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개발자 많은 인도엔 왜 애플이 없나
- ▲ 장영재 KAIST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
애플, 구글, 페이스북에서 발아한 태풍이 우리나라에 상륙해 기업뿐 아니라 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이러한 재난 상황의 원인을 약한 소프트 산업이라 규정하고,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개발자를 키워야 한다는 구체적인 진단도 내리고 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기업은 허겁지겁 우수한 개발자를 찾아나서고, 교육기관은 개발자 육성이 어려운 현실을 성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게 과연 문제의 핵심이고 해결 방안일까? 그렇다면 우수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바글바글한 인도에는 왜 구글이나 애플 같은 회사가 탄생하지 못하고 외국 기업의 개발 업무를 수주하는 하도급 업체들만 있을까?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 문제의 핵심은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근본을 사회와 기업이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대 소프트웨어 산업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제 소프트웨어 산업은 정보화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산업이다.
산업화 시대에서 기술적 문제의 주 해결사는 기계공학과 토목공학이었다. 서로 떨어진 두 사람을 이어주기 위해 자동차가 개발되고 도로가 건설됐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을 수용하기 위해 건물이 올라가고 엘리베이터가 개발됐다. 물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들이 기계공학과 토목공학을 중심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정보화 시대에 글로벌 호텔 기업의 숙박비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결정된다. 세계적인 유통 기업들은 상품 가격은 물론 어느 위치에 어떤 상품을 진열할지 하는 세부 사항까지 수학적 최적화 방식의 도움을 받아 결정한다. 이전에는 사람의 경험에만 의지했던 고객의 예약 정보와 판매 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쌓이면서 과학적 의사 결정 방식의 가능성이 제기됐고 이 문제를 현대 경영학과 수학으로 해결했다. 그리고 그 해결 수단으로 이용된 것이 소프트웨어다.
정보화 시대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가능성과 풀어야 할 문제가 속속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경영학자, 사회학자, 수학자 등 다양한 전공자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그 수단으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결국 우수한 소프트웨어 인력이란 정보화 시대가 요구하는 문제를 인식하고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인물이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애플의 스티브 잡스 등을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가라 부른다면 더 큰 모욕은 없을 것이다. 이들은 정보를 찾는 문제를 해결하고, 소통이란 문제를 해결한 문제 해결자들이고 이들이 창조한 기업들도 새로운 시대의 문제를 해결해가며 급속 성장하게 됐다. 소프트웨어는 이를 구체화하는 수단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해결책은 정보화 시대에 소프트웨어 산업이 무엇인지부터 기업과 사회가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다. 교육기관도 학생들이 정보화 사회에서 새로운 기회를 인지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소프트웨어 전공 학생뿐 아니라 경영·경제·수학, 심지어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소프트웨어란 수단을 이용해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할 수 있는 개념부터 교육해야 한다. 이런 인식과 새로운 교육이 전제되지 않으면 설사 많은 개발자를 양성하더라도 결국 외국 우수 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 하도급 인력만 키우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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