過故人莊(친구의 장원에 들리니) - 맹호연(孟浩然, 689-740)
過故人莊(친구의 시골집에서) - 맹호연(孟浩然, 689-740)
故人具鷄黍(고인구계서) : 친구가 기장밥에 닭고기를 차려 놓고
邀我至田家(요아지전가) : 시골집으로 부르기에 찾아 갔더니
綠樹村邊合(록수촌변합) : 동구 밖에 푸릇푸릇 녹음이 우거지고
靑山郭外斜(청산곽외사) : 성곽 너머 구불구불 청산이 비껴 있네.
開軒面場圃(개헌면장포) : 창을 열어젖히고 채마밭을 바라보며
把酒話桑麻(파주화상마) : 술잔 들고 뽕과 삼의 작황을 얘기하네.
待到重陽日(대도중양일) : 중양절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還來就菊花(환래취국화) : 다시 와서 국화 앞으로 가봐야겠네.
성당(盛唐) 자연파의 대표적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인 맹호연(孟浩然, 689-740)의 시다. 맹호연은 마흔 살이 넘어서 낙양(洛陽)과 강남으로 가서 잠시 산수를 유람한 것 이외에는 평생 동안 고향인 양양(襄陽, 지금의 호북성 襄樊)의 녹문산(鹿門山)에 은거했으며 벼슬살이라고는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산수자연의 아름다움과 전원생활의 느긋함을 소박하고 청신한 언어에 담아 시로 승화시켰다.
이 시는 시골에서 은거하는 한 친구의 초대를 받아 그의 집을 찾아 가서 함께 정담을 나눈 과정을 그린 것이다. 사방이 녹음에 뒤덮인 한적하고 평화로운 시골마을에서 친구는 여느 농부나 다름 없이 누에도 치고 길쌈도 하며 바쁘게 살아 가고 있었다. 오랜 만에 만났으니 풀어야 할 회포도 많았으련만 친구는 마치 이웃집 농부를 만난 것처럼 올해는 뽕잎이 무성하여 고치 풍년이 들겠느니 삼이 작년보다 훨씬 잘 자라 옷감 걱정이 없겠느니 하는 농사 얘기나 시인에게 들려주었다.
다른 사람 같으면 자신을 무시한다고 언짢게 여겼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맹호연은 친구와 농사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참으로 정겹고 재미있었다. 너무나 재미있었던 나머지 그는 중양절에 또 오기로 작정했다. 오랜 풍습에 따라 중양절 날 국화 앞으로 가서 국화를 바라보며 국화주를 마신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육신이 고되고 살림이 쪼들리기는 하지만 마음만은 한없이 느긋하고 평온한 농촌생활에 있어서의 망중한을 평이하고 소박한 언어로 담담하게 묘사함으로써 읽는 이의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는 전형적인 전원시라 하겠다. (해설은 서울대 커뮤니티에서 인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