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log.daum.net·k2gim·

문선역주’ 완역 출간… 고려·조선시대 한문학 필독서

굴어당 2012. 10. 14. 23:58

'소대가리' 강수를 만든 中'문선' 완역>

 

서울대 중국어문학연구소서 전 10권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태종무열왕 시대에 중국에서 보낸 외교문서를 신라에서는 아무도 해독하지 못했다. 곤란해진 김춘추는 '소대가리' 선생인 강수(强首)를 불러 문제를 해결했다.

   머리가 소머리를 닮았다 해서 소대가리로 불린 그를 이처럼 유명한 문장가로 만든 힘은 바로 문선(文選)이었다. 중국 남쪽 양(梁)나라에서 태자 소명(昭明)이 527~529년 무렵 완성한 고대 중국 문학의 앤솔로지 '문선'을 강수는 열심해 공부해 문장가가 됐던 것이다.

   주(周)나라 이래 남북조시대 양에 이르기까지 중국 문단을 수놓은 기라성 같은 산문과 운문 중에서 작가 130여 명이 남긴 750편을 골라 문체별로 묶은 '문선' 완역본이 서울대 중국어문학연구소에서 나왔다. 출판은 소명출판이 맡았다.

 

 

   문선은 발행 이후 본토인 중국뿐만 아니라 한반도 문화에도 막강한 영향을 미쳐 고구려의 대학인 경당과 신라의 국립대학인 국학에서도 기본 교재로 채택할 정도였으며, 일본으로도 건너가 나라시대 목간(木簡)에서는 문선을 공부한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허성도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의 지적처럼 이처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문선이지만, 그에 수록된 글 분량이 워낙 많은 데다 그 대부분이 난해한 문장으로 일관해 국내에서는 완역의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번 완역작업은 서울대 중국어문학연구소가 제출한 '문선 역주(譯註)' 사업이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학분야의 기초연구과제로 채택됨으로써 가능했다. 이에 연구소는 2006년 7월이 이를 위한 전임연구원 3명과 박사급 보조원 1명을 채용해 역주 작업에 들어갔다.

   역주팀은 '설문해자'(說文解字) 전문가인 염정삼 박사를 비롯해 김영문ㆍ김영식ㆍ강민호 박사와 양중석 박사과정생으로 꾸몄다.

   이렇게 해서 번역 작업은 2년6개월 만인 2008년 12월에 완료되고 마침내 최근 출판까지 끝냈다. 색인집까지 포함한 이번 번역본 전 10권의 분량은 200자 원고지 2만5천장에 달한다.

   번역 저본(底本)은 문선의 여러 판본 중에서도 가장 좋으며 현재 가장 널리 통용되는 '이선주 문선'(李善注文選) 호극가본(胡克家本)을 택하되, 한국의 규장각본 '육신주 문선'(六臣注文選)을 대조해 이들 판본간 다름까지 일일이 밝혔다.

   '이선주 문선'이란 당나라 때 이선(李善)이라는 사람이 주(注. 설명)를 단 문선으로 역대 문선 주석서 중 최고(最高)로 통하며, '육신주 문선'이란 이선을 포함해 당나라 때 사람 6명이 보충 설명을 붙인 문선 주석서를 말한다.

   염 박사는 "기왕 문선을 번역하려면 이선의 주석까지 모조리 번역해야 마땅하며 우리 또한 이를 욕심냈지만 변명 같지만 정말로 돈과 인력이 모자라 모두 번역을 할 수 없어 아쉬움이 크다"면서 "다만, 이번 번역본에 붙인 각종 설명에서 이선의 주석을 최대한 많이 반영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문선은 글자 그대로는 산문만을 선집한 것 같지만, 실제는 시(詩)까지 포함해 각종 문장을 추려뽑은 다음에 이를 모두 39개 문체로 나누어 수록했다.

   문선은 애초에는 전 30권으로 나왔지만 후대에는 주석이 엄청나게 붙으면서 대체로 60권으로 불어났다. 60권 본을 기준으로 할 때, 산문과 운문의 중간 단계에 속하는 부(賦)라는 문학작품도 무려 3분의 1에 육박하는 19권을 차지한다.

   부 외에도 문선은 조(詔)ㆍ책(冊)ㆍ령(令)ㆍ교(敎)ㆍ문(文)ㆍ표(表)ㆍ상서(上書)ㆍ계(啓)와 같은 조정에서 내리거나 조정에 올리는 각종 문체의 문장도 수록했다.

   염 박사는 "이런 문선의 체제 편집은 조선 초기에 서거정이 편집한 '동문선'(東文選)에도 그대로 계승됐으니, 동문선이라는 제목 자체가 벌써 동쪽의 '문선'이라는 뜻"이라며 "그뿐만 아니라