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를 한민족 '기회의 땅'으로 만들자. 이윤기 해외한민족연구소장
- ▲ 이윤기 해외한민족연구소장
지난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시베리아와 연해주를 거쳐 한국으로 가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계획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작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기간 중에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 극동·시베리아 지역 개발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반도 동북쪽과 국경으로 닿아 있는 연해주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연해주는 한민족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고대에는 발해의 고토(故土)였고, 근대엔 집단이주민들이 정착·개간한 신천지였다. 1863년 가난에 시달리던 함경도 북단의 농민 13가구가 살 곳을 찾아 두만강을 건넌 이래 국경을 넘어가는 한인(韓人) 이주행렬은 30~40년 만에 30만명에 이를 만큼 줄을 이었다. 이들은 연해주에 한인촌을 세우고 항일독립운동의 기지를 구축했다. 한민족 해외이민사의 획기적인 쾌거였다. 1937년 이들이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이주당하면서 연해주는 한동안 우리에게 잊힌 땅이 됐지만 최근 중앙아시아와 사할린 등에서 다시 한인들이 연해주로 이주해서 현재 4만~5만명이 이 지역에 살고 있다. 그러나 옛 선열들이 개간한 논밭들은 거의 그대로 방치돼 있어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반도는 대부분이 중국대륙과 이어져 있어 오랫동안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중화질서에 편입돼 사대조공(事大朝貢)을 감내해야 했다. 19세기 이후 동북아에 국제정치의 소용돌이가 몰아쳤을 때 한반도는 열강들의 흥정 대상이 됐다. 21세기에 접어든 지금 우리는 오랫동안 우리를 옥죄어온 지정학적 굴레를 벗고 새로운 공간경영을 모색해야 한다. 종래의 전통적 국경관과 영토관을 과감하게 바꾸고, 한반도를 넘어 새로운 생존공간을 확보하면서 이웃과 더불어 공생하는 월경(越境)적인 협력 체제를 모색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연해주는 향후 한민족의 해외 경제개발과 생활공간 확대에 최적의 후보지역이다. 연해주는 한반도 넓이에 맞먹을 만한 16만5000㎢의 광활한 대지에 많은 부존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개발 가능성이 풍부하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인구가 불과 130만명밖에 안 되고 투자여력도 부족해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연해주에 진출해서 경제·사회적 기반을 닦으면 통일 이후 북한지역과 연결해 하나의 독자적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다.
더구나 한국의 연해주 진출에 러시아 정부는 매우 우호적이다. 일본 또한 연해주 진출을 희망하지만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일본을 경계해왔다. 또 중국에 대해서는 연해주 지역이 원래 중국 땅이었고 1860년 베이징조약으로 러시아 영토에 편입된 이후에도 중국인으로 인한 '황화(黃禍)'가 많았던 점을 떠올리며 중국인의 유입을 꺼리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자본력과 기술을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안전한 협력대상으로 인식한다. 한국이 연해주에 진출하여 이 지역을 러시아와 공동개발하게 되면 한·러 외교관계는 더한층 강화돼 남북통일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듯 한민족의 생활공간을 확장하고, 경제적·외교적 실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 국가안보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한반도라는 좁은 무대를 벗어날 수 있는 방략인 연해주 진출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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