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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역사 제51권 .중국 시(詩) 2 기사(紀事), 제영(題詠), 영물(詠物)
굴어당
2011. 9. 9.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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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詩) 2 기사(紀事), 제영(題詠), 영물(詠物) |
요동(遼東)의 기사(紀事) 2수(二首) [수 양제(隋煬帝)]
요동이라 바다 북쪽 큰 고래를 자르니 / 遼東海北剪長鯨
만리 멀리 풍운이 깨끗하게 맑아졌네 / 風雲萬里淸
칼 녹이고 마소를 풀어 주는 때 당하여 / 方當銷鋒散馬牛
군사들 개선하여 호경에서 잔치하네 / 旋師宴鎬京
앞뒤에서 가무하며 군대 위세 떨치고는 / 前歌後舞振軍威
종묘에서 술 마시며 군복을 벗누나 / 飮至解戎衣
판이하네, 만리 먼 길 괜스레 갔다가 / 判不徒行萬里去
부질없이 오원으로 돌아온 것과는 / 空道五原歸
깃발 잡고 부절 들고 요동을 평정하니 / 秉旄仗節定遼東
목 베인 자 귀 바치는 오랑캐 풍속이네 / 俘馘蠻夷風
맑은 노래 개선가를 환도 강에 울리고 / 淸歌凱捷丸都水
돌아와서 낙양의 궁궐에서 잔치하네 / 歸宴雒陽宮
책훈하고 상을 줌에 지체하지 않으니 / 策功行賞不淹留
온 군사들 지혜와 꾀 힘입은 것이로다 / 全軍藉智謨
그러니 그 어찌 남궁의 복도 위서 / 詎似南宮複道上
옹치에게 제후 먼저 봉한 것과 같겠는가 / 先封雍齒侯
《고시기(古詩紀)》
요동의 기사 2수(二首) ○ 시에서 이른 바는 수 양제의 시에 화답하여 지은 것이다. [왕주(王胄)]
요동이라 패수에서 천명 받아 정벌하니 / 遼東浿水事龔行
물건 줍듯 쉽사리 이긴 신병 미더웁네 / 俯拾信神兵
군사 위세 떨치고서 돌아옴을 알려거든 / 欲知振旅旋歸樂
개선가를 부르는 저 소리를 들어 보라 / 爲聽凱歌聲
황제의 군사들이 요동 땅에 도착하자 / 十乘元戎纔到遼
부여(扶餘) 예맥(濊貊) 이미 다 얼음 녹듯 녹았다네 / 扶濊已冰消
그러니 그 어찌 백만 군사 강가에서 / 詎似百萬臨江水
고삐 잡고 괜히 말을 돌린 것과 비슷하리 / 按轡空回鑣
천자 위엄 번개치듯 조선 땅에 갔다가는 / 天威電邁擧朝鮮
삼사 일간 머물렀다 곧바로 돌아왔네 / 信次卽言旋
도리어 우습구나 위나라 사마의가 / 還笑魏家司馬懿
아득하니 일 년이란 세월이 걸린 것이 / 迢迢用一年
방울 소리 울리면서 천자 행차 효동 뜨니 / 鳴鑾詔蹕發淆潼
작위 내려 그 공로에 보답함이 합당하네 / 合爵及疇庸
풍패처럼 아는 사람 많을 필요 뭐 있으리 / 何必豐沛多相識
집집마다 요 임금의 봉작이 내려지리 / 比屋降堯封
《상동(上仝)》
고구려 악부(樂府) [왕수(王褎)]
쓸쓸해라 역수에 물결이 일어나니 / 蕭蕭易水生波
연 땅과 조 땅에는 미인이 절로 많네 / 燕趙佳人自多
술 마시다 잔 비우곤 눈물 주룩 흘리고 / 傾杯覆盌漼漼
팔 들고서 소맷자락 펄럭펄럭 나부끼네 / 垂手奮袖婆娑
황금 모두 나눠 줘도 하나도 안 아깝고 / 不惜黃金散盡
두려운 건 저 해가 넘어가는 것이라네 / 只畏白日蹉跎
《상동》
고구려 악부 [이백(李白)]
금꽃 꽂은 절풍건 모자를 쓰고 / 金花折風帽
흰말 타고 느릿느릿 돌아가누나 / 白馬小遲回
펄럭펄럭 너른 소매 춤을 추나니 / 翩翩舞廣袖
마치 새가 해동에서 오는 것 같네 / 似鳥海東來
《이태백집(李太白集)》
왕진경(王晉卿)이 조명(詔命)을 받들어 고려의 사신들과 잔치하고 활을 쏘면서 지은 시를 차운하다 [소식(蘇軾)]
북원에서 명 전하여 폐순랑을 부르자 / 北苑傳呼陛楯郞
동이들이 처음으로 영군 향기 알아보네 / 東夷初識令君香
천산조차 활 세 대로 취할 수 있었거니 / 天山自可三箭取
해국을 왜 수고로이 한 갈대로 건너가리 / 海國何勞一葦航
술 권하자 금술잔 술 사양 않고 마시고 / 宣勸不辭金盌側
취하여 돌아가며 긴 옥채찍 다퉈 보네 / 醉歸爭看玉鞭長
금낭에다 시 초고를 부지런히 주워 담아 / 錦囊詩草勤收拾
계림에서 야광주를 못 얻도록 하시게나 / 莫遣鷄林得夜光
《동파집(東坡集)》
고려정관(高麗亭館)에 제(題)하다 본 시(詩)의 서문에 이르기를, “원풍(元豐) 7년(1084, 선종1)에 조명(詔命)을 내려 경동(京東)과 회남(淮南)에 고려정관을 세우도록 하였는데, 밀주(密州)와 해주(海州) 두 주의 백성들이 소요를 일으켜 도망치는 자가 있었다. 그다음 해에 소식이 이곳을 지나가다가 정관이 웅장하고 화려하게 지어진 것을 보고는 탄식하면서 절구(絶句) 한 수를 제하여 남겨 두었다.” 하였다.
처마는 날아갈 듯 담장 밖에 뻗쳐 있고 / 檐楹飛舞垣墻外
뽕나무밭 쓸쓸해라 도끼에 잘려졌네 / 桑柘蕭條斤斧餘
곤야에게 모두 주어 노비 되게 하고서도 / 盡賜昆邪作奴婢
백성 고통 대가인 줄 아는 이가 없구나 / 不知償得此人無
《상동》
고려의 행간자(行看子)에 제하다 본 시의 서문에 이르기를, “고려의 상인 가운데 한간(韓幹)이 그린 말 12필을 향인(鄕人)에게 전당 잡힌 자가 있었는데, 그 그림에 제하기를 ‘행간자’라 하였다. 그가 금(金)을 가지고서 찾으러 온다고 하기에 화공(畫工)에게 명해 그대로 본떠 그리게 한 다음 돌려주었으며, 다시 소동파의 운(韻)을 써서 본떠 그린 그림 뒤에 쓴다.” 하였다. [누약(樓鑰)]
대 깎은 듯한 두 귀 바람 타고 달리고 / 竹批雙耳風入蹄
흰 갈기 잘라 만든 세 개의 꽃 나란하네 / 霜鬣剪作三花齊
서로 따라 서쪽 가니 모두 좋은 말들이라 / 相隨西去皆良種
말갈기를 뒤흔들며 바람 향해 히힝 우네 / 撼首奮鬣迎風嘶
단청 솜씨 육고에게 뒤지지 않는데 / 丹靑不減陸與顧
고려 사람 가지고 와 통역 통해 말을 하네 / 麗人傳乘譯語通
가로로 굴대 꿰어 두루마리 만들고는 / 裝爲橫軸看且行
한간 솜씨 헛소문이 아니라고 말을 하네 / 云是韓幹非虛聲
마부가 말을 타니 마치 학을 탄 것 같아 / 圉人乘馬如乘鶴
사람과 말 다정스레 서로 간에 부벼 대네 / 人馬相語同呼啄
가운데 두 필 말은 용이 노는 거와 같아 / 中有二疋眞遊龍
바람 부는 버들 숲에 갈기 빗고 서 있구나 / 爬梳廻立綠楊風
고려 상인 이 말 그림 사 가려고 하기에 / 賈胡携金贖此馬
재빨리 공인 불러 그림 본떠 그리었네 / 亟呼工人臨舊畫
나의 시가 삼한 땅에 도달할 길 없기에 / 我詩無由到三韓
새 그림에 써 놓고는 때때로 쳐다보네 / 寫向新圖時自看
《당송시본(唐宋詩本)》
심양왕(瀋陽王)이 진제정(眞際亭)에 제한 시를 차운하다 삼가 살펴보건대, 심양왕은 바로 고려의 왕이다. [석명본(釋明本)]
높은 정자 지은 다음 진제라고 명명하니 / 高亭結構標眞際
몸과 구름 둘 다 함께 똑같이 한가롭네 / 體共雲林一樣閒
산 형세는 하늘 기대 높은 줄 모르겠고 / 山勢倚天忘突兀
물소리는 냇물이라 졸졸대는 소리 나네 / 水聲投澗自潺湲
가타는 언어의 저 바깥에 멀리 있고 / 迦陀迥出言詞外
해인은 높다랗게 우주 사이 걸려 있네 / 海印高懸宇宙間
난간 기대 바라보던 홀로 깨인 사람이 / 佇看凭欄人獨醒
또다시 공안 들고 선방으로 들어가네 / 又添公案入禪關
《중봉광록(重峯廣錄)》
조선(朝鮮)의 국왕에 대한 만사(挽詞) 4수(四首) [허국(許國)]
생각건대 작년에 헌원씨 활 떨어지자 / 憶昨軒弓墮
부여잡고 울부짖긴 모든 나라 똑같았네 / 攀號萬國同
동쪽의 번방 나라 눈물 주룩 흘리면서 / 東藩頻涕淚
북쪽 하늘 바라보며 눈물을 뿌리었네 / 北望灑雲空
흰옷 입고 조상하는 사람 길에 줄 이어서 / 縞素道相屬
그 정성은 하늘과 서로 간에 통하였네 / 精誠天與通
내 어찌 알았으랴 임금 수레 멀어지매 / 那知龍蹕遠
내 자신이 수염 잡고 따라가게 될 줄이야 / 猶自挽髥從
국경 안에 막 들어와 임금 정사 들었는데 / 入境初聞政
수레를 멈추자 홀연 부음 알리누나 / 停車忽報哀
누런 깃발 아직도 들판에 있으니 / 黃麾猶在野
황제 조서 누구에게 펼쳐서 보여 주나 / 紫詔爲誰開
부상 땅의 하늘빛 구름 끼어 어둑하니 / 雲暗扶桑色
중국 보위하던 인재 하늘이 꺾었구나 / 天摧屛翰才
황제께서 간절하게 애도하고 계실 거니 / 宸衷應悼切
특별하게 내린 은혜 싸 가지고 올 것이리 / 歸贈特恩來
이십여 년 동안 변방 평안하게 다스렸고 / 二紀寧荒服
삼 년 동안 상중에서 흰옷을 입었다네 / 三年棘素衣
왕후께서 다시금 돌아오기 어려우매 / 慈闈難再返
임금 상여 마침내 같은 데로 돌아가네 / 仙馭竟同歸
끼친 은택 관복과 패옥에 남아 있고 / 遺澤留冠珮
슬픈 바람 깃털 깃발 스치면서 부누나 / 悲風入羽旂
슬프게도 황제께서 총애하는 이 은명을 / 所嗟將寵命
직접 뵙고 전해 주지 못하게 되었구나 / 不及接容輝
위로하는 사신 음성 그대로 남았는데 / 慰使音仍在
손님을 맞는 자리 이미 텅 비었구나 / 酬賓席已空
한강에는 석양빛이 희미하게 남아 있고 / 漢江餘夕照
대궐에는 가을바람 불어서 오는구나 / 邸殿起秋風
신선 기운 감도는 봉래산은 가깝고 / 仙氣蓬山近
은혜로운 광채는 황천까지 통하누나 / 恩輝泉壤通
중국을 떠받드는 마음 아직 그대로니 / 朝宗心未已
혼은 응당 조수 따라 동쪽으로 떠가리라 / 應逐海潮東
《허문목집(許文穆集)》
조선의 세자 권서국사(權署國事)에게 주는 말 2수(二首)
나라 맡아 다스리며 상왕 유명 준수하고 / 署國遵遺命
여막에 거처하며 뭇 관원들 총리하네 / 居廬總庶官
먼 마음은 북극성 거기까지 닿았고 / 遙心傾北極
아름다운 덕은 동쪽 번방에 칭해지네 / 令德稱東藩
의장을 갖추고서 황제 조서 받드느라 / 肅仗承明詔
슬픔을 머금고서 상복을 벗누나 / 含悽釋素冠
참으로 충성 효성 둘 다 모두 극진하니 / 諒玆忠孝盡
명예로움 전해져서 장안에 가득하리 / 傳譽滿長安
구대의 왕 뒤를 이어 왕위를 떠맡으니 / 九葉嗣爲王
옥함 속에 담긴 명령 빛이 나도다 / 瑤函錫命光
내려 준 계책에는 충순 도리 들었으니 / 貽謀在忠順
국조를 보전하여 오래도록 창성하리 / 保祚以遐昌
사람들이 기대하매 부적 먼저 얻었고 / 人望符先得
하늘이 뜻 정하매 벽옥 위서 절하였네 / 天心璧已當
바라노니 학문하는 도리에 힘을 쏟고 / 願言殫問學
곧고 어진 신하에게 보필 직임 맡기소서 / 輔弼任貞良
《상동》
조선에서 온 아이에 대한 노래[朝鮮兒歌] 본 시의 서문에 이르기를, “내가 주 검교(周檢校)의 집에서 술을 마실 때 보니, 춤추고 노래하는 고려에서 온 아이가 둘 있었다.” 하였다. [고계(高啓)]
조선에서 온 아이 머리 색깔 검푸른데 / 朝鮮兒髮綠
두 눈썹과 나란하게 머리카락 잘랐네 / 初剪齊雙眉
잔치 자리 밤에 나와 노래하며 춤추는데 / 芳筵夜出對歌舞
부드러운 무명옷에 구리 고리 드리웠네 / 木綿裘軟銅鐶垂
몸 사뿐히 돌아가며 가녀리게 노래하니 / 輕身回旋細喉囀
달빛 속에 떨리는 꽃 취한 중에 보이누나 / 蕩月搖花醉中見
오랑캐 말 통역에게 물을 필요 뭐 있겠나 / 夷語何須問譯人
깊은 정은 고향 떠난 원망인 줄 내 알겠네 / 深情知訴離鄕怨
곡 마치자 발 모으고 손님들께 절하니 / 曲終拳足拜客前
나무 위선 밤새 울고 촛불은 가물대네 / 烏啼井樹蠟燈然
모두들 현도 땅은 구름바다 격했는데 / 共訝玄菟隔雲海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나 궁금해하자 / 兒今到此是何緣
주인은 말하기를, 내 일찍이 사신 갈 때 / 主人爲言曾遠使
만리 길을 순풍 타고 삼 일 만에 도착하니 / 萬里好風三日至
사슴 노는 궁궐에는 도적 떼가 지나갔고 / 鹿走荒宮亂寇過
닭이 우는 폐관에서 사신 행차 묵었었네 / 鷄鳴廢館行人次
사월인데 왕성에는 보리 아니 익은 탓에 / 四月王城麥熟稀
아이들이 길가에서 배고프다 울기에 / 兒行道路兩啼饑
가지고 간 황금으로 그 아이들 사서는 / 黃金擲買傾裝得
쌀밥 먹여 배 태워서 돌아왔다 하누나 / 白飯分餐趁舶歸
생각건대 동번이 신하 나라였던 그때 / 我憶東藩內臣日
초방에다 바친 미녀 궁중 옷을 입히었지 / 納女椒房被褘翟
교방에 이 곡 응당 전해졌을 것이니 / 敎坊此曲亦應傳
황제 곁서 잔치하며 조석으로 즐겼으리 / 特奉宸遊樂朝夕
중국에는 근래 들어 난리가 계속되어 / 中國年來亂未鋤
조공 오는 사신 전혀 들어오지 않누나 / 頓令貢使入朝無
황태자는 영무 땅에 있다고 말하는데 / 儲皇尙說居靈武
승상은 허도에다 자리 잡을 생각하네 / 丞相方謀卜許都
금수하 시냇가의 버드나무 몇 그루 / 金水河邊幾株柳
예전처럼 춘풍 속에 그대로 잘 있는가 / 依舊春風無恙否
못난 신하 태평했던 지난날을 생각하며 / 小臣撫事憶升平
술병 앞에 쏟는 눈물 술보다도 더 많다네 / 尊前淚瀉多於酒
《열조시집(列朝詩集)》
중국의 군사가 조선을 구원하기 위하여 동쪽으로 간다는 소식을 듣고 짓다 [이응징(李應徵)]
십만 명의 군사가 왜적을 평정하니 / 材官十萬欲平倭
대장은 한나라의 복파와 어떠한가 / 司馬何如漢伏波
살기는 새벽녘에 현도군에 닿아 있고 / 殺氣曉連玄菟郡
장군은 한밤중에 백랑하를 건너누나 / 將軍夜渡白狼河
모름지기 곧바로 이기도를 무찔러서 / 還須直破伊歧島
체두 노래 헛되이 전해지게 하지 말고 / 莫使虛傳杕杜歌
동쪽 번방 기자국 예악의 저 나라서 / 禮樂東藩箕子國
천자 군대 급급히 창과 방패 씻으라 / 王師急爲洗干戈
조선에 대한 기사(紀事) 만력(萬曆) 무술년(1598) 9월 [구대상(區大相)]
동방에서 왜적들과 싸움한 지 예닐곱 해 / 自有東事六七載
묘당에선 해마다 봉공을 의논하네 / 廟堂歲歲議封貢
근래 들어 여럿이서 주전론을 주장하나 / 近者羣公幸主戰
군대 기세 꺾였으니 무슨 소용 있으리오 / 折將隳軍竟何用
바다 넓어 군량미를 운반하기 쉽지 않아 / 海闊芻糧不易渡
다섯 섬 중 한 섬만을 근근이 운송하네 / 五鍾一石勞傳送
세금 마구 거둬들여 저축 빌까 염려되고 / 橫征頗慮空杼柚
옮기느라 농사일을 제대로 못 하누나 / 轉輸未免妨耕種
지난해의 작은 패배 공 시기해 그런 거고 / 去年小挫由忌功
금년에 대패한 건 방자했던 탓이네 / 今年大衄緣輕縱
집사자의 부하들이 누차 거슬렀으니 / 執事顔行屢見逆
천자의 위명을 어찌 일찍이 함께했나 / 天主威命何曾共
봉공 계책 실패하자 싸움이 불리해져 / 封旣無成戰失利
공사 간에 원망 쌓여 모두 애통해하누나 / 公私之積咸哀痛
한 사람도 능히 계책 세우는 사람 없고 / 更無一人能畫策
신하끼리 서로 간에 잘못했다 헐뜯누나 / 徒有諸僚成聚訟
변방 땅 침입이야 예전부터 있던 거니 / 要荒交侵古來有
그것이 중국과는 그 무슨 상관이랴 / 更於中國何輕重
당초에 곡직만을 캐묻기나 하면서 / 當時只合問曲直
국경 가에 주둔한 채 안 갔어야 옳았었네 / 按兵境上不爲動
조정에서 제어함에 나름대로 도 있는데 / 朝廷制馭自有道
어찌 백성 괴롭히고 군대를 파견했나 / 豈在勞民與動衆
어찌타가 소인 계책 잘못 듣게 되었는가 / 奈何誤聽小人計
날마다 화호한다 하면서 우롱하네 / 日以和好自愚弄
이로부터 전쟁이 질질 끌게 되어서 / 從此兵端尋歲月
온 천하가 텅 빌 줄을 그 어찌 알았으리 / 豈知海內爲虛空
나라 창고 텅 빈 거야 아까울 것 없지만 / 財傾左藏不足惜
백성 목숨 죽는데야 어찌 통곡 아니하리 / 民傷萬命能無慟
요즈음 둔전 계책 의논한다 하는데 / 近聞有議留屯戍
노성한 이 헤아린 게 여러 차례 적중했네 / 老成億度或屢中
조충국은 금성탕지 만들 계책 올리었고 / 充國金城上方略
이목은 안문에서 변방 재물 허비했네 / 李牧雁門費邊供
근년 들어 패한 책임 북군에게 있나니 / 年來喪敗咎北軍
궁마 비록 익숙하나 따라만 다니었네 / 弓馬雖閑備騎從
오월 지방 젊은이들 수전에 익숙하여 / 吳越少年習水戰
노 저어 가는 것이 말보다도 더 빠르네 / 檣楫輕利過飛鞚
혹 이들 삼만 명을 군사 훈련 시킨다면 / 倘能訓練三萬人
앉은 채로 오랑캐들 절제 받는 것을 보리 / 坐見狡蕃受羈控
유생이 그 어찌 조정 의논 참여하리 / 腐儒何敢與肉食
애오라지 짧은 글로 풍자나 할 뿐이네 / 聊以短章代微諷
요조는 진나라에 계책 없다 말을 말라 / 繞朝勿謂秦無策
중흥한 뒤 길보 지은 찬미가를 보리라 / 中興尙看甫作頌
《명시종(明詩綜)》
조선을 평정하다
황제께서 노하여서 동쪽 정벌 명하니 / 皇赫怒命東征
천 날개 펼치고서 일곱 부대 행군하네 / 千翼擧七萃行
압록강을 건너가서 왕경을 구원하니 / 渡綠江援王京
자라의 발이 잘려 바다 파도 잔잔하네 / 鰲足斷海波平
부상 하늘 맑아지고 양곡에서 해가 뜨니 / 扶桑拂暘谷升
붉은 해 중천에 떠 그 밝음을 우러르네 / 旭日中仰大明
첫 번째 해(解)이다.
왜적들 섬멸하여 조선 땅 평정하니 / 戮羣倭定朝鮮
무공은 떨쳐지고 문덕은 펼쳐지네 / 武功振文德宣
활과 화살 활집 넣고 창은 거둬들였으니 / 櫜弓矢戢戈鋋
번방 나라 튼튼하여 왕회가 온전하네 / 藩服固王會全
상서 기운 서리고 여러 복들 몰려오니 / 祥瑞降諸福騈
성상께서 만년토록 수 누리라 축수하네 / 祝聖壽萬斯年
두 번째 해(解)이다.
《상동》
도독(都督) 이여송(李如松)의 조선도(朝鮮圖)에 제하다 [홍첨조(洪瞻祖)]
왕자가 천하 안정 시키는 것은 / 王者安天下
전공에 힘입는 게 아닌 거라네 / 終資不戰功
금성탕지 지도 방략 위에 올리자 / 金城圖略上
청해 땅에 파수 보루 텅 비었다네 / 靑海戍樓空
피리 소리 긴데 변방 달빛 비추고 / 長笛關山月
다듬이 소리 찬데 바람이 부네 / 寒砧木葉風
나라를 걱정하는 눈물 가지고 / 還將憂國淚
화폭에다 제하는 시를 써넣네 / 添入錦題中
동쪽으로 일본(日本)을 책봉(冊封)한 데 대한 노래 《정지거시화(靜志居詩話)》에 이르기를, “이 시는 상서(尙書) 석성(石星)을 조롱하기 위하여 지은 것이다.” 하였다. [원무겸(袁懋謙)]
사마가 몇몇 해를 애써 계책 세우다가 / 司馬頻年苦運籌
동쪽 나라 일본 봉해 묘당 걱정 풀려 하니 / 東封擬解廟堂憂
지금 와선 도리어 장사치의 부인네가 / 如今却似商人婦
풍랑 걱정 속에 배를 쳐다보는 격이 됐네 / 愁水愁風望去舟
《명시종》
조서(詔書)를 내려 고려에서 진공(進貢)하는 매를 진공하지 말도록 한 데 대한 노래 [왕사정(王士禎)]
진인께서 황제 되어 온 천하에 임하니 / 眞人御極臨八荒
백만과 구역모두 왕의 교화 누리누나 / 百蠻九譯皆享王
서려에서 개 바치고 월상에선 꿩 바쳐서 / 西旅之獒越裳雉
각자 지방 토산물로 공물을 바치누나 / 貢物各各因其方
해동 나라 뛰어난 새 깃털이 좋거니와 / 海東俊鳥好毛質
쇠 발톱에 금빛의 눈 용맹하기 짝이 없네 / 鐵爪金眸猛無匹
환도에서 바친 공물 천자께 올려지자 / 丸都作貢來天家
팔찌와 굴대 받아 사냥을 돕는구나 / 特受鞴鏇佐罘罼
양응대 누대 위에 가을 하늘 높다라니 / 晾鷹臺上秋天高
난 시든 뒤 짐승 몰아 수렵을 행하누나 / 刈蘭驅獸行蒐苗
호위 속에 말이 끄는 천자가 탄 수레 오니 / 羽騎驂驆翠華至
별과 구름 그린 깃발 분분하게 주위 도네 / 星旃雲罕紛週遭
몽고 매가 곰 쪼는 것 부러워할 것이 없고 / 蒙鶡射熊未足羨
코뿔소는 외뿔소를 수고롭게 들이받네 / 跂犀殪兕勞遮邀
이 즈음에 끈 잡아매 슬쩍 한번 놓아 보니 / 是時摘絛試一縱
만 사람들 머리 들어 푸른 하늘 쳐다보네 / 萬人昂首瞻靑霄
날으는 새 약은 토끼 숨을 곳 못 찾고서 / 飛鳥狡兎失巢窟
붙잡혀서 피 뿌리며 주방으로 들어가네 / 委身灑血塡君庖
지존께선 가끔씩 얼굴빛이 변하더니 / 至尊往往動顔色
타고 있던 말 돌리자 말 울음 쓸쓸하네 / 玉虯廻轡鳴蕭蕭
외방을 품어 주며 생각을 깊이 한 뒤 / 柔遠猶然勤睿旨
지금부터 조공하지 말란 조서 내리었네 / 詔罷奇謀自今始
길가 갈대 싹을 보곤 밟는 슬픔 간직하니 / 行葦兼存踐履悲
자란 갈대 보곤 봄 들 아름답다 읊누나 / 茁葭漫賦春田美
천자께서 하는 일은 보통과는 다르나니 / 聖神擧動殊尋常
이러한 일 그 옛날에 누가 이와 같았던가 / 此事悠悠古誰比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 君不見
규염천자 그분께선 영웅다운 사람으로 / 虯髥天子英雄人
좋은 새매 품속에서 죽도록 버려둔 걸 / 佳鷂猶遣懷中死
《감구집(感舊集)》
조선의 죽지사(竹枝詞) 4수(四首) [우동(尤侗)]
고구려를 낮추어서 하구려라 부른 것은 / 高句麗降下句驪
조선이란 옛 이름을 칭한 것만 못하구나 / 未若朝鮮古號宜
천리 먼 왕경에서 백희를 내보이니 / 千里王京陳百戲
한성에선 오히려 한관 위의 볼 수 있네 / 漢城猶見漢官儀
남진(男珍)의 주(注)에 이르기를, “고조선(古朝鮮)이 모두 고구려에 편입되자 수(隋)나라에서 고구려를 정벌하였는데, 고구려가 귀복(歸服)하지 않았다. 이에 고구려를 낮추어서 하구려(下句麗)라고 하였다. 홍무(洪武) 연간에 들어와 조공을 바치면서 조서를 받들었는데, 다시 조선(朝鮮)이라고 불렀으며, 한성(漢城)을 왕경(王京)으로 삼았다. 매번 조사가 조선에 갈 적마다 백희(百戲)를 두루 보여 준다.” 하였다.
긴 적삼에 너른 소매 절풍건 머리 쓰고 / 長衫廣袖折風巾
백추지와 낭미필에 문자는 한자 쓰네 / 硾紙狼毫漢字眞
오랫동안 나라가 전해졌다 말하는데 / 自序世家傳國遠
백편상서 안에 있는 구주의 사람이네 / 尙書篇內九疇人
백추지(白硾紙)와 낭미필(狼尾筆)이다. 글자는 중국과 같은 글자를 쓴다.
양화도 나루에는 살구꽃이 붉은데 / 楊花渡口杏花紅
팔도의 가요는 동국 땅의 풍속이네 / 八道歌謠東國風
비경이란 여도사가 몹시도 생각나니 / 最憶飛瓊女道士
광한궁에 올라가서 상량문을 지었다네 / 上樑曾到廣寒宮
나라에는 팔도(八道)가 있다. 양화도(楊花渡)는 한강 가에 있다. 규수(閨秀)인 허경번(許景樊)은 뒤에 여도사(女道士)가 되어 광한궁(廣寒宮) 옥루(玉樓)의 상량문(上樑文)을 지었다.
여덟 살 난 작은 아이 그 이름은 황창랑 / 小兒八歲號黃昌
칼춤 추다 백제 왕의 머리를 베었다네 / 舞劍能誅百濟王
가배 날에 다시금 회소곡을 노래하니 / 更唱嘉俳會蘇曲
아침에는 광주리에 비단 가득 쌓이누나 / 朝來蠶績已盈筐
황창랑(黃昌郞)과 가배(嘉俳)에 대한 주석은 모두 악지(樂志)에 나온다.
《회암집(悔菴集)》
이상은 기사(紀事)이다.
