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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국 외교부보다 나은 公安.여시동 상하이 특파원

굴어당 2012. 1. 2. 18:55

얼마 전 중국 공안(公安·경찰)과 점심을 먹었다. 전화를 걸어와 "상하이에 특파원으로 부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시간을 내 달라는 것을 출장 때문에 몇 차례 미루다가 만난 것이다. 사실 출장도 출장이지만 공안을 만나 득 될 게 없다는 생각도 있어 꼭 만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집 앞까지 와서 전화를 하는데야 안 만날 수가 없었다.

30대의 공안 두 명은 모두 상하이 출신으로 반듯하게 대학을 나온 엘리트였다. 이들은 인근 일식집에 기자를 데리고 가서는 깍듯하게 연장자 대접을 해주면서 온갖 성의를 보였다. 배가 고프지 않아 양이 적은 죽을 주문하자 "외지(外地)에 나와 있을 때는 잘 먹어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음식을 추가했다. 계산은 물론 그들이 했다. 전에 중국에서 4년을 살면서 많은 식사대접을 받아봤지만 공안한테 밥을 얻어먹기는 처음이다.

이들과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적이 놀랐다. 하는 말이 이런 식이다. "우리는 관내에 있는 외국인들의 불편과 불만 사항을 해결해줄 의무가 있다. 외국인들 입에서 불평이 나오기 전에 먼저 문제를 찾아 해결해주는 게 우리의 임무다. 불편한 게 있으면 뭐든지 말하라. 할 수 있는 일은 다 도와주겠다." 얼마 전 서해에서 발생한 한국 해경 피살 사건을 얘기할 때는 "이유를 불문하고 사람이 죽은 것은 잘못된 일이다. 중국측에 책임이 있다"고 쿨하게 정리했다. 이들에게 "찾아오지 않는 게 나를 도와주는 것"이라는 농담 같은 진담을 하려다가 이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물론 이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외국인들의 불편 해소는 정보 획득과 감시라는 그들 본연의 임무 중 극히 일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두 공안에게선 물 좋은 상하이에서 나고 자란 신세대 젊은이 냄새가 물씬 났다.

이들을 만나기 직전에는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북한과의 접경 도시인 단둥(丹東)에 갔다가 현지 공안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북한으로 들어갈 화물들이 쌓여있는 보세창고에 가서 사진을 찍고 직원들을 인터뷰했는데 신고를 받은 공안이 출동한 것이다. 하지만 그곳 공안들도 세관 상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답해주는 등 태도가 과거보다 많이 부드러웠다.

중국공산당은 지난해 10월 17기 6중전회에서 "문화시스템을 개혁하고 문화산업 개발을 촉진한다"는 큰 방침을 정했다. 국가의 대외 이미지 제고를 위한 중요한 결정이었다. 식사 대접을 해준 상하이 공안들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은 "중국은 경제발전에 굉장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문화 방면은 여전히 뒤처져 있다. 이런 상태로는 국제사회에서 대접받을 수 없다"고 했다.

중국이 과연 문화적으로 바뀔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공안의 자세는 외교부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외교부는 서해 충돌과 해경 사망에 대해 조의 표현과 사과 대신 체포된 자기 나라 어부의 권리를 먼저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어느 쪽이 진정으로 국익을 위하는 길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개혁·개방은 시장만 여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를 향해 마음과 귀를 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