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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명물도설’ 번역출간,소명출판

굴어당 2012. 8. 11. 15:24

詩經’ 속 온갖 동식물이 한눈에…

 

“‘산해경’에서 말하였다. 단혈지산에 ‘계(닭)’와 같은 새가 있는데, 다섯 빛깔 무늬가 있으며 ‘봉황’이라 이름한다. 머리 무늬는 ‘덕’, 날개 무늬는 ‘순’, 등 무늬는 ‘의’, 가슴 무늬는 ‘인’, 배 무늬는 ‘신’이라 한다. 마시고 먹는 것을 억지로 하지 않으며, 스스로 노래하고 춤추니, 이 새가 보이면 세상이 편안해진다.”

동양 고전인 ‘시경(詩經)’ 속에 등장하는 풀과 나무, 새, 짐승, 벌레, 물고기 등에 대해 소개한 ‘모시명물도설(毛詩名物圖說)’(소명출판·사진) 중 ‘봉황(鳳凰)’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다. 중국 청나라 학자 서정(徐鼎)이 1771년에 저술한 이른바 ‘시경’의 생물백과사전 격인 ‘모시명물도설’이 최근 번역, 출간됐다.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을 중심으로 고전문학 전공자들이 모여 만든 모임인 매지고전강독회가 우리말로 옮긴 책은 오늘날 단순한 시집을 넘어선 ‘시경’의 가치를 우리에게 말해준다.

‘시경’은 기원전 11세기 서주(西周) 초기부터 기원전 6세기 동주(東周) 중기까지 약 500년간의 중국 북방 지역 운문(韻文·시)을 모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 중 하나다. 인류 생활사의 흔적을 고이 간직한 소중한 문화유산일뿐만 아니라, ‘시경’에 담긴 시 305편은 오늘날에도 시공을 초월해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일찍이 공자는 제자들에게 ‘시경’을 읽으면 “조수초목(鳥獸草木)의 물명(物名)에 대해서도 많이 알 수 있다”고 했는데, 매지고전강독회가 이번에 번역한 ‘모시명물도설’이 바로 이를 입증한다.

‘시경’은 우리 시가 문학에서 폭넓게 인용되며 막대한 영향을 미쳤는데, 바로 이 점에서 우리 문학작품의 올바른 독법과 해석을 위해서도 ‘모시명물도설’의 이해가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모시명물도설’은 ‘시경’에 등장하는 동식물을 새, 짐승, 벌레, 물고기, 풀 상·중·하, 나무 상·하 9가지(9권)로 분류한 뒤 생물의 물명과 생김새, 습성 등을 그림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특히 ‘산해경’과 ‘회남자(淮南子)’ ‘설문해자(說文解字)’ 등 다양한 문헌을 인용하고 검토해 설명을 붙인 것이 특징이다. ‘저구(雎鳩·징경이)’ 등 38종의 새를 설명하고 있는 1권을 필두로 9권에 등장하는 동식물은 총 255종에 달한다.

‘모시명물도설’ 번역에는 김형태(국어국문학) 경남대 교수와 고훈 연세대 강사 등 매지고전강독회 회원 8명이 참여했다. 매지고전강독회는 “앞으로도 동아시아 유서류(類書類·백과사전류)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후속 작업들을 진행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