요성(遼城)에서 달을 바라보다 [당 태종(唐太宗)]
현도 땅에 두둥실 달 떠오르자 / 玄菟月初明
맑은 달빛 요동과 갈석 비추네 / 澄輝照遼碣
구름 가려 달빛 잠시 그 속에 숨자 / 映雲光暫隱
건너편 숲엔 꽃을 매단 것 같네 / 隔樹花如綴
달 둥글어 계수나무 가지 둥글고 / 魄滿桂枝圓
달 이울어 거울 광채 이지러졌네 / 輪虧鏡彩缺
성 위에선 그림자가 흩어져 가고 / 臨城却影散
달무리는 겹고리로 맺혀져 있네 / 帶暈重圍結
주필한 채 환도 땅을 굽어보면서 / 駐蹕俯丸都
우두커니 요사 기운 녹는 걸 보네 / 佇觀妖氛滅
《전당시(全唐詩)》
계림(鷄林)에 대한 서사(書事) [오격(吳激)]
기자 나라 조선국은 궁벽도 한데 / 箕子朝鮮僻
봉래산과 약수는 넓기도 하네 / 蓬丘弱水寬
유풍은 백월까지 전하여졌고 / 儒風通百粤
역사책엔 삼한 사실 기록돼 있네 / 舊史記三韓
읍락은 굴혈 속서 생활을 하고 / 邑聚巢居慣
꾸밈새는 머리 푼 채 지내는구나 / 夷裝被髮安
그런데도 제사 풍습 지니고 있고 / 猶存古籩豆
한나라의 의관 제도 겸하여 쓰네 / 兼用漢衣冠
토끼털붓 집집마다 묶기 잘하고 / 兔穎家工縛
비린 냄새 나는 게도 즐겨 먹누나 / 鮭腥俗嗜餐
기병들은 허리춤에 옥 장식 찼고 / 騎兵腰玉具
위병들은 금팔찌를 끼고 있구나 / 府衛挾金丸
긴 소매엔 매가 고기 노리고 있고 / 長袖鳶窺肉
시장에선 원숭이가 장대에 탔네 / 都場狖掛竿
거문고로 채씨롱 곡조를 타고 / 琹中蔡氏弄
손으로는 축가성 박자를 치네 / 指下祝家彈
주인 손님 대등한 예 행하는데 / 主禮分庭抗
잔치에선 백번의 절 고생스럽네 / 賓筵百拜難
등자로는 김치 담고 쌀로 술 빚고 / 漬橙粇釀旨
계피로는 조미하고 고기 포 뜨네 / 滋桂鹿脩乾
먹 퍼진듯 소나무는 즐비도 하고 / 潑墨松如櫛
무너진 담장의 돌 단약과 같네 / 隤墻石似丹
땅은 동쪽 구석 있어 해 먼저 뜨고 / 地偏先日出
하늘 높이 여러 산들 솟아나 있네 / 天迫衆山攢
붕새 날개 돛단배는 저 멀리 있고 / 鵬翼雲帆遠
양 창자 같은 돌길 구불거리네 / 羊腸石磴盤
예전부터 문자 바퀴 달랐거니와 / 由來異文軌
따듯함과 추움 다름 의아해 말라 / 休訝變暄寒
여러 일들 얘깃거리 삼을 만하나 / 事可資談柄
누가 능히 붓끝으로 기록하리오 / 誰能記筆端
애오라지 시를 써서 기록했다가 / 聊將詩貌取
돌아가서 그림으로 그리고 보리 / 歸作畫圖看
《중주집(中州集)》
고려에 사신으로 가면서 평주관(平州館)을 지나다 [장한(張翰)]
어제 본 용천의 모습 매우 기이하여 / 昨日龍泉已自奇
한 봉우리 차가운 산 처마까지 닿았지만 / 一峯寒翠壓簷低
물과 산 맞닿았긴 평주관만 못하거니 / 兼幷未似平州館
지붕 위엔 층진 산 집 아래엔 냇물이네 / 屋上層巒屋下溪
《상동》
금교역(金郊驛)
쓸쓸한 산속 객관 이와 같이 맑아서 / 山館蕭然爾許淸
이경 밤 잠자리에 가을 기운 도누나 / 二更枕簟覺秋生
서쪽 창은 시 읊기에 아주 좋은 곳이어서 / 西牕大好吟詩處
솔바람 소리 멎자 또다시 빗소리네 / 聽了松聲又雨聲
《상동》
고려관(高麗館)에서 2수(二首) [채송년(蔡松年)]
새조개는 맛있어서 아침에 술 깨게 하고 / 蛤蜊風味解朝酲
소나무 끝 구름 엉겨 비는 개지 아니했네 / 松頂雲凝雨不晴
겹 주렴 속 고요하여 사람들 말 끊겼는데 / 悄悄重簾斷人語
푸른 술병 봄 죽순을 다시 함께 기울이네 / 碧壺春筍更同傾
높은 나무 바람 불어 가슴속이 시원한데 / 晩風高樹一襟淸
사람과 푸른 술병 서로 비춰 밝구나 / 人與縹瓷相炤明
사안의 읊조림은 깊은 풍치 있거니와 / 謝安微吟有深致
바다와 산 별과 달이 모두 객지 정이네 / 海山星月摠關情
《상동》
고려 평주(平州)의 중화관(中和館) 뒤에 있는 초정(草亭)에서 [이안(李晏)]
땅 가득한 등꽃에는 향기 아직 남아 있고 / 藤花滿地香仍在
구름 속의 소나무는 찬 모습 그대로네 / 松影拂雲寒不收
산새들이 나그네가 오는 것을 싫어하여 / 山鳥似嫌遊客到
우는 소리 뚝 그치니 작은 정자 그윽하네 / 一聲啼罷小亭幽
《상동》
대동강(大同江)을 건너다 [장영(張寧)]
평양이라 외로운 성 새벽녘에 떠나오니 / 平壤孤城發曉裝
그림배엔 퉁소와 북 봄볕은 아름답네 / 畫船簫鼓麗春陽
새 나는 곳 구름 걷혀 푸른 산 드러나고 / 鳥邊雲盡靑山出
나루 어귀 조수 들어 푸른 바다 드넓구나 / 渡口潮通碧海長
황제 은혜 온 천지에 두루 미침 기쁘나니 / 共喜皇仁同大地
타향 땅을 떠도는 신세인 줄 모르겠네 / 不知身世是他鄕
맑은 술잔 서로 자주 권하지 말지어다 / 淸樽且莫頻相勸
동풍 속에 가는 사모 갈 길 아득하다오 / 四牡東風路渺茫
《봉사록(奉使錄)》
황주(黃州)의 광원루(廣遠樓)에 올라
층진 누각 높다랗게 공중에 솟았는데 / 層樓高出翠微間
눈앞 풍광 멀리 보여 나그네 맘 위로되네 / 景物迢遙慰客顔
석양 비친 봄풀 잎 하늘 바깥 길이고 / 芳草夕陽天外路
잔설 쌓인 봉우리 바다 속의 산이네 / 亂峯殘雪海中山
안개 낀 들판에는 시골 마을 조그만데 / 煙凝野色村居小
바람결에 소리 내며 사냥꾼들 돌아오네 / 風送邊聲獵騎還
생각노니 제향에는 봄빛이 한창이라 / 却憶帝鄕春似海
봉래산의 궁궐에는 오색구름 떠 있으리 / 蓬萊宮闕五雲閑
《상동》
봉산루(鳳山樓)에 올라서 제하다
봉산루 객관에는 푸른 산 울창한데 / 鳳山樓館鬱岧嶢
천리 길을 지나서 사신의 수레 왔네 / 千里經行漢使軺
이역 땅의 사람들 말 점차 알아듣겠고 / 人語殊方應漸解
병 많아 시 회포는 모두 사라지려 하네 / 詩懷多病欲全消
새벽녘에 멀리 보니 구름 속에 기럭 날고 / 望窮曉影雲連鴈
찬 물소리 안 들리니 바다 조수 밀려갔네 / 聽斷寒聲海落潮
풍속 묻고 옛날 일들 조상하지 않더라도 / 不用咨詢重弔古
사방에 일 없어서 세금 부역 안 거두네 / 四鄰無事息征徭
《상동》
한낮에 검수참(劍水站)으로 가는 도중에 용천(龍泉)을 바라보며
첩첩 산 높은 곳에 정자가 보이는데 / 層巒高處露亭臺
구름 같은 기종들은 석양빛에 길 재촉하네 / 騎從如雲暮景催
산길 덮은 칡넝쿨은 나무 타고 올랐고 / 繞徑藤蘿芳樹合
산 가득한 나무에는 들꽃이 피었는데 / 滿山荊棘野花開
숲 사이의 봄빛 속에 꾀꼬리는 울어 대고 / 林間春色鶯啼盡
하늘가의 맑은 빛 속에 새들 돌아오네 / 天際晴光鳥帶回
무슨 일로 푸른 하늘 오래도록 바라보나 / 何事碧霄凝望久
장안 땅 아니 보여 외로이 서성이네 / 長安不見獨徘徊
《상동》
금교역(金郊驛)의 누각에 올라
펄럭이는 깃발 들고 높은 곳에 기어올라 / 搖搖旌旆遠躋攀
나그네 길 따져 보니 두 달 간의 일정이네 / 坐算遊程兩月間
봄풀은 무정하게 어디에나 푸르르고 / 芳草無情隨處綠
좋은 산은 그림 같아 한가로이 솟아 있네 / 好山如畫對人閒
일 년의 풍광 중에 봄이 장차 저무는데 / 一年風物春將老
천리 먼 길 떠나온 객 돌아가지 못하누나 / 千里星槎客未還
어젯밤 꿈엔 분명 고국으로 돌아가서 / 昨夜分明夢歸國
전처럼 청금 입고 조정 반열 서 있었네 / 依然淸襟立鵷班
《상동》
임진(臨津)을 건너며
삼월이라 봄날의 경물 몹시 새로운데 / 三月韶華景最新
뱃노래 소리 속에 임진 나루 건너네 / 棹歌聲裏渡臨津
눈 녹은 들판에는 푸릇푸릇 봄풀 돋고 / 雪消野渚多靑草
비 지나간 강가에는 푸른 물풀 기다랗네 / 雨過芳洲長綠蘋
그림배의 맑은 유람 하늘나라 나그네고 / 畫舫淸遊天上客
구름 속의 외 그림자 물속의 사람이네 / 碧雲疎影水中人
봄 강물 따뜻하여 어룡들은 꿈틀대고 / 桃花浪暖魚龍起
봄바람은 온화하여 새들이 자주 나네 / 楊柳風和鳥雀頻
고향땅 그리우매 남포의 숲 아련한데 / 歸思欲迷南浦樹
강물은 봄 온 고향 아니 향해 흐르누나 / 江流不到故園春
아홉 겹 하늘에는 짝 지어 새가 날고 / 九重霄漢雙飛羽
천리 먼 은하수엔 한 마리 고기 노네 / 千里星河一縱鱗
웃지 말라 한가로이 강물 따라 노닌다고 / 莫笑沿流同汎濫
곳곳에서 나라 풍속 물어볼 것이니라 / 也應隨處謾咨詢
이번 사행 은혜로운 명을 펴기 위한 게지 / 玆行總爲宣恩命
뗏목 탄 한나라의 사신이 아니라네 / 非是乘槎漢使臣
《상동》
삼월 삼일에 태평관(太平館)에서 묵다
물 위에다 술잔 띄워 흠씬 취해 돌아오니 / 曲水流觴盡醉歸
풍광이야 봄이건만 고향땅은 아니구나 / 風光雖是故鄕非
복사꽃 가랑비에 객관은 흐릿하고 / 桃花小雨迷行館
가는 풀 봄 향기는 나그네 옷 엉겨붙네 / 細草春香上客衣
그 누가 주렴 걷고 새로 뜬 달 바라보나 / 誰捲疎簾望新月
나 홀로 젓대 불며 석양빛에 기대섰네 / 自吹長笛倚斜暉
이런 정은 이별 상심 때문에가 아니라 / 此情不爲傷離別
나라 위해 사신 온 일 어길 수가 없어서네 / 王事驅馳惜重違
《상동》
태평관의 누각에 올라 60운(韻). 본 시의 서문에 이르기를, “천순(天順) 4년(1460, 세조6) 봄에 내가 황제의 명을 받아 조선에 사신으로 갔는데, 높은 데 올라서 멀리 바라볼 즈음에 멀리 제도(帝都)를 생각하는 마음이 일었다. 조선을 두루 둘러보니, 천시(天時)와 인사(人事), 경물(景物)과 산천(山川)이 드러나고 숨은 것은 비록 달랐으나, 마음으로 느끼고 눈으로 보면서 그 사이에서 머무노라니, 비통하고 처연한 심정이 일었다. 이는 대개 옛일을 조상(弔喪)하고 풍속을 묻는 일에서 벗어나는 것이었고, 나 역시 이미 그렇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으나, 흥폐(興廢)에 대해 시를 짓는 것을 참으로 스스로 그만둘 수가 없었다. 이에 화려한 수식을 버리고 사실대로 서술하였는데, 문헌(文獻)의 나라인 조선에서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자가 의당 있을 것이다. 이에 우선 이를 써서 세월이나 기억할 뿐이다.” 하였다.
높은 다락 아득하게 푸른 허공 솟았는데 / 飛樓縹緲入蒼穹
서쪽으로 장안 보니 뜻은 이미 통하네 / 西望長安意已通
하늘과 땅 은혜로워 같이 덮고 실었기에 / 天地有恩同覆載
오랑캐와 중국 모두 한곳으로 모이었네 / 華夷無處不朝宗
요양에서 동쪽으로 삼천 리를 내려오니 / 遼陽東下三千里
화악이 서쪽으로 백이산하 이루었네 / 華嶽西連百二重
금 궁궐 옥 대문엔 수위가 엄하여 / 金闕玉關嚴虎豹
흰 깃발 누런 도끼 든 용사들 서 있네 / 白旄黃鉞定羆熊
국경 남쪽 먼 길에는 봉화 연기 안 오르고 / 漠南遠道烽煙絶
북쪽 변경 여러 진엔 방위 시설 웅장하네 / 薊北諸屯保障雄
온 누리의 모든 제도 주나라 법도이고 / 寰宇總膺周典則
강역 모두 한나라의 강역에 속하였네 / 輿圖盡屬漢提封
구성 소소 연주하자 봉황새가 모여들고 / 九成韶樂儀羣鳳
오색 상서 구름 날자 육룡이 내달리네 / 五色祥雲駕六龍
상원에는 봄빛이 바다처럼 드넓은데 / 上苑韶華寬似海
귀족들의 비단옷은 찬란하기 무지개네 / 貴遊羅綺爛如虹
조선 사실 중국 책에 들어 있지 아니했고 / 編摩自古元無地
조선 백성 황제 교화 받아 보지 못했었네 / 繼立生民未有功
일만 나라 수레와 배 예물 폐백 실어 오고 / 萬國梯航馳玉帛
일천 집 집집마다 풍악 소리 들려오네 / 千家門第動謌鍾
교화는 구복의 담 밖까지 행해져서 / 化行九服垣墉外
사람들은 삼왕의 예악 속에 살고 있네 / 人在三王禮樂中
억년 두고 고제 공업 변함이 없을 거고 / 億載不移高帝業
두 서울이 함께 나오니 신령의 조화로다 / 兩京齊出至神工
황당한 말은 되레 장몽수를 웃게 되고 / 荒言却笑莊蒙叟
부 읊자면 좌태충을 기다려야 할 것이네 / 欲賦應須左太沖
이역 땅에 사신 오니 생각 미칠 길은 없고 / 身使殊方思莫及
중국 서울 그리우나 바라봐도 끝이 없네 / 心懸天府睇難窮
전부터 동쪽 나라 문화 풍속 좋았기에 / 由來東土文風好
예로부터 중국에서 대우함이 융숭했네 / 自昔中朝錫予隆
중국 황실 번병되어 절도를 숭상했고 / 藩屛皇家崇節度
성인 규범 따라 하여 피폐한 자 구휼하네 / 儀刑聖範恤疲癃
안으로는 경기 접해 백성들 편안하고 / 內承畿甸民嘉靖
밖으로는 변방 눌러 지리가 요충이네 / 外控邊荒地徼衡
팔도에다 병부 나눠 좋은 풍속 따르고 / 八道分符循俗美
겹문에서 딱따기 쳐 외적 침입 방비하네 / 重門擊柝備時匈
수륙 길 멀리 오니 시골 말씨 다르건만 / 路窮水陸鄕音別
천지간에 봄 가득해 풍경은 모두 같네 / 春滿乾坤景色同
닭 개 소리 민가는 사방 들에 잇달았고 / 鷄犬人家延四野
연기 안개 둘린 산성 천 봉우리 뻗쳐 있네 / 煙霞山郭亘千峯
가는 세월 또 한 번 봄철로 뒤바뀌자 / 流年又逐陽和換
미물들이 골고루 조물주의 은혜 입네 / 微物均爲造化容
들판의 뽕나무는 푸르름 막 물드는데 / 原隰條桑初展綠
연못가의 살구나무 벌써 붉은 꽃 피웠네 / 池亭佳杏已迎紅
빈 숲 속엔 땅 좋아서 인삼이 자라나고 / 空林三潤人蔘長
먼 섬에는 모래 깔려 큰 조개가 풍성하네 / 遠島沙平竹蛤豐
향그런 풀 객의 생각 흐릿하게 하는데 / 芳草欲迷歸客思
푸른 이끼 전에 놀던 자리 아니 덮었구나 / 蒼苔不鎖舊遊踪
시냇가의 남은 흰 점 봄 오기 전 눈이고 / 溪留殘白春前雪
버들가지 돋은 움은 밤바람에 터지누나 / 柳折新黃夜半風
대숲 밖의 그늘에는 햇살 잘게 비추고 / 竹外凉陰晴鎖碎
매화나무 가의 향기 새벽 들어 몽롱하네 / 梅邊香藹曉矇矓
동산에는 복사꽃이 피어 벌들 꿀을 빚고 / 園明桃李蜂蒸蜜
들판에는 봄풀 자라 사슴의 뿔 자라나네 / 野曠苹蒿鹿養茸
꽃 지고 꽃 피는 건 오려 낸 비단쪽 같고 / 花落花開如剪綺
사람들이 오가는 건 날리는 쑥덤불 같네 / 人來人去類飛蓬
흥이 나면 난간 기대 긴 피리를 불다가 / 興來倚檻吟長笛
지루하면 막대 짚고 처마 끝 따라 도네 / 坐久巡簷策短笻
우뚝 높아 서불 나라 바라볼 맘 생겨나고 / 高絶欲窺徐巿國
맑고 비어 무이궁서 편히 쉬는 것만 같네 / 淸虛渾憩武夷宮
부상과 석목은 가까운 것만 같고 / 扶桑析木疑相近
방장과 영주는 찾기 쉬운 줄 알겠네 / 方丈瀛洲信易從
용마를 걸터타고 아득한 곳 가려 하고 / 擬跨龍驤超汗漫
학처럼 늙은 나이 공동 같길 기약하네 / 還期鶴算等崆峒
향기 어린 장막에는 수술 장식 드리웠고 / 圍香簾幙流蘇繞
구슬처럼 푸른 난간 비단줄이 얽혀 있네 / 環翠欄干錦縠䕺
자리 앉자 제비는 정 있는 듯 춤추는데 / 入座有情看燕舞
창 지나도 꾀꼬리 게을러서 아니 우네 / 過窓無語訝鶯慵
전각에 빛이 나니 황제 필적 남아 있고 / 光生殿閣留宸翰
길에 기쁨 넘치니 채색 융단 묶었어라 / 喜溢街衢結綵絨
어느 곳 시골에서 농악 소리 들리는가 / 何處邨田聞社鼓
몇몇 집 정원에는 새긴 기둥 문이 섰네 / 幾家庭院扃雕櫳
맑은 샘물 마을에는 조용한 집 아담한데 / 淸泉門巷幽居雅
흰돌 세운 산문에는 옛 절 높이 솟아 있네 / 白石巖扉古刹崇
있다가는 없어지는 아지랑이 들어오고 / 似有忽無嵐氣入
차갑다가 다숴지는 봄날 볕 포근하네 / 輕寒乍暖日華融
층층 얼음 깊은 골짝 여름철에 늘 좋고 / 層冰絶壑長宜夏
높은 고개 외로운 솔 겨울 추위 견뎌냈네 / 高嶺孤松久耐冬
사냥하러 나가면 토끼와 꿩이 많고 / 游獵亦應多雉兔
나무하고 풀 베는 아이 본디 안 금하네 / 樵蘇元不禁兒童
내와 언덕 둘러싸여 멀리 바라봄직하고 / 川原繚繞遐堪矚
인물이 많이 나니 빼난 기운 모인 거네 / 人物奇饒秀所鍾
가죽신에 긴 소매는 일하러 온 부인네고 / 革履長衫供役婦
풀옷에 헌 패랭이 관청 매인 품꾼이네 / 卉衣陡笠沒官傭
부중에서 북을 치자 뭇 아전들 달려오고 / 府中伐鼓趨羣吏
원 밖에서 피리 부니 군사들 훈련하네 / 苑外鳴笳練小戎
시골 노파 성 올 때 토산 포목 가져오고 / 鄕媼入城輸土布
흙 화로에 불을 때어 구리쇠를 녹이네 / 地爐燒火鑄山銅
월상인 양 통역 있어 사신 왕래 편안하고 / 越裳重譯關津便
노나란 양 현인 많아 선비들로 가득 찼네 / 魯國多賢士類充
하늘가의 누각 배는 바다 상인 실어 오고 / 天際樓船來海賈
비 온 뒤 들판에는 농사꾼들 일 나가네 / 雨餘阡陌勸耕農
바다 어귀 썰물 되자 천마 날아오르고 / 海門潮落騰天馬
모래톱에 먼지 씻겨 외기러기 보이누나 / 沙磧塵晴見斷鴻
마읍 땅의 언덕은 얼마나 멀리 있나 / 馬邑岡陵知遠近
봉산의 나무숲은 아득하고 아득하네 / 鳳山榛莽共溟濛
그 옛날에 임둔 진번 경계를 접하였고 / 臨屯舊接眞番界
평양성은 저 멀리 패수 동쪽 닿아 있네 / 平壤遙連浿水東
황량한 기자 사당 비석이 높다랗고 / 箕子荒祠碑崒嵂
고구려 때 수자리 터 돌들 삐쭉 솟아 있네 / 高麗殘戍石巃嵷
예나 지금 올라 보면 한스러움 끝없나니 / 古今不盡登臨恨
형승 모두 불평스런 가슴속에 들어오네 / 形勝都歸磊隗胸
풍속을 묻는 일은 오계자를 따르려나 / 問俗欲尋吳季子
재주 없어 재주공에 몹시도 부끄럽네 / 不才深愧宰周公
묘금은 책 두루 보아 천록각에 올랐고 / 卯金縱閱登天祿
백옥이 간직한 책 사홍에 가득 찼네 / 伯玉藏書滿射洪
일 논함엔 말더듬은 양자에게 부끄럽고 / 論事自慚揚子乞
미리 앎엔 귀머거리 중거가 부럽네 / 通時翻慕仲車聾
개천 속의 나무토막 버려짐이 우습거니 / 沈淪每笑溝中木
아궁이 속 오동나무 뉘 뜯어서 선양하리 / 宣暢誰彈爨下桐
경치를 구경함엔 깊숙한 곳 찾아보라 / 勝覽直須探蘊結
높은 곳에 올라가도 하늘에는 못 미치네 / 高攀未許扣穹窿
경치 묘한 곳 당하면 공교롭게 모이었고 / 境當妙處巧相會
정 다한 때가 되면 유달리 정 짙어지네 / 情到盡時偏是濃
이슬 묻혀 시를 쓰니 은붓대 축축하고 / 涼露寫詩銀管濕
석양녘에 술잔 드니 옥술병 다 비었네 / 夕陽催酒玉甁空
시 다 읊자 외론 회포 상쾌하여지는데 / 吟成轉覺孤懷爽
취한 뒤엔 귀밑머리 엉클어짐 싫어지네 / 醉後仍嫌兩鬢鬆
난간 기대 멀리 봄을 괴이하게 생각 말라 / 莫怪憑軒重眺遠
풍물 인해 시절이 태평함을 즐기노라 / 喜因風物荷時雍
《상동》
한강루(漢江樓)에 올라 10수(十首). 본 시의 서문에, “천순(天順) 4년 봄 3월 5일에 한강루에 올라갔다. 이때 좌의정 신숙주(申叔舟), 우의정 권남(權擥), 판서 김공(金公)ㆍ박원형(朴元亨), 이 부판(李府判), 도승지 윤자운(尹子雲), 좌승지 이극감(李克堪) 등이 모두 자리에 참석하였는데, 이들은 모두 조선의 명사들이었다. 술에 취해서 시를 짓다가 우연히 10편의 시를 지었는데, 엉성하고 비루하여 족히 괴이할 것이 없는 시여서 다 함께 한번 웃고 말았으니, 장독이나 덮는 데에 써도 무방할 것이다.” 하였다.
동국 땅에 높다란 누각 있는데 / 東國有高樓
누각 앞엔 한강수가 흘러가누나 / 樓前漢水流
광채는 청작방에 어른거리고 / 光搖靑雀舫
그림자는 물새 노는 강가에 지네 / 影落白鷗洲
먼 곳 보니 하늘이 다한 듯하고 / 望遠天疑盡
허공에 떠오르자 땅 뜨려 하네 / 凌虛地欲浮
창에 드는 바람과 볕이 좋아서 / 入窓風日好
자리에서 내려오다 머뭇거리네 / 下榻重淹留
봄 강물이 새파랗긴 오리 머리고 / 春水鴨頭綠
새벽 산이 푸르르긴 소라 뿔이네 / 曉山螺髻靑
조각구름 먼 산에 걸리어 있고 / 斷雲依遠岫
외기러기 긴 물가에 내려앉누나 / 孤鴈沒長汀
이역 땅서 고생하매 마음 상하고 / 異域傷靡盬
태평 시대 홀로 깨어 있음 우습네 / 明時笑獨醒
어찌 차마 홀연히 이곳에 오리 / 何忍忽來此
시 생각은 끝없는 데 빠져 드누나 / 詩思入蒼冥
길은 먼데 오고 가는 거마는 적고 / 路遠輪蹄少
봄 깊어서 펼치어진 풍경은 좋네 / 春深景物多
안개 걷힌 산은 흡사 그림과 같고 / 煙開山似畫
바람 잔 물결 마치 비단 같구나 / 風淡水如羅
즐거운 일에다가 좋은 철 만나 / 樂事酬佳節
맑은 술에 호탕하게 노래 부르네 / 淸尊發浩歌
옛날부터 문물이 번성한 데라 / 由來文物地
이르는 곳곳마다 잘도 지내네 / 隨處好經過
아득하니 빠른 물살 급히 흐르고 / 杳渺飛流急
저 멀리 돌층계는 평평하구나 / 迢遙石磴平
산새들은 울다가는 다시 그치고 / 山禽啼更歇
강포구는 흐렸다가 맑게 개었네 / 江浦暗還晴
흥취는 구름 따라 함께 흐르고 / 興與雲俱往
정회는 봄풀 따라 같이 생기네 / 情隨草共生
고향 땅에 계신 양친 뵐 수 없기에 / 雙親未能見
애오라지 중국 땅을 생각하누나 / 聊復念神京
좋은 구경 언제나 서로 같기에 / 勝覽渾相似
아름다운 기약은 부를 것 없네 / 佳期不用招
올 땐 시골 가깝다고 여겨지더니 / 行疑鄕邑近
자리 앉자 나그네의 회포 녹누나 / 坐覺客懷消
골짜기의 새들 소리 서로 응하고 / 谷鳥聲交應
시내에는 꽃 그림자 마주 떠는데 / 溪花影對搖
봄바람은 마치도 뜻이 있는 양 / 春風如有意
불어와서 목란주를 띄워 보내네 / 吹送木蘭橈
물가는 바라봐도 끝이 없는데 / 洲渚望不盡
봉우리는 몇 겹인지 모르겠구나 / 峯巒知幾層
병 났을 땐 금궤 안의 약 생각하고 / 病思金匱藥
목마를 땐 옥호 안의 얼음을 먹네 / 渴飮玉壺冰
요해를 배 타고서 건널 것 같고 / 瑤海航堪渡
단구를 날아올라 갈 것 같은데 / 丹丘羽可仍
난간 기대 오랫동안 바라다보니 / 倚欄凝睇久
문득 이는 고향 생각 가눌 길 없네 / 鄕思忽無憑
여기에도 흰 구름은 일어나지만 / 亦有白雲起
황학만은 날아오지 아니하누나 / 只無黃鶴來
지경 깊어 신선 사는 낭원과 같고 / 地深同閬苑
좋은 경치 봉래산이 생각나누나 / 境勝憶蓬萊
지취야 원룡 호기 비할 만하나 / 趣比元龍逸
시는 태백 재주에 남부끄럽네 / 詩慚太白才
금곡의 벌 술잔을 주고받을 새 / 共拚金谷罰
옥산이 쓰러진다 웃지를 마라 / 莫笑玉山頹
계절이야 절서 따라 바뀌었지만 / 時序有代謝
강산은 예나 지금 다름이 없네 / 江山無古今
선비들이 몇 차례나 유람하였나 / 衣冠幾遊覽
시와 술로 지금 다시 누에 올랐네 / 詩酒復登臨
경치 보니 지난 일들 생각이 나고 / 對景懷遺事
풍속 보니 내 마음과 딱 들어맞네 / 觀風愜素心
태평의 교화 멀리 퍼져 나가서 / 太平聲敎遠
어디에고 맘에 맞는 친구가 있네 / 隨處有知音
사신 수레 달리다가 멈추고서는 / 四牡息騑騑
초연히 푸른 산자락 앉았네 / 超然坐翠微
술 향기는 춤추는 소매에 젖고 / 酒香淹舞袂
봄기운은 비단옷에 스며드는데 / 春風入羅衣
돌길에는 송홧가루 날아 내리고 / 石徑松花老
성긴 발엔 제비들이 날아오누나 / 疎簾燕子飛
좌중 사람 그 모두가 명사들이라 / 座中皆勝集
저물어도 돌아가잔 말을 안 하네 / 向夕未言歸
가다 서며 좋은 경치 두루 다 보고 / 徙倚窮佳致
서성이며 좋은 유람 이 이상 없네 / 盤桓極勝游
어진 임금 빈객 접대 좋아하는데 / 賢王好賓客
정승들은 그 모두가 풍류를 알아 / 諸相總風流
이미 술에 취하고서 또 술 마시고 / 已醉仍須飮
돌아가려 하다가는 다시 머무네 / 將還更欲留
내일 아침 태평관서 일어난 뒤에 / 明朝太平館
머리 돌려 바라보면 유유하리라 / 回首更悠悠
《상동》
한강루에 올라서 또 짓다
봄날에 누 오르자 비 온 뒤라 툭 트였고 / 春日登高霽景開
한강의 봄 강물은 푸르르기 그지없네 / 漢江春水碧於苔
안개 구름 만리인데 강 물결은 일렁이고 / 煙雲萬里鷗波闊
꽃과 버들 천 산에는 새들이 돌아오네 / 花柳千峯鳥道回
하늘가의 사신 탄 배 어디에 도달했고 / 天上星槎何處達
성중의 사대부들 몇몇이나 여기 왔나 / 城中冠蓋幾人來
나그네는 시 지을 흥취가 남았나니 / 客過剩有題詩興
소슬바람 저녁비를 재촉하지 말지어다 / 不用蕭蕭暮雨催
《상동》
판서(判書) 한명회(韓明澮)의 압구정시권(鴨鷗亭詩卷)에 제하다
물과 구름 깊숙한 곳 숨어 있는 초정에 / 水雲深處草亭幽
세속 잊은 객 있어서 흰 갈매기 바라보네 / 有客忘機對白鷗
공명이야 숨어 사는 사람 같길 허여했고 / 自許功名同散逸
심사는 부침하는 세속 사람 안 닮았네 / 莫將心事學沈浮
윤건에다 우선 드니 한가롭다 할 만하고 / 綸巾羽扇閑堪語
가랑비에 살랑바람 저녁나절 머무누나 / 細雨斜風晩更留
강 감도는 이곳은 은거하기 좋거니와 / 好是曲江棲隱地
갈매기와 어울리며 몇 년을 보냈는가 / 相呼相近幾回秋
《상동》
부벽루(浮碧樓) 본 시의 서문에 이르기를, “3월 15일에 사신의 행차가 평양(平壤)으로 돌아오자 부벽루에서 잔치를 벌였다. 이에 부벽루라고 명명(命名)한 뜻을 인하여 온이체(溫李體)를 본떠서 단사(短詞)로 1장을 지어 흥취를 기록하였다.” 하였다.
