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향 샹그릴라로 이름바꾼 中 산골 오지
윈난성 티베트 자치주 소재… 만년설·초원·호수뿐이었으나
中 관광역사 최고 발명품 돼… 난개발·인플레 후유증도 커
공항 근처엔 2015년 개장을 목표로 쉐라톤 호텔 리조트 공사가 한창이다. 말레이시아계 샹그릴라 호텔(방 220개)도 2014년 개장 목표로 건축 중이다. 싱가포르계 리조트 체인 반얀트리는 2005년 이미 영업을 시작했다. 가까운 도시가 차로 6시간 걸리는 인구 16만명의 오지 도시 샹그릴라(옛 중뎬·中甸)에 지난 10년간 2300여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호텔 건축 붐이 일고 있다.
◇중국 관광산업 최고의 발명품
10여년 전까지도 이 지역은 티베트족 주민들이 야크 방목과 벌목으로 살아가던 산골마을이었다. 1990년대 후반 중국 정부가 벌목을 제한해 경제가 흔들리자 디칭주정부는 만년설과 초원, 호수로 돈 벌 궁리를 했다. 윈난성 정부는 1997년 "디칭이 샹그릴라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선언했다. 중국 국무원도 거들고 나서 2001년 12월 디칭주 중뎬의 지명을 샹그릴라로 바꿨다. 샹그릴라는 1933년 영국 소설가 제임스 힐턴(Hilton)이 쓴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등장하는 상상의 공간일 뿐 중뎬과는 관련이 없다.
중국 윈난(雲南)성 샹그릴라현(縣)에 있는 구청(古城) 지역. 지난 10년간 샹그릴라를 찾는 관광객은 연평균 25% 늘고 관광수입은 해마다 200%씩 증가해“중국의 현대 관광산업 사상 최고 발명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물가상승·환경훼손 같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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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난 10년간 샹그릴라를 찾는 관광객은 연평균 25% 늘었고 관광수입은 해마다 200%씩 늘었다. 지난해 외국인 50만명을 비롯해 총 40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고 올해 상반기에도 179만6200명(외국인 20만9700명)이 이곳을 찾았다. 덕분에 샹그릴라는 "중국의 현대 관광산업 사상 최고 발명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샹그릴라 시내는 서너 집 건너 한 집꼴로 호텔과 아파트가 신축 중이다. 저녁이면 화물차, 건설장비가 몰리면서 샹그릴라로 들어가는 214번 국도에 정체가 빚어진다.
◇샹그릴라 드림의 명암
샹그릴라현(縣) 인구는 최근 3년간 연평균 6%씩 늘었다. 나시족(納西族·윈난 일대에 사는 소수민족) 허진시우(和金秀·25)씨도 2004년 고교 졸업 후 고향을 떠나 이곳에 정착했다. 7년간 번 돈으로 올해 티베트족 전통 주택을 임차해 호스텔을 시작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고 한국·미국·이스라엘에서 손님이 온다. 임금도 뛰고 있다. 허씨가 이 도시에서 처음 받은 월급은 200위안이었지만 종업원에게는 월 1100위안(약 19만원)을 준다.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자금력 있는 외지인들이 티베트족 집을 싼 가격에 30년씩 장기 임차한 뒤, 다시 5~10년 단위로 비싸게 빌려줘 큰돈을 벌었다. 반면 원주민들은 주로 관광객을 상대로 미니버스를 몰아 한해 4만~5만위안(약 714만~892만원)을 번다. 한 티베트족 버스 기사는 "농사를 지을 때보다 수입은 늘었지만 그만큼 물가도 올랐다"며 "작년 한 근(500g)에 7위안 하던 돼지고기가 지금은 15위안"이라고 했다.
'묻지마 개발'의 후유증도 크다. 디칭 주정부가 돈을 대 2007년 샹그릴라 외곽에 조성한 샹그릴라 스키장은 기반시설 부족으로 이용객이 거의 없다. 불도저로 밀어버린 산비탈이 붉은 속살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