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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醉 時 歌. 두 보(杜 甫)

굴어당 2011. 10. 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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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   시   가

                            醉 時 歌

 

 

 

                                                            두   보(杜 甫)

 

 

원제(原題)는「취시가증정광문<醉時歌贈鄭廣文>」이다. 정광문은

정건(鄭虔)이다. 정건(鄭虔)은 영양(榮陽) 사람으로 천보(天寶) 초년에

협율랑(協律郞)이 되었다. 정건이 광문박사(廣文博士)가 되어 가난한

생활 속에서 자적(自適)하고 있음을 동정하며 자신의 신세를 개탄한

것이다. 두보(杜甫)나 정건(鄭虔) 같은 문인기질(文人氣質)의 사람들은

관리생활에 적합하지 못하다는 것은 도연명(陶淵明)의 때나 지금이나

똑 같다. 사마상여(司馬相如)나 양웅(揚雄)같은 저명한 문인(文人)들도

불우(不遇)함을 면치 못했다. 이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선비들은 동금망형

(同襟忘形)의 교우(交友)로서 취가망우(醉歌忘憂)의 연(宴)을 같이 하며,

실의(失意)의 고뇌(苦惱)를 잊으려 하였으니, 우정(友情)과 정열(情熱)만이

불우한 인생의 우수(憂愁)를 녹여줄 수 있는 것이었다.

 

 

 

 

제 공 곤 곤 등 대 성           제공(諸公)들은 연이어서

諸公袞袞登臺省           조정(朝廷)에 오르는데

 

광 문 선 생 관 독 냉           광문(廣文)선생 벼슬길만

廣文先生官獨冷           홀로 쓸쓸하구나.

 

갑 제 분 분 염 양 육           늘어선 갑제(甲第)에선

甲第紛紛厭粱肉           고량진미(膏粱珍味) 싫증나나

 

광 문 선 생 반 부 족         광문(廣文)선생 집에서는

廣文先生飯不足           세끼 밥이 부족하다.

 

선 생 유 도 출 희 황         선생의 덕망은

先生有道出羲皇           복희(伏羲) 보다 뛰어나고

 

선 생 유 재 과 굴 송         선생의 재주는

先生有才過屈宋           굴원 송옥(宋玉) 앞섰으니

__________________________

1) 諸公(제공) : 여기서는 조정(朝廷)에서 벼슬하는 사람들을 말함.

2) 袞袞(곤곤) : 끊이지 않고 연달아 이어지는 것을 형용한 말.

3) 登臺省(등대성) : 臺(대)는 어사대(御史臺) 같은 곳, 省(성)은 상서성

   (尙書省)같은 곳. 관리(官吏)로 등용(登用)됨을 말함.

4) 獨冷(독랭) : 홀로 쓸쓸하다.

5) 紛紛(분분) : 많은 것이 뒤섞여 있는 모양.

6) 甲第(갑제) : 제일 등 저택(邸宅). 甲(갑)은 甲乙丙丁의 갑(甲). 第 (제)

   집을 의미함.

7) 厭粱肉(염양육) : 미식(美食)이 싫증이 남. 粱(양)은 제일 좋은 쌀,

   肉(육)은 미식(美食).

8) 有道(유도) : 도덕(道德). 有(유)는 첨자(添字).

9) 羲皇(희황) : 복희(伏羲), 상고(上古) 때의 제왕(帝王).

10) 屈宋(굴송) : 초(楚)나라의 굴원(屈原)과 송옥(宋玉). 두 사람 다

   초사(楚辭)의 대가(大家).

 

 

 

덕 존 일 대 상 감 가         덕망이야 일대에 높았지만은

德尊一代常坎軻           구차한 살림살이 말할 수 없네.

 

명 수 만 고 지 하 용         만고(萬古)의 명성인들

名垂萬古知何用           무슨 소용이 있으랴.

 

두 릉 야 로 인 갱 치        두릉(杜陵)의 촌 늙은이

杜陵野老人更嗤           사람들이 또 비웃네.

 

피 갈 단 착 빈 여 사         짧고 좁은 초라한 옷

被褐短窄鬢如絲           흰 실 같은 귀밑머리,

 

일 적 대 창 오 승 미         날마다 정부미(大倉米)를

日糴大倉五升米           닷 되씩 사 먹어도,

 

시 부 정 노 동 금 기        때로는 정노(鄭老) 찾아

時赴鄭老同襟期           회포를 같이 한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11) 坎軻(감가) : 수레가 잘 굴러 나아가지 못함을 말함. 불우함,

   실의(失意)에 차 있음을 말함.

12) 知何用(지하용) : 무슨 소용이냐는 뜻,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13) 杜陵(두릉) : 두보(杜甫)는 장안(長安) 부근의 두릉(杜陵)에서

   살고 있었다. 이 때 두보(杜甫)는 소릉(少陵)이라 호(號)했다.

14) 野老(야로) : 시골 늙은이.

15) 嗤(치) : 비웃다.

16) 被褐短窄(피갈단착) : 모직(毛織)으로 만든 짧고 좁은 볼품없는

   짧은 옷을 말함.

