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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형 R&D'를 넘어 '창조형 R&D'로,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굴어당 2012. 7. 14. 10:21

'추격형 R&D'를 넘어 '창조형 R&D'로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단기간에 선진국 따라잡은 건 응용개발 연구에 투자했기 때문
그러나 세계경제 위기 속에선 高부가가치 창출 가능케 하는
기초연구 중심 창조적 R&D로 전략적 패러다임의 전환 필요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얼마 전 우리나라가 세계 7번째로 '20-50(1인당 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 클럽'에 가입했다. 이제 우리도 미국·일본·유럽과 같은 '프리미어리그 국가'에 합류하게 되었다고 야단이었다. 우리나라는 한정된 자원을 가진 개발도상국에서 시작하여 풍부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응용연구 중심의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집중해 단기간에 선진국들을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보다 앞서간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은 1인당 3만달러 소득이란 다음 관문에 짧게는 4년 길게는 십수년이 더 걸려서 도달했다. 이들의 성공 전략은 공공부문에서 개발연구 대신 기초연구의 투자 비중을 증대하는 창조형 투자였다. 우리도 이제 이 창조의 여정을 떠나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연구개발 전략은 '추격형 R&D'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즉, 경제발전을 위해 응용개발 연구 중심의 투자로 최대한 빨리 선진국의 기술과 산업을 발 빠르게 따라잡는 것이었다. 최근 5년간 정부 R&D 투자 증가율이 연 9.7%에 이르는 등 지속적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온 결과로 OECD국가 중 절대액 규모 5위, GDP 대비 비율 2위권 등 이미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서 당분간 지속될 저성장의 시대를 극복하고 1인당 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려면 전략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재정 건전성의 기조 위에 한정된 R&D 재원을 놓고 '창조형 R&D'와 '추격형 R&D'의 치열한 공방이 전개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 R&D 투자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등 우리나라의 첨단 주력 산업을 견인해온 점을 간과할 수 없지만 이제 단기 추격형 전략을 지양하고 양적인 경제성장 모델을 탈피해나가야 한다. 최근 격심해지는 글로벌 경쟁과 중국 등의 추격을 극복하고 세계시장을 선도해나가려면 정부는 창조형 R&D에 맞는 정책 패러다임을 정립하고 중장기적 R&D 투자 방향을 명확하게 설정, 추진해나가야 한다. 즉, 정부 R&D의 패러다임을 중장기적 성장과 원천기술, 고부가가치 창출의 토대를 제공하는 기초연구 중심의 창조적 R&D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국방비를 제외한 정부의 기초연구 투자 비중은 2012년 R&D 예산 편성 기준으로 35.2%에 달하고 있지만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54.0%(2009년)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최근 창조형 투자에 대한 높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개념이 명확하지 않으며 작금의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 우리 기술 수준이나 분야에 따라 추격형 투자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사실 기초연구는 투자 위험성이 높고 그 성과는 공공재적 성격을 지니므로 민간이 아닌 정부가 담당할 수밖에 없다. 특히 기초연구는 투자 대비 성과 창출 측면에서 축적효과와 장기적 파급효과가 명확한 분야로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투자가 요구된다. 1950년 국립과학재단(NSF)을 설립한 미국이나 1948년 막스플랑크재단을 만든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아직 우리나라의 기초연구 누적투자는 절대적 열세에 머물러 있다.

또 각국이 소유한 기초연구 지식에 대한 고유자원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국가 간에 기초연구의 지적재산 확보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은 산업특허 인용 논문의 70%가 정부의 기초연구 지원 성과였으며, 영국은 대학 기초연구비의 10% 증가가 기업특허의 1~4% 증가로 이어졌다고 한다. 최근 기초연구는 학술적 발견이나 연구 성과가 발생·집적되는 곳에서 바로 응용연구와 성과 확산의 기회를 갖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기초연구는 과거와 달리 비용을 치르지 않고 얻을 수 없는 공공재로 새롭게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과감한 투자가 따라야 한다.

미국 등 선진국은 이러한 인식하에 창의적 사고에 기반을 둔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내 기초과학연구원(IBS) 설립 등 기초연구 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수월성(秀越性)을 핵심 철학으로 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 및 기초과학 기반의 순수기초연구 거점으로서 2017년까지 연구단 50개를 선정해나갈 예정이다. 하지만 기초과학연구원이 본격 출범하면서 한정된 재원 여건 등을 감안하여 기존 기초연구 사업과 상호보완하는 역할 정립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식기반 사회에서 과학기술은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며,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성장의 원천 동력이다. 특히 기초연구는 신지식을 창출하고 창조적 인력을 양성하는 과학기술의 근원으로, 다양한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한다는 점이 증명되어왔다. 세계적 위기와 치열한 국가 간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를 창조적 패러다임으로 견인해줄 확실한 동력은 기초연구다. 우리는 이제 기초연구가 더 이상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