큰 강물 깨끗하여 봄이라 깊거니와 / 洪流綠淨春無底
땅속의 푸르름을 봄 강물이 새겨놨네 / 地核籠葱嵌春水
서려 있는 안개 기운 엉겨 아니 흩어지고 / 輪囷蜃氣凝不散
열두 개의 난간 기둥 씻은 듯이 환하구나 / 十二雕櫳晃如洗
하늘은 쪽빛 강에 거꾸로 잠겨 있고 / 空明倒浸蔚藍天
향기는 물풀 자란 강가에 잠겨 있네 / 煙香半落蘼蕪渚
녹색 구름 옅게 끼고 푸른 안개 나직한데 / 綠雲淺淡翠煙沈
사람들은 유리 거울 비추는 속에 있네 / 人在琉璃鏡光裏
청성의 신선이 동쪽에서 돌아와서 / 靑城僊客還從東
옥퉁소를 손에 들고 무지개에 오르누나 / 袖携紫玉登蒼虹
부구공과 관윤을 좌우에 데리고서 / 左招浮丘右關尹
술 오르자 풍이궁서 북을 둥둥 울리누나 / 酒酣擊鼓馮夷宮
풍이는 취해 누워 불러도 술 아니 깨고 / 馮夷醉臥呼弗醒
집 가득한 교주에 푸른 옷 차가웁네 / 滿屋蛟珠靛衣冷
내일 아침 고개 돌려 함께 놀던 사람 보면 / 明朝回望舊遊人
한 조각 강과 산이 꿈속의 경치리라 / 一片江山夢中景
《상동》
진 선생(陳先生)의 ‘만경루(萬景樓)에 오르다’ 시에 화운(和韻)하다 2수(二首) ○ 본 시의 서문에 이르기를, “압운(押韻)하여 화답하는 것은 옛날의 도가 아니다. 명량(明良)의 갱가(賡歌)로부터 당(唐)나라 사람들에게 이르기까지 모두 이런 제도가 없었는데, 화답하는 바는 작자의 뜻에 따라서일 뿐이었다. 송나라의 소황(蘇黃) 등 여러 사람들에 이르러서 비로소 이 법이 확대되어 후세에서는 많이들 그에 따르게 되었다. 내가 평생토록 이에 대해서 게을리 한 것은 앞 시대의 사람들처럼 교묘하게 지을 줄을 몰라서였다. 이 만경루에 올라 내한(內翰) 진 선생이 지은 시를 보고는 그의 성운(聲韻)을 따라서 율시(律詩) 두 수를 지었는데, 이른바 속됨을 면치 못하고 애오라지 다시 지은 것일 뿐이다. 그러니 시를 보는 자들이 나를 위해서 한번 웃어 주기 바란다.” 하였다.
강가의 높은 누각 속된 기운 없는데 / 江上危樓離俗氛
초봄에 지나갈 땐 찾아보지 못하였네 / 春初經過未相聞
구름 바람 언덕 골짝 높고 낮게 드러나고 / 風雲邱壑高低見
초목 숲과 마을의 집 원근으로 나뉘었네 / 草樹人家遠近分
부엌에선 차 끓이는 푸른 연기 피어나고 / 午灶茶煙蒼冉冉
연못에는 푸르른 봄물이 넘실대네 / 芳塘桃漲綠沄沄
이미 풍속 두루 물어 돌아갈 날 촉박한데 / 咨詢已遍歸期促
누각 난간 기대 서자 해는 또 저무누나 / 一倚雕欄日又曛
푸른 하늘 저 서쪽 거긴 바로 황성인데 / 九霄西去是皇畿
만경루 누각 위서 잠시 동안 머무누나 / 萬景樓中暫解衣
하늘 멀리 저 강물은 어디에서 그치려나 / 天遠江流何處盡
봄 깊은데 시 흥취는 근래 들어 적어졌네 / 春深詩興近來微
포구에서 노래하자 졸던 백구 놀라 날고 / 歌聲隔浦眠鷗起
소나무에 바람 불자 춤추는 학 돌아오네 / 松影迎風舞鶴歸
풍광은 한창인데 보는 것이 권태로워 / 時物未闌淸賞倦
나도 몰래 고개 돌려 흰 구름 바라보네 / 不禁回首白雲飛
《상동》
태평루(太平樓)에 오르다 2수(二首) [허국(許國)]
한강 성 가에 우뚝 솟아 있는 태평루에 / 漢江城上太平樓
동쪽으로 온 사신들 몇 차례나 머물렀나 / 使節東來幾度留
바닷가 먼 곳서도 황제의 덕 칭송하니 / 窮海盡聞歌帝力
이역 땅서 어찌 다시 향수 시름 일어나리 / 殊方那復動鄕愁
주렴 걷자 온 산에는 가을빛 물들었고 / 捲簾秋色千山入
난간에 몸 기대자 여염에는 연기 피네 / 倚檻煙光萬井浮
한밤중에 홀로 서서 황제 대궐 그리다가 / 獨有中宵懷魏闕
북두성 향해 서서 멀리 중국 바라보네 / 遙隨北斗望神州
쇠잔해진 동쪽 나라 가을에 문득 놀라 / 搖落偏驚海國秋
서풍이 비 몰고 올 때 누각 위에 오르네 / 西風吹雨一登樓
좌중의 가무는 좋은 잔치 멈추었고 / 坐中歌舞停高會
난간 밖의 시내와 산 좋은 유람 저버렸네 / 檻外溪山負勝遊
이역 땅서 왕찬의 부 억누를 수 없으니 / 異地堪裁王粲賦
돌아갈 땐 송생의 시름 안고 돌아가리 / 將歸眞抱宋生愁
훗날에 사신으로 갔던 곳 떠올리면 / 他年尙憶投車處
연못의 돌 화분의 꽃 놀던 이들 그윽하리 / 池石盆花伴客幽
《허문목집》
회란석(迴瀾石) 본 시의 서문에 이르기를, “오조천(吾助川) 가에 병풍처럼 생긴 돌이 있어서 오조천의 동쪽을 가로막고 있는데, 예전에는 이 돌의 이름이 없었다. 이에 내가 그 돌을 명명하여 ‘회란석’이라 하였다.” 하였다.
시냇물 꾸불꾸불 먼 산에서 흘러오다 / 平川蜒蜿遙山裏
산기슭 감도는 곳 푸른 병풍 솟아 있네 / 岸轉沙窮翠屛起
물 감도는 맑은 소엔 옥거울이 펼쳐졌고 / 廻作澂潭玉鏡開
한 조각 부용꽃은 가을 물에 꽂혀 있네 / 一片芙蓉揷秋水
부용꽃 핀 가을 물은 맑은 창공 비추고 / 芙蓉秋水照晴空
채색 구름 그림 속에 들쭉날쭉 떠 있네 / 雲錦參差圖畫中
천길 절벽 우뚝하니 똑바로 서 있으니 / 壁立千尋勢不倚
물결 가로막은 모습 어쩜 그리 웅장한가 / 衝波逆障何其雄
이 세상의 물은 모두 동쪽으로 흘러가나 / 世間之水總流東
누가 역류 시키는가 하늘이 만든 거네 / 誰當橫潰皆天工
그댄 보라 만고토록 황하수 강가에서 / 君看萬古黃河上
언덕에 돌 높이 걸린 황하의 지주봉을 / 岸石高懸砥柱峯
《상동》
총수산(蔥秀山)
이 산 모습 과연 푸른 파와 같아서 / 玆山果葱秀
가을빛도 온통 다 푸르르구나 / 秋色共蒼蒼
봉우리와 골짝에는 옛날 뜻있고 / 峯巒有古意
풀과 나무 모두 다 좋은 향기네 / 草木皆天香
옥 구슬 흩어지는 냇물 소리에 / 泉鳴珠珮落
비단 병풍 펼쳐 놓은 쌓인 돌이네 / 石疊錦屛張
아름답긴 하건만 못 머물고서 / 信美無留戀
길을 가다 황성쪽을 또 바라보네 / 行行望帝鄕
《상동》
옥류천(玉溜泉) 본 시의 서문에 이르기를, “산 아래에 작은 구멍이 있어서 샘물이 비 내리는 것처럼 흘러내리는데, 겨울이나 여름이나 마르지 않고 흘러 옥이 울리는 소리가 난다. 이에 내가 이곳을 명명하여 ‘옥류천’이라 하였다.” 하였다.
물과 돌 깨끗하고 아름다워라 / 水石淨娟娟
이역 땅에 동천이 펼쳐져 있네 / 殊方有洞天
작은 구멍 산에 하나 뚫려 있어 / 山開一竇小
샘물 소리 옥 구슬이 흩어지네 / 泉散亂珠懸
물맛은 돌 틈에서 나와 차갑고 / 味出雲根冷
빛은 이슬 머금어서 선명하구나 / 光含露蕊鮮
맑고 맑아 하얀 옥이 표표히 날고 / 泠泠飄素玉
쉴 새 없이 거문고의 소리 울리네 / 灑灑韻朱絃
거친 골짝 촉촉하게 적시어 주다 / 膏澤翳荒谷
흘러가서 큰 냇물에 몸 내맡기네 / 朝宗委大川
난 어째서 궁벽한 데 막히어 있나 / 奈玆阻窮僻
어찌하면 저 작은 물 본받을거나 / 何以效微涓
얼굴 씻다 돌 틈 속을 엿보다가는 / 漱潤窺丹罅
근원 찾아 산꼭대기 올라가누나 / 尋源倚翠巓
표주박선 젖 같은 물 흘러내리고 / 竹瓢分乳液
솥단지선 차 끓이는 연기 오르네 / 松鼎起茶煙
말 위에는 그윽한 소리 남아서 / 馬上餘幽響
너를 위해 옥 거문고 소리 전하네 / 瑤琴爲爾傳
《상동》
태허루(太虛樓)
높은 들보 둘린 난간 하늘에 닿았는데 / 飛棟廻欄切紫虛
먼 하늘 둘러보며 나 홀로 서성이네 / 遙天四顧獨躊躇
티끌 세상 아득 멀어 창공은 푸르르고 / 塵埃迥絶涵空碧
해와 달은 창문에 나직하게 걸려 있네 / 日月低懸在綺疎
동쪽으론 삼도에 신선 사는 굴이 있고 / 三島東浮仙子窟
서쪽으론 오운 속에 제왕 사는 대궐 있네 / 五雲西隱帝王居
평생토록 드넓은 곳 보려는 맘 있었다가 / 平生未解窺寥廓
오늘에야 높은 곳서 내 눈 한번 틔우누나 / 此日憑高一啓予
《상동》
수레를 타고서 간의대부(諫議大夫) 위시량(魏時亮)과 함께 평양성(平壤城)의 동북쪽으로 나가 강가를 따라 부벽루(浮碧樓)에 올랐다. 비가 와서 영명사(永明寺)에서 쉬었다가 저녁나절 비가 개어 기린굴(麒麟窟)을 보았다. 그러고는 드디어 배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와 다시 대동관(大同館)에 이르러서 시를 짓다.
해국 와서 내 누구와 더불어서 즐기는가 / 我行海國誰與娛
산과 물 모두 있어 마음과 뜻 즐거웁네 / 賞心賴有山水俱
평양 땅의 산수는 다시금 기이하여 / 平壤山水更奇絶
누대는 아득하고 강천은 텅 비었네 / 樓臺縹緲江天虛
경치 보고 유적 돌다 흥 다하지 않았기에 / 探奇弔古興不盡
수레 몰아 다시금 성 모퉁이 나아가네 / 巾車復出城之隅
돌절벽은 깎은 듯이 강을 따라 둘렸는데 / 石壁如削江如紆
그 가운데 한 가닥 험한 길이 걸려 있네 / 中懸一道凌嶔嶇
강물 돌아 흐르는 곳 돌층계가 높다랗고 / 江流忽轉石磴高
청운 백운 두 다리가 거기에 걸렸는데 / 靑雲白雲懸兩橋
평대는 높다랗게 강 언덕에 임해 있고 / 平臺迥絶臨江皐
부벽루는 높은 산에 외로이 서 있네 / 浮碧之樓孤岧嶢
높은 산은 합쳐져서 강가 돌을 끼고 돌고 / 岧嶢廻合抱崖石
강 섬이 앞 가로질러 강 푸르름 깨뜨리네 / 江島前橫破江碧
큰 바다엔 흐릿하게 섬 하나가 보이는데 / 鰲背微茫露一洲
오색의 무지개는 연기 속에 반 잠겼네 / 又如彩虹半落江煙秋
북쪽 강가 작은 누각 다시금 깊숙한데 / 北崖小閣更隈隩
조용히 내려보니 강물은 푸르르네 / 沈沈下瞰江水綠
미풍 부니 이는 물결 옥같이 반짝이고 / 微風龍鱗波蹙玉
강가의 풀과 꽃은 그윽하여 어여쁘네 / 岸草汀花媚幽獨
강에 닿은 산 기운은 어쩜 그리 아득한가 / 江連山氣何杳冥
고개 돌려 서쪽으로 푸른 병풍 바라보네 / 回看西倚之翠屛
모란봉엔 조각조각 강 빛이 비치나니 / 牧丹片片照江色
유리가 꽂히어서 비단 장막 밝구나 / 倒揷琉璃錦障明
산 남쪽에 비스듬히 자리 잡은 영명사엔 / 峯南斜帶永明寺
하늘 걸린 비단 장막 금지에 떨어졌네 / 錦障橫天落金地
문 끝에는 고려 때의 시가 걸려 있으니 / 門端尙懸高麗詩
당시에도 이미 중국 글자를 알았었네 / 當時已解中華字
홀연히 구름 일어 산속에 비 쏟아지니 / 山雲忽起山雨至
지척에 안개 끼어 신비로운 기운 도네 / 咫尺煙霞有靈閟
저녁 무렵 비가 개어 신 신고서 산 오르니 / 晩晴著屐還登山
천 봉우리 만 봉우리 빈 산이 서늘하네 / 千峯萬峯空翠寒
기린 이미 떠났는데 굴만이 남아 있고 / 麒麟已去窟空在
층층 쌓인 옛날 돌엔 돌이끼 끼어 있네 / 古石仄疊苔痕斑
내 듣건대 동명왕이 신선되어 떠나갈 때 / 聞說東明昔仙去
홀로 기린 등에 타고 안개 뚫고 올랐다네 / 獨控麒麟出煙霧
조천석 위에는 발굽 자국 남았건만 / 朝天石上留蹄涔
강담은 물에 묻혀 어딘지를 모르겠네 / 水沒江潭不知處
아아 이런 일들이야 끝내 황당한 것이거니 / 嗟嗟此事竟荒唐
팔준마의 주 목왕 일 들어 보지 못하였나 / 八駿不聞周穆王
침상 속의 홍보는 저절로 숨겨졌고 / 枕中鴻寶徒自祕
소산은 도움 안 돼 회남이 망하였네 / 小山無補淮南亡
술이나 마시면서 다시는 말을 말라 / 有酒且傾勿復道
가을 강가 온통 덮은 시든 풀에 맘 상하네 / 秋江極目傷秋草
그대와 피리 불며 배 타고 강 내려올 제 / 與君鳴笳放舸下中流
푸른 하늘 고요하고 물결은 잔잔하네 / 靑天不動波如掃
고개 돌려 지나온 부벽루쪽 바라보니 / 卻顧向來浮碧樓
푸른 저녁 연기 속에 강 섬이 잠겨 있네 / 蒼蒼暮靄沉江島
《상동》
풍월루(風月樓)에 올라 바라보고 능파교(凌波橋)를 건너 애련당(愛蓮堂)에서 쉬다가 연꽃을 바라보면서 짓다
남녘 나라 멀리서 온 저 부용꽃에 / 南國芙蕖花
그 옛날에 어진 이가 뜻 부치었네 / 昔賢聊寄意
꽃다운 향기 바다 모퉁이 퍼져 / 芬芳播海隅
누대와 못에 좋은 경치 더하네 / 臺沼足佳致
층루는 맑은 물을 내려다보고 / 層樓瞰淸泠
외로운 정자 연잎 속에 숨었네 / 孤榭隱荷芰
물 위에는 긴 무지개 드리워졌고 / 水上臥長虹
공중에는 향기 소매 드리워졌네 / 空中擧香袂
능파교서 흰 그림자 희롱하다가 / 凌波弄素影
난간에서 굽어보며 생각을 흩네 / 俯檻散幽思
시든 꽃엔 이미 붉은 잎이 지는데 / 殘萼已飄紅
줄기에는 아직 푸른 잎새 달렸네 / 疎莖猶疊翠
술잔에는 저녁노을 어른거리고 / 杯搖暮霞色
옷엔 가을 서리 기운 스미어드네 / 衣染秋霜氣
담박해서 할 말을 잊어버렸고 / 澹爾言與忘
유유하여 마음은 절로 즐겁네 / 悠悠心自媚
물결 저편 웃음소리 들리어오매 / 盈盈隔笑語
연 뜯으며 정을 나누던 생각이 나네 / 采采憶交契
지는 해에 다시 누각 위에 오르니 / 落日更登樓
비 갠 뒤 맑은 풍광 보이는구나 / 風月見光霽
《상동》
기자(箕子)의 정전(井田)을 보고 느낌이 있어서 짓다
노문의 들판에는 정전 자취 남았으나 / 蘆門原濕尙縱橫
만고토록 그 누가 두둑 나눈 공을 알리 / 萬古誰知疆理功
봇도랑은 지금 모두 길로다가 변했는데 / 川澮只今成道路
남아 있는 곡식 이삭 추풍에 일렁이네 / 空餘禾黍動秋風
《상동》
저녁나절에 연광정(練光亭)에서 바라보며
저물녘에 수레 몰아 강가에 나가보니 / 薄暮驅車江上來
연광정이 대동강 물 굽어보고 서 있네 / 練光亭俯大江開
긴 물결은 만고토록 푸른 물 쏟아 내고 / 長波萬古瀉空碧
하늘에서 떨어진 은하수는 난간 도네 / 天落銀河抱檻廻
모래밭은 드넓은데 숲엔 안개 끼었고 / 平沙浩浩帶煙樹
먼 산은 흐릿한데 강 섬은 드러났네 / 遠翠微茫見江嶼
강 머리의 바윗돌은 고래들이 춤추는 듯 / 江頭亂石舞鯨鯢
물결을 가로질러 강을 건너가려 하네 / 橫波欲渡江潭去
자라 등에 봉래산을 업은 듯이 우뚝하고 / 矗如鰲背負蓬山
기울어진 강가 성은 물굽이에 위태롭네 / 側疊江城裊碧灣
성가퀴는 백 척 높이 강가 숲에 걸려 있고 / 睥睨百尺掛江樹
누대는 강물 속에 그림자를 드리웠네 / 樓臺倒影沖融間
일렁대는 가벼운 배 물 위에 뜬 낙엽인가 / 輕舟片片疑落葉
강바람에 어지러이 눈발이 흩날리네 / 散亂江風點飛雪
우녀 나루 찾아가는 뗏목과 뭐 다르리 / 何異槎浮牛女津
산음에서 달빛 아래 노 젓는 거와 같네 / 還同棹下山陰月
지는 해에 뜬구름 강가의 가을인데 / 落日浮雲江上秋
평양의 지난 일들 강물 따라 흘러가네 / 平壤往事隨東流
성 남쪽엔 오로지 정전만이 남아 있고 / 城南惟有井田在
옛터는 쓸쓸하고 산언덕 텅 비었기에 / 古壇零落空山邱
하늘 보고 땅을 보며 손 한번 휘젓누나 / 俯仰乾坤一揮手
해의 아들 하백 사위 지금도 예 있는가 / 日子河甥今在否
어룡은 물 위에 떠 다리 아니 만드누나 / 魚龍博水不成橋
기장 자란 옛 궁궐서 술 한 잔 부으면서 / 禾黍遺宮堪酹酒
노래하자 흰 구름은 앉은 자리 돌아 나네 / 我歌白雲繞坐飛
술 취한 채 성문 나가 물가 돌에 앉아서는 / 醉拂城闉作釣磯
낚싯대 드리우니 창주 흥취 홀연 일어 / 投竿忽動滄洲興
학 타고서 바닷가 산 돌아가길 기약하네 / 控鶴終期海嶠歸
《상동》
쾌재정(快哉亭)
높은 정자 성 모퉁이 굽어보는데 / 危榭俯城隈
정자 올라 바라보니 시원도 하네 / 登臨亦快哉
산 빛은 말아 올린 휘장에 낮고 / 山光低卷幔
강 빛은 마시려는 잔에 가깝네 / 江色近銜杯
천 채의 마을에는 구름 끼었고 / 雲樹千家市
백 척의 누대에는 안개 끼었네 / 煙霄百尺臺
다시금 좋은 거는 바라뵈는 곳 / 更憐迎望處
연잎 속에 물가 정자 서 있는 거네 / 荷芰水亭開
《상동》
망월정(望月亭)
그윽한 정자는 달 보기 좋은데 / 幽亭宜待月
편히 앉아 불어오는 바람만 맞네 / 宴坐但迎風
저녁이라 강 비 급히 몰리어오고 / 江雨暮偏急
가을이라 숲 속 서리 기운 남았네 / 林霜秋未空
안개 낀 숲 속으로 돛배들 가고 / 亂帆煙樹裏
물과 구름 섞인 속에 첩첩 산이네 / 疊嶂水雲中
어찌하면 앞 시원히 보이는 곳서 / 安得開晴望
밤새도록 맑은 술을 함께 마시나 / 淸樽永夜同
《상동》
제산정(齊山亭)
산속 정자 넓은 허공 속에 기대 있는데 / 山亭倚空曠
사방을 둘러보니 사방에 산 가지런하네 / 四顧與山齊
수풀 빛은 처마 끝에 닿아 가깝고 / 樹色交簷密
구름 빛은 창문 스며 나직도 한데 / 雲光入戶低
날아가는 새 너머론 하늘이 멀고 / 長天飛鳥外
석양 지는 서쪽으론 가는 길 있네 / 歸路夕陽西
눈길 들어 멀리 보니 맘 서글픈데 / 目極增惆悵
쓸쓸하니 타고 온 말 히히힝 우네 / 蕭蕭征馬嘶
《상동》
위 급간(魏給諫)의 ‘주림계(簇林溪)를 출발하다’ 시에 화운하다 본 시의 서문에 이르기를, “위 급간의 휘(諱)는 시량(時亮)으로, 병과 좌급사중(兵科左給事中)인데, 부사(副使)가 되어 함께 갔다.” 하였다.
수레 돌려 단애 가에 도달하여서 / 廻車臨斷岸
뗏목 타고 맑은 시냇물을 건너네 / 聯筏度淸溪
풀잎 끝엔 이슬꽃이 매달려 있고 / 艸際露華白
모래밭엔 새벽빛이 흐릿도 한데 / 沙邊曙色迷
바다 밝아 가깝게 해가 보이고 / 海明看日近
들판 넓어 나직하게 하늘 보이네 / 野曠覺天低
뗏목 타고 가려던 뜻 내 알겠거니 / 始識乘桴意
어찌하여 구이 보고 더럽다 하리 / 如何陋九夷
《상동》
‘사리원(沙里院)으로 가는 도중에’ 시에 화운하다
이역 땅에 사신으로 오긴 왔지만 / 使履雖殊域
황봉이라 저절로 한집안이네 / 皇封自一家
하늘 있는 곳엔 모두 우로 내리니 / 有天皆雨露
어디엔들 뽕과 삼이 아니 자라랴 / 何地不桑麻
풍속은 순박했던 옛날과 같고 / 風俗淳猶古
의관 모습 하얀색이 고상도 하네 / 衣冠雅素華
은혜로운 파도 점점 미치어 오니 / 恩波况漸及
푸른 바다 드넓어서 가이없구나 / 滄海浩無涯
《상동》
반송(蟠松)을 바라보며
거련관 앞에 있는 오래 묵은 소나무 / 車輦館前古松樹
만 가지 나직하게 푸른 가지 펼치었네 / 萬枝低拂蒼煙開
솔 잎새는 섬돌 닿아 가마에 스치우고 / 露葉垂階接征蓋
송화는 창에 뿌려 술잔에 떨어지네 / 風花灑戶邀吟杯
낮은 담장 사철 푸른 빛깔을 못 가리우고 / 短墻不掩四時色
신령스런 뿌리 홀로 천 봉우리 감돌았네 / 靈根獨抱千峯廻
가는 수레 멈추고서 오래도록 응시하니 / 停車爲爾一凝望
길가에 우뚝 솟은 큰 재목 어여쁘네 / 道傍偃蹇憐瓌材
《상동》
사신 길에서 돌아오다가 드디어 반송(蟠松) 아래에 이르러서 다시 앞의 운을 차운하다
전에 내가 볼 땐 뜻 절로 예스러웠는데 / 昔予遙望意自古
지금 내가 그늘 앉아 마음을 터놓누나 / 今予坐蔭心爲開
어느 해에 벼락 쳐서 가지 반이 부러졌나 / 何年半摧霹靂斧
수레를 돌려 오다 술잔을 기울이네 / 旋車一引葡萄杯
성긴 가지 들쭉날쭉 푸른 일산 기울었고 / 疎枝錯落翠蓋仄
늙은 줄기 꾸불꾸불 푸른 용이 감돌았네 / 老幹詰屈蒼虯廻
기재 품고 마침내 버려짐도 감수하니 / 抱奇竟爾甘棄置
아아 명당 재목감 될 이 나무를 저버렸네 / 嗟嗟負此明堂材
《상동》
비로 인해 가지 못하고 간의대부 위시량(魏時亮)과 함께 쾌재정(快哉亭)에 앉아 있으면서 짓다
아침에 대동관서 일어나서는 / 朝來大同館
비로 인해 출발을 하지 못했네 / 阻雨不得發
쾌재정 정자 위에 올라가서는 / 郤上快哉亭
그대와 함께하니 상쾌해지네 / 與君坐超忽
자리는 적막하여 아무 말 없고 / 對榻寂無言
마음은 그윽하여 텅 비어지네 / 冥心入寥廓
멍하니 천지와 합하여지니 / 窅然合元化
오만 생각 이에 모두 사그라드네 / 萬慮此俱歇
이러한 때 내리던 비 막 개어서 / 是時雨初霽
산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네 / 山雲尙蓬勃
잠깐 사이 구름 점점 퍼져 나가자 / 須臾漸披卷
빼어난 빛 밝아 손에 움킬 수 있네 / 秀色明可掇
만 집은 안개 낀 숲 속에 보이고 / 萬家煙樹開
몇몇 점의 강 돛배는 사라지누나 / 數點江帆沒
시내와 산 품 안으로 다 들어오고 / 溪山入襟帶
푸르른 산 눈썹 위로 곧장 보이네 / 蒼翠上眉髮
맑은 바람 옷소매로 불어서 오고 / 淸風吹我襟
상쾌한 기운 뼛속 스미어 드네 / 爽氣切人骨
내 비로소 알겠구나 사극 바깥도 / 始知四極外
궁궐 속에 있는 것과 아니 다름을 / 不異在軒闥
예로부터 하늘과 땅 같이했으니 / 自古共霄壤
어느 곳서 호와 월을 구분하리요 / 何處分胡越
달인은 큰 바다를 깨닫는 거고 / 達人悟鵬池
소인은 토끼굴만 파는 거라네 / 小夫營兔窟
신세는 뜬구름과 같은 것이고 / 身世等雲浮
심정은 하늘에 뜬 해와 같은데 / 心精同日揭
그런데 나는 홀로 무얼 하느라 / 而我獨何爲
낮은 데 침체됨을 달가워하나 / 甘與物俱汨
그대에겐 도의 기운 있음 아나니 / 知君有道氣
정신을 거둬 모아 아니 흐린데 / 神斂中不滑
먼 길에 다행히도 함께 나와서 / 遠役幸追陪
미진 나루 건네주는 자항 되었네 / 迷川濟慈筏
술 가져와 다시금 함께 마시며 / 呼酒還共傾
호방하게 노래하며 달 기다리네 / 浩歌待明月
《상동》
평양에서 기자묘(箕子墓)에 배알하고 정전(井田)의 유적지를 탐방하다 [위시량(魏時亮)]
우범은 중국 땅에 남아 있는데 / 禹範留西土
선생께선 홀로 동쪽 향하여 왔네 / 先生獨向東
도 없어서 바다 뜬다 탄식했나니 / 道無浮海歎
그 의리는 고사리 캔 것과 같았네 / 義與采薇同
옛 정전(井田)엔 은나라의 흔적 남았고 / 舊井存殷畫
호관은 고풍을 숭상하누나 / 冔冠尙古風
평양성 밖 황량한 언덕 위에서 / 荒邱平壤外
맥수 노래 부르면서 궁궐 생각네 / 麥秀想遺宮
《명시종》
조선의 옥류천(玉溜泉) [강왈광(姜曰廣)]
푸른 절벽 사이에 골짝 열려서 / 蒼崖開洞壑
물 흐르며 옥 구르는 소리를 내네 / 奔溜戛琳球
방울 튕겨 맑은 하늘 비가 내리고 / 濺作晴空雨
물 맑아서 여름에도 가을철 같네 / 淸生暑月秋
바람을 머금어서 소리는 낮고 / 含風聲更靜
돌에 막혀 물방울은 도로 머무네 / 咽石滴還留
부럽구나 졸졸대며 흐르는 너는 / 羨爾涓涓意
끝내는 큰 바다로 흘러가누나 / 終歸大海流
대동강을 건너면서 내한(內翰) 동월(董越)의 시에 화답하다
대동강은 흘러서 바다로 가고 / 浿水元歸海
산성은 반쯤 강에 잠겨 있어라 / 山城半入江
봄 조수 물 돌 절벽에 부딪치는데 / 春潮翻石壁
내리는 비는 선창 때리는구나 / 飛雨打船牕
시를 짓는 재주 누가 뛰어났는가 / 作賦才誰健
구름 위로 솟는 기운 아니 꺾이네 / 凌雲氣未降
동상이 강 건네주는 걸 보니 / 濟川輸董相
머지않아 나라 경영하는 걸 보리 / 不日看經邦
《명시종》
부벽루에 올라
산 누각이 창공에 솟아 있는데 / 山閣凌空起
외론 구름 비를 품고 날아가누나 / 孤雲挾雨飛
좋은 꽃들 역로 가에 피어서 있고 / 好花臨驛路
작은 배는 물가 돌에 얹혀져 있네 / 小艇占漁磯
돌계단은 비스듬히 성과 통하고 / 石磴斜通郭
안개 낀 마을 반쯤 사립 닫혔네 / 煙村半掩扉
주인이 객 머물게 할 뜻 있는데 / 主人留客意
날 저물어 어찌 감히 간다 하리오 / 薄暮肯言歸
《상동》
기자의 옛 성을 지나면서 느낌이 있어서 짓다
황성에는 버들 짙고 물은 도랑 가득한데 / 柳暗荒城水滿渠
몇몇 집의 대문이 마을 터에 남아 있나 / 幾家門巷帶邨墟
정전 제도 폐해진 지 이미 천년 지났고 / 井田已廢千年後
옛 보루는 일찍이 백번 전쟁 치렀어라 / 故壘曾經百戰餘
과수 아랜 석 자 되는 말이 다시 안 보이고 / 果下更無三尺馬
소반 속엔 때때로 팔초어가 올라오네 / 盤中時有八梢魚
남은 터에 옛날 무덤 어디 있는지 아는가 / 遺封舊基知何在
가던 수레 멈추고서 역관에게 물어보네 / 試一停車問象胥
《상동》
고려영(高麗營)에서 짓다 당 태종(唐太宗)이 동정(東征)했을 때의 옛 유적이다. [오조건(吳兆騫)]
문황이 그 옛날에 요동을 정벌할 때 / 文皇昔日征遼海
이 지역엔 고구려의 군사가 주둔했네 / 此地高麗亦駐兵
육군이 피 흘리며 싸움하던 이곳에 / 想像六軍頻血戰
아득하니 후대에는 잔영만이 남아 있네 / 蒼茫異代尙殘營
황운 낀 언덕 끊겨 길 가는 사람 적고 / 黃雲磧斷行人少
백골 쌓인 들판 비어 덩굴풀들 자라 있네 / 白骨原空蔓艸平
저물녘에 강물은 비바람 저 너머서 / 日暮江流風雨外
도도하게 흘러가니 감정 주체 못 하겠네 / 滔滔東去不勝情
《추가집(秋笳集)》
이상은 제영(題詠)이다.
