 쌍주(雙註)가 있는데, 주로 고유명사나 중국의 고금 문물제도 중 당시 우리 독자들이 알기 어려운 것에 대해 달았다. 번역자나 필사 연대 등은 책 속에 밝혀져 있지 않으므로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가람(嘉藍) 이병기(李秉岐)의 말에 따르면 1884년(고종 21) 전후에 이종태(李鍾泰)가 고종의 명으로 수십 명의 문사를 동원하여 번역했다 한다.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이른 〈 홍루몽 〉 완역본으로 알려져 있다. 〈 홍루몽 〉 의 판본은 80회본과 120회본이 있는데, 80회본은 필사본이다. 120회본은 고악(高 帽 )이 쓴 40회본을 덧붙여 1791년경 정위원(程偉元)에 의해 간행된 것으로 ‘ 정갑본(程甲本) ’ 이라 하고, 이 ‘ 정갑본 ’ 을 개정한 것이 1892년에 간행되었다는 ‘ 정을본(程乙本) ’ 이다. 〈 홍루몽 〉 의 번역과 완전히 일치하는 원본 판본은 알 수 없으나, 다만 정각본(程刻本) 이후에 출현한 ‘ 본아장판본(本衙藏板本) ’ 이나 1832년 간행된 ‘ 왕희렴판본(王希廉板本) ’ 등이 가장 근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소설은 등장인물이 500여 명에 달하는 장편 대하소설로, 우리 나라의 장편 가문소설과 비견된다. 주인공은 옥을 입에 물고 태어난, “ 여성은 맑고 깨끗한 물로 되어 있고 남자는 더러운 진흙으로 되었다. ” 고 말할 정도로 여성주의자인 가보옥(賈寶玉)과, 총명하지만 병약한 그의 사촌 누이동생 임대옥(林黛玉), 그리고 가정적이며 건강한 설보채(薛寶釵)이다. 많은 사람들의 사치와 대관원(大觀園) 등의 건축으로 차차 기울기 시작하는 가씨 집안에서, 보옥은 보채에 대해서도 호감을 가지지만 대옥을 더 사랑한다. 그러나 보옥이 집안의 계략으로 설보채와 마음에 없는 혼인을 함에 따라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안타까운 그리움 속에 죽음의 결별로 끝나고 만다. 가보옥은 마침내 사랑의 허무함을 절실히 깨닫고 모든 것을 훌훌 털어 버리고는 출가하고 만다. 〈 홍루몽 〉 의 이야기는 바로 그가 인간세상에서 겪은 19년간의 사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의 내용을 형성하고 있는 또 하나의 커다란 줄기는 앞의 세 젊은이의 사랑과 혼인이라는 문제 외에도 가씨 집안의 흥망성쇠 과정에 관한 서술이다. 이 집안은 개국공신의 후예로서 이미 백년 가까이 온갖 부귀와 영화를 누리며 사치와 낭비를 일삼아왔다. 집안에는 이미 장래를 진지하게 걱정하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다. 가문의 체통과 규율을 책임져야 할 가보옥의 백부와 부친은 각각 책임을 통감하지 못하고, 실질적으로 일을 맡아보는 그의 종형제들은 방탕한 생활만을 열심히 추구하고 있을 뿐이다. 할머니 사태군(史太君)은 집안에서 가장 연로한 어른으로서 존경과 추앙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미처 가문의 몰락을 감지하지 못하고 그저 귀여운 손자 손녀들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가보옥의 외사촌 누나이면서 동시에 사촌 형수가 되는 왕희봉(王熙鳳)은 수백 명에 이르는 집안 식구를 관리하며 강력한 권세를 휘두른다. 그러나 사리사욕을 채우다가 마침내 가문의 몰락을 초래하여 죽음에 이르는 비참한 결말을 맞이한다. 마치 먹이를 다 먹은 새들이 각기 숲 속으로 날아가듯이 집안은 와해되어 갔으며, 그 와중에서 주인공 가보옥은 더더욱 인생과 사회에 대한 쓰라린 회한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등장인물의 성격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긴박감 넘치는 구성 및 유려한 문체로 청대의 으뜸가는 소설로 꼽히는 이 소설은 1792년 ‘ 정을본 ’ 이 초간된 이래 100종 이상의 간본과 30종 이상의 속작이 나왔다. 낙선재 번역본은 〈 홍루몽 〉 외에도 5종의 속작까지 번역했지만 소수 궁중의 여인들에게만 읽힌 듯 널리 유통되지 못했으며, 우리 나라 국문소설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였다. 이보다 훨씬 이전에 나온 〈 완월회맹연 〉 등의 장편 대하소설과는 아무런 영향 관계가 없다. 다른 중국 통속소설 번역본과는 달리 대역본의 형태를 취하고 중국어 발음을 한글로 표기한 것으로 미루어 중국어 교재로서의 이용도 고려한 듯하나 발음 표기의 경우 오류가 너무 많아 정확성이 크게 떨어진다. 그러나 〈 홍루몽 〉 원전의 다양한 내용과 분량의 방대함으로 인해 풍부한 어휘 자료를 담고 있고, 이를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그에 상응하는 우리말 어휘의 활용을 보여주고 있으며, “ 거후로다, 밋브다, 벅벅이, 셰답 悧 다, 시러곰 ” 등 고어의 흔적이 역력하여 근대 국어 연구자료로서도 그 가치가 높다. 장서각도서에 있다. ≪ 참고문헌 ≫ 紅樓夢(樂善齋本) 1 ∼ 12(韓國學文獻硏究所 編, 亞細亞文化社, 1988), 樂善齋本 飜譯小說 硏究(曺喜雄, 국어국문학 제62 · 63 합병호, 1973), 樂善齋本 完譯紅樓夢初探(崔溶澈, 中國語文論叢 第1輯, 中國語文學硏究會, 1988).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중국 최고 고전소설 홍루몽은 조작됐다’
