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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국어정책토론회.맞춤법은 '학굣길', 새 주소엔 '○○학교길'박성렬 부산 대동고 교사

굴어당 2011. 7. 29. 20:49

박성렬 부산 대동고 교사

조선일보 '국어정책 쟁점 토론' 시리즈 보도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3회차 토론 '먹을 땐 북어국, 글쓸 땐 북엇국'(18일자 A23면)에서 다뤄진 '사이시옷' 표기에 관한 의견과 아울러 '한자 혼용·병기'를 추가 안건으로 긴급 제안한다.

예외 없는 원칙은 없다지만 그 예외가 너무 많거나 규정·절차가 번잡하면 원칙이 뒤흔들리게 된다. 한글맞춤법 제30항 '사이시옷' 표기의 대원칙에는 순우리말로 된 합성어나 순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에 한해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거나 'ㄴ 또는 ㄴㄴ' 소리가 덧나는 것에는 사이시옷을 받쳐 적도록 하며, '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의 여섯 낱말 외 한자어에는 사이시옷을 쓰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세방'은 안 되고 '셋방'이 맞는데, '전셋방'은 틀리고 '전세방'이 맞는다는 설명에는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된소리·거센소리 낱말(나무꾼/갈비뼈/위쪽/뒤편/뒤처리)이 이어지거나 외래어의 경우에는 사이시옷을 안 쓴다니, '핑크빛/피자집'은 맞고, '핑 빛/피잣집'은 틀린다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자. 그러나 '첫째/셋째/넷째…' 그리고 '외갓집/처갓집/종갓집'에는 들어가면서 '기와집/초가집'에는 안 된다니 대체 무슨 꿍꿍이속인가. '학굣길/등굣길'로 적어야 한다면서 '새 행정주소' 안내 책자에는 '○○학교길 ××번지'로 되어 있는 게 오늘의 우리 언어 현실이다.

이런 헷갈림의 밑바탕에는 한자 어휘가 70%(학술어·문화어의 경우 90%) 이상 차지하고 있는 우리 국어를 한자(漢字)로 표기해 주지 않고 있음이 자리하고 있다. 순 우리말에는 '된소리·덧나는소리'와 상관없이 다 넣어 주고, 한자어에는 넣지 않되 한자 혼용을 하면 된다(예: 학교길-學校길/초가집-草家집…).

차제에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의 혼란을 비롯한 '한글 전용 표기의 문제점'과 더불어 '한자 혼용·병기'의 묵은 숙제도 국어정책 쟁점 안건으로 깊이 있는 토론이 펼쳐졌으면 한다. 그리하여 '한글 문맹자(文盲者)'가 거의 없다고 헛자랑만 할 게 아니라, 문장의 독해 능력인 '문식성(文識性)'은 OECD 국가 중 최하위(2000년 OECD 보고서)로 '실질 문맹률 최고'라는 부끄러운 꼬리표를 떼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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