신라에서 흰매를 진공(進貢)하다 [두공(竇鞏)]
금원에 가을 들어 황제가 새 말 타자 / 御馬新騎禁苑秋
해동의 나라에서 흰 새매 보내왔네 / 白鷹來自海東頭
황제께서 일 없어서 사냥을 나가시니 / 漢皇無事須遊獵
눈 날리듯 팔찌 위서 다투어서 나누나 / 雪亂爭飛錦臂韝
고려의 해동청(海東靑)에 대한 행(行) [범기(梵琦)]
해동청 보라매를 / 海東靑
고려에서 천자의 궁궐에 보내왔네 / 高麗獻之天子庭
만 사람들 둘러서서 감히 못 쳐다보니 / 萬人却立不敢睨
옥 발톱 금빛 눈에 쇠로 된 깃털이네 / 玉爪金眸鐵作翎
맘은 허공 가 있는데 팔찐 손에 있으니 / 心在寒空韝在手
일생 동안 사냥하며 짝 없을 줄 아누나 / 一生自獵知無偶
외로이 날아올라 대붕 앞에 곧장 가니 / 孤飛直出大鵬前
용맹한 뜻 그 어찌 들 거위에 뒤지리오 / 猛志豈落駕鵝後
이런 날에 가을바람 어쩜 그리 쌀쌀한가 / 是日霜氣何栗冽
장양궁서 기 세우자 별안간에 솟구쳐서 / 長楊樹羽看騰瞥
구름과 안개 뚫고 허공으로 솟구치니 / 奔雲突霧入紫霄
토끼와 두꺼비는 붉은 피를 뿌리누나 / 狡兔妖蟆灑丹血
몸 거두어 돌아오자 목계와도 같으니 / 束身歸來如木鷄
뭇 새매들 맞서려나 세운 공이 같지 않네 / 衆鶻欲幷功難齊
재주 없는 너희들은 모두 녹록하거니와 / 爾輩無才空碌碌
응당 주방 고기만을 축내지는 않으리라 / 不應但費官廚肉
《열조시집(列朝詩集)》
고려의 오명마(五明馬)를 보내며 [황석옹(黃石翁)]
바다 물결 일지 않아 관량이 통하매 / 海波不動關梁通
규염객의 사신이 오 땅에서 왔다네 / 虯髥使者來吳中
명마라서 이마 사이 밝은 달이 걸려 있고 / 名騅額間掛明月
네 발굽엔 백룡퇴의 백설을 띠고 있네 / 四蹄猶帶龍堆雪
꼴 먹을 땐 농가 꼴은 받아먹지 않나니 / 仰秣不受田家蒭
태관에서 주는 꼴엔 오미가 갖춰졌네 / 太官之羊五味俱
빼난 재주 만리 먼 길 쉽사리도 가건마는 / 賢才萬里不難致
강비조차 부족하니 아아 늙어 버렸구나 / 糠粃不充吁老矣
《원시선(元詩選)》
고려의 석등(石燈)을 읊다 [당지순(唐之淳)]
구멍난 돌 먼 곳까지 빛을 비추니 / 竅石觸幽遐
허명하기 초롱불과 뭐가 다르랴 / 虛明詎異紗
동방 나라 기자국서 다듬어져서 / 琢從箕子國
축왕가를 향하여서 빛을 사르네 / 爇向竺王家
깜빡이니 심지 타는 줄을 알겠고 / 耿耿知懸燼
밝을 적엔 꽃이 폈나 의아스럽네 / 亭亭訝作花
선정 뒤엔 정신 절로 해맑아지고 / 定餘神自炤
불경 남아 물시계는 더디 가누나 / 經殘漏欲賖
바라노니 밝은 지혜 가지고 가서 / 願持明慧境
항하사(恒河沙)에 두루 광채 드날리거라 / 揚彩遍河沙
《상동》
전목보(錢穆父)의 ‘고려의 송선(松扇)을 주다’ 시를 차운하다 [황정견(黃庭堅)]
멋진 글씨 좋은 시구 닥종이에 선명한데 / 銀鉤玉唾明繭紙
가볍고도 시원한 송선 함께 보내왔네 / 松箑輕涼並送似
어여쁘게 저 멀리 책구루서 건너오니 / 可憐遠度幘溝婁
오늘날의 내대자가 되기에 적당하네 / 適堪今時褦襶子
장부 모습 우뚝하여 기운 높고 차가운데 / 丈人玉立氣高寒
삼한 땅에 사신 가며 삼신산을 보았으니 / 三韓持節見神山
안기생의 불사약을 얻어서 가지고 와 / 合得安期不死藥
내 몸 티끌세상에서 벗어나게 하려무나 / 使我蟬蛻塵埃間
《산곡집(山谷集)》
문잠(文潛)의 ‘전목보가 고려의 송선을 보내 준 데 대해 사례하는 시’에 희롱 삼아 화답하다
성성이 털 묶은 붓과 어망으로 짠 종이와 / 猩毛束筆魚網紙
솔가지로 짠 부채는 맑기 서로 비슷하네 / 松柎織扇淸相似
가슴 앞서 흔들자 비바람이 몰려오니 / 動搖懷袖風雨來
중 앞에 솔방울이 떨어짐을 보겠구나 / 想見僧前落松子
장후가 읊은 시는 솔바람 소리 찬데 / 張侯哦詩松韻寒
오뉴월 뙤약볕에 육산이 찌는구나 / 六月火雲蒸肉山
아내에게 보내 주면 한번 웃을 것이니 / 持贈小君聊一笑
쇠뇌 당겨 꿩을 쏠 필요가 없으리라 / 不須射雉彀黃閒
《상동》
정굉중(鄭閎中)이 고려의 화선(畫扇)을 보내 준 데 대해 사례하다 2수(二首)
회계 내사 정공이 삼한 땅의 화선을 / 會稽內史三韓扇
황문과 화성에다 나누어서 보내었네 / 分送黃門畫省中
해외 나라 풍물 모습 눈앞에 펼쳐지니 / 海外人煙來眼界
박물지나 주어충을 보는 것보다 낫네 / 全勝博物注魚蟲
물가에서 노는 여인 능히 말을 타는데 / 蘋汀游女能騎馬
눈썹 모습 그림보다 예쁘다고 말을 하네 / 傳道蛾眉畫不如
화선은 진후 뜰에 떨어진 새매이니 / 寶扇眞成集陳隼
사신이 지금에사 쇄청서를 얻었네 / 史臣今得殺靑書
《상동》
장뇌(張耒)의 ‘고려 송선(松扇)’ 시에 화답하다 [소식(蘇軾)]
가련쿠나 당 위의 십팔공 소나무가 / 可憐堂上十八公
늙어 죽어 명광궁의 재목이 못 되었네 / 老死不入明光宮
만 마리 소 오지 않아 바쳐지기 어려우매 / 萬牛不來難自獻
잘리어 둥그런 손부채가 되었어라 / 裁作團團手中扇
몸 굽히고 때 묻은 걸 그대가 한번 씻어 / 屈身蒙垢君一洗
그대의 시집 안에 이름 걸어 두었으니 / 掛名君家詩集裏
한궁에서 슬퍼하던 첩여보다 되레 낫고 / 猶勝漢宮悲婕妤
거미줄 껴 난새 탄 이 안 뵈는 것보다 낫네 / 網蟲不見乘鸞子
《동파집(東坡集)》
아청지(鵝靑紙)와 고려의 사신에 대해 읊다 2수(二首) [황정견(黃庭堅)]
학문은 가난한 집 같아 늙어 파하였고 / 學似貧家老破除
고금토록 혼미하여 삼여를 잃었어라 / 古今迷忘失三餘
고니 흰 게 씻어서가 아닌 줄을 알면서도 / 極知鵠白非新得
부질없이 아청지에 옛글을 쓰는구나 / 漫染鵝靑襲舊書
짙푸르긴 머릿기름 금방 바른 머리 같고 / 深如女髮蘭膏罷
밝기는 달빛 비친 산빛과 비슷하네 / 明似山光夜月餘
섬계의 등 삼백 개에 물을 흠뻑 들여서 / 爲染溪藤三百箇
맑게 씻겨지거들랑 책상의 책 베껴 쓰리 / 待渠湔拂一床書
《산곡집》
왕숙명(王叔明)이 그린 운산도(雲山圖)에 제하는 노래 [원개(元凱)]
어떤 나그네가 고려에서 와서는 / 有客來自高句驪
나에게 한 폭의 장이지를 주었네 / 遺我一幅丈二紙
섬세하고 하얗기는 소나무 위 눈과 같고 / 纖白只如松頂雪
빛나고 밝기는 오강 물에 못지않네 / 光明不減吳江水
상자 속에 보관한 게 지금까지 칠 년인데 / 藏之篋笥今七年
처자들은 비단처럼 소중하게 여기었네 / 妻孥珍重如紈綺
지정이라 을사년 삼월달 초승 무렵 / 至正乙巳三月初
왕랑이 먼 곳에서 늙은 나를 찾아와선 / 王郞遠來訪老夫
당 위에 올라 차도 미처 다 들기 전에 / 升堂飮茶禮未畢
종이를 찾더니만 운산도를 그리었네 / 索紙爲畫雲山圖
《원시선(元詩選)》
동 문민(董文敏)의 강산추제도(江山秋霽圖)에 제하다 [송낙(宋犖)]
추제도는 길이가 석 자도 채 못 되는데 / 秋霽長不滿三尺
고려의 표지는 빛나기가 은과 같네 / 高麗表紙光如銀
붉은 인주 찬란한 빛 눈길을 빼앗고 / 朱印燦燦色奪目
-원주(原註)에, “주인(朱印)은 조선국왕의 도장이다.” 하였다.
그림은 또 아름다운 옥보다도 중하네 / 點綴更足重璵璠《서피유고(西陂類稿)》
만당(漫堂) 선생의 시에 화답하여 추제도(秋霽圖)에 제하다 [소자상(邵子湘)]
고려의 하얀 종이 석 자밖에 안 되는데 / 高麗鏡面只三尺
막막하고 평탄하여 무한 세계 펼쳐졌네 / 漠漠平遠開無垠
그 누가 고 첨사와 같이 좋아하였으리 / 誰與愛者高詹事
대내에서 감상하며 절륜하다 칭하누나 / 大內鑑賞稱絶倫
《청문집(靑門集)》
전목보(錢穆父)의 시에 화답하여 고려의 성성모필(猩猩毛筆)에 대해 읊다 [황정견(黃庭堅)]
술 좋아해 취혼은 몸속에 있고 / 愛酒醉魂在
말 잘하여 기밀 유지 잘못하누나 / 能言機事疎
평생토록 몇 번이나 신발 신었나 / 平生幾兩屐
죽은 뒤엔 다섯 수레 책이 남았네 / 身後五車書
물품 이름 왕회할 때에 보이고 / 物色看王會
세운 공훈 석거각에 남아 있구나 / 勳勞在石渠
터럭 뽑아 능히 세상 구제하여서 / 拔毛能濟世
바르게도 양주 되길 사양했구나 / 端爲謝楊朱
《산곡집》
고려의 성성모필에 대해 희롱 삼아 읊다 2수(二首)
야자나무 잎 푸르고 종려나무 꽃 붉은데 / 桄榔葉暗檳榔紅
벗들끼리 서로 불러 술 마시고 취하누나 / 朋友相呼墮酒中
지혜로운데다가 말솜씨도 교묘하여 / 政以多智巧言語
붙잡혀 온몸으로 관성공이 되었구나 / 失身來作管城公
밝은 창서 모자 벗자 엉클어진 꼴 보이니 / 明窓脫帽見蒙茸
술 취한 채 청혜신는 모습 눈에 선하구나 / 醉着靑鞋在眼中
포로되어 잡혀 와서 욕은 아니 당하고 / 束縛歸來儻無辱
때를 만나 오히려 흑두공이 되었구나 / 逢時猶作黑頭公
《상동》
전순중(錢珣仲)이 고려의 먹을 보내 준 데 대해 사례하다 [한구(韓駒)]
왕경이 나에게 삼한 종이 주었는데 / 王卿贈我三韓紙
희긴 마치 비계 같아 궤석에 빛 비추고 / 白若截肪光照几
전후가 조선의 먹을 보내 주었는데 / 錢侯繼贈朝鮮墨
검긴 마치 옻과 같아 물 위에 광채 뜨네 / 黑如點漆光浮水
전해 오길 적계에 늙은 솔이 많았는데 / 舊傳績溪多老松
해초 죽자 솔도 역시 없어졌다 하누나 / 奚超旣死松亦空
역수의 양공이 근래에 이름나자 / 易水良工近名世
진귀한 재화가 반옹에게 아니 갔네 / 珍財始不歸潘翁
쓸쓸해라 남당의 한 사람 거사에겐 / 蕭然南唐一居士
적관 유미 달마다 하사해 주질 않네 / 赤管隃糜無月賜
내 묻노니 현규는 어디에서 왔는가 / 借問玄圭何自來
지난해에 바닷길 간 사신 따라 왔다네 / 去年海中持節使
밝은 창 아래 앉아 한가로운 마음으로 / 明牕晏坐不怱怱
종이 펴고 먹을 가니 찬 기운이 생겨나네 / 引紙磨墨寒生風
내 스스로 평생토록 글씨 쓴 게 가소롭고 / 自笑平生綰蛇蚓
잗다랗게 《이아》에다 주석 단 게 부끄럽네 / 更慙爾雅注魚蟲
정성스런 두 물건은 먼 곳에서 온 거라서 / 殷勤二物從來遠
작은 바다 큰 바다가 눈 안에 보이누나 / 裨海環瀛眼中見
붓으로 써 명산에다 보관하려 한다면 / 若欲寫揮藏名山
도리어 담천연이 되느니만 못하네 / 不如却作談天衍
《송시초(宋詩鈔)》
고려의 삼(蔘)에 대한 노래를 지어 납란 원장(納蘭院長)에게 사례하다 [주이존(朱彝尊)]
생각건대 그 옛날에 / 若稽古
임금이신 이기께서 / 帝伊耆
아홉 개의 우물 파고 / 穿九井
천자 타는 수레 몰아 / 御六
백곡을 퍼뜨린 뒤 비를 내려 기르니 / 百穀旣播雨露滋
만백성들 곡식 먹어 굶주리지 아니했네 / 烝民乃粒無阻飢
임금께선 사람 오래 못 사는 걸 생각해서 / 維帝念人壽之不永
머리를 조아리고 두 번 절한 뒤에 / 稽首再拜
태일소자 앞에 가서 물었다네 / 就泰壹小子而問之
소자가 이에 말해 주기를 / 小子前致辭
양생함엔 참으로 도가 있는 법인데 / 養生固有道
어찌하여 자편을 가지고서 / 曷不施赭鞭
백초를 치지 않는가 하였네 / 鞭百草
이에 평이한가 독한가를 맛보고 / 嘗其平毒
차가운가 따뜻한가 성질을 살피었네 / 審其寒燠
군약인지 신약인지 구별하고 / 別君臣
습한 건지 마른 건지 나누었네 / 異濕燥
혹은 겨울에 싹트게도 하고 / 或冬而萌
혹은 여름에도 마르게 했네 / 或夏而槁
우거진 건 잘라 내고 / 豐者茀
넝쿨진 건 잡아당겼네 / 蔓者抱
솥에 쪄서 익히고 / 鼎用飪
절구에다 잘게 빻았네 / 臼用擣
그런 다음 삼백예순다섯 가지 맛보고는 / 㕮咀三百六十五味
본초에 대한 경전 저술하여서 / 著爲本草經
의사에게 이를 주어 징험하게 했네 / 授諸醫師俾讎討
산은 아름답고 숲은 드넓은데 / 山娟娟兮樹濛濛
자색 옷 입은 동자 하늘에서 노래했네 / 爰有紫衣童子歌宵中
임금이 탄 수레 뒤에 있던 구슬 광채가 / 瑤光之宿帝車尾
흩어져 풀이 되니 포기마다 세 줄기에 다섯 잎새로 / 散爲仙卉三椏五葉各一叢
인함 귀개 해수로 이름이 같지 않네 / 人銜鬼蓋海腴名不同
이건 바로 땅의 정령이 모인 거라 / 是爲土地精
팔과 다리 있어 각각 몸체를 구비했네 / 肩股各具體
때때로는 아주 어린 어린아이가 / 有時黃口兒
흙 속에서 울음 울어 그치지 아니하네 / 土中啼不已
높고 높아 토란 자란 언덕 위에서 나고 / 高高芋頭岡
깊고 깊어 호랑이 굴 아래에 나네 / 深深虎穴底
싹이 나면 자색 구름 그 주위에 뭉쳐 있고 / 立苗團紫雲
씨 맺히면 붉은 쌀알 땅으로 떨어지네 / 結子墮紅米
진나라의 상당이나 / 晉上黨
조나라의 한단부터 / 趙邯鄲
멀리 신라 백제까지 그 뿌리 서려 있네 / 遠而新羅百濟根結蟠
내가 전에 《고려도경》 책을 펼쳐 보았더니 / 我昔於高麗圖經曾覽觀
서여가 거기에다 나라를 열고부터 / 胥餘啓宇後
조선은 대대로 외번이라 칭해 왔네 / 朝鮮世世稱外藩
삼천칠백 개의 섬이 여기저기 퍼져 있고 / 森羅三千七百島
사방팔방 통하여서 강역이 드넓다네 / 四至八到提封寬
그 땅에서 삼 나는데 양뿔과 흡사하고 / 域中生薓類羊角
그 위에는 무궁화가 푸른 그늘 드리웠네 / 其上椴樹淸陰攢
춘주에서 나는 삼이 더욱더 좋거니와 / 春州産尤嘉
단단하고 하얀 데다 흠집조차 적다네 / 堅白少垢瘢
듣건대 요양에선 토목으로 불가마를 만들어서 / 聞諸遼陽土木榾地
열탕으로 화로에서 찐다고 하니 / 先以熱湯野爐煮
감자를 즙 말려서 소반 위에 올리는 것과 뭐가 다르랴 / 何異都蔗去汁方登盤
이 나라 사람들은 햇볕에다 말리고 바람에 말려 / 此邦之人日炙風戾乾
원기는 줄지 않고 형신은 완전하네 / 元氣不損形神完
진귀한 약재를 어찌 쉽게 얻으리오 / 珍藥豈易得
언제나 구하기 어려운 게 걱정이네 / 恒愁致者難
납란 학사 서로 알고 지낸 지가 오래인데 / 納蘭學士相於久
헤어졌다 유년에 다시금 만났네 / 憶別重逢歲在酉
삼면에 산 둘러 있고 한쪽은 강 닿았는데 / 三面山臨一面江
그대는 쉬지 않고 맑은 시를 읊어 댔네 / 誦君淸詩不去口
이번 봄에 화려한 배 다시금 순시하니 / 今春鳳艦復時巡
여든한 채 수레 뒤서 의연하게 호종하네 / 扈從依然八十一車後
아침나절 장전에서 만나 보고 기뻤는데 / 朝來帳殿喜合竝
마른 데다 얼굴 검은 내 모습을 걱정하네 / 憫我形枯貌黧醜
나에게 백 뿌리의 인삼 나눠 주기에 / 分我神艸凡百莖
책상 위에 내려놓자 쟁쟁한 소리 나네 / 投之几案鏗有聲
오가피 한 묶음을 어찌 족히 말하리오 / 五加一把安足道
소중하긴 품속의 구슬에 못지않네 / 愛玩不異懷中瓊
복용하면 근심 녹고 심기가 안정되며 / 服之洗憂恚定心氣
신지가 보태지고 골수 다시 생겨나리 / 益神智還髓精
우습구나 나는 마치 서역의 낙타처럼 / 失笑頗類西域之駱駝
입으로는 못 씹고서 좌우로 우물대네 / 口不能嚼左右齹
시력 약해 저울 눈금 분간할 수 없기에 / 老眼秤星渾不辨
약 숟갈로 대충 재어 약탕관에 넣었다네 / 刀圭約略付銼
시를 지어 학사의 기고와 급취에 보답하려 하지만 / 作詩報學士奇觚急就
노동과 마이와 유차에게 부끄럼이 있는데야 어쩌리오 / 有媿盧仝馬異劉叉何
《폭서정집》
조선의 모란(牧丹)을 읊다 2수(二首) [서건학(徐乾學)]
금곡원의 화려한 집 계절은 이월인데 / 金谷朱甍二月天
심겨 있는 명품 조선서 온 모란이네 / 栽成名種自朝鮮
맑은 날 화원에서 사랑스레 바라보니 / 愛看晴日低花圃
춘풍 속에 일찍 피어 무연에 아름답네 / 蚤向春風媚舞筵
홍 -원문 빠짐- 천년 전에 월위에서 가져왔고 / 紅□千年馳越尉
포도는 만리 길 간 장건이 가져왔네 / 葡萄萬里使張騫
여강은 절역이라 간 사람이 없건마는 / 驪江絶域無人到
천보 연간 그때에도 번화하게 피었다네 / 猶擬繁華天寶年
호화로운 난간 앞서 한번 슬쩍 단장하니 / 百寶欄前好試籹
주인은 감상 위해 술잔을 멈추었네 / 主人愛賞爲停觴
꽃이 피자 봉도 지나온 게 상상되는데 / 花開想像經蓬島
잎새 아랜 분명히도 낙양의 땅이구나 / 葉底分明是洛陽
새 모양의 춤옷은 좁은 소매 어울리고 / 新樣舞衣宜窄袖
옛 궁궐의 악보는 예상곡을 뜯누나 / 故宮樂譜按霓裳
요황과 위자가 지금은 무수한데 / 姚黃魏紫今無數
도리어 바다 밖의 교인 꾸밈 빌렸구나 / 却借鮫人海外裝
《담원집(憺園集)》
조선의 모란을 읊다 [송낙(宋犖)]
꽃 이파리 산뜻하게 난간 가에 피어서는 / 花葉羅羅旁檻披
곡우부터 피어 자태 서로 뽐내누나 / 也從穀雨鬪芳姿
침향정은 따뜻하여 가지 전부 새로 나고 / 沈香亭暖柯全改
압록강 비워 두고 종자가 옮겨 왔네 / 鴨綠江空種乍移
연지빛 꽃떨기는 맑은 날에 선명하고 / 苞奪臙肢明霽日
구슬 같은 꽃봉오리 미풍에 하늘대네 / 穗分纓珞颺微颸
봄빛 짙은 꽃송이를 은근하게 잘라다가 / 殷勤一剪濃春色
조운으로 하여금 이 소식을 알게 하리 / 會遣朝雲識此奇
《서피유고(西陂遺稿)》
이상은 영물(詠物)이다.
[주D-001]旋 : 원문에는 ‘㫌’으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바로잡았다.
[주D-002]종묘에서 술 마시며[飮至] : 옛날에 제후들이 회맹(會盟)하여 정벌을 마친 뒤에는 종묘에 제사를 고하면서 술을 마시며 경축하였다. 《춘추좌전(春秋左傳)》 환공(桓公) 2년 조(條)에, “군사들이 개선하여 종묘에 고하고는 술을 마신 다음 술잔을 놓고 공(功)을 책훈하였다.” 하였다.
[주D-003]오원(五原) : 관새(關塞)의 이름으로, 오원군(五原郡)에 있는 유류새(楡柳塞)를 가리킨다.
[주D-004]남궁(南宮)의 …… 봉한 것 : 남궁은 낙양에 있는 진(秦)나라 궁궐의 이름이고, 복도(複道)는 위아래 이중으로 나 있는 길이다. 한(漢)나라 때 유방(劉邦)이 황제의 자리에 즉위한 뒤 남궁의 복도 위에서 보니, 여러 장수들이 봉작(封爵)을 하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품고 있었다. 이에 장량(張良)의 계책을 좇아 일찍이 자신을 모욕한 일이 있었던 옹치(雍齒)를 먼저 제후에 봉하였다. 그러자 여러 장수들이 모두 기뻐하면서 말하기를, “옹치 같은 사람도 제후에 봉해졌으니 우리들은 걱정할 것이 없다.” 하였다.《史記 卷55 留侯世家》
[주D-005]효동(淆潼) : 효수(淆水)와 동수(潼水)로, 모두 강 이름이다.
[주D-006]풍패(豐沛) : 한 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의 고향으로, 유방이 황제 자리에 오른 뒤 고향에 가서 며칠 동안 머무르면서 그곳의 부로(父老)들과 즐겼으며, 풍패를 탕목읍(湯沐邑)으로 삼아 부역을 면제해 주었다.
[주D-007]집집마다 …… 내려지리 : 출정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봉작이 내려질 것이라는 뜻이다. 요(堯) 임금 때 교화가 사해에 두루 미쳐 풍속이 아름다워지자 집집마다 모두 덕행(德行)이 있어서 정표(旌表)할 만하였다고 한다.
[주D-008]절풍건(折風巾) :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등 삼국의 각 지역에서 성행하던 가장 오래된 고깔형의 관모(冠帽)이다. 고구려에서는 소가(小加)가 이 절풍건을 썼는데, 그 모양이 고깔형이다. 새깃을 모자 가에 꽂아 귀천의 차이를 구별하였다.
[주D-009]북원(北苑) : 황실의 원림(園林)으로, 여기서는 북송(北宋)의 남어원(南御園)을 가리킨다.
[주D-010]폐순랑(陛楯郞) : 전폐(殿陛)의 양쪽에서 방패를 잡고 시위하는 사람을 말한다.
[주D-011]영군(令君) 향기 : 고아(高雅)한 인사(人士)의 풍채를 말한다. 영군은 한나라 때의 사람인 순욱(荀彧)을 가리킨다. 순욱이 일찍이 상서령(尙書令)이 되었으므로 사람들이 순영군(荀令君)이라고 칭했는데, 기이한 향기를 지녀 다른 사람의 집에 가서 앉아 있으면 3일 동안 향기가 가시지 않았다고 한다.
[주D-012]천산(天山)조차 …… 있었거니 : 천산은 기련산(祁連山)으로, 감숙성(甘肅省) 청해(靑海)에 있는 산이다. 당(唐)나라 때 오랑캐 기병이 쳐들어오자 설인귀(薛仁貴)가 화살 3대를 쏘아서 오랑캐 3명을 죽였는데, 오랑캐들이 겁을 먹고 모두 항복하였다.《新唐書 卷111 薛仁貴列傳》
[주D-013]해국(海國)을 …… 건너가리 : 해국은 고려를 가리키고, 한 갈대는 배를 가리킨다. 고려가 소문을 듣고 귀복(歸服)하였으므로 배를 타고 가서 귀복시킬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주D-014]금낭(錦囊) : 비단으로 만든 주머니로, 주로 시고(詩稿)나 중요한 문서를 넣는 주머니이다.
[주D-015]곤야(昆邪)에게 …… 하고서도 : 고려의 사신을 잘 접대하기 위하여 백성들을 괴롭혔다는 뜻이다. 곤야는 오랑캐 종족의 추장인 혼야왕(渾邪王)을 가리킨다. 한(漢)나라 때 혼야왕이 종족을 이끌고 항복해 오니, 한나라에서 이들을 우대하였다. 그러자 급암(汲黯)이 ‘오랑캐들을 잡아서 전사한 자들의 집에 나누어 주어도 부족한데, 도리어 우리 백성들을 그들의 노비가 되게 하였다.’는 내용으로 아뢰었다.《漢書 卷50 汲黯傳》
[주D-016]행간자(行看子) : 화권(畫卷)의 별칭이다.
[주D-017]한간(韓幹) : 당나라 때 사람으로, 조패(曹霸)에게서 그림을 배웠으며, 특히 안마(鞍馬)를 잘 그려 일가를 이루었다.
[주D-018]대 깎은 듯한 두 귀 : 말의 귀가 마치 대나무 통을 자른 듯이 작으면서도 쫑긋한 것을 표현한 말로, 옛날에 이런 귀를 가진 말을 좋은 말이라고 하였다.
[주D-019]흰 갈기 …… 나란하네 : 좋은 말을 이른다. 당나라 때는 말갈기를 장식하는 것을 좋아하여 말갈기를 다듬어서 세 개의 꽃잎 모양으로 만들었다.
[주D-020]육고(陸顧) : 남송(南宋) 때의 화가인 육탐미(陸探微)와 진(晉)나라 때의 화가인 고개지(顧愷之)를 말한다.
[주D-021]심양왕(瀋陽王) : 충숙왕(忠肅王)을 가리킨다. 충숙왕 6년(1319) 가을 9월에 왕이 어향(御香)을 받들고 중국의 천목산(天目山)으로 들어가 중봉 국사(重峯國師), 즉 명본(明本)에게 법명(法名)과 별호(別號)를 내려 주기를 청하니, 중봉 국사가 충숙왕에게 승광(勝光)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별호를 진제(眞際)라고 하였다. 충숙왕이 이를 인하여 사자암(獅子庵) 아래에 정자를 세우고 그 사실을 기록하였다.《中峯行錄》
[주D-022]가타(迦陀) : 범어(梵語)인 ‘gatha’의 음역으로, 가타(伽陀), 게타(偈陀)로 표기하기도 한다. 부처의 가르침을 찬송한 운문체(韻文體)의 경문(經文)으로, 보통 1수 4구로 이루어져 있다.
[주D-023]해인(海印) : 불교 용어로, 우주의 일체 진리를 깨달아 얻은 부처의 지혜를 말한다.
[주D-024]공안(公案) : 선종(禪宗)에서 쓰는 용어로, 도를 깨치게 하기 위하여 내는 과제를 말한다.
[주D-025]조선(朝鮮)의 국왕 : 명종(明宗)을 가리킨다. 명종 22년(1567)에 허국(許國)이 우리나라에 사신으로 나오던 중 명종이 승하하였다.