한겨레 | 입력 2006.12.11 12:31
청나라 때 작가 조설근이 이 소설을 '80회'까지 쓰고 죽자, 훗날 고악이라는 문관이 뒤를 이어 '120회'로 정리했다는 통설을 뒤집는 파격적인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조설근은 애초 이 소설을 '108회'로 완성했으나, 고악이 청 왕조에 대한 비판적 함의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80회' 이후 '28회'를 '40회'로 늘리면서 의도적으로 결론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조설근의 < 홍루몽 > 은 고악에 의해 왜곡됐다."
류는 요즘 < 중국중앙텔레비전 > 을 통해 방영되고 있는 '백가강단'이란 프로그램에서 < 홍루몽 > 은 청나라의 관헌 고악에 의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지금 중국인들이 보고 있는 < 홍루몽 > 은 조설근의 원작과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 < 홍루몽 > 이 조설근과 고악의 공저라는 오류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며 "조설근은 < 홍루몽 > 을 108회로 완성했으나, 고악이 훗날 이를 정리하면서 80회 이후 28회를 재구성하고, 나머지 12회는 직접 지어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 홍루몽 > 의 결론이 왜곡됐다"며 "고악은 청 왕조를 대신해 < 홍루몽 > 의 반봉건성을 희석시켰다"고 비판한다. 고악은 청 왕조의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해 대중의 사상을 통제한 궁중문인으로서, 그가 손을 댄 40회는 진짜 < 홍루몽 > 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고악은 < 홍루몽 > 을 개작 혹은 창작하면서 원작의 내용을 삭제하고 흐름을 바꿨다"며 " < 홍루몽 > 의 원모습을 복원하기 위해선 조설근과 고악을 반드시 갈라놓아야 한다"는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 홍루몽 > 의 결말은 지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비극적이다. 남자 주인공 가보옥의 집안은 비참하게 몰락하고, 그와 사랑을 나눴던 여자 주인공 임대옥은 호수에 뛰어들어 자살한다. 가보옥은 임대옥이 죽은 뒤, 또다른 여자 주인공인 설보채와 결혼하나, 설보채 역시 곧 병에 걸려 죽는다. 임대옥은 이어 또다른 여자 주인공 사상운과 만나 거지처럼 처참하게 살아가다 사상운이 굶어 죽자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고 출가해 승려가 된다.
류의 이런 주장이 알려지자 곳곳에서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의 주장이 기존 < 홍루몽 > 에 대한 해석을 완전히 뒤집었기 때문이다. < 홍루몽 > 연구자 천린은 "고악이 < 홍루몽 > 의 40회를 왜곡했다는 류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 < 홍루몽 > 연구자들이 그의 해석을 참고한다면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비판한다. 일각에선 류의 주장을 책을 팔기 위한 장사꾼 심보에서 나온 것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류는 "나의 해석은 전적으로 < 홍루몽 > 에서 나온 것"이라며 < 홍루몽 > 을 더 꼼꼼히 읽으라고 받아친다.
한편에선 조설근의 사라진 결론을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인터넷 포탈에선 누리꾼들이 연명해 조설근의 사라진 원본 28회를 완성해달라고 류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류는 이에 대해 " < 홍루몽 > 을 복원하는 것은 창작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이 늙은 몸을 바쳐 한번 해볼 지도 모른다"고 여운을 남기고 있다. 그는 " < 홍루몽 > 은 < 레미제라블 > 보다 더 위대한 걸작"이라며 "나의 해석이 < 홍루몽 > 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홍루몽이 뭐길래?