17) 如絲(여사) : 흰 실과 같다. 백발(白髮)을 형용한 것.

18) 日糴大倉五升米(일적대창오승미) : 천보(天寶) 12년(753) 8월,

   장마로 쌀값이 등귀(騰貴)하자 조정(朝廷)에서는 대창(大倉-

   정부의 米倉)에서 10만석의 쌀을 풀어 빈민(貧民)들에게 싸게

   팔았다. 두보(杜甫)는 날마다 여기서 닷 되씩의 쌀을 사서

   끼니를 이었다.

19) 鄭老同襟期(정노동금기) : 정건(鄭虔)과 동심(同心)의 교(交)를

   맺음. 同襟(동금)은 동회(同懷)와 같은 뜻. 期(기)는 약속(約束).

 

 

득 전 즉 상 멱            돈이라도 생기 면은

得錢卽相覓             서로 찾아다니고

 

고 주 불 부 의            술도 사서 나누며

沽酒不復疑             또한 의심 않는다.

 

망 형 도 이 여            체면도 잊고서

忘形到爾汝             너 나하는 사이지만

 

통 음 진 오 사            통음(痛飮)하는 주도(酒道)에는

痛飮眞吾師             진정 나의 스승이지.

 

청 야 침 침 동 춘 작   봄밤이 고요히 흐르는 속에

淸夜沈沈動春酌       술잔을 기우리고 있노라 면은

 

등 전 세 우 첨 화 락   등잔 불 앞으로는 가랑비 오고

燈前細雨簷花落       처마 끝 아래로는 꽃잎이 진다.

 

단 각 고 가 유 귀 신   소리 높여 노래라도 부를라치면

但覺高歌有鬼神       귀신도 흥겨워 즐겁다 하나

 

언 지 아 사 전 구 학   굶어 죽어 구렁텅이 묻힐 적에는

焉知餓死塡溝壑       어느 누가 알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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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相覓(상멱) : 서로 벗을 찾아 감.

21) 忘形(망형) : 자기의 형체(形體)를 잊어버림. 체면(體面)과

   형식(形式)을 일체 버리고 마음으로 사귐.

22) 爾汝(이여) : 너 나하고 부를 정도의 친한 사이.

23) 沈沈(침침) : 밤이 고요히 깊어감.

24) 動春酌(동춘작) : 봄밤이 늦도록 술을 마심.

25) 但覺高歌有鬼神(단각고가유귀신) : 다만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즐거워지니 이는 귀신이 흥을

   돋굼인가 하고 느끼게 됨.

26) 焉知餓死塡溝壑(언지아사전구학) : 어찌 알리오, 굶어죽어서

   구덩이나 골짜기 사이에 굴러서 묻히는 일이 있을 런지. 그런

   것은 일체 근심하지 않는다.

 

 

 

상 여 일 재 친 척 기    상여(相如)는 재주가 있었어도

相如逸才親滌器       손수 제가 술잔 씻고,

 

자 운 식 자 종 투 각    자운(子雲)은 유식해도

子雲識字終投閣       교서각(校書閣)서 떨어졌다.

 

선 생 조 부 귀 거 래    선생은 일찌감치

先生早賦歸去來       귀거래나 읊으시오.

 

석 전 모 옥 황 창 태    석전(石田) 모옥(茅屋)이

石田茅屋荒蒼苔       이끼로 거칠었소.

 

유 술 어 아 하 유 재    유학(儒學)이니 학술이니

儒術於我何有哉       나에게 무엇인가?

 

공 구 도 척 구 진 애    성인 공자, 악인 도척(盜跖)

孔丘盜跖俱塵埃       흙먼지 다 되었다.

 

불 수 문 차 의 참 창    이 말을 듣고서

不須聞此意慘愴       슬퍼할 것 없으니,

 

생 전 상 우 단 함 배    생전에 서로 만나

生前相遇旦銜盃       술잔이나 나누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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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相如逸才親滌器(상여일재친척기) : 한(漢)나라의 사마상여

  (司馬相 如)는 시부(詩賦)에 뛰어난 재주가 있었는데도 탁문군

  (卓文君)과 성도(成都)의 주점(酒店)에서 손수 술그릇을 씻고 하던

  불우(不遇)한 시절도 있었다.

28) 子雲(자운) : 양웅(揚雄)의 자(字). 양웅(揚雄)은 학식(學識)이

  있는 사람이었으나, 왕망(王莽)에게 의심을 받고, 죄(罪)에 걸릴

  것이 두려워 교서각(校書閣)에서 몸을 던져 상처를 입고 죽었다.

  불우(不 遇)한 말로(末路)를 맞은 것이었다.

29) 歸去來(귀거래) :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

  도연명처 럼 전원(田園)으로 돌아가기를 권함.

30) 石田(석전) : 곡식이 잘 안 되는 전지(田地).

31) 孔丘盜跖(공구도척) : 공자(孔子)와 같은 성인(聖人)이나 노(魯)

  나라의 대도(大盜) 도척(盜跖)과 같은 악인(惡人)이나 모두 다

  무덤의 진애(塵埃)가 되었다.

32) 不須(불수) : 그럴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