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2012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중국에 첫 노벨문학상을 안긴 작가 모옌(57·莫言)은 장이모(61) 감독의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소설 '홍까오량 가족'으로 유명한 작가다.
주로 향토색이 짙은 소설들을 써온 모옌은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다는 중국 공산주의 체제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관료주의를 우회적으로 풍자하며 주목 받았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두 극단적 체제 사이를 오가는 능청스러운 문체와 걸쭉한 사투리 등이 특징이다.
중국 산둥성의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난 모옌의 본명은 관모우예(管謨業)다. 모예은 글로만 뜻을 표할 뿐 '말하지 않는다'는 뜻의 필명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문화대혁명이 일어나자 학업을 포기하고 수년 간 농촌생활을 하다가 18세 되던 해 면화 가공공장에서 직공으로 일했다.
1976년 20세 때 고향을 떠나 중국 인민해방군에 입대, 복무하던 중 문학에 눈을 돌려 1978년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해방군 예술학원에 입학, 1986년에 문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베이징 사범대학과 루쉰 문학창작원에서 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단편소설 '봄밤에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로 데뷔했다. 1984년 7월 해방군 예술학원에 문학과가 개설되자 그곳에서 본격적인 문학 수업을 받았으며, 이후 베이징 사범대학과 루쉰 문학원에서 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4년 발표한 '황금색 홍당무'(金色的紅蘿蔔)로 문단의 주목을 받기에 이른 모옌은 1987년 '홍까오량 가족'으로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랐다. 이 작품의 일부를 장이모 감독이 옮긴 영화 '붉은 수수밭'은 1988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이는 모옌의 작품이 20여개국으로 번역출간되는 계기가 됐다.
이후 '환락' '생화를 품은 여인' '폭발'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 등의 중편소설과 '그네 틀의 흰둥이' '메마른 강' 등의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는 역시 장이모 감독이 영화 '행복한 날들'(2000)로 만들었다.
'풍유비둔'은 모옌의 기량이 절정에 이른 작품으로 평가된다.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1·2권)은 1980년대 중국 개혁·개방의 전성기를 배경으로 농촌 마을과 관료 사회의 부패 양상을 탁월한 주제의식과 기교로 그려낸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외 상당수의 희곡과 TV드라마 극본도 썼다. 1997년 창작한 희곡 '패왕별희(覇王別姬)'는 무대에 올려져 중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두 달간 연속 공연하면서 대중에게 인기를 끌었다.
1993년에 출간된 '술의 나라'는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여러 나라에 소개돼 호평을 받았다. 중국 최고의 문학상인 따자(大家) 문학상을 비롯해 프랑스 루얼 파타이아 문학상, 이탈리아 노니로 문학상, 프랑스 예술문화훈장상, 홍콩 아시아문학상, 일본 후쿠오카 아시아 문화대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받았다.
일찍부터 중국의 윌리엄 포크너 또는 프란츠 카프카로 불리며 중국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어권 작가 중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지목돼왔다. 2007년 중국 문학평론가 10인
이 선정한 '중국 최고 실력 작가' 1위로 뽑히기도 했다.
2005년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가하는 등 수차례 내한했다.
모옌의 수상으로 중국은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게 됐다. 2000년 중국 출신의 가오싱젠(72)이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나 당시 그의 국적은 프랑스였다.
그러나 중국어권에서는 모옌의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중국 당국의 검열에 침묵했기 때문이다. 동료 작가들이 투옥되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말이 없다'는 뜻의 '모옌'은 자신이 위험에 처하는 것에 대해 언급하지 말 것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민주화 운동을 하다 투옥된 류샤오보(57·劉曉波)와 관련해서는 되도록 언급을 피했으며 중국 작가 탄압의 계기로 통하는 마오쩌둥(1893~1976)의 '옌안(延安) 문예 좌담회 연설 기념집' 출판회에 참여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11일 모옌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노벨상위원회는 "모옌은 중국의 설화와 역사, 현대사를 뒤섞은 작품들로 환각적인 현실주의를 선보여 문학상 수상 작가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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