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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風引.유우석의 가을바람(삼도헌의 한시산책172)

굴어당 2011. 10. 3. 08:08

유우석의 가을바람(삼도헌의 한시산책172)

 

 

 

 

 

 

가을바람(秋風引)


                                            유우석(劉禹錫772-842)

 


  何處秋風至(하처추풍지)오         어느 곳에서 가을바람 불어오는가

  蕭蕭送雁群(소소송안군)이라       쓸쓸히 기러기 떼만 보냈구려

  朝來入庭樹(조래입정수)하니       아침 뜨락 나무 사이로 불어오니

  孤客最先聞(고객최선문)이라       외로운 나그네가 가장 먼저 듣누나

 


     蕭(쓸쓸할 소) 蕭蕭(소소) : 바람이나 비가 쓸쓸히 불어오는 것. 雁(기러기 안)

     孤客(고객) : 외로운 나그네

 

 

 

 

 

 

 

[삼도헌과 함께 감상하기]

 

 

 

  가을이면 만산을 물들이는 단풍이 우리의 눈길을 잡습니다. 그리고 오래지 않은 시간에 낙엽되어 쓸쓸히 사라집니다. 가을바람은 여름바람보다 거세지 않습니다. 1구와 2구에 나오는 가을바람은 일정한 방향성도 없어서 어느 곳에서 불어오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토록 바알갛게 물들었던 단풍들이 쌀쌀한 바람 앞에 영락없이 떨어집니다. 게다가 잠시 동안  짧은 여유를 즐기면서 노닐던 기러기떼를 날려 보내 버린 것입니다. 가을바람을 타고 온 기러기떼가 쓸쓸해 보인다고 작자가 말한 것은 이별을 예정하고 묻어온 새라고 생각해서 그럴까요. 아니면 당시 비운의 정치사상가로서 탐욕스런 권력자들을 풍자한 작자 스스로 푸근한 바람에 실려 왔다가 차가워진 바람에 밀려 날아가는 기러기떼를 보고 자신의 처지를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3구에서 다시 아침이 되자 정원의 나무 사이로 가을바람이 불어옵니다. 이 바람은 이미 과거의 따뜻하고 포근한 바람이 아닙니다. 한 번 멍든 가슴이 두 번 다시 멍들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그리하여 4구에서 주변에 의해 인생의 쓸쓸함을 느낀 작자는 자연의 바람조차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바람속에 있는 싸늘함과 쓸쓸함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상념많고 외로운 나그네의 심정이 되어 스스로 가을바람속의 쓸쓸함을 가장 먼저 가슴으로 듣는다고 읊조리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이 계절에 우리의 주변에도 가을바람이 쓸쓸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세속에 적응하지 못하는 순수한 가슴을 가진 사람일수록 더 외로움과 우수와 쓸쓸함을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들의 마음을 느끼면 이 시의 맛도 한층 더 깊어질 것입니다.

이 시를 음미하시면서 올 가을 풍요롭게 보내시길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