[주D-026]헌원씨(軒轅氏) 활 떨어지자 : 황제(皇帝)가 죽었다는 뜻으로, 여기서는 명나라 세종(世宗)이 죽은 것을 말한다. 옛날에 헌원씨 황제(黃帝)가 용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자, 신하와 후궁 가운데 황제를 따라서 올라간 자가 70여 명이었으며, 미처 용의 몸에 올라타지 못한 자들이 용의 수염을 잡고 올라갔는데, 수염이 끊어져서 황제가 가지고 있던 활과 함께 떨어졌다. 이에 사람들이 활과 용의 수염을 잡고 통곡하였다.《史記 卷28 封禪書》
[주D-027]누런 깃발[黃麾] : 천자(天子)나 대신(大臣)이 타고 가는 수레에 꽂는 깃발로, 여기서는 사신이 들고 가는 깃발을 말한다.
[주D-028]在 : 《황화집(皇華集)》 권30에는 ‘在’가 ‘道’로 되어 있다.
[주D-029]贈 : 《황화집》 권30에는 ‘贈’이 ‘賵’으로 되어 있다.
[주D-030]珮 : 원문에는 ‘佩’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30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31]사람들이 …… 얻었고 : 한(漢)나라 광무제(光武帝)가 황제가 되기 전에 적복부(赤伏符)를 얻은 고사를 말한다. 광무제가 황제가 되기 전 장안(長安)에 있을 적에 관중(關中)에서 적복부를 얻었는데, 거기에, “사칠(四七)의 즈음에 화(火)가 주인이 된다.” 하였다.《後漢書 卷1 光武帝本紀》
[주D-032]하늘이 …… 절하였네 : 나라의 임금이 될 조짐이 드러났다는 뜻이다. 춘추 시대 때 초(楚)나라의 공왕(共王)에게 적자(嫡子)가 없고 총희(寵姬)에게서 낳은 아들 다섯 명만 있어서 후사를 정하지 못하였다. 이에 명산대천에 적당한 후사를 점지해 달라는 내용으로 제사 지내면서 벽옥(璧玉)을 내보인 다음, 벽옥의 위에서 절하는 아들을 후사로 삼겠다고 맹세하였다. 그러고는 파희(巴姬)와 함께 종묘(宗廟)의 뜰에다가 그 벽옥을 파묻은 다음 여러 아들들에게 절하게 하였는데, 다른 아들들은 모두 벽옥이 묻혀 있는 곳과 떨어진 곳에서 절하고, 막내인 기질(棄疾)만이 벽옥 위에서 절하였다. 기질은 뒤에 평왕(平王)이 되었다.《春秋左傳 昭公13年》
[주D-033]초방(椒房) : 후비(后妃)들이 거처하는 궁실(宮室)을 가리킨다.
[주D-034]교방(敎坊) : 궁중의 여인들에게 노래와 춤을 가르치던 곳이다.
[주D-035]금수하(金水河) : 북경 시내에 있는 옥하(玉河)를 가리킨다.
[주D-036]한(漢)나라의 복파(伏波) : 한나라 때의 명장인 복파장군(伏波將軍) 마원(馬援)을 가리킨다. 마원은 북방으로 출정하여 흉노(匈奴)를 격파하였으며, 남쪽으로 출정하여 교지(交趾)를 평정하였다.
[주D-037]백랑하(白狼河) : 요동(遼東)에 있는 강 이름이다.
[주D-038]이기도(伊歧島) : 일기도(一歧島)로, 여기서는 일본을 가리킨다.
[주D-039]체두(杕杜) 노래 : 《시경(詩經)》 당풍(唐風)에 나오는 노래로, 어려움에 처한 자가 주위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노래이다. 여기서는 우리나라가 중국에게 구원을 요청하였다는 뜻으로 쓰였다.
[주D-040]杕 : 원문에는 ‘杖’으로 되어 있는데, 잘못된 것이기에 바로잡았다.
[주D-041]봉공(封貢) : 임진왜란 때 일본이 전세가 불리하여 부산(釜山)으로 물러나 있으면서 중국에 조공을 바치겠다고 하자, 중국의 병부 상서(兵部尙書) 석성(石星) 등 화전론자(和戰論者)들이 이를 허락하자고 하였다.
[주D-042]저축(杼柚) 빌까 : 세금으로 모두 빼앗겨서 남은 재산이 하나도 없는 것을 말한다. 저축은 베틀의 북과 바디이다. 《시경》 소아(小雅) 대동(大東)에, “소동과 대동에 북과 바디 비었네.[小東大東 杼柚其空]” 하였다.
[주D-043]조충국(趙充國)은 …… 올리었고 : 한나라 때 조충국이 변방에서 강족(羌族)을 수비하고 있을 적에, 황제가 강족을 공격하게 하였다. 그러자 조충국은 ‘강족은 계책을 써서 격파하기는 쉬우나 공격해서 격파하기는 어렵다’는 내용으로 상소하였다. 이에 황제가 다른 장수들을 시켜 강족을 치게 하였는데, 나중에 보니 공격을 한 장수들보다 공격을 하지 않은 조충국이 세운 공이 더 많았다. 그러자 황제가 다른 장수들은 모두 파병(罷兵)하게 하고, 조충국만 머물러서 둔전(屯田)하게 하였다.《漢書 卷69 趙充國傳》
[주D-044]이목(李牧)은 …… 허비했네 : 조(趙)나라의 명장인 이목이 북쪽 변방에서 흉노들과 대치하고 있을 적에, 날마다 군사들에게 소를 잡아 먹이고 상을 내려 주면서도 흉노와 싸우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군사들이 모두 흉노와 싸우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들었을 때 일거에 흉노에게 들이쳐서 대승을 거뒀다. 이에 흉노가 10여 년 동안이나 조나라 북방을 침입하지 못하였다.《史記 卷81 廉頗藺相如列傳》
[주D-045]鞚 : 원문에는 ‘鞍’으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바로잡았다.
[주D-046]狡 : 원문에는 ‘校’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바로잡았다.
[주D-047]요조(繞朝) : 춘추 시대 때 진(秦)나라의 대부(大夫)이다. 진(晉)나라의 사회(士會)가 진(秦)나라로 망명가 있었는데, 진(晉)나라에서는 진(秦)에서 사회의 계책을 쓸까 두려워하였다. 이에 계책을 써서 사회를 진(晉)나라로 돌아오게 하였는데, 사회가 돌아올 때 요조가 사회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우리 진(秦)나라에 인물이 없다고 여기지 말라. 나의 계책이 지금 쓰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하였다.《春秋左傳 文公13年》
[주D-048]길보(吉甫) 지은 찬미가(讚美歌) : 재신(宰臣)들이 임금의 덕을 찬미하는 노래를 말한다. 길보는 주(周)나라의 어진 신하인 윤길보(尹吉甫)로, 선왕(宣王)을 찬미하는 노래를 지었다.
[주D-049]일곱 부대[七萃] : 금위군(禁衛軍)을 말한다. 주(周)나라 때 금위군이 일곱 개 부대였다.
[주D-050]양곡(暘谷) : 전설 속에 나오는 해가 뜨는 곳으로, 《회남자(淮南子)》 천문훈(天文訓)에, “해가 뜨는 곳을 양곡이라고 한다.” 하였다.
[주D-051]왕회(王會) : 천자에게 조공하기 위하여 제후나 번국들이 모이는 모임을 말한다.
[주D-052]금성탕지(金城湯池) …… 텅 비었다네 : 청해(靑海)는 중국 중부의 서쪽에 있는 지명으로, 황하(黃下)의 발원이 되는 호수인 청해가 있어서 이렇게 이름하였으며, 서쪽 변경의 오랑캐족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조충국(趙充國)이 금성탕지를 만들 방략을 올려서 오랑캐들을 평정한 고사를 말한다. 한나라 때 조충국이 변방에서 강족(羌族)을 수비하고 있을 적에, 황제가 강족을 공격하게 하였다. 그러자 조충국은 ‘강족은 계책을 써서 격파하기는 쉬우나 공격해서 격파하기는 어렵다’는 내용으로 상소하였다. 이에 황제가 다른 장수들을 시켜 강족을 치게 하였는데, 나중에 보니 공격을 한 장수들보다 공격을 하지 않은 조충국이 세운 공이 더 많았다. 그러자 황제가 다른 장수들은 모두 파병(罷兵)하게 하고, 조충국만 머물러서 둔전(屯田)하게 하였다.《漢書 卷69 趙充國傳》
[주D-053]왕사정(王士禎) : 원문에는 왕사록(王士祿)으로 되어 있는데, 《감구집(感舊集)》은 왕사진의 문집이므로 왕사진(王士禛)으로 바로잡았다.
[주D-054]백만(百蠻)과 구역(九譯) : 중국 변경 지방의 오랑캐족을 통틀어서 일컫는 말이다.
[주D-055]譯 : 원문에는 ‘驛’으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바로잡았다.
[주D-056]서려(西旅)에서 …… 바쳐서 : 서려는 서방 오랑캐의 이름으로 《서경(書經)》 여오(旅獒)에, “서려에서 큰 개를 공물로 바쳤다.” 하였다. 월상(越裳)은 남해에 있는 나라로, 《한시외전(韓詩外傳)》 권5에, “주(周)나라 성왕(成王) 때 월상씨(越裳氏)의 중구역(重九譯)이 와서 주공(周公)에게 흰 꿩을 바쳤다.” 하였다.
[주D-057]양응대(晾鷹臺) : 북평(北平)의 영정문(永定門) 밖에 있는 누대로, 호응대(呼鷹臺)라고도 하며, 원(元)나라 때 사냥을 하던 장소이다.
[주D-058]길가 …… 간직하니 : 어진 인덕(仁德)이 있다는 뜻이다. 《시경》 대아(大雅) 행위(行葦)에, “우묵한 저 길가의 갈대를, 소와 양이 밟지 않네.[敦彼行葦 牛羊勿踐履]” 하였다.
[주D-059]자란 …… 읊누나 : 천자의 교화를 받은 제후가 정사를 잘해 그 은혜가 만물에게까지 미친다는 뜻이다. 《시경》 소남(召南) 추우(騶虞)에, “저 무성한 갈대밭에 화살 한 대 쏘아, 돼지 다섯을 잡네.[彼茁者葭 壹發五豝]” 하였다.
[주D-060]규염천자(虯髥天子) …… 걸 : 임금이 간언을 받아들이는 도량이 있음을 뜻한다. 규염은 꼬불꼬불한 수염이라는 뜻으로, 당나라 태종(太宗)을 가리킨다. 태종이 일찍이 훌륭한 새매 한 마리를 좋아하여 항상 팔뚝 위에 앉혀 놓고 있었는데, 정공(鄭公) 위정(魏征)이 멀리서 오고 있는 것을 보고는 급히 품속에 넣어 감췄다. 위정이 그것을 보고는 태종에게 와서 옛날의 제왕들이 기이한 것을 좋아하다가 나라를 그르친 일을 말하면서 오래도록 시간을 끌었다. 그러자 태종은 새매가 품속에서 죽을 것을 걱정하면서도 그의 말을 끝까지 들었는데, 위정이 말을 다 마치고 나갔을 때 보니 새매가 이미 죽어 있었다.《太平御覽 卷9》
[주D-061]백희(百戲) : 노래, 춤, 음악, 줄타기, 곡예, 재주 등 각종의 놀음을 말한다. 옛날에 중국에서 사신이 나오면 이를 보여 주었다.
[주D-062]한관(漢官) 위의(威儀) : 한나라 조정 관원들의 복식과 전례(典禮) 및 제도(制度)로, 번성한 중국의 문물과 제도를 말한다.
[주D-063]백추지(白硾紙)와 낭미필(狼尾筆) : 백추지는 순저(純楮)로 만든 종이로, 흰빛이 나고 질이 아주 훌륭하여 고려의 특산품으로 중국에 조공하던 물품이다. 낭미필은 족제비 털로 만든 붓인데, 역시 고려의 특산품이다.
[주D-064]백편상서(百篇尙書) …… 사람이네 : 기자(箕子)를 가리킨다. 《백편상서》는 《상서》의 별칭이고, 구주(九疇)는 기자가 지었다고 하는 홍범구주(洪範九疇)를 가리킨다.
[주D-065]비경(飛瓊) : 허비경(許飛瓊)으로, 전설 속에 나오는 여자 신선인데, 서왕모(西王母)의 시녀(侍女)라고 한다. 여기서는 허난설헌(許蘭雪軒)을 가리킨다.
[주D-066]광한궁(廣寒宮) : 전설 속에 나오는 궁전으로, 달 속에 있다고 하는 선궁(仙宮)이다.
[주D-067]상량문(上樑文) : 원문에는 ‘上□文’으로 되어 있는데, 보충하여 번역하였다.
[주D-068]여덟 살 …… 베었다네 : 황창랑(黃昌郞)이 8세 때 신라의 왕이 백제의 왕에게 살해당하자, 이를 복수하기 위하여 백제로 가서 시장에서 칼춤을 추었다. 백제 왕이 그 말을 듣고는 기이하게 여겨 궁중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는 칼춤을 추게 하였는데, 이를 인하여 백제 왕을 칼로 찔러 죽였다고 한다.
[주D-069]가배 날에 …… 쌓이누나 : 7월 보름에 신라의 유리왕(琉璃王)이 왕녀(王女)들로 하여금 각자 6부(部)의 아녀자들을 거느리고 너른 뜰에서 길쌈을 하게 한 다음 8월 보름에 짠 것을 조사해서 진 편이 술상을 차리게 하였다. 그러고는 서로 더불어서 가무(歌舞)를 즐기고 백희(百戲)를 베풀었는데, 이때 진 편의 여자들이 일어나 춤을 추면서 ‘회소(會蘇), 회소’라고 하였는데, 그 소리가 매우 구슬프고 아름다워 뒷사람들이 그 소리로 말미암아 노래를 지어 불렀으며, 그 노래를 ‘회소곡’이라 하였다.
[주D-070]갈석(碣石) : 직례(直隸)의 동남쪽, 발해(渤海)의 가에 있는 갈석산(碣石山)을 말한다.
[주D-071]주필(駐蹕) : 어가(御駕)가 머무는 것으로, 이때 당나라 태종이 요령성(遼寧省) 요양현(遼陽縣) 서남쪽에 위치해 있는 수산(首山)에 머물렀는데, 후대에는 이를 인해 주필산(駐蹕山)으로 불렀다고 한다.
[주D-072]봉래산(蓬萊山)과 약수(弱水) : 봉래산은 발해 가운데 있다고 하는 삼신산(三神山) 가운데 하나로, 여기에는 신선들이 살며 불사약(不死藥)이 자란다고 한다. 약수는 선경(仙境)에 있다고 하는 물 이름으로, 이곳에서는 기러기 털조차도 가라앉는다고 한다.
[주D-073]백월(百粤) : 백월(百越)과 같은 뜻으로, 고대 남방 월인(越人)의 총칭이다.
[주D-074]邑聚巢居慣 : 사고전서본(四庫全書本) 《중주집(中州集)》 권1에는 ‘邑聚從衡接’으로 되어 있다.
[주D-075]夷裝被髮安 : 사고전서본 《중주집》 권1에는 ‘民居質朴安’으로 되어 있다.
[주D-076]채씨롱(蔡氏弄) : 채씨오롱(蔡氏五弄)으로, 한나라 채옹(蔡邕)이 지었다고 하는 금곡(琴曲)의 이름이다.
[주D-077]축가성(祝家聲) : 채염(蔡琰)이 지은 금곡(琴曲)의 이름이다.
[주D-078]潑 : 원문에는 ‘澄’으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사고전서본 《중주집》 권1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79]酲 : 원문에는 ‘腥’으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사고전서본 《중주집》 권1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80]凝 : 원문에는 ‘痴’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바로잡았다.
[주D-081]簾 : 원문에는 ‘簷’으로 되어 있는데, 사고전서본 《중주집》 권1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82]사안(謝安)의 읊조림 : 낮게 콧소리를 내면서 읊는 것을 말한다. 진(晉)나라 때 환온(桓溫)이 사안을 죽이려고 하니, 사안이 태연한 기색으로 낙생영(洛生詠)을 지어 읊었다. 그런데 사안은 어려서 콧병을 앓은 탓에 탁한 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그 뒤에 명류들이 사안과 같은 소리로 시를 읊조리기 위하여 손으로 코를 잡고 시를 읊조렸다.《世說新語 雅量》
[주D-083]發曉 :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 별집 권5에는 ‘曉發’로 되어 있다.
[주D-084]邊 : 《연려실기술》 별집 권5에는 ‘頭’로 되어 있다.
[주D-085]사모(四牡) : 네 마리의 숫말이라는 뜻으로, 《시경》 소아(小雅)의 편명이기도 한데, 왕명을 봉행하는 사신이 타고 가는 말을 뜻한다.
[주D-086]제향(帝鄕) : 상제(上帝)가 사는 하늘나라를 말하기도 하고, 황제가 있는 서울을 말하기도 하는데, 여기서는 황제가 사는 곳을 말한다.
[주D-087]靑 : 원문에는 ‘淸’으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88]綠蘋 : 원문에는 ‘蘋綠’으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89]뗏목 …… 사신 : 장건(張騫)을 가리킨다. 한나라 무제(武帝)가 장건으로 하여금 대하(大夏)에 사신으로 가서 황하(黃河)의 근원을 찾게 하였는데, 장건이 뗏목을 타고 가다가 견우(牽牛)와 직녀(織女)를 만났다고 한다.《荊楚歲時記》
[주D-090]백이산하(百二山河) : 산천의 형세가 아주 험고하다는 뜻이다. 《사기(史記)》 권8 고조본기(高祖本紀)에, 진(秦)나라는 지형이 아주 험고한 나라로 지키기는 쉽고 공격하기는 어려운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똑같이 100만의 군사가 있으면 200만의 군사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하였다.
[주D-091]膺 : 원문에는 ‘鷹’으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92]구성(九成) 소소(簫韶) : 순(舜) 임금의 음악인 소소를 아홉 번 연주한다는 뜻이다. 《서경》 익직(益稷)에, “소소를 아홉 번 연주하자 봉황새가 와서 춤을 추었다.” 하였다.
[주D-093]地 : 원문에는 ‘他’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94]구복(九服) : 중국 역대의 복속(服屬) 지역을 말한다.
[주D-095]化 : 원문에는 ‘此’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96]삼왕(三王) : 하(夏)ㆍ은(殷)ㆍ주(周) 삼대 시대의 왕을 말한다.
[주D-097]고제(高帝) : 명(明)나라 태조(太祖)를 가리킨다.
[주D-098]장몽수(莊蒙叟) : 장자(莊子)를 가리킨다. 장자는 몽(蒙) 땅 사람으로 그곳에서 칠원(漆園)의 관리로 있었다.
[주D-099]좌태충(左太沖) : 태충은 좌사(左思)의 자이다. 좌사는 진(晉)나라 때 사람으로 시문을 잘 지었는데, 특히 부를 짓는 솜씨가 뛰어나서 제도부(齊都賦), 삼도부(三都賦) 등을 지었으며, 그가 지은 글을 베끼기 위하여 사람들이 앞 다투어 종이를 산 탓에 낙양(洛陽)의 지가(紙價)가 뛰었다고 한다.《晉書 卷92 文苑列傳 左思》
[주D-100]昔 : 원문에는 ‘惜’으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01]徼 : 원문에는 ‘激’으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02]서불(徐巿) 나라 : 일본(日本)을 가리킨다. 진(秦)나라 때 시황(始皇)이 서불에게 동해의 삼신산(三神山)에 가서 불로초(不老草)를 캐 오라고 하면서 동남동녀(童男童女) 3000명을 데리고 가게 하였는데, 서불이 일본에 도착하여 그곳에 머물러 살면서 돌아오지 않아 일본의 시조(始祖)가 되었다고 한다.《史記 卷6 秦始皇本紀》
[주D-103]무이궁(武夷宮) : 무이산(武夷山)에 있다고 하는 궁전으로, 신선인 무이군(武夷君)이 산다고 한다.
[주D-104]부상(扶桑)과 석목(析木) : 부상은 해가 뜨는 곳에 있다는 나무 이름으로, 해가 뜨는 곳, 즉 우리나라를 가리키고, 석목은 본디 성차(星次) 이름으로, 중국 유연(幽燕) 지방의 분야(分野)에 해당되므로, 유연 지방의 대칭으로 쓴다.
[주D-105]방장(方丈)과 영주(瀛洲) : 모두 발해(渤海) 가운데 있다고 하는 삼신산(三神山) 이름이다. 여기에는 신선들이 살며 불사약(不死藥)이 있고 새와 짐승이 모두 희며, 궁궐이 황금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주D-106]信易從 : 원문에는 ‘倍易送’으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07]超 : 원문에는 ‘迢’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08]공동(崆峒) : 신선인 광성자(廣成子)를 가리킨다. 공동은 본디 계주(薊州)에 있는 산 이름인데, 옛날에 광성자가 이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주D-109]扃 : 원문에는 ‘啓’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10]古 : 《황화집》 권5에는 ‘舊’로 되어 있다.
[주D-111]亦 : 원문에는 ‘只’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12]鼓 : 원문에는 ‘琴’으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13]마읍(馬邑) : 중국 산서성(山西省) 북쪽에 있는 땅이다.
[주D-114]舊 : 《황화집》 권5에는 ‘古’로 되어 있다.
[주D-115]隗 : 원문에는 ‘磈’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16]오계자(吳季子) : 춘추 시대 때 오(吳)나라의 계찰(季札)을 가리킨다. 계찰은 오왕(吳王) 수몽(壽夢)의 작은아들로, 어질다는 명성이 있어서 수몽이 왕으로 세우고자 하였으나 사양한 채 받지 않자, 연릉(延陵)에다가 봉하였으므로 연릉계자(延陵季子)라 불린다. 상국에 두루 조빙하면서 당시의 어진 사대부들과 사귀었으며, 노(魯)나라에 조빙하면서 주나라의 음악을 보고는 열국의 치란 흥망을 알았다.《史記 卷31 吳太伯世家》
[주D-117]재주공(宰周公) : 춘추 시대 때 천자의 재신(宰臣)과 경사(卿士)의 통칭이다. 《춘추좌전》 희공(僖公) 5년 조에, “가을에 제후들이 회맹(會盟)하는데, 왕이 주공(周公)을 시켜서 정백(鄭伯)을 불렀다.” 하였다.
[주D-118]묘금(卯金)은 …… 올랐고 : 묘금은 ‘劉’ 자의 파자(破字)로, 한(漢)나라 때 사람인 유향(劉向)을 가리키며, 천록각(天祿閣)은 한나라 때 황실의 서책을 보관하던 곳이다.
[주D-119]백옥(伯玉)이 …… 찼네 : 백옥은 당(唐)나라 진자앙(陳子昻)의 자이고, 사홍(射洪)은 사천성(四川省)에 속한 현(縣) 이름으로, 진자앙이 살던 곳이다. 진자앙은 부호 집안 출신으로 많은 장서를 쌓아 놓고 독서에 전념하여 문장가가 되었다.
[주D-120]양자(揚子) : 한나라 양웅(揚雄)을 가리킨다. 양웅은 자가 자운(子雲)이며, 성도인(成都人)인데, 어려서 학문을 좋아하여 보지 않은 책이 없었으나 사람됨이 단순하고 느렸다. 말을 빨리 하지 못하였으므로 말없이 가만히 있으면서 깊이 생각하기를 좋아하였다.《漢書 卷87上 揚雄傳》
[주D-121]중거(仲車) : 송(宋)나라 때 사람인 서적(徐積)의 자이다. 서적은 시골에 들어앉아 있었던 선비로, 귀가 멀어서 남의 말을 듣지 못하였으므로 붓으로 써서 의사를 소통하였다. 그런데도 세상에 일어난 일은 가장 빨리 알았기 때문에 하나의 기적으로 여겨졌다.
[주D-122]개천 속의 나무토막 : 조정에 등용되지 못하고 버려진 사람을 말한다. 《장자(莊子)》 천지(天地)에, “백 년 묵은 큰 나무 가운데에서 한 토막을 취하여 소의 형상을 새겨 제기(祭器)를 만든 다음 청색과 황색의 무늬를 그려 넣고, 그 나머지 나무는 시궁창 속에 버리는데, 제기로 만들어진 나무와 시궁창 속에 버려진 나무를 비교해 볼 때 아름답고 추한 차이는 크나, 나무의 본성을 잃기는 마찬가지이다.” 하였다.
[주D-123]아궁이 속 오동나무 : 초미금(焦尾琴)을 말한다. 《후한서(後漢書)》 권60 하 채옹열전(蔡邕列傳)에, “오(吳)나라 사람이 오동나무를 아궁이에다 때고 있었는데, 채옹이 불타는 소리가 맹렬한 것을 듣고는 그것이 좋은 나무인 줄 알았다. 이에 그 나무를 얻어다가 금(琴)을 만들자, 과연 아름다운 소리가 났다. 그런데 금의 끝 부분에는 불탄 자리가 그대로 남아 있었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초미금이라고 불렀다.” 하였다.
[주D-124]청작방(靑雀舫) : 뱃머리에 푸른색의 새를 그려 넣은 배로, 화려하게 꾸민 놀잇배를 말한다.
[주D-125]冰 : 원문에는 ‘水’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26]요해(瑤海) : 요지(瑤池)를 말한다. 요지는 전설 속에 나오는 못으로, 서왕모(西王母)가 사는 곤륜산(崑崙山) 속에 있다고 한다.
[주D-127]단구(丹丘) : 신선이 사는 곳으로, 밤에도 낮처럼 환하다고 한다.
[주D-128]欄 : 《황화집》 권5에는 ‘闌’으로 되어 있다.
[주D-129]낭원(閬苑) : 전설 속에 나오는 신선이 산다고 하는 곳이다.
[주D-130]원룡(元龍) 호기(豪氣) : 백성들을 구제하려는 장대한 뜻을 품고 있는 것을 말한다. 원룡은 동한(東漢) 진등(陳登)의 자이다. 유비(劉備)가 허사(許汜)와 더불어 진등의 인물됨을 논하였는데, 허사가 말하기를, “원룡은 호해(湖海)의 선비라서 호기가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하니, 유비가 그 까닭을 물었다. 그러자 허사가 “일찍이 하비(下邳)를 지날 적에 원룡을 찾아보았는데, 원룡은 손님을 접대하는 뜻이 없더니, 잠을 잘 때에는 자신은 높은 침상에서 자고 손님은 낮은 침상에서 자게 하였습니다.” 하였다.《三國志 卷7 魏書 陳登傳》
[주D-131]금곡(金谷)의 벌 술잔 : 연회 석상에서 벌주(罰酒)를 마시는 것을 말한다. 금곡은 진(晉)나라의 부호였던 석숭(石崇)이 만든 정원 이름이다. 석숭이 금곡에서 잔치를 베풀어 사람들과 술을 마시면서 시를 읊게 하였는데, 시를 읊지 못할 경우에는 벌주로 술 석 잔을 마시게 하였다.
[주D-132]옥산(玉山)이 쓰러진다 : 사람이 술에 취해 앞으로 엎어지는 것을 말한다.
[주D-133]過 : 원문에는 ‘邊’으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34]윤건(綸巾)에다 …… 할 만하고 : 제갈량(諸葛亮)이 한가롭게 지낸 고사를 말한다. 윤건은 제갈건(諸葛巾)이며, 우선은 백우선(白羽扇)이다. 제갈량이 선왕(宣王)과 위수(渭水) 가에서 싸울 때 흰 수레를 타고 윤건을 쓰고 백우선을 들고 있었다.
[주D-135]온이체(溫李體) : 만당(晩唐)의 시인인 온정균(溫庭筠)과 이상은(李商隱)의 시체(詩體)를 말하는데, 이들의 시는 모두 기려(綺麗)한 풍격(風格)을 지녔다.
[주D-136]청성(靑城) : 도교에서 말하는 신선이 산다고 하는 산 이름이다.
[주D-137]부구공(浮丘公)과 관윤(關尹) : 부구공은 전설 속에 나오는 신선 이름이고, 관윤은 관문령(關門令) 윤희(尹喜)로, 노자(老子)가 은거하러 갈 때 노자에게서 《도덕경(道德經)》을 전해 받았다고 한다.
[주D-138]풍이궁(馮夷宮) : 전설 속에 나오는 황하(黃河)의 신인 하백(河伯)이 산다고 하는 물속 궁전이다.
[주D-139]교주(蛟珠) : 교주(鮫珠)를 뜻한다. 남해의 바다 속에 교인(鮫人)이 사는데, 베를 잘 짜며, 눈물을 흘리면 진주가 된다고 한다. 옛날에 이 교인이 물에서 나와 어떤 사람의 집에 살다가 떠나갈 적에 통곡을 하여 소반에 진주를 가득 담아서 주인에게 주었다고 한다.《文選 左思 吳都賦》
[주D-140]진 선생(陳先生) : 세조 3년(1457)에 사신으로 나온 진감(陳鑑)을 가리킨다.
[주D-141]명량(明良)의 갱가(賡歌) : 명량은 현명한 임금과 충직한 신하라는 말이고, 갱가는 화답하여 부르는 노래라는 말로, 고요(皐陶)가 불렀다고 하는 갱재가(賡載歌)를 가리킨다. 옛날에 고요가 “임금이 밝으시면 대신들이 훌륭하여 뭇 일들이 편안하리라.[元首明哉 股肱良哉 庶事康哉]”고 노래 불렀다고 한다.《書經 益稷》
[주D-142]소황(蘇黃) : 송나라의 문학가인 소식(蘇軾)과 황정견(黃庭堅)의 병칭(幷稱)이다.
[주D-143]邱 : 《황화집》 권5에는 ‘丘’로 되어 있다.
[주D-144]深 : 원문에는 ‘初’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45]倚 : 원문에는 ‘伏’으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46]왕찬(王粲)의 부(賦) : 한(漢)나라 말기에 왕찬이 난을 피하여 형주(荊州)의 유표(劉表)에게 가서 의지해 있으면서 뜻을 얻지 못하자 누각에 올라가서 등루부(登樓賦)를 읊어 시름을 달랜 고사를 말한다.《三國志 卷21 魏書 王粲傳》
[주D-147]송생(宋生)의 시름 : 스산한 가을빛을 보고 인생살이가 허무하다고 느끼는 것을 말한다. 송생은 전국 시대 초(楚)나라의 시인인 송옥(宋玉)을 가리킨다. 송옥이 지은 구변(九辯)에, “슬프구나 가을의 기운됨이여, 소슬해라 초목이 떨어져서 쇠하누나.” 하였다.
[주D-148]石 : 원문에는 ‘上’으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30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49]川 : 원문에는 ‘州’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황화집》 권30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50]圖畫 : 원문에는 ‘畫圖’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30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51]삼도(三島) : 삼신산(三神山)으로, 봉래산(蓬萊山), 방장산(方丈山), 영주산(瀛洲山)을 말한다.
[주D-152]不盡 : 《황화집》 권30에는 ‘有餘’로 되어 있다.
[주D-153]懸 : 원문에는 ‘營’으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황화집》 권30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54]懸 : 《황화집》 권30에는 ‘垂’로 되어 있다.
