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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없이 논문만 쓰는 한국 과학자들,박종욱 KAIST 신소재과 교수
굴어당
2012. 6. 21. 07:47
연구 없이 논문만 쓰는 한국 과학자들
논문 수로 연구자 평가하니 매달 1편꼴로 논문 쓰기도 일본은 한 분야 10여년 파는데
우리는 새 연구분야 찾아 전전… 5~10년 단위로 업적 평가하고 산업화될 때까지 집중 연구를
박종욱 KAIST 신소재과 교수

과학기술은 실용학문으로 단계별 과정이 존재한다. 처음에는 해당 분야의 기초를 공부하면서 논문을 쓰게 되고, 연구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기술화되면서 특허가 나오기 시작하고, 연구가 심화하면 최종에는 산업화하면서 제품이 만들어지고 투자에 대한 경제적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논문으로 연구자를 평가하니 모든 연구자가 연구의 초입에만 머물러 있게 된다. 우수 연구자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새로 생기는 분야로 신장개업하러 보따리 싸들고 다녀야 한다.
일본은 연구자를 한 분야에서 최소 10~20년 연구하게 해서 세계적 전문가로 키워 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하는데 우리는 단기적으로 운용해서 투자손실만 키우고 연구원들을 자괴감에 빠지게 만든다. 지난 5월 독일 뉴름버그에서 열린 센서관련 세계 최대 박람회를 참관했는데, 우리나라 참가 기업은 예년과 별 차이 없는 데 비해 중국 기업들의 약진은 놀라웠다. 참가 회사의 수도 많이 늘었고 기존회사의 규모도 몇 년 사이 급속히 커졌다. 우리가 논문 수에 매달려 옆걸음을 치는 동안 중국은 앞으로 뛰고 있는 느낌이었다.
우리나라는 등수화한 것을 성취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근래 대학교 등수가 관심사가 되면서 아시아에서 서울대가 4위, KAIST가 7위, 포스텍이 9위로 작년보다 3~4계단씩 끌어올렸고 도쿄대(8위)보다 좋은 학교가 만들어졌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가 평가지표를 현명하게 만들면 과학의 본질적 발전과 아울러 경제발전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과도하게 SCI 논문 수와 IF에 의해 연구자를 평가하는 풍토는 과학기술을 왜곡시키고 무모한 숫자경쟁으로 도덕적 문제를 발생시켜 한국 과학의 신뢰만 실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 과학기술의 장래를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연구자를 매년 평가하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5~10년마다 평가하는 것이 맞다. 만약 10년을 연구한 연구자가 산업적 효과 없이 논문만 썼다면 그 연구자에게는 더 투자해도 나올 것이 별로 없으니 투자를 중지하는 것이 현명하다. 둘째, 올바른 평가가 중요하다. 적어도 산업화 단계까지 경험한 연구자를 평가에 참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전문분야가 없는 연구자는 설 자리가 없는 연구풍토가 되어야 한다. 세계 최고 연구자들이 각 분야에서 머리를 싸매고 연구하는데 이 분야, 저 분야 전전하는 연구자에게 기대할 것은 없다.
과학기술 투자는 국가 미래를 위한 투자이다. 그 투자대상이 과학자이고 훌륭한 전문과학자를 만드는 것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길이다. 올바른 투자는 기술의 고도화와 산업부흥에 따른 경제발전과 고용이라는 열매를 따지만 허영에 의한 투자는 다음 세대에 가난과 몰락을 초래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