< 석두기 > < 금옥연 > 등으로도 불리는 < 홍루몽 > 은 등장인물의 세밀한 성격 묘사와 기복이 넘치는 구성으로 중국을 대표하는 고전문학으로 꼽힌다. 1792년 초간된 이래 100여종의 간본과 30여종의 속작이 나왔을 정도로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도 작자와 등장인물에 대한 평론이 속출해 '홍학'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로도 여러 차례 만들어졌다. 중국 정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맞춰 새로운 < 홍루몽 > 드라마를 내보낼 계획이다.
난징의 귀족 가씨 집안을 주무대로 펼쳐지는 < 홍루몽 > 에는 무려 500여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인물 하나하나가 뚜렷한 개성을 뽑내면서 거대한 대하소설을 이룬다. 옥을 입에 물고 태어났다는 남자 주인공 가보옥과 총명하지만 병약한 그의 사촌 누이동생 임대옥, 그리고 가정적이며 건강한 설보채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최근 연구는 이를 조설근 자신의 얘기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가보옥의 삶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하다. 가보옥은 설보채에 대해서도 호감을 느끼지만, 임대옥과 결혼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집안의 실권을 쥔 할머니 사태군은 임대옥의 몸이 허약하다며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할머니의 계략에 속은 가보옥이 설보채와 결혼하던 날, 임대옥은 쓸쓸히 숨을 거둔다. 인생무상을 느낀 가보옥은 과거장에서 몰래 도망간다. 훗날 나루터에서 아버지를 만나지만, 목례만 남긴 채 스님과 도사들과 함께 구름 속으로 사라진다.
류신우는 누구인가
류류와 자오좡한이라는 필명을 쓰는 류는 1042년 스촨성 청두에서 태어났다. 1961년 베이징사범대를 졸업한 뒤 중학교에서 15년 동안 교편을 잡았다. 1976년 베이징 출판사의 편집자가 된 그는 다음해 단편 < 교실을 맡은 한 교사 > 를 펴냈다. 이른바 '상흔문학'의 출발로 간주되는 이 소설은 그해 우수단편상을 받았다. 이후 < 사랑의 위치 > < 일어나라 > < 동생 > < 나는 모든 푸른 잎을 좋아한다 > 등의 소설을 잇따라 출판했다.
그는 매우 박학다식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축구광이고, 중국의 고대 건축물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다. 컴퓨터로 글을 쓴 최초의 중국 작가군에 속한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솜씨가 뛰어나, 집에 손님이 오면 부모들이 그에게 손님의 얼굴을 그려달라고 부탁하곤 했다고 한다. 8살 이후 베이징에 살고 있는 베이징 토박이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홍루몽의 풍월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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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紅樓夢)은 중국 청나라 때의 작가인 조설근(曹雪芹:이름 霑)이 1715~1763년 사이에 지은 120회의 장편 소설이다. 그는 이 작품을 80회까지 집필한 뒤 미완성인 채로 타계하였는데, 고악(高?)이 40회를 덧붙여서 120회 본으로 완성을 했다고 한다. 홍루몽은 《석두기(石頭記)》 《금옥연(金玉緣)》 《금릉십이차(金陵十二釵)》 《정승록(情僧錄)》 《풍월보감(風月寶鑑) 》으로도 불리는데 그 중에 풍월도감으로 불리는 연유는 다음과 같다.
홍루몽의 등장 인물 중에 가서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주인공 가보옥의 가문인 영국부에서 문중 가숙(서당)을 운영하는 가대유의 손자이다. 가서는 가보옥의 형수인 왕희봉에게 연정을 품었다가 상사병에 걸리게 된다. 그러나 도도한 귀부인인 그녀가 가난한 서생인 그에게 정을 줄 이유가 없었다. 가서는 희봉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만, 오히려 온갖 농락을 당하는 망신을 당하고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그는 끝내 병석에 눕게 된다. 가대유는 손자의 병이 상사병임은 알지 못한 채 백방으로 약을 구한다. 그러던 중 절름발이 도사로부터 마음의 병을 고칠 수 있는 효험이 있다는 거울을 얻게 된다.