[주D-155]금지(金地) : 불교 용어로, 보살이 자리하는 곳에는 땅에 금을 깐다는 뜻인데, 절이 자리 잡은 곳을 말한다.
[주D-156]著 : 《황화집》 권30에는 ‘着’으로 되어 있다.
[주D-157]팔준마(八駿馬) : 주(周)나라 목왕(穆王)이 길렀다고 하는 여덟 필의 준마를 말한다.
[주D-158]침상 속의 홍보(鴻寶) : 남들이 보지 못하도록 숨겨 둔 귀중한 서책을 말한다. 한(漢)나라 선제(宣帝) 때 회남(淮南)의 침상 속에 《홍보》와 《원비서(苑祕書)》라는 도술(道術)에 관한 서책이 있었다고 한다.《漢書 卷36 楚元王傳》
[주D-159]소산(小山)은 …… 망하였네 : 소산은 한나라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의 문객들이 만든 시체(詩體)이고, 회남(淮南)은 유안을 가리킨다. 유안이 글을 좋아하여 천하의 뛰어난 선비들을 불러 모을 생각을 하자 팔공(八公)의 무리들이 모두 그에게 귀의하였다. 이에 내편(內篇) 21편과 중편(中篇) 8편을 지어 황제에게 바쳤는데, 이것이 바로 《회남자(淮南子)》라는 책이다. 유안은 이로 인해 황제의 총애를 받았으나, 그 뒤에 역모(逆謀)를 꾸미다가 발각되어 자살하고 말았다.《漢書 卷44 淮南王傳》
[주D-160]그 …… 부치었네 : 어진 이는 염계(濂溪) 주돈이(周敦頤)를 가리킨다. 주돈이가 애련설(愛蓮說)을 지었다.
[주D-161]우녀(牛女) 나루 찾아가는 뗏목 : 우녀는 견우(牽牛)와 직녀(織女)이며, 뗏목은 장건(張騫)이 타고 간 배를 말한다.
[주D-162]해의 아들 하백(河伯) 사위 : 해모수(解慕漱)를 가리킨다. 해모수는 천제(天帝)의 아들로 하백의 딸에게 장가들어서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朱蒙)을 낳았다고 한다.
[주D-163]否 : 원문에는 ‘不’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30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64]어룡(魚龍)은 …… 만드누나 :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이 알에서 태어났는데, 부여(扶餘) 사람들이 반역을 꾀할 것이라고 하여 주몽을 죽이려고 하였으므로, 주몽이 오인(烏引)과 오위(烏違) 두 사람과 함께 부여를 떠나 동남쪽으로 달아나다가 도중에서 개사수(蓋斯水)라는 큰 강을 만났는데, 다리가 없어서 건널 수가 없었다. 이에 주몽이 강에 고하기를, “나는 하백(河伯)의 외손이다. 지금 도망치는 중인데 추격하는 군사가 쫓아오고 있으니 어떻게 하면 이 물을 건널 수 있겠는가?” 하니, 곧바로 어별(魚鼈)이 물 위로 떠올라 다리를 만들어 주었으므로 무사히 그 강을 건너게 되었다고 한다.
[주D-165]창주(滄洲) 흥취 : 벼슬에서 물러나 은거하려는 뜻을 말한다. 창주는 물가로, 은자(隱者)가 사는 곳을 지칭한다.
[주D-166]주림계(簇林溪) : 《황화집》 권30에는 ‘주금계(簇錦溪)’로 되어 있다.
[주D-167]뗏목 타고 가려던 뜻 : 공자(孔子)가 구이(九夷)의 지역에 가서 살고자 한 것을 말한다. 공자가 중국에 도가 없어진 것을 보고는 구이의 지역에 살고자 하여 뗏목을 타고 바다를 건너가려고 하자, 어떤 사람이 “그곳은 누추하니 어떻게 사시렵니까?” 하니, 공자가 답하기를, “군자가 산다면 무슨 누추함이 있겠는가.” 하였다.《論語 子罕》
[주D-168]황봉(皇封) : 황제가 책봉한 나라라는 뜻이다.
[주D-169]명당(明堂) : 제왕이 정교(政敎)를 펴는 궁전인 정궁(正宮)을 말한다.
[주D-170]사극(四極) : 사방의 땅이 끝나는 지점을 말한다.
[주D-171]미진(迷津) 나루 건네주는 자항(慈航) : 미진 나루는 미망(迷妄)한 경계를 말하고, 자항은 부처와 보살이 자비스런 마음으로 대중을 제도하여 생사의 고해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 마치 배로 사람들을 태워 물을 건너게 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주D-172]우범(禹範) : 《서경(書經)》의 홍범구주(洪範九疇)를 말한다.
[주D-173]그 …… 같았네 : 백이(伯夷)와 숙제(叔齊)처럼 의리를 지켰다는 뜻이다. 백이숙제는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주(紂)를 정벌하는 것을 반대해서 간하다가 듣지 않자 수양산(首陽山)으로 들어가 고사리를 캐 먹으면서 지내다가 굶어 죽었는데, 기자 역시 간하다가 듣지 않자 거짓으로 미친 척하였다.《史記 卷61 伯夷列傳》
[주D-174]호관(冔冠) : 은(殷)나라 때의 관 이름으로, 중국의 문물제도를 말한다.
[주D-175]맥수(麥秀) 노래 : 기자(箕子)가 조선에 봉해진 뒤 주(周)나라로 조빙하러 가는 길에 은(殷)나라의 옛 도읍터를 지나다가 궁실이 모두 무너지고 그 자리에 벼와 기장이 자라는 것을 보고는 상심하여 불렀다고 하는 노래이다.《史記 卷38 宋微子世家》
[주D-176]명시선(明詩選) : 원문에는 ‘明時選’으로 되어 있는데, 잘못된 것이기에 바로잡았다.
[주D-177]대동강을 …… 화답하다 : 《황화집》 권11에는 이 시가 왕창(王敞)의 시로 되어 있다. 왕창은 동월과 함께 사신으로 나왔었다.
[주D-178]潮 : 원문에는 ‘湖’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11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79]동상(董相)이 …… 보니 : 동상은 동월(董越)을 가리킨다. 《서경》 열명(說命)에, “만약 쇠라면 너를 숫돌로 삼으며, 만약 강을 건넌다면 너를 배와 노로 삼을 것이다.” 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강 건네주는 것에 제왕을 보좌한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주D-180]經 : 원문에는 ‘輕’으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바로잡았다.
[주D-181]부벽루에 올라 : 이 시 역시 《황화집》 권11에는 왕창의 시로 되어 있다.
[주D-182]기자의 …… 짓다 : 《황화집》 권12에는 같은 제목으로 ‘柳暗荒城遍九衢 幾家門巷帶村墟 井田已廢千年後 故壘曾經百戰餘 果下更無三尺馬 盤中時有八梢魚 數聲忽聽山陽笛 滿耳悲風似起予’라는 시가 들어 있다.
[주D-183]과수(果樹) …… 말 : 과하마(果下馬)를 가리킨다. 과하마는 우리나라에서 산출되는 키가 작은 말의 이름으로, 일찍부터 중국에 이름이 알려져서 중요한 조공품이 되어 왔다. 《삼국지(三國志)》 권30 위서(魏書) 동이전(東夷傳) 예조(濊條)의 배송지(裴松之) 주(註)에, “과하마는 키가 3척으로, 말을 타고서 과수나무 밑을 지나갈 수가 있으므로 과하마라 한다.” 하였다.
[주D-184]팔초어(八梢魚) : 문어(文魚)를 말한다. 이수광(李睟光)의 《지봉유설(芝峯類說)》에, “동월(董越)이 말한 팔초는 바로 문어이다.” 하였다.
[주D-185]문황(文皇) : 당 태종 이세민(李世民)을 가리킨다. 태종의 시호(諡號)가 문무대경황제(文武大經皇帝)이다.
[주D-186]육군(六軍) : 천자(天子)의 군대를 말한다.
[주D-187]장양궁(長楊宮) : 진한(秦漢) 시대의 궁전 이름으로, 섬서성(陝西省) 주지현(周至縣) 동쪽에 있는데, 진한 시대 때 황제가 사냥을 하던 곳이다.
[주D-188]목계(木鷄) : 나무로 깎아서 만든 닭으로, 수양이 깊어서 상대가 보기만 해도 기가 꺾여 달아나고 마는 것을 말한다. 옛날에 기성자(紀渻子)라는 사람이 왕을 위하여 싸움닭을 길렀는데, 한참이 지난 뒤에 왕이 싸움을 시킬 만한지 물으니, 기성자가 말하기를, “비록 상대방 닭이 운다고 하더라도 이미 아무런 태도의 변화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를 바라보면 마치 목계와도 같으니, 그 덕이 이미 완성된 것입니다. 다른 닭들은 보기만 해도 모두 달아날 것입니다.” 하였다.《莊子 外篇 養生》
[주D-189]오명마(五明馬) : 명마(名馬) 이름으로, 네 발굽 부위가 모두 백설같이 하얗고 어깨 부위에 하얀 점이 있는 말이다.
[주D-190]관량(關梁) : 관문과 나루로, 수로와 육로의 교통을 말한다.
[주D-191]규염객(虯髥客)의 사신 : 이방인(異邦人)을 말한다. 규염객은 본디 소설 속에 나오는 사람의 이름으로, 수(隋)나라 말기 사람인데, 꼬불꼬불한 수염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렇게 칭한다. 수나라 말기에 천하가 어지럽자 규염객이 중원에서 거사하려다가 이세민(李世民)으로 인해 실패하고 다른 곳으로 가서 왕이 되었다고 한다.
[주D-192]백룡퇴(白龍堆) : 신강(新疆)의 천산남로(天山南路)에 있는 사막 이름이다.
[주D-193]태관(太官) : 황제의 음식과 연향을 맡은 관서 이름이다.
[주D-194]강비(糠粃) : 겨와 쭉정이로, 보잘것없는 먹이를 말한다.
[주D-195]축왕가(竺王家) : 천축국(天竺國)으로, 지금의 인도(印度)이다.
[주D-196]전목보(錢穆父) : 목보는 송나라의 시인인 전협(錢勰)의 자(字)이다. 전협은 고려 선종(宣宗) 원년(1084) 8월에 송나라의 조위사(弔慰使)가 되어 우리나라에 와서 문종(文宗)과 순종(順宗)을 조제(弔祭)하였다.《東史綱目 第7下》
[주D-197]송선(松扇) : 솔가지나 버드나무의 껍질을 가지고 만든 부채로, 고려의 특산품이다.
[주D-198]送 : 원문에는 ‘迸’으로 되어 있는데, 《산곡집(山谷集)》 권7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99]책구루(幘溝婁) : 고구려 때 현도군(玄菟郡)의 동쪽 경계 지역에 있던 작은 성으로, 중국에서 세시(歲時)에 조복(朝服) 의책(衣幘)을 이곳에 놓아두면 고구려에서 받아가던 곳이다. 여기서는 고려를 가리킨다.《三國志 卷30 魏書 東夷傳》
[주D-200]度 : 원문에는 ‘渡’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바로잡았다.
[주D-201]내대자(褦襶子) : 여름에 뜨거운 햇볕을 가리기 위하여 쓰는 삿갓 모양으로 된 모자를 말한다.
[주D-202]안기생(安期生) : 신선의 이름으로, 일찍이 하상장인(河上丈人)을 따라 황제(黃帝)와 노자(老子)의 설을 배우고 동해(東海) 가에서 불사약을 팔았다.
[주D-203]문잠(文潛) : 송나라 장뇌(張耒)의 자이다.
[주D-204]어망(魚網) : 종이의 이칭(異稱)이다. 한나라 때 채륜(蔡倫)이 수부(樹膚), 마두(麻頭), 폐포(敝布), 어망(魚網)으로 종이를 만들었다고 한다.《後漢書 卷78 宦者列傳 蔡倫》
[주D-205]紙 : 원문에는 ‘低’로 되어 있는데, 《산곡집(山谷集)》 권7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206]장후(張侯)가 …… 찌는구나 : 장후는 장뇌(張耒)를 가리키고, 육산(肉山)은 몸집이 비대한 것을 말한다. 이 시에 대한 임연(任淵)의 주(注)에, “장뇌의 시는 맑고 차서 마치 솔바람 소리와 같은데, 몸집이 비대해서 뜨겁기가 마치 고깃덩이 산을 찌는 듯하다.” 하였다.
[주D-207]쇠뇌 당겨 꿩을 쏠 : 춘추 시대 때 몹시 못생긴 가대부(賈大夫)가 아름다운 부인에게 장가를 들었는데, 부인이 3년 동안 웃지도 않고 말하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밖으로 나가서 꿩을 쏘아 잡으니 그 부인이 비로소 웃었다. 그러자 가대부가 말하기를, “재기(才氣)를 배우지 않아서는 안 된다. 내가 활을 잘 쏘지 못했더라면 부인은 웃지도 않고 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였다.《春秋左傳 昭公28年》
[주D-208]閒 : 원문에는 ‘間’으로 되어 있는데, 《산곡집》 권7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209]정굉중(鄭閎中) : 굉중은 정목(鄭穆)의 자이다.
[주D-210]화선(畫扇) : 그림을 그려 넣은 부채를 말한다.
[주D-211]회계 내사(會稽內史) 정공(鄭公) : 정목을 가리킨다. 정목은 월주(越州)의 수령으로 있었는데, 월주가 바로 회계에 속한다.
[주D-212]황문(黃門)과 화성(畫省) : 황문은 문하성(門下省)의 별칭이고, 화성은 상서성(尙書省)의 별칭으로, 이 두 관청의 벽에다 회칠을 한 다음 현인(賢人)과 열사(烈士)의 초상을 그렸으므로 이렇게 칭한다.
[주D-213]주어충(注魚蟲) : 《이아(爾雅)》를 가리킨다. 《이아》에는 산천초목(山川草木)이나 조수어충(鳥獸魚蟲)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으므로 이렇게 이른다.
[주D-214]진후(陳侯) …… 새매 : 공자(孔子)가 진(陳)나라에 있을 적에 진후의 뜰에 새매가 날아왔다가 죽었는데, 호시(楛矢)가 새매를 관통하고 있었다. 이에 진후의 심부름꾼이 새매를 가지고 공자에게 가서 물으니, 공자가 “이것은 숙신씨(肅愼氏)의 화살이다.” 하였다.《國語 魯語下》
[주D-215]쇄청서(殺靑書) : 죽간(竹簡)에다 쓴 글로, 고대의 역사서를 말하는데, 옛날에 대나무의 즙을 뺀 뒤에 겉의 푸른 부분을 깎아 내고 글을 썼으므로 이렇게 이른다. 여기서는 역사책에 기록할 자료를 얻었다는 뜻으로 쓰였다.
[주D-216]십팔공(十八公) : ‘松’ 자를 파자(破字)한 것으로, 소나무를 가리킨다.
[주D-217]명광궁(明光宮) : 한나라 무제(武帝) 때 세운 궁전으로, 이 안에 미녀 2000명을 두었다고 한다.
[주D-218]한궁(漢宮)에서 슬퍼하던 첩여(婕妤) : 한나라 성제(成帝) 초에 반 첩여(班婕妤)가 황제의 총애를 많이 받았는데, 그 뒤에 조비연(趙飛燕)에게 총애를 빼앗기자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여 추선시(秋扇詩)를 지었다.
[주D-219]거미줄 …… 낫네 : 가을이 되어 버려진 부채보다 낫다는 뜻이다. 난새 탄 이는 진(秦)나라 목공(穆公)의 딸 농옥(弄玉)을 가리키는 말로, 농옥이 그의 남편인 소사(蕭史)와 함께 난새를 타고 날아갔다고 한다. 후대에 사람들이 이 고사를 끌어다가 부채에다 그림으로 그리거나 제시(題詩)하였다.
[주D-220]아청지(鵝靑紙) : 청지(靑紙)로, 고려의 특산품인데, 주로 책의(冊衣)나 화지(畫紙)로 쓰인 종이이다.
[주D-221]삼여(三餘) : 한가로운 시간을 말한다. 삼국 시대 때 황우(黃遇)가 “독서하는 것은 마땅히 삼여의 때에 해야 한다.” 하니, 누군가 삼여의 뜻을 물었다. 그러자 황우가 말하기를, “겨울은 한 해의 여가이고, 밤은 하루의 여가이고, 음우(陰雨)는 시간의 여가이다.” 하였다.
[주D-222]忘 : 원문에는 ‘望’으로 되어 있는데, 《산곡집》 권19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223]섬계(剡溪)의 등 : 종이를 말한다. 절강성(浙江省) 섬계에서 나는 등나무로 만든 종이는 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주D-224]染 : 원문에는 ‘展’으로 되어 있는데, 《산곡집》 권19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225]왕숙명(王叔明) : 숙명은 왕몽(王蒙)의 자이다. 왕몽은 원나라 말기, 명나라 초기의 문인(文人)이자 화가로, 특히 산수화를 잘 그렸다.
[주D-226]장이지(丈二紙) : 크기가 1장 2척 되는 종이로, 큰 종이를 말한다.
[주D-227]동 문민(董文敏) : 문민은 명나라 때의 문인이자 서예가인 동기창(董其昌)의 시호이다.
[주D-228]만당(漫堂) 선생 : 만당은 청나라 송낙(宋犖)의 호이다.
[주D-229]술 …… 있고 : 성성이는 산골짜기에 수백 마리씩 떼를 지어 사는데, 술 마시기를 좋아하고 또 신발 신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이에 사람들이 성성이를 잡을 때 길가에다 술동이를 놓아두고 신발 여러 켤레를 서로 묶어서 놓아두면, 성성이들이 와서 술을 마시고 취해 신발을 신고 있어서 도망치지 못할 적에 가서 잡는다고 한다.
[주D-230]왕회(王會) : 천자에게 조공하기 위하여 제후나 번국들이 모이는 모임을 말한다.
[주D-231]석거각(石渠閣) : 한나라 때에 황실의 장서를 보관하던 곳으로, 장안(長安)의 미앙궁(未央宮) 북쪽에 있었는데, 소하(蕭何)에 의해 만들어졌다.
[주D-232]拔 : 원문에는 ‘技’로 되어 있는데, 《산곡집》 권3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233]바르게도 …… 사양했구나 : 이단(異端)에 빠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양주(楊朱)는 위아설(爲我說)을 주장하여 “터럭 하나를 뽑아서 천하를 이롭게 할 수 있다 하더라도 하지 않겠다.” 하여 맹자(孟子)로부터 이단 취급을 받았다.《孟子 盡心上》
[주D-234]고려의 …… 읊다 : 이 시의 발문(跋文)에, “전목보(錢穆父)가 고려에 사신으로 가서 성성모필을 얻어 왔는데 몹시 진귀하였다. 이를 나에게 보내 주고는 시를 지어 주기를 요구하였다. 소자첨(蘇子瞻)이 그 붓이 부드러우면서도 강건하여 사람들의 뜻대로 움직여 주는 것을 좋아해 나의 책상 앞을 지나갈 적마다 붓을 잡고 글씨를 써보았다. 이때는 전목부와 소자첨이 모두 자미각(紫微閣)에 입직하고 있었으므로 내가 두 편의 시를 지어 주었는데, 전편은 전목보에게 주고, 후편은 소자첨에게 주었다.” 하였다.
[주D-235]벗들끼리 …… 취하누나 : 성성이가 술을 마시고 사람들에게 잡히는 것을 말한다. 성성이는 산골짜기에 수백 마리씩 떼를 지어 사는데, 술 마시기를 좋아하고 또 신발 신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이에 사람들이 성성이를 잡을 때 길가에다 술동이를 놓아두고 신발 여러 켤레를 서로 묶어서 놓아두면, 성성이들이 와서 술을 마시고 취해 신발을 신고 있어서 도망치지 못할 적에 가서 잡는다고 한다.
[주D-236]붙잡혀 …… 되었구나 : 관성공(管城公)은 붓의 별칭이다. 옛날에 진(秦)나라 시황(始皇) 때 몽염(蒙恬)이 사냥을 나가서 토끼인 모영(毛潁)을 잡아다가 시황에게 바치자, 시황이 모영을 관성(管城)에 봉하였다고 한다.《古文眞寶後集 毛潁傳》
[주D-237]來作 : 원문에는 ‘作來’로 되어 있는데, 《산곡집》 권3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238]청혜(靑鞋) : 본디는 짚신인데, 여기서는 붓두껍을 형용하는 말로 쓰였다.
[주D-239]着 : 원문에는 ‘看’으로 되어 있는데, 《산곡집》 권3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240]흑두공(黑頭公) : 본디는 젊은 나이로 높은 관직에 있는 자를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붓을 형용하는 말로 쓰였다.
[주D-241]白若截肪光照几 : 원문에는 ‘自若截肪光照凡’으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바로잡았다.
[주D-242]적계(績溪) : 안휘성(安徽省)에 있는 지명이다.
[주D-243]해초(奚超) : 당나라 말기의 묵공(墨工)으로, 그의 아들인 해정규(奚庭珪)와 함께 먹을 잘 만들기로 이름 높았다.《輟耕錄》
[주D-244]역수(易水)의 양공(良工) : 당나라 때 먹을 잘 만들기로 이름났던 이정규(李廷邽)를 가리킨다. 이정규는 남당(南唐)의 역수(易水) 사람인 해초(奚超)의 아들로, 원래의 이름은 해정규(奚廷珪)였는데, 뒤에 이씨 성을 하사받고서 이름을 이정규로 고쳤다. 그가 만든 먹은 단단하기가 옥과 같아서 중국 제일의 묵공(墨工)으로 칭해졌는데, 인문(印文)에 규(邽) 자를 새긴 것이 가장 좋고, 규(圭) 자를 새긴 것이 그다음이며, 규(珪) 자를 새긴 것이 그다음이라고 한다.
[주D-245]반옹(潘翁) : 송나라 흡(歙) 지역 사람으로, 먹을 잘 만들기로 이름 높았던 반곡(潘谷)을 가리킨다.
[주D-246]남당(南唐)의 한 사람 거사 : 시를 지은 한구(韓駒) 자신을 가리킨다.
[주D-247]적관(赤管) 유미(隃糜) : 적관은 적관대필(赤管大筆)로 붓을 가리키며, 유미는 본디 섬서성(陝西省)에 있는 지명인데, 이곳에서는 먹이 많이 생산되므로 먹의 별칭으로 쓰인다. 한(漢)나라 때 상서성(尙書省)의 관원들에게 매달 적관대필 1쌍과 유미묵 1매씩을 하사하였다.
[주D-248]현규(玄圭) : 먹의 별칭이다. 먹이 검으면서도 규(圭)와 같이 생겼으므로 그렇게 칭한다.
[주D-249]붓으로 …… 한다면 : 명작(名作)을 저술하여 후세에 전한다는 뜻이다. 한나라 사마천(司馬遷)이 다른 사람에게 준 편지에, “저는 참으로 이 책을 저술하여 명산에다 보관해서 적당한 사람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하였다.
[주D-250]담천연(談天衍) : 천문(天文)에 대해 담론하는 추연(鄒衍)이란 뜻으로, 변론(辯論)이 굉박(宏博)한 것을 뜻한다. 전국 시대 제(齊)나라의 추연은 당시에 유명한 학자로 많은 책을 저술하였는데, 의론(議論)이 굉대하여 위로는 천문에서부터 아래로는 조수(鳥獸)의 출산(出産)에 이르기까지 언급하지 않은 것이 없었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감탄하면서 ‘담천연’이라고 불렀다.《史記 卷74 孟子荀卿列傳》
[주D-251]납란 원장(納蘭院長) : 《폭서정집(曝書亭集)》 권22 소주(小註)에는 이름이 납란규서(納蘭揆敍)로 되어 있다.
[주D-252]이기(伊耆) : 전설 속에 나오는 임금인 염제(炎帝) 신농씨(神農氏)의 이름이다.
[주D-253]태일소자(泰壹小子) : 전설 속에 나오는 천신(天神)의 이름으로, 태일(泰一), 태을(泰乙)로 표기하기도 한다.
[주D-254]자편(赭鞭) : 붉은 채찍으로, 신농씨가 백초(百草)의 성질과 맛을 검증할 때 이 채찍을 가지고 백초를 후려쳤다고 한다.
[주D-255]樹 : 원문에는 ‘水’로 되어 있는데, 《폭서정집》 권22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256]인함(人銜) 귀개(鬼蓋) 해수(海膄) : 모두 인삼(人蔘)의 별칭이다.
[주D-257]서여(胥餘) : 기자(箕子)의 이름이다.
[주D-258]椴 : 원문에는 ‘椵’로 되어 있는데, 《폭서정집》 권22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259]기고(奇觚)와 급취(急就) : 뛰어난 시를 말한다. 기고는 목간(木簡)에다 쓴 기이한 글이고, 급취는 《급취편(急就篇)》으로 고대의 자서(字書)이다.
[주D-260]노동(盧仝)과 …… 어쩌리오 : 묘한 시를 짓는 재주가 없어서 어쩔 수가 없다는 뜻이다. 노동은 당나라 제원인(濟源人)으로 소실산(少室山)에 은거한 채 지냈으며, 호가 옥천자(玉川子)이고 시를 잘 지었다. 마이(馬異)는 당나라 하남인(河南人)으로 노동의 친구이다. 유차(劉叉)는 당나라 원화인(元和人)으로, 어려서 술에 취해 살인을 하고 떠돌다가 한유(韓愈)의 문인(門人)이 되었다. 이들 세 사람은 모두 기이한 말로 시를 짓는 재주가 있었다.
[주D-261]금곡원(金谷園) : 진(晉)나라의 부호였던 석숭(石崇)이 만든 정원으로, 하남성(河南省) 낙양(洛陽)에 있는데, 후대에는 부귀한 집의 화려한 정원을 지칭하는 말로 쓰였다.
[주D-262]무연(舞筵) : 춤을 추기 위해 땅에다가 깐 자리를 말한다.
[주D-263]월위(越尉) : 남월(南越)의 위타(尉陀)를 가리킨다.
[주D-264]장건(張騫) : 한나라 무제(武帝) 때 장건이 대하(大夏)에 사신으로 갔었다.
[주D-265]여강(驪江) : 한강(漢江)으로, 우리나라를 가리킨다.
[주D-266]천보(天寶) : 당나라 현종(玄宗)의 성대하던 때를 가리킨다.
[주D-267]봉도(蓬島) : 봉래도(蓬萊島)로, 중국의 동해에 있다고 하는 삼신산(三神山) 가운데 하나이다.
[주D-268]예상곡(霓裳曲) : 당나라 때의 법곡(法曲)인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을 말한다.
[주D-269]요황(姚黃)과 위자(魏紫) : 모두 모란꽃 가운데 귀한 품종의 이름이다. 요황은 꽃잎이 1000장인 노란 꽃인데, 백성인 요씨(姚氏) 집에서 나왔고, 위자는 꽃잎이 1000장인 붉은 꽃인데, 정승인 위인부(魏仁溥)의 집에서 나왔다고 한다.
[주D-270]교인(鮫人) : 남해 바깥의 물속에 사는 종족인데, 이들은 베를 잘 짜며, 눈물을 흘리면 진주가 된다고 한다. 여기서는 해외를 가리킨다.
[주D-271]침향정(沈香亭) : 당나라 궁중에 있던 정자 이름이다. 당나라 개원(開元) 연간에 궁중에서 모란을 중시해서 흥경지(興慶池) 동쪽 침향정 앞에다 모란을 옮겨 심었다.
[주D-272]조운(朝雲) : 송나라 소식(蘇軾)의 첩 이름이다.
[주D-002]종묘에서 술 마시며[飮至] : 옛날에 제후들이 회맹(會盟)하여 정벌을 마친 뒤에는 종묘에 제사를 고하면서 술을 마시며 경축하였다. 《춘추좌전(春秋左傳)》 환공(桓公) 2년 조(條)에, “군사들이 개선하여 종묘에 고하고는 술을 마신 다음 술잔을 놓고 공(功)을 책훈하였다.” 하였다.
[주D-003]오원(五原) : 관새(關塞)의 이름으로, 오원군(五原郡)에 있는 유류새(楡柳塞)를 가리킨다.
[주D-004]남궁(南宮)의 …… 봉한 것 : 남궁은 낙양에 있는 진(秦)나라 궁궐의 이름이고, 복도(複道)는 위아래 이중으로 나 있는 길이다. 한(漢)나라 때 유방(劉邦)이 황제의 자리에 즉위한 뒤 남궁의 복도 위에서 보니, 여러 장수들이 봉작(封爵)을 하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품고 있었다. 이에 장량(張良)의 계책을 좇아 일찍이 자신을 모욕한 일이 있었던 옹치(雍齒)를 먼저 제후에 봉하였다. 그러자 여러 장수들이 모두 기뻐하면서 말하기를, “옹치 같은 사람도 제후에 봉해졌으니 우리들은 걱정할 것이 없다.” 하였다.《史記 卷55 留侯世家》
[주D-005]효동(淆潼) : 효수(淆水)와 동수(潼水)로, 모두 강 이름이다.
[주D-006]풍패(豐沛) : 한 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의 고향으로, 유방이 황제 자리에 오른 뒤 고향에 가서 며칠 동안 머무르면서 그곳의 부로(父老)들과 즐겼으며, 풍패를 탕목읍(湯沐邑)으로 삼아 부역을 면제해 주었다.
[주D-007]집집마다 …… 내려지리 : 출정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봉작이 내려질 것이라는 뜻이다. 요(堯) 임금 때 교화가 사해에 두루 미쳐 풍속이 아름다워지자 집집마다 모두 덕행(德行)이 있어서 정표(旌表)할 만하였다고 한다.
[주D-008]절풍건(折風巾) :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등 삼국의 각 지역에서 성행하던 가장 오래된 고깔형의 관모(冠帽)이다. 고구려에서는 소가(小加)가 이 절풍건을 썼는데, 그 모양이 고깔형이다. 새깃을 모자 가에 꽂아 귀천의 차이를 구별하였다.
[주D-009]북원(北苑) : 황실의 원림(園林)으로, 여기서는 북송(北宋)의 남어원(南御園)을 가리킨다.
[주D-010]폐순랑(陛楯郞) : 전폐(殿陛)의 양쪽에서 방패를 잡고 시위하는 사람을 말한다.
[주D-011]영군(令君) 향기 : 고아(高雅)한 인사(人士)의 풍채를 말한다. 영군은 한나라 때의 사람인 순욱(荀彧)을 가리킨다. 순욱이 일찍이 상서령(尙書令)이 되었으므로 사람들이 순영군(荀令君)이라고 칭했는데, 기이한 향기를 지녀 다른 사람의 집에 가서 앉아 있으면 3일 동안 향기가 가시지 않았다고 한다.
[주D-012]천산(天山)조차 …… 있었거니 : 천산은 기련산(祁連山)으로, 감숙성(甘肅省) 청해(靑海)에 있는 산이다. 당(唐)나라 때 오랑캐 기병이 쳐들어오자 설인귀(薛仁貴)가 화살 3대를 쏘아서 오랑캐 3명을 죽였는데, 오랑캐들이 겁을 먹고 모두 항복하였다.《新唐書 卷111 薛仁貴列傳》
[주D-013]해국(海國)을 …… 건너가리 : 해국은 고려를 가리키고, 한 갈대는 배를 가리킨다. 고려가 소문을 듣고 귀복(歸服)하였으므로 배를 타고 가서 귀복시킬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주D-014]금낭(錦囊) : 비단으로 만든 주머니로, 주로 시고(詩稿)나 중요한 문서를 넣는 주머니이다.
[주D-015]곤야(昆邪)에게 …… 하고서도 : 고려의 사신을 잘 접대하기 위하여 백성들을 괴롭혔다는 뜻이다. 곤야는 오랑캐 종족의 추장인 혼야왕(渾邪王)을 가리킨다. 한(漢)나라 때 혼야왕이 종족을 이끌고 항복해 오니, 한나라에서 이들을 우대하였다. 그러자 급암(汲黯)이 ‘오랑캐들을 잡아서 전사한 자들의 집에 나누어 주어도 부족한데, 도리어 우리 백성들을 그들의 노비가 되게 하였다.’는 내용으로 아뢰었다.《漢書 卷50 汲黯傳》
[주D-016]행간자(行看子) : 화권(畫卷)의 별칭이다.
[주D-017]한간(韓幹) : 당나라 때 사람으로, 조패(曹霸)에게서 그림을 배웠으며, 특히 안마(鞍馬)를 잘 그려 일가를 이루었다.
[주D-018]대 깎은 듯한 두 귀 : 말의 귀가 마치 대나무 통을 자른 듯이 작으면서도 쫑긋한 것을 표현한 말로, 옛날에 이런 귀를 가진 말을 좋은 말이라고 하였다.
[주D-019]흰 갈기 …… 나란하네 : 좋은 말을 이른다. 당나라 때는 말갈기를 장식하는 것을 좋아하여 말갈기를 다듬어서 세 개의 꽃잎 모양으로 만들었다.
[주D-020]육고(陸顧) : 남송(南宋) 때의 화가인 육탐미(陸探微)와 진(晉)나라 때의 화가인 고개지(顧愷之)를 말한다.
[주D-021]심양왕(瀋陽王) : 충숙왕(忠肅王)을 가리킨다. 충숙왕 6년(1319) 가을 9월에 왕이 어향(御香)을 받들고 중국의 천목산(天目山)으로 들어가 중봉 국사(重峯國師), 즉 명본(明本)에게 법명(法名)과 별호(別號)를 내려 주기를 청하니, 중봉 국사가 충숙왕에게 승광(勝光)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별호를 진제(眞際)라고 하였다. 충숙왕이 이를 인하여 사자암(獅子庵) 아래에 정자를 세우고 그 사실을 기록하였다.《中峯行錄》
[주D-022]가타(迦陀) : 범어(梵語)인 ‘gatha’의 음역으로, 가타(伽陀), 게타(偈陀)로 표기하기도 한다. 부처의 가르침을 찬송한 운문체(韻文體)의 경문(經文)으로, 보통 1수 4구로 이루어져 있다.
[주D-023]해인(海印) : 불교 용어로, 우주의 일체 진리를 깨달아 얻은 부처의 지혜를 말한다.
[주D-024]공안(公案) : 선종(禪宗)에서 쓰는 용어로, 도를 깨치게 하기 위하여 내는 과제를 말한다.
[주D-025]조선(朝鮮)의 국왕 : 명종(明宗)을 가리킨다. 명종 22년(1567)에 허국(許國)이 우리나라에 사신으로 나오던 중 명종이 승하하였다.
[주D-026]헌원씨(軒轅氏) 활 떨어지자 : 황제(皇帝)가 죽었다는 뜻으로, 여기서는 명나라 세종(世宗)이 죽은 것을 말한다. 옛날에 헌원씨 황제(黃帝)가 용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자, 신하와 후궁 가운데 황제를 따라서 올라간 자가 70여 명이었으며, 미처 용의 몸에 올라타지 못한 자들이 용의 수염을 잡고 올라갔는데, 수염이 끊어져서 황제가 가지고 있던 활과 함께 떨어졌다. 이에 사람들이 활과 용의 수염을 잡고 통곡하였다.《史記 卷28 封禪書》
[주D-027]누런 깃발[黃麾] : 천자(天子)나 대신(大臣)이 타고 가는 수레에 꽂는 깃발로, 여기서는 사신이 들고 가는 깃발을 말한다.
[주D-028]在 : 《황화집(皇華集)》 권30에는 ‘在’가 ‘道’로 되어 있다.
[주D-029]贈 : 《황화집》 권30에는 ‘贈’이 ‘賵’으로 되어 있다.
[주D-030]珮 : 원문에는 ‘佩’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30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31]사람들이 …… 얻었고 : 한(漢)나라 광무제(光武帝)가 황제가 되기 전에 적복부(赤伏符)를 얻은 고사를 말한다. 광무제가 황제가 되기 전 장안(長安)에 있을 적에 관중(關中)에서 적복부를 얻었는데, 거기에, “사칠(四七)의 즈음에 화(火)가 주인이 된다.” 하였다.《後漢書 卷1 光武帝本紀》
[주D-032]하늘이 …… 절하였네 : 나라의 임금이 될 조짐이 드러났다는 뜻이다. 춘추 시대 때 초(楚)나라의 공왕(共王)에게 적자(嫡子)가 없고 총희(寵姬)에게서 낳은 아들 다섯 명만 있어서 후사를 정하지 못하였다. 이에 명산대천에 적당한 후사를 점지해 달라는 내용으로 제사 지내면서 벽옥(璧玉)을 내보인 다음, 벽옥의 위에서 절하는 아들을 후사로 삼겠다고 맹세하였다. 그러고는 파희(巴姬)와 함께 종묘(宗廟)의 뜰에다가 그 벽옥을 파묻은 다음 여러 아들들에게 절하게 하였는데, 다른 아들들은 모두 벽옥이 묻혀 있는 곳과 떨어진 곳에서 절하고, 막내인 기질(棄疾)만이 벽옥 위에서 절하였다. 기질은 뒤에 평왕(平王)이 되었다.《春秋左傳 昭公13年》
[주D-033]초방(椒房) : 후비(后妃)들이 거처하는 궁실(宮室)을 가리킨다.
[주D-034]교방(敎坊) : 궁중의 여인들에게 노래와 춤을 가르치던 곳이다.
[주D-035]금수하(金水河) : 북경 시내에 있는 옥하(玉河)를 가리킨다.
[주D-036]한(漢)나라의 복파(伏波) : 한나라 때의 명장인 복파장군(伏波將軍) 마원(馬援)을 가리킨다. 마원은 북방으로 출정하여 흉노(匈奴)를 격파하였으며, 남쪽으로 출정하여 교지(交趾)를 평정하였다.
[주D-037]백랑하(白狼河) : 요동(遼東)에 있는 강 이름이다.
[주D-038]이기도(伊歧島) : 일기도(一歧島)로, 여기서는 일본을 가리킨다.
[주D-039]체두(杕杜) 노래 : 《시경(詩經)》 당풍(唐風)에 나오는 노래로, 어려움에 처한 자가 주위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노래이다. 여기서는 우리나라가 중국에게 구원을 요청하였다는 뜻으로 쓰였다.
[주D-040]杕 : 원문에는 ‘杖’으로 되어 있는데, 잘못된 것이기에 바로잡았다.
[주D-041]봉공(封貢) : 임진왜란 때 일본이 전세가 불리하여 부산(釜山)으로 물러나 있으면서 중국에 조공을 바치겠다고 하자, 중국의 병부 상서(兵部尙書) 석성(石星) 등 화전론자(和戰論者)들이 이를 허락하자고 하였다.
[주D-042]저축(杼柚) 빌까 : 세금으로 모두 빼앗겨서 남은 재산이 하나도 없는 것을 말한다. 저축은 베틀의 북과 바디이다. 《시경》 소아(小雅) 대동(大東)에, “소동과 대동에 북과 바디 비었네.[小東大東 杼柚其空]” 하였다.
[주D-043]조충국(趙充國)은 …… 올리었고 : 한나라 때 조충국이 변방에서 강족(羌族)을 수비하고 있을 적에, 황제가 강족을 공격하게 하였다. 그러자 조충국은 ‘강족은 계책을 써서 격파하기는 쉬우나 공격해서 격파하기는 어렵다’는 내용으로 상소하였다. 이에 황제가 다른 장수들을 시켜 강족을 치게 하였는데, 나중에 보니 공격을 한 장수들보다 공격을 하지 않은 조충국이 세운 공이 더 많았다. 그러자 황제가 다른 장수들은 모두 파병(罷兵)하게 하고, 조충국만 머물러서 둔전(屯田)하게 하였다.《漢書 卷69 趙充國傳》
[주D-044]이목(李牧)은 …… 허비했네 : 조(趙)나라의 명장인 이목이 북쪽 변방에서 흉노들과 대치하고 있을 적에, 날마다 군사들에게 소를 잡아 먹이고 상을 내려 주면서도 흉노와 싸우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군사들이 모두 흉노와 싸우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들었을 때 일거에 흉노에게 들이쳐서 대승을 거뒀다. 이에 흉노가 10여 년 동안이나 조나라 북방을 침입하지 못하였다.《史記 卷81 廉頗藺相如列傳》
[주D-045]鞚 : 원문에는 ‘鞍’으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바로잡았다.
[주D-046]狡 : 원문에는 ‘校’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바로잡았다.
[주D-047]요조(繞朝) : 춘추 시대 때 진(秦)나라의 대부(大夫)이다. 진(晉)나라의 사회(士會)가 진(秦)나라로 망명가 있었는데, 진(晉)나라에서는 진(秦)에서 사회의 계책을 쓸까 두려워하였다. 이에 계책을 써서 사회를 진(晉)나라로 돌아오게 하였는데, 사회가 돌아올 때 요조가 사회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우리 진(秦)나라에 인물이 없다고 여기지 말라. 나의 계책이 지금 쓰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하였다.《春秋左傳 文公13年》
[주D-048]길보(吉甫) 지은 찬미가(讚美歌) : 재신(宰臣)들이 임금의 덕을 찬미하는 노래를 말한다. 길보는 주(周)나라의 어진 신하인 윤길보(尹吉甫)로, 선왕(宣王)을 찬미하는 노래를 지었다.
[주D-049]일곱 부대[七萃] : 금위군(禁衛軍)을 말한다. 주(周)나라 때 금위군이 일곱 개 부대였다.
[주D-050]양곡(暘谷) : 전설 속에 나오는 해가 뜨는 곳으로, 《회남자(淮南子)》 천문훈(天文訓)에, “해가 뜨는 곳을 양곡이라고 한다.” 하였다.
[주D-051]왕회(王會) : 천자에게 조공하기 위하여 제후나 번국들이 모이는 모임을 말한다.
[주D-052]금성탕지(金城湯池) …… 텅 비었다네 : 청해(靑海)는 중국 중부의 서쪽에 있는 지명으로, 황하(黃下)의 발원이 되는 호수인 청해가 있어서 이렇게 이름하였으며, 서쪽 변경의 오랑캐족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조충국(趙充國)이 금성탕지를 만들 방략을 올려서 오랑캐들을 평정한 고사를 말한다. 한나라 때 조충국이 변방에서 강족(羌族)을 수비하고 있을 적에, 황제가 강족을 공격하게 하였다. 그러자 조충국은 ‘강족은 계책을 써서 격파하기는 쉬우나 공격해서 격파하기는 어렵다’는 내용으로 상소하였다. 이에 황제가 다른 장수들을 시켜 강족을 치게 하였는데, 나중에 보니 공격을 한 장수들보다 공격을 하지 않은 조충국이 세운 공이 더 많았다. 그러자 황제가 다른 장수들은 모두 파병(罷兵)하게 하고, 조충국만 머물러서 둔전(屯田)하게 하였다.《漢書 卷69 趙充國傳》
[주D-053]왕사정(王士禎) : 원문에는 왕사록(王士祿)으로 되어 있는데, 《감구집(感舊集)》은 왕사진의 문집이므로 왕사진(王士禛)으로 바로잡았다.
[주D-054]백만(百蠻)과 구역(九譯) : 중국 변경 지방의 오랑캐족을 통틀어서 일컫는 말이다.
[주D-055]譯 : 원문에는 ‘驛’으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바로잡았다.
[주D-056]서려(西旅)에서 …… 바쳐서 : 서려는 서방 오랑캐의 이름으로 《서경(書經)》 여오(旅獒)에, “서려에서 큰 개를 공물로 바쳤다.” 하였다. 월상(越裳)은 남해에 있는 나라로, 《한시외전(韓詩外傳)》 권5에, “주(周)나라 성왕(成王) 때 월상씨(越裳氏)의 중구역(重九譯)이 와서 주공(周公)에게 흰 꿩을 바쳤다.” 하였다.
[주D-057]양응대(晾鷹臺) : 북평(北平)의 영정문(永定門) 밖에 있는 누대로, 호응대(呼鷹臺)라고도 하며, 원(元)나라 때 사냥을 하던 장소이다.
[주D-058]길가 …… 간직하니 : 어진 인덕(仁德)이 있다는 뜻이다. 《시경》 대아(大雅) 행위(行葦)에, “우묵한 저 길가의 갈대를, 소와 양이 밟지 않네.[敦彼行葦 牛羊勿踐履]” 하였다.
[주D-059]자란 …… 읊누나 : 천자의 교화를 받은 제후가 정사를 잘해 그 은혜가 만물에게까지 미친다는 뜻이다. 《시경》 소남(召南) 추우(騶虞)에, “저 무성한 갈대밭에 화살 한 대 쏘아, 돼지 다섯을 잡네.[彼茁者葭 壹發五豝]” 하였다.
[주D-060]규염천자(虯髥天子) …… 걸 : 임금이 간언을 받아들이는 도량이 있음을 뜻한다. 규염은 꼬불꼬불한 수염이라는 뜻으로, 당나라 태종(太宗)을 가리킨다. 태종이 일찍이 훌륭한 새매 한 마리를 좋아하여 항상 팔뚝 위에 앉혀 놓고 있었는데, 정공(鄭公) 위정(魏征)이 멀리서 오고 있는 것을 보고는 급히 품속에 넣어 감췄다. 위정이 그것을 보고는 태종에게 와서 옛날의 제왕들이 기이한 것을 좋아하다가 나라를 그르친 일을 말하면서 오래도록 시간을 끌었다. 그러자 태종은 새매가 품속에서 죽을 것을 걱정하면서도 그의 말을 끝까지 들었는데, 위정이 말을 다 마치고 나갔을 때 보니 새매가 이미 죽어 있었다.《太平御覽 卷9》
[주D-061]백희(百戲) : 노래, 춤, 음악, 줄타기, 곡예, 재주 등 각종의 놀음을 말한다. 옛날에 중국에서 사신이 나오면 이를 보여 주었다.
[주D-062]한관(漢官) 위의(威儀) : 한나라 조정 관원들의 복식과 전례(典禮) 및 제도(制度)로, 번성한 중국의 문물과 제도를 말한다.
[주D-063]백추지(白硾紙)와 낭미필(狼尾筆) : 백추지는 순저(純楮)로 만든 종이로, 흰빛이 나고 질이 아주 훌륭하여 고려의 특산품으로 중국에 조공하던 물품이다. 낭미필은 족제비 털로 만든 붓인데, 역시 고려의 특산품이다.
[주D-064]백편상서(百篇尙書) …… 사람이네 : 기자(箕子)를 가리킨다. 《백편상서》는 《상서》의 별칭이고, 구주(九疇)는 기자가 지었다고 하는 홍범구주(洪範九疇)를 가리킨다.
[주D-065]비경(飛瓊) : 허비경(許飛瓊)으로, 전설 속에 나오는 여자 신선인데, 서왕모(西王母)의 시녀(侍女)라고 한다. 여기서는 허난설헌(許蘭雪軒)을 가리킨다.
[주D-066]광한궁(廣寒宮) : 전설 속에 나오는 궁전으로, 달 속에 있다고 하는 선궁(仙宮)이다.
[주D-067]상량문(上樑文) : 원문에는 ‘上□文’으로 되어 있는데, 보충하여 번역하였다.
[주D-068]여덟 살 …… 베었다네 : 황창랑(黃昌郞)이 8세 때 신라의 왕이 백제의 왕에게 살해당하자, 이를 복수하기 위하여 백제로 가서 시장에서 칼춤을 추었다. 백제 왕이 그 말을 듣고는 기이하게 여겨 궁중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는 칼춤을 추게 하였는데, 이를 인하여 백제 왕을 칼로 찔러 죽였다고 한다.
[주D-069]가배 날에 …… 쌓이누나 : 7월 보름에 신라의 유리왕(琉璃王)이 왕녀(王女)들로 하여금 각자 6부(部)의 아녀자들을 거느리고 너른 뜰에서 길쌈을 하게 한 다음 8월 보름에 짠 것을 조사해서 진 편이 술상을 차리게 하였다. 그러고는 서로 더불어서 가무(歌舞)를 즐기고 백희(百戲)를 베풀었는데, 이때 진 편의 여자들이 일어나 춤을 추면서 ‘회소(會蘇), 회소’라고 하였는데, 그 소리가 매우 구슬프고 아름다워 뒷사람들이 그 소리로 말미암아 노래를 지어 불렀으며, 그 노래를 ‘회소곡’이라 하였다.
[주D-070]갈석(碣石) : 직례(直隸)의 동남쪽, 발해(渤海)의 가에 있는 갈석산(碣石山)을 말한다.
[주D-071]주필(駐蹕) : 어가(御駕)가 머무는 것으로, 이때 당나라 태종이 요령성(遼寧省) 요양현(遼陽縣) 서남쪽에 위치해 있는 수산(首山)에 머물렀는데, 후대에는 이를 인해 주필산(駐蹕山)으로 불렀다고 한다.
[주D-072]봉래산(蓬萊山)과 약수(弱水) : 봉래산은 발해 가운데 있다고 하는 삼신산(三神山) 가운데 하나로, 여기에는 신선들이 살며 불사약(不死藥)이 자란다고 한다. 약수는 선경(仙境)에 있다고 하는 물 이름으로, 이곳에서는 기러기 털조차도 가라앉는다고 한다.
[주D-073]백월(百粤) : 백월(百越)과 같은 뜻으로, 고대 남방 월인(越人)의 총칭이다.
[주D-074]邑聚巢居慣 : 사고전서본(四庫全書本) 《중주집(中州集)》 권1에는 ‘邑聚從衡接’으로 되어 있다.
[주D-075]夷裝被髮安 : 사고전서본 《중주집》 권1에는 ‘民居質朴安’으로 되어 있다.
[주D-076]채씨롱(蔡氏弄) : 채씨오롱(蔡氏五弄)으로, 한나라 채옹(蔡邕)이 지었다고 하는 금곡(琴曲)의 이름이다.
[주D-077]축가성(祝家聲) : 채염(蔡琰)이 지은 금곡(琴曲)의 이름이다.
[주D-078]潑 : 원문에는 ‘澄’으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사고전서본 《중주집》 권1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79]酲 : 원문에는 ‘腥’으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사고전서본 《중주집》 권1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80]凝 : 원문에는 ‘痴’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바로잡았다.
[주D-081]簾 : 원문에는 ‘簷’으로 되어 있는데, 사고전서본 《중주집》 권1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82]사안(謝安)의 읊조림 : 낮게 콧소리를 내면서 읊는 것을 말한다. 진(晉)나라 때 환온(桓溫)이 사안을 죽이려고 하니, 사안이 태연한 기색으로 낙생영(洛生詠)을 지어 읊었다. 그런데 사안은 어려서 콧병을 앓은 탓에 탁한 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그 뒤에 명류들이 사안과 같은 소리로 시를 읊조리기 위하여 손으로 코를 잡고 시를 읊조렸다.《世說新語 雅量》
[주D-083]發曉 :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 별집 권5에는 ‘曉發’로 되어 있다.
[주D-084]邊 : 《연려실기술》 별집 권5에는 ‘頭’로 되어 있다.
[주D-085]사모(四牡) : 네 마리의 숫말이라는 뜻으로, 《시경》 소아(小雅)의 편명이기도 한데, 왕명을 봉행하는 사신이 타고 가는 말을 뜻한다.
[주D-086]제향(帝鄕) : 상제(上帝)가 사는 하늘나라를 말하기도 하고, 황제가 있는 서울을 말하기도 하는데, 여기서는 황제가 사는 곳을 말한다.
[주D-087]靑 : 원문에는 ‘淸’으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88]綠蘋 : 원문에는 ‘蘋綠’으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89]뗏목 …… 사신 : 장건(張騫)을 가리킨다. 한나라 무제(武帝)가 장건으로 하여금 대하(大夏)에 사신으로 가서 황하(黃河)의 근원을 찾게 하였는데, 장건이 뗏목을 타고 가다가 견우(牽牛)와 직녀(織女)를 만났다고 한다.《荊楚歲時記》
[주D-090]백이산하(百二山河) : 산천의 형세가 아주 험고하다는 뜻이다. 《사기(史記)》 권8 고조본기(高祖本紀)에, 진(秦)나라는 지형이 아주 험고한 나라로 지키기는 쉽고 공격하기는 어려운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똑같이 100만의 군사가 있으면 200만의 군사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하였다.
[주D-091]膺 : 원문에는 ‘鷹’으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92]구성(九成) 소소(簫韶) : 순(舜) 임금의 음악인 소소를 아홉 번 연주한다는 뜻이다. 《서경》 익직(益稷)에, “소소를 아홉 번 연주하자 봉황새가 와서 춤을 추었다.” 하였다.
[주D-093]地 : 원문에는 ‘他’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94]구복(九服) : 중국 역대의 복속(服屬) 지역을 말한다.
[주D-095]化 : 원문에는 ‘此’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96]삼왕(三王) : 하(夏)ㆍ은(殷)ㆍ주(周) 삼대 시대의 왕을 말한다.
[주D-097]고제(高帝) : 명(明)나라 태조(太祖)를 가리킨다.
[주D-098]장몽수(莊蒙叟) : 장자(莊子)를 가리킨다. 장자는 몽(蒙) 땅 사람으로 그곳에서 칠원(漆園)의 관리로 있었다.
[주D-099]좌태충(左太沖) : 태충은 좌사(左思)의 자이다. 좌사는 진(晉)나라 때 사람으로 시문을 잘 지었는데, 특히 부를 짓는 솜씨가 뛰어나서 제도부(齊都賦), 삼도부(三都賦) 등을 지었으며, 그가 지은 글을 베끼기 위하여 사람들이 앞 다투어 종이를 산 탓에 낙양(洛陽)의 지가(紙價)가 뛰었다고 한다.《晉書 卷92 文苑列傳 左思》
[주D-100]昔 : 원문에는 ‘惜’으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01]徼 : 원문에는 ‘激’으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02]서불(徐巿) 나라 : 일본(日本)을 가리킨다. 진(秦)나라 때 시황(始皇)이 서불에게 동해의 삼신산(三神山)에 가서 불로초(不老草)를 캐 오라고 하면서 동남동녀(童男童女) 3000명을 데리고 가게 하였는데, 서불이 일본에 도착하여 그곳에 머물러 살면서 돌아오지 않아 일본의 시조(始祖)가 되었다고 한다.《史記 卷6 秦始皇本紀》
[주D-103]무이궁(武夷宮) : 무이산(武夷山)에 있다고 하는 궁전으로, 신선인 무이군(武夷君)이 산다고 한다.
[주D-104]부상(扶桑)과 석목(析木) : 부상은 해가 뜨는 곳에 있다는 나무 이름으로, 해가 뜨는 곳, 즉 우리나라를 가리키고, 석목은 본디 성차(星次) 이름으로, 중국 유연(幽燕) 지방의 분야(分野)에 해당되므로, 유연 지방의 대칭으로 쓴다.
[주D-105]방장(方丈)과 영주(瀛洲) : 모두 발해(渤海) 가운데 있다고 하는 삼신산(三神山) 이름이다. 여기에는 신선들이 살며 불사약(不死藥)이 있고 새와 짐승이 모두 희며, 궁궐이 황금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주D-106]信易從 : 원문에는 ‘倍易送’으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07]超 : 원문에는 ‘迢’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08]공동(崆峒) : 신선인 광성자(廣成子)를 가리킨다. 공동은 본디 계주(薊州)에 있는 산 이름인데, 옛날에 광성자가 이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주D-109]扃 : 원문에는 ‘啓’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10]古 : 《황화집》 권5에는 ‘舊’로 되어 있다.
[주D-111]亦 : 원문에는 ‘只’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12]鼓 : 원문에는 ‘琴’으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13]마읍(馬邑) : 중국 산서성(山西省) 북쪽에 있는 땅이다.
[주D-114]舊 : 《황화집》 권5에는 ‘古’로 되어 있다.
[주D-115]隗 : 원문에는 ‘磈’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16]오계자(吳季子) : 춘추 시대 때 오(吳)나라의 계찰(季札)을 가리킨다. 계찰은 오왕(吳王) 수몽(壽夢)의 작은아들로, 어질다는 명성이 있어서 수몽이 왕으로 세우고자 하였으나 사양한 채 받지 않자, 연릉(延陵)에다가 봉하였으므로 연릉계자(延陵季子)라 불린다. 상국에 두루 조빙하면서 당시의 어진 사대부들과 사귀었으며, 노(魯)나라에 조빙하면서 주나라의 음악을 보고는 열국의 치란 흥망을 알았다.《史記 卷31 吳太伯世家》
[주D-117]재주공(宰周公) : 춘추 시대 때 천자의 재신(宰臣)과 경사(卿士)의 통칭이다. 《춘추좌전》 희공(僖公) 5년 조에, “가을에 제후들이 회맹(會盟)하는데, 왕이 주공(周公)을 시켜서 정백(鄭伯)을 불렀다.” 하였다.
[주D-118]묘금(卯金)은 …… 올랐고 : 묘금은 ‘劉’ 자의 파자(破字)로, 한(漢)나라 때 사람인 유향(劉向)을 가리키며, 천록각(天祿閣)은 한나라 때 황실의 서책을 보관하던 곳이다.
[주D-119]백옥(伯玉)이 …… 찼네 : 백옥은 당(唐)나라 진자앙(陳子昻)의 자이고, 사홍(射洪)은 사천성(四川省)에 속한 현(縣) 이름으로, 진자앙이 살던 곳이다. 진자앙은 부호 집안 출신으로 많은 장서를 쌓아 놓고 독서에 전념하여 문장가가 되었다.
[주D-120]양자(揚子) : 한나라 양웅(揚雄)을 가리킨다. 양웅은 자가 자운(子雲)이며, 성도인(成都人)인데, 어려서 학문을 좋아하여 보지 않은 책이 없었으나 사람됨이 단순하고 느렸다. 말을 빨리 하지 못하였으므로 말없이 가만히 있으면서 깊이 생각하기를 좋아하였다.《漢書 卷87上 揚雄傳》
[주D-121]중거(仲車) : 송(宋)나라 때 사람인 서적(徐積)의 자이다. 서적은 시골에 들어앉아 있었던 선비로, 귀가 멀어서 남의 말을 듣지 못하였으므로 붓으로 써서 의사를 소통하였다. 그런데도 세상에 일어난 일은 가장 빨리 알았기 때문에 하나의 기적으로 여겨졌다.
[주D-122]개천 속의 나무토막 : 조정에 등용되지 못하고 버려진 사람을 말한다. 《장자(莊子)》 천지(天地)에, “백 년 묵은 큰 나무 가운데에서 한 토막을 취하여 소의 형상을 새겨 제기(祭器)를 만든 다음 청색과 황색의 무늬를 그려 넣고, 그 나머지 나무는 시궁창 속에 버리는데, 제기로 만들어진 나무와 시궁창 속에 버려진 나무를 비교해 볼 때 아름답고 추한 차이는 크나, 나무의 본성을 잃기는 마찬가지이다.” 하였다.
[주D-123]아궁이 속 오동나무 : 초미금(焦尾琴)을 말한다. 《후한서(後漢書)》 권60 하 채옹열전(蔡邕列傳)에, “오(吳)나라 사람이 오동나무를 아궁이에다 때고 있었는데, 채옹이 불타는 소리가 맹렬한 것을 듣고는 그것이 좋은 나무인 줄 알았다. 이에 그 나무를 얻어다가 금(琴)을 만들자, 과연 아름다운 소리가 났다. 그런데 금의 끝 부분에는 불탄 자리가 그대로 남아 있었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초미금이라고 불렀다.” 하였다.
[주D-124]청작방(靑雀舫) : 뱃머리에 푸른색의 새를 그려 넣은 배로, 화려하게 꾸민 놀잇배를 말한다.
[주D-125]冰 : 원문에는 ‘水’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26]요해(瑤海) : 요지(瑤池)를 말한다. 요지는 전설 속에 나오는 못으로, 서왕모(西王母)가 사는 곤륜산(崑崙山) 속에 있다고 한다.
[주D-127]단구(丹丘) : 신선이 사는 곳으로, 밤에도 낮처럼 환하다고 한다.
[주D-128]欄 : 《황화집》 권5에는 ‘闌’으로 되어 있다.
[주D-129]낭원(閬苑) : 전설 속에 나오는 신선이 산다고 하는 곳이다.
[주D-130]원룡(元龍) 호기(豪氣) : 백성들을 구제하려는 장대한 뜻을 품고 있는 것을 말한다. 원룡은 동한(東漢) 진등(陳登)의 자이다. 유비(劉備)가 허사(許汜)와 더불어 진등의 인물됨을 논하였는데, 허사가 말하기를, “원룡은 호해(湖海)의 선비라서 호기가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하니, 유비가 그 까닭을 물었다. 그러자 허사가 “일찍이 하비(下邳)를 지날 적에 원룡을 찾아보았는데, 원룡은 손님을 접대하는 뜻이 없더니, 잠을 잘 때에는 자신은 높은 침상에서 자고 손님은 낮은 침상에서 자게 하였습니다.” 하였다.《三國志 卷7 魏書 陳登傳》
[주D-131]금곡(金谷)의 벌 술잔 : 연회 석상에서 벌주(罰酒)를 마시는 것을 말한다. 금곡은 진(晉)나라의 부호였던 석숭(石崇)이 만든 정원 이름이다. 석숭이 금곡에서 잔치를 베풀어 사람들과 술을 마시면서 시를 읊게 하였는데, 시를 읊지 못할 경우에는 벌주로 술 석 잔을 마시게 하였다.
[주D-132]옥산(玉山)이 쓰러진다 : 사람이 술에 취해 앞으로 엎어지는 것을 말한다.
[주D-133]過 : 원문에는 ‘邊’으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34]윤건(綸巾)에다 …… 할 만하고 : 제갈량(諸葛亮)이 한가롭게 지낸 고사를 말한다. 윤건은 제갈건(諸葛巾)이며, 우선은 백우선(白羽扇)이다. 제갈량이 선왕(宣王)과 위수(渭水) 가에서 싸울 때 흰 수레를 타고 윤건을 쓰고 백우선을 들고 있었다.