유리같이 양쪽이 다 보이는 이 거울이 바로 풍월보감(風月寶鑑)이다. 도사는 거울을 빌려주면서 다음과 같이 당부를 한다. " 이 거울은 태허환경(太虛幻境 : 홍루몽에서 세상을 관장한다고 생각하는 신선계의 세상)의 경환선고(警幻仙姑 : 신선계의 중요 인물)가 만든 보물입니다. 사사망동(邪思妄動 : 사악한 생각과 못된 행동)의 병을 고치고, 제세보생(濟世保生 : 세상을 구하고, 생명을 보전함)의 공덕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인간하계(人間下界 : 인간세상)에 보냈고, 특히 총명한 준걸(俊傑)이나 풍아한 왕손(王孫)에 한해서 빌려주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조심할 것이 있으니, 뒷면만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절대로 앞면을 보면 안 됩니다. 뒷 면만 보면서 사흘만 지나면 병이 나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사흘 뒤에 올 테니 그 때 거울을 돌려주십시오." 가서는 그 말대로 거울의 뒷면만 보았다. 처음에는 투명하게 비치던 거울이 뚫어지게 바라보자 앙상한 해골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는 깜짝 놀라서 거울을 내려 놓았다. "이런 고약한 도사 같으니, 나를 놀리고 있나…. 어디 앞면을 볼까?" 가서는 거울의 앞 쪽을 비쳐 보았다. 그 쪽 역시 처음에는 투명하게 비쳤다.
그러나 뚫어지게 바라보자 꿈에도 잊지 못하던 희봉이 아리따운 자태로 그를 손짓하는 것이 아닌가! 가서는 거울 속으로 뛰어 들어가서, 그녀와 정을 나누고 나왔다. 가서는 잠시 쉰 뒤에 다시 거울을 들고 뒷면을 보았다. 역시 시간이 흐르자 흉칙한 해골의 모습이 비쳤다. 그는 화를 내면서 앞면을 보았다. 희봉은 아까보다 더욱 요염한 자태로 가서를 불렀다. 그는 다시 거울 속으로 들어가서 그녀와 즐기고 나왔다. 이런 일이 여러 번 되풀이 되었다.
가서는 희봉과의 과도한 만남으로 기진맥진 하면서도 그녀에 대한 욕망을 멈출 수 없었다. 가서가 마지막으로 희봉과 정을 통하고 거울 속에서 나오려고 할 때 장정 둘이 와서 그를 잡았다. 장정들은 가서의 목에 쇠사슬을 얽매더니 끌고 갔다. 그러자 그의 몸은 점점 식어 갔다. 가대유가 와서 보니 손자인 가서는 거울을 안은 채 목숨이 끊어져 있었다. 노인은 손자를 죽게 한 것이 거울이라고 생각했다. "무서운 요경(妖鏡)이다. 그대로 두면 세상에 커다란 해를 끼칠 흉물이다." 가대유는 이 물건을 주고 간 도사를 원망하면서 풍월도감을 불속에 던지려고 하였다.
그러자 거울 속의 여인이 울면서 호소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앞면을 보라고 하였습니까? 당신들이 어리석게 가(假)를 진(眞)으로 만들려다가 스스로 무너졌잖아요. 그래 놓고서 왜 나를 없애려고 합니까?" 그 때 절름발이 도사가 나타나서 거울을 빼앗더니 호통을 치고는 표연히 사라졌다. "누가 감히 귀한 보물을 없애려고 하느냐?" 이상이 홍루몽 속에 등장하는 풍월도감의 내용이다. 이 책의 다른 제목인 《석두기(石頭記)》란 주인공인 가보옥의 일생에 대한 기록이란 뜻이고, 《금옥연(金玉緣)》은 주인공인 가보옥과 임대옥의 인연이란 의미이며, 《금릉십이차(金陵十二釵)》란 12명의 여주인공을 뜻하고, 《정승록(情僧錄)》이란 주인공을 세상으로 인도한 선계의 스님의 기록이란 의미이다. 한편,《풍월보감(風月寶鑑) 》이란 홍루몽의 등장인물 중에 하나인 가서에 얽힌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가대유와 가서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커녕 조연이라고도 할 수 없는 미미한 인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관련이 있는 '풍월도감'이 이 책의 제목 중에 하나로 꼽히는 까닭이 무엇일까? 이 이야기가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세상 이치가 그렇지 않겠는가? 신은 인류 모두를 준걸이나 왕손같이 귀하게 생각하여, 자신이 만든 보물인 풍월도감을 공평하게 나눠 주었다. 풍월도감이란 인생의 꽃인 청춘이 아닐까? 그러나 청춘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신이 인간에게 한시적으로 빌려준 유한한 것이다. 청춘의 한 쪽에는 감미롭지만 독을 숨긴 쾌락의 덫이 있고, 다른 쪽에는 삭막한 듯 하지만 영원을 얻을 수 있는 절제의 약이 있다. 청춘을 지니고 있는 동안 쾌락에 덫에 빠지는 사람은 가서가 걸은 길을 가게 될 것이고, 절제의 약을 들면서 스스로를 경계하는 사람은 깨달음의 경지에서 더 큰 즐거움을 누리게 될 것이다. 홍루몽의 또 다른 제목인 '풍월도감'은 그런 경구를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