[주D-135]온이체(溫李體) : 만당(晩唐)의 시인인 온정균(溫庭筠)과 이상은(李商隱)의 시체(詩體)를 말하는데, 이들의 시는 모두 기려(綺麗)한 풍격(風格)을 지녔다.
[주D-136]청성(靑城) : 도교에서 말하는 신선이 산다고 하는 산 이름이다.
[주D-137]부구공(浮丘公)과 관윤(關尹) : 부구공은 전설 속에 나오는 신선 이름이고, 관윤은 관문령(關門令) 윤희(尹喜)로, 노자(老子)가 은거하러 갈 때 노자에게서 《도덕경(道德經)》을 전해 받았다고 한다.
[주D-138]풍이궁(馮夷宮) : 전설 속에 나오는 황하(黃河)의 신인 하백(河伯)이 산다고 하는 물속 궁전이다.
[주D-139]교주(蛟珠) : 교주(鮫珠)를 뜻한다. 남해의 바다 속에 교인(鮫人)이 사는데, 베를 잘 짜며, 눈물을 흘리면 진주가 된다고 한다. 옛날에 이 교인이 물에서 나와 어떤 사람의 집에 살다가 떠나갈 적에 통곡을 하여 소반에 진주를 가득 담아서 주인에게 주었다고 한다.《文選 左思 吳都賦》
[주D-140]진 선생(陳先生) : 세조 3년(1457)에 사신으로 나온 진감(陳鑑)을 가리킨다.
[주D-141]명량(明良)의 갱가(賡歌) : 명량은 현명한 임금과 충직한 신하라는 말이고, 갱가는 화답하여 부르는 노래라는 말로, 고요(皐陶)가 불렀다고 하는 갱재가(賡載歌)를 가리킨다. 옛날에 고요가 “임금이 밝으시면 대신들이 훌륭하여 뭇 일들이 편안하리라.[元首明哉 股肱良哉 庶事康哉]”고 노래 불렀다고 한다.《書經 益稷》
[주D-142]소황(蘇黃) : 송나라의 문학가인 소식(蘇軾)과 황정견(黃庭堅)의 병칭(幷稱)이다.
[주D-143]邱 : 《황화집》 권5에는 ‘丘’로 되어 있다.
[주D-144]深 : 원문에는 ‘初’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45]倚 : 원문에는 ‘伏’으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5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46]왕찬(王粲)의 부(賦) : 한(漢)나라 말기에 왕찬이 난을 피하여 형주(荊州)의 유표(劉表)에게 가서 의지해 있으면서 뜻을 얻지 못하자 누각에 올라가서 등루부(登樓賦)를 읊어 시름을 달랜 고사를 말한다.《三國志 卷21 魏書 王粲傳》
[주D-147]송생(宋生)의 시름 : 스산한 가을빛을 보고 인생살이가 허무하다고 느끼는 것을 말한다. 송생은 전국 시대 초(楚)나라의 시인인 송옥(宋玉)을 가리킨다. 송옥이 지은 구변(九辯)에, “슬프구나 가을의 기운됨이여, 소슬해라 초목이 떨어져서 쇠하누나.” 하였다.
[주D-148]石 : 원문에는 ‘上’으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30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49]川 : 원문에는 ‘州’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황화집》 권30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50]圖畫 : 원문에는 ‘畫圖’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30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51]삼도(三島) : 삼신산(三神山)으로, 봉래산(蓬萊山), 방장산(方丈山), 영주산(瀛洲山)을 말한다.
[주D-152]不盡 : 《황화집》 권30에는 ‘有餘’로 되어 있다.
[주D-153]懸 : 원문에는 ‘營’으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황화집》 권30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54]懸 : 《황화집》 권30에는 ‘垂’로 되어 있다.
[주D-155]금지(金地) : 불교 용어로, 보살이 자리하는 곳에는 땅에 금을 깐다는 뜻인데, 절이 자리 잡은 곳을 말한다.
[주D-156]著 : 《황화집》 권30에는 ‘着’으로 되어 있다.
[주D-157]팔준마(八駿馬) : 주(周)나라 목왕(穆王)이 길렀다고 하는 여덟 필의 준마를 말한다.
[주D-158]침상 속의 홍보(鴻寶) : 남들이 보지 못하도록 숨겨 둔 귀중한 서책을 말한다. 한(漢)나라 선제(宣帝) 때 회남(淮南)의 침상 속에 《홍보》와 《원비서(苑祕書)》라는 도술(道術)에 관한 서책이 있었다고 한다.《漢書 卷36 楚元王傳》
[주D-159]소산(小山)은 …… 망하였네 : 소산은 한나라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의 문객들이 만든 시체(詩體)이고, 회남(淮南)은 유안을 가리킨다. 유안이 글을 좋아하여 천하의 뛰어난 선비들을 불러 모을 생각을 하자 팔공(八公)의 무리들이 모두 그에게 귀의하였다. 이에 내편(內篇) 21편과 중편(中篇) 8편을 지어 황제에게 바쳤는데, 이것이 바로 《회남자(淮南子)》라는 책이다. 유안은 이로 인해 황제의 총애를 받았으나, 그 뒤에 역모(逆謀)를 꾸미다가 발각되어 자살하고 말았다.《漢書 卷44 淮南王傳》
[주D-160]그 …… 부치었네 : 어진 이는 염계(濂溪) 주돈이(周敦頤)를 가리킨다. 주돈이가 애련설(愛蓮說)을 지었다.
[주D-161]우녀(牛女) 나루 찾아가는 뗏목 : 우녀는 견우(牽牛)와 직녀(織女)이며, 뗏목은 장건(張騫)이 타고 간 배를 말한다.
[주D-162]해의 아들 하백(河伯) 사위 : 해모수(解慕漱)를 가리킨다. 해모수는 천제(天帝)의 아들로 하백의 딸에게 장가들어서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朱蒙)을 낳았다고 한다.
[주D-163]否 : 원문에는 ‘不’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30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64]어룡(魚龍)은 …… 만드누나 :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이 알에서 태어났는데, 부여(扶餘) 사람들이 반역을 꾀할 것이라고 하여 주몽을 죽이려고 하였으므로, 주몽이 오인(烏引)과 오위(烏違) 두 사람과 함께 부여를 떠나 동남쪽으로 달아나다가 도중에서 개사수(蓋斯水)라는 큰 강을 만났는데, 다리가 없어서 건널 수가 없었다. 이에 주몽이 강에 고하기를, “나는 하백(河伯)의 외손이다. 지금 도망치는 중인데 추격하는 군사가 쫓아오고 있으니 어떻게 하면 이 물을 건널 수 있겠는가?” 하니, 곧바로 어별(魚鼈)이 물 위로 떠올라 다리를 만들어 주었으므로 무사히 그 강을 건너게 되었다고 한다.
[주D-165]창주(滄洲) 흥취 : 벼슬에서 물러나 은거하려는 뜻을 말한다. 창주는 물가로, 은자(隱者)가 사는 곳을 지칭한다.
[주D-166]주림계(簇林溪) : 《황화집》 권30에는 ‘주금계(簇錦溪)’로 되어 있다.
[주D-167]뗏목 타고 가려던 뜻 : 공자(孔子)가 구이(九夷)의 지역에 가서 살고자 한 것을 말한다. 공자가 중국에 도가 없어진 것을 보고는 구이의 지역에 살고자 하여 뗏목을 타고 바다를 건너가려고 하자, 어떤 사람이 “그곳은 누추하니 어떻게 사시렵니까?” 하니, 공자가 답하기를, “군자가 산다면 무슨 누추함이 있겠는가.” 하였다.《論語 子罕》
[주D-168]황봉(皇封) : 황제가 책봉한 나라라는 뜻이다.
[주D-169]명당(明堂) : 제왕이 정교(政敎)를 펴는 궁전인 정궁(正宮)을 말한다.
[주D-170]사극(四極) : 사방의 땅이 끝나는 지점을 말한다.
[주D-171]미진(迷津) 나루 건네주는 자항(慈航) : 미진 나루는 미망(迷妄)한 경계를 말하고, 자항은 부처와 보살이 자비스런 마음으로 대중을 제도하여 생사의 고해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 마치 배로 사람들을 태워 물을 건너게 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주D-172]우범(禹範) : 《서경(書經)》의 홍범구주(洪範九疇)를 말한다.
[주D-173]그 …… 같았네 : 백이(伯夷)와 숙제(叔齊)처럼 의리를 지켰다는 뜻이다. 백이숙제는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주(紂)를 정벌하는 것을 반대해서 간하다가 듣지 않자 수양산(首陽山)으로 들어가 고사리를 캐 먹으면서 지내다가 굶어 죽었는데, 기자 역시 간하다가 듣지 않자 거짓으로 미친 척하였다.《史記 卷61 伯夷列傳》
[주D-174]호관(冔冠) : 은(殷)나라 때의 관 이름으로, 중국의 문물제도를 말한다.
[주D-175]맥수(麥秀) 노래 : 기자(箕子)가 조선에 봉해진 뒤 주(周)나라로 조빙하러 가는 길에 은(殷)나라의 옛 도읍터를 지나다가 궁실이 모두 무너지고 그 자리에 벼와 기장이 자라는 것을 보고는 상심하여 불렀다고 하는 노래이다.《史記 卷38 宋微子世家》
[주D-176]명시선(明詩選) : 원문에는 ‘明時選’으로 되어 있는데, 잘못된 것이기에 바로잡았다.
[주D-177]대동강을 …… 화답하다 : 《황화집》 권11에는 이 시가 왕창(王敞)의 시로 되어 있다. 왕창은 동월과 함께 사신으로 나왔었다.
[주D-178]潮 : 원문에는 ‘湖’로 되어 있는데, 《황화집》 권11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79]동상(董相)이 …… 보니 : 동상은 동월(董越)을 가리킨다. 《서경》 열명(說命)에, “만약 쇠라면 너를 숫돌로 삼으며, 만약 강을 건넌다면 너를 배와 노로 삼을 것이다.” 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강 건네주는 것에 제왕을 보좌한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주D-180]經 : 원문에는 ‘輕’으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바로잡았다.
[주D-181]부벽루에 올라 : 이 시 역시 《황화집》 권11에는 왕창의 시로 되어 있다.
[주D-182]기자의 …… 짓다 : 《황화집》 권12에는 같은 제목으로 ‘柳暗荒城遍九衢 幾家門巷帶村墟 井田已廢千年後 故壘曾經百戰餘 果下更無三尺馬 盤中時有八梢魚 數聲忽聽山陽笛 滿耳悲風似起予’라는 시가 들어 있다.
[주D-183]과수(果樹) …… 말 : 과하마(果下馬)를 가리킨다. 과하마는 우리나라에서 산출되는 키가 작은 말의 이름으로, 일찍부터 중국에 이름이 알려져서 중요한 조공품이 되어 왔다. 《삼국지(三國志)》 권30 위서(魏書) 동이전(東夷傳) 예조(濊條)의 배송지(裴松之) 주(註)에, “과하마는 키가 3척으로, 말을 타고서 과수나무 밑을 지나갈 수가 있으므로 과하마라 한다.” 하였다.
[주D-184]팔초어(八梢魚) : 문어(文魚)를 말한다. 이수광(李睟光)의 《지봉유설(芝峯類說)》에, “동월(董越)이 말한 팔초는 바로 문어이다.” 하였다.
[주D-185]문황(文皇) : 당 태종 이세민(李世民)을 가리킨다. 태종의 시호(諡號)가 문무대경황제(文武大經皇帝)이다.
[주D-186]육군(六軍) : 천자(天子)의 군대를 말한다.
[주D-187]장양궁(長楊宮) : 진한(秦漢) 시대의 궁전 이름으로, 섬서성(陝西省) 주지현(周至縣) 동쪽에 있는데, 진한 시대 때 황제가 사냥을 하던 곳이다.
[주D-188]목계(木鷄) : 나무로 깎아서 만든 닭으로, 수양이 깊어서 상대가 보기만 해도 기가 꺾여 달아나고 마는 것을 말한다. 옛날에 기성자(紀渻子)라는 사람이 왕을 위하여 싸움닭을 길렀는데, 한참이 지난 뒤에 왕이 싸움을 시킬 만한지 물으니, 기성자가 말하기를, “비록 상대방 닭이 운다고 하더라도 이미 아무런 태도의 변화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를 바라보면 마치 목계와도 같으니, 그 덕이 이미 완성된 것입니다. 다른 닭들은 보기만 해도 모두 달아날 것입니다.” 하였다.《莊子 外篇 養生》
[주D-189]오명마(五明馬) : 명마(名馬) 이름으로, 네 발굽 부위가 모두 백설같이 하얗고 어깨 부위에 하얀 점이 있는 말이다.
[주D-190]관량(關梁) : 관문과 나루로, 수로와 육로의 교통을 말한다.
[주D-191]규염객(虯髥客)의 사신 : 이방인(異邦人)을 말한다. 규염객은 본디 소설 속에 나오는 사람의 이름으로, 수(隋)나라 말기 사람인데, 꼬불꼬불한 수염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렇게 칭한다. 수나라 말기에 천하가 어지럽자 규염객이 중원에서 거사하려다가 이세민(李世民)으로 인해 실패하고 다른 곳으로 가서 왕이 되었다고 한다.
[주D-192]백룡퇴(白龍堆) : 신강(新疆)의 천산남로(天山南路)에 있는 사막 이름이다.
[주D-193]태관(太官) : 황제의 음식과 연향을 맡은 관서 이름이다.
[주D-194]강비(糠粃) : 겨와 쭉정이로, 보잘것없는 먹이를 말한다.
[주D-195]축왕가(竺王家) : 천축국(天竺國)으로, 지금의 인도(印度)이다.
[주D-196]전목보(錢穆父) : 목보는 송나라의 시인인 전협(錢勰)의 자(字)이다. 전협은 고려 선종(宣宗) 원년(1084) 8월에 송나라의 조위사(弔慰使)가 되어 우리나라에 와서 문종(文宗)과 순종(順宗)을 조제(弔祭)하였다.《東史綱目 第7下》
[주D-197]송선(松扇) : 솔가지나 버드나무의 껍질을 가지고 만든 부채로, 고려의 특산품이다.
[주D-198]送 : 원문에는 ‘迸’으로 되어 있는데, 《산곡집(山谷集)》 권7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99]책구루(幘溝婁) : 고구려 때 현도군(玄菟郡)의 동쪽 경계 지역에 있던 작은 성으로, 중국에서 세시(歲時)에 조복(朝服) 의책(衣幘)을 이곳에 놓아두면 고구려에서 받아가던 곳이다. 여기서는 고려를 가리킨다.《三國志 卷30 魏書 東夷傳》
[주D-200]度 : 원문에는 ‘渡’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바로잡았다.
[주D-201]내대자(褦襶子) : 여름에 뜨거운 햇볕을 가리기 위하여 쓰는 삿갓 모양으로 된 모자를 말한다.
[주D-202]안기생(安期生) : 신선의 이름으로, 일찍이 하상장인(河上丈人)을 따라 황제(黃帝)와 노자(老子)의 설을 배우고 동해(東海) 가에서 불사약을 팔았다.
[주D-203]문잠(文潛) : 송나라 장뇌(張耒)의 자이다.
[주D-204]어망(魚網) : 종이의 이칭(異稱)이다. 한나라 때 채륜(蔡倫)이 수부(樹膚), 마두(麻頭), 폐포(敝布), 어망(魚網)으로 종이를 만들었다고 한다.《後漢書 卷78 宦者列傳 蔡倫》
[주D-205]紙 : 원문에는 ‘低’로 되어 있는데, 《산곡집(山谷集)》 권7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206]장후(張侯)가 …… 찌는구나 : 장후는 장뇌(張耒)를 가리키고, 육산(肉山)은 몸집이 비대한 것을 말한다. 이 시에 대한 임연(任淵)의 주(注)에, “장뇌의 시는 맑고 차서 마치 솔바람 소리와 같은데, 몸집이 비대해서 뜨겁기가 마치 고깃덩이 산을 찌는 듯하다.” 하였다.
[주D-207]쇠뇌 당겨 꿩을 쏠 : 춘추 시대 때 몹시 못생긴 가대부(賈大夫)가 아름다운 부인에게 장가를 들었는데, 부인이 3년 동안 웃지도 않고 말하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밖으로 나가서 꿩을 쏘아 잡으니 그 부인이 비로소 웃었다. 그러자 가대부가 말하기를, “재기(才氣)를 배우지 않아서는 안 된다. 내가 활을 잘 쏘지 못했더라면 부인은 웃지도 않고 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였다.《春秋左傳 昭公28年》
[주D-208]閒 : 원문에는 ‘間’으로 되어 있는데, 《산곡집》 권7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209]정굉중(鄭閎中) : 굉중은 정목(鄭穆)의 자이다.
[주D-210]화선(畫扇) : 그림을 그려 넣은 부채를 말한다.
[주D-211]회계 내사(會稽內史) 정공(鄭公) : 정목을 가리킨다. 정목은 월주(越州)의 수령으로 있었는데, 월주가 바로 회계에 속한다.
[주D-212]황문(黃門)과 화성(畫省) : 황문은 문하성(門下省)의 별칭이고, 화성은 상서성(尙書省)의 별칭으로, 이 두 관청의 벽에다 회칠을 한 다음 현인(賢人)과 열사(烈士)의 초상을 그렸으므로 이렇게 칭한다.
[주D-213]주어충(注魚蟲) : 《이아(爾雅)》를 가리킨다. 《이아》에는 산천초목(山川草木)이나 조수어충(鳥獸魚蟲)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으므로 이렇게 이른다.
[주D-214]진후(陳侯) …… 새매 : 공자(孔子)가 진(陳)나라에 있을 적에 진후의 뜰에 새매가 날아왔다가 죽었는데, 호시(楛矢)가 새매를 관통하고 있었다. 이에 진후의 심부름꾼이 새매를 가지고 공자에게 가서 물으니, 공자가 “이것은 숙신씨(肅愼氏)의 화살이다.” 하였다.《國語 魯語下》
[주D-215]쇄청서(殺靑書) : 죽간(竹簡)에다 쓴 글로, 고대의 역사서를 말하는데, 옛날에 대나무의 즙을 뺀 뒤에 겉의 푸른 부분을 깎아 내고 글을 썼으므로 이렇게 이른다. 여기서는 역사책에 기록할 자료를 얻었다는 뜻으로 쓰였다.
[주D-216]십팔공(十八公) : ‘松’ 자를 파자(破字)한 것으로, 소나무를 가리킨다.
[주D-217]명광궁(明光宮) : 한나라 무제(武帝) 때 세운 궁전으로, 이 안에 미녀 2000명을 두었다고 한다.
[주D-218]한궁(漢宮)에서 슬퍼하던 첩여(婕妤) : 한나라 성제(成帝) 초에 반 첩여(班婕妤)가 황제의 총애를 많이 받았는데, 그 뒤에 조비연(趙飛燕)에게 총애를 빼앗기자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여 추선시(秋扇詩)를 지었다.
[주D-219]거미줄 …… 낫네 : 가을이 되어 버려진 부채보다 낫다는 뜻이다. 난새 탄 이는 진(秦)나라 목공(穆公)의 딸 농옥(弄玉)을 가리키는 말로, 농옥이 그의 남편인 소사(蕭史)와 함께 난새를 타고 날아갔다고 한다. 후대에 사람들이 이 고사를 끌어다가 부채에다 그림으로 그리거나 제시(題詩)하였다.
[주D-220]아청지(鵝靑紙) : 청지(靑紙)로, 고려의 특산품인데, 주로 책의(冊衣)나 화지(畫紙)로 쓰인 종이이다.
[주D-221]삼여(三餘) : 한가로운 시간을 말한다. 삼국 시대 때 황우(黃遇)가 “독서하는 것은 마땅히 삼여의 때에 해야 한다.” 하니, 누군가 삼여의 뜻을 물었다. 그러자 황우가 말하기를, “겨울은 한 해의 여가이고, 밤은 하루의 여가이고, 음우(陰雨)는 시간의 여가이다.” 하였다.
[주D-222]忘 : 원문에는 ‘望’으로 되어 있는데, 《산곡집》 권19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223]섬계(剡溪)의 등 : 종이를 말한다. 절강성(浙江省) 섬계에서 나는 등나무로 만든 종이는 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주D-224]染 : 원문에는 ‘展’으로 되어 있는데, 《산곡집》 권19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225]왕숙명(王叔明) : 숙명은 왕몽(王蒙)의 자이다. 왕몽은 원나라 말기, 명나라 초기의 문인(文人)이자 화가로, 특히 산수화를 잘 그렸다.
[주D-226]장이지(丈二紙) : 크기가 1장 2척 되는 종이로, 큰 종이를 말한다.
[주D-227]동 문민(董文敏) : 문민은 명나라 때의 문인이자 서예가인 동기창(董其昌)의 시호이다.
[주D-228]만당(漫堂) 선생 : 만당은 청나라 송낙(宋犖)의 호이다.
[주D-229]술 …… 있고 : 성성이는 산골짜기에 수백 마리씩 떼를 지어 사는데, 술 마시기를 좋아하고 또 신발 신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이에 사람들이 성성이를 잡을 때 길가에다 술동이를 놓아두고 신발 여러 켤레를 서로 묶어서 놓아두면, 성성이들이 와서 술을 마시고 취해 신발을 신고 있어서 도망치지 못할 적에 가서 잡는다고 한다.
[주D-230]왕회(王會) : 천자에게 조공하기 위하여 제후나 번국들이 모이는 모임을 말한다.
[주D-231]석거각(石渠閣) : 한나라 때에 황실의 장서를 보관하던 곳으로, 장안(長安)의 미앙궁(未央宮) 북쪽에 있었는데, 소하(蕭何)에 의해 만들어졌다.
[주D-232]拔 : 원문에는 ‘技’로 되어 있는데, 《산곡집》 권3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233]바르게도 …… 사양했구나 : 이단(異端)에 빠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양주(楊朱)는 위아설(爲我說)을 주장하여 “터럭 하나를 뽑아서 천하를 이롭게 할 수 있다 하더라도 하지 않겠다.” 하여 맹자(孟子)로부터 이단 취급을 받았다.《孟子 盡心上》
[주D-234]고려의 …… 읊다 : 이 시의 발문(跋文)에, “전목보(錢穆父)가 고려에 사신으로 가서 성성모필을 얻어 왔는데 몹시 진귀하였다. 이를 나에게 보내 주고는 시를 지어 주기를 요구하였다. 소자첨(蘇子瞻)이 그 붓이 부드러우면서도 강건하여 사람들의 뜻대로 움직여 주는 것을 좋아해 나의 책상 앞을 지나갈 적마다 붓을 잡고 글씨를 써보았다. 이때는 전목부와 소자첨이 모두 자미각(紫微閣)에 입직하고 있었으므로 내가 두 편의 시를 지어 주었는데, 전편은 전목보에게 주고, 후편은 소자첨에게 주었다.” 하였다.
[주D-235]벗들끼리 …… 취하누나 : 성성이가 술을 마시고 사람들에게 잡히는 것을 말한다. 성성이는 산골짜기에 수백 마리씩 떼를 지어 사는데, 술 마시기를 좋아하고 또 신발 신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이에 사람들이 성성이를 잡을 때 길가에다 술동이를 놓아두고 신발 여러 켤레를 서로 묶어서 놓아두면, 성성이들이 와서 술을 마시고 취해 신발을 신고 있어서 도망치지 못할 적에 가서 잡는다고 한다.
[주D-236]붙잡혀 …… 되었구나 : 관성공(管城公)은 붓의 별칭이다. 옛날에 진(秦)나라 시황(始皇) 때 몽염(蒙恬)이 사냥을 나가서 토끼인 모영(毛潁)을 잡아다가 시황에게 바치자, 시황이 모영을 관성(管城)에 봉하였다고 한다.《古文眞寶後集 毛潁傳》
[주D-237]來作 : 원문에는 ‘作來’로 되어 있는데, 《산곡집》 권3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238]청혜(靑鞋) : 본디는 짚신인데, 여기서는 붓두껍을 형용하는 말로 쓰였다.
[주D-239]着 : 원문에는 ‘看’으로 되어 있는데, 《산곡집》 권3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240]흑두공(黑頭公) : 본디는 젊은 나이로 높은 관직에 있는 자를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붓을 형용하는 말로 쓰였다.
[주D-241]白若截肪光照几 : 원문에는 ‘自若截肪光照凡’으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바로잡았다.
[주D-242]적계(績溪) : 안휘성(安徽省)에 있는 지명이다.
[주D-243]해초(奚超) : 당나라 말기의 묵공(墨工)으로, 그의 아들인 해정규(奚庭珪)와 함께 먹을 잘 만들기로 이름 높았다.《輟耕錄》
[주D-244]역수(易水)의 양공(良工) : 당나라 때 먹을 잘 만들기로 이름났던 이정규(李廷邽)를 가리킨다. 이정규는 남당(南唐)의 역수(易水) 사람인 해초(奚超)의 아들로, 원래의 이름은 해정규(奚廷珪)였는데, 뒤에 이씨 성을 하사받고서 이름을 이정규로 고쳤다. 그가 만든 먹은 단단하기가 옥과 같아서 중국 제일의 묵공(墨工)으로 칭해졌는데, 인문(印文)에 규(邽) 자를 새긴 것이 가장 좋고, 규(圭) 자를 새긴 것이 그다음이며, 규(珪) 자를 새긴 것이 그다음이라고 한다.
[주D-245]반옹(潘翁) : 송나라 흡(歙) 지역 사람으로, 먹을 잘 만들기로 이름 높았던 반곡(潘谷)을 가리킨다.
[주D-246]남당(南唐)의 한 사람 거사 : 시를 지은 한구(韓駒) 자신을 가리킨다.
[주D-247]적관(赤管) 유미(隃糜) : 적관은 적관대필(赤管大筆)로 붓을 가리키며, 유미는 본디 섬서성(陝西省)에 있는 지명인데, 이곳에서는 먹이 많이 생산되므로 먹의 별칭으로 쓰인다. 한(漢)나라 때 상서성(尙書省)의 관원들에게 매달 적관대필 1쌍과 유미묵 1매씩을 하사하였다.
[주D-248]현규(玄圭) : 먹의 별칭이다. 먹이 검으면서도 규(圭)와 같이 생겼으므로 그렇게 칭한다.
[주D-249]붓으로 …… 한다면 : 명작(名作)을 저술하여 후세에 전한다는 뜻이다. 한나라 사마천(司馬遷)이 다른 사람에게 준 편지에, “저는 참으로 이 책을 저술하여 명산에다 보관해서 적당한 사람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하였다.
[주D-250]담천연(談天衍) : 천문(天文)에 대해 담론하는 추연(鄒衍)이란 뜻으로, 변론(辯論)이 굉박(宏博)한 것을 뜻한다. 전국 시대 제(齊)나라의 추연은 당시에 유명한 학자로 많은 책을 저술하였는데, 의론(議論)이 굉대하여 위로는 천문에서부터 아래로는 조수(鳥獸)의 출산(出産)에 이르기까지 언급하지 않은 것이 없었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감탄하면서 ‘담천연’이라고 불렀다.《史記 卷74 孟子荀卿列傳》
[주D-251]납란 원장(納蘭院長) : 《폭서정집(曝書亭集)》 권22 소주(小註)에는 이름이 납란규서(納蘭揆敍)로 되어 있다.
[주D-252]이기(伊耆) : 전설 속에 나오는 임금인 염제(炎帝) 신농씨(神農氏)의 이름이다.
[주D-253]태일소자(泰壹小子) : 전설 속에 나오는 천신(天神)의 이름으로, 태일(泰一), 태을(泰乙)로 표기하기도 한다.
[주D-254]자편(赭鞭) : 붉은 채찍으로, 신농씨가 백초(百草)의 성질과 맛을 검증할 때 이 채찍을 가지고 백초를 후려쳤다고 한다.
[주D-255]樹 : 원문에는 ‘水’로 되어 있는데, 《폭서정집》 권22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256]인함(人銜) 귀개(鬼蓋) 해수(海膄) : 모두 인삼(人蔘)의 별칭이다.
[주D-257]서여(胥餘) : 기자(箕子)의 이름이다.
[주D-258]椴 : 원문에는 ‘椵’로 되어 있는데, 《폭서정집》 권22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259]기고(奇觚)와 급취(急就) : 뛰어난 시를 말한다. 기고는 목간(木簡)에다 쓴 기이한 글이고, 급취는 《급취편(急就篇)》으로 고대의 자서(字書)이다.
[주D-260]노동(盧仝)과 …… 어쩌리오 : 묘한 시를 짓는 재주가 없어서 어쩔 수가 없다는 뜻이다. 노동은 당나라 제원인(濟源人)으로 소실산(少室山)에 은거한 채 지냈으며, 호가 옥천자(玉川子)이고 시를 잘 지었다. 마이(馬異)는 당나라 하남인(河南人)으로 노동의 친구이다. 유차(劉叉)는 당나라 원화인(元和人)으로, 어려서 술에 취해 살인을 하고 떠돌다가 한유(韓愈)의 문인(門人)이 되었다. 이들 세 사람은 모두 기이한 말로 시를 짓는 재주가 있었다.
[주D-261]금곡원(金谷園) : 진(晉)나라의 부호였던 석숭(石崇)이 만든 정원으로, 하남성(河南省) 낙양(洛陽)에 있는데, 후대에는 부귀한 집의 화려한 정원을 지칭하는 말로 쓰였다.
[주D-262]무연(舞筵) : 춤을 추기 위해 땅에다가 깐 자리를 말한다.
[주D-263]월위(越尉) : 남월(南越)의 위타(尉陀)를 가리킨다.
[주D-264]장건(張騫) : 한나라 무제(武帝) 때 장건이 대하(大夏)에 사신으로 갔었다.
[주D-265]여강(驪江) : 한강(漢江)으로, 우리나라를 가리킨다.
[주D-266]천보(天寶) : 당나라 현종(玄宗)의 성대하던 때를 가리킨다.
[주D-267]봉도(蓬島) : 봉래도(蓬萊島)로, 중국의 동해에 있다고 하는 삼신산(三神山) 가운데 하나이다.
[주D-268]예상곡(霓裳曲) : 당나라 때의 법곡(法曲)인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을 말한다.
[주D-269]요황(姚黃)과 위자(魏紫) : 모두 모란꽃 가운데 귀한 품종의 이름이다. 요황은 꽃잎이 1000장인 노란 꽃인데, 백성인 요씨(姚氏) 집에서 나왔고, 위자는 꽃잎이 1000장인 붉은 꽃인데, 정승인 위인부(魏仁溥)의 집에서 나왔다고 한다.
[주D-270]교인(鮫人) : 남해 바깥의 물속에 사는 종족인데, 이들은 베를 잘 짜며, 눈물을 흘리면 진주가 된다고 한다. 여기서는 해외를 가리킨다.
[주D-271]침향정(沈香亭) : 당나라 궁중에 있던 정자 이름이다. 당나라 개원(開元) 연간에 궁중에서 모란을 중시해서 흥경지(興慶池) 동쪽 침향정 앞에다 모란을 옮겨 심었다.
[주D-272]조운(朝雲) : 송나라 소식(蘇軾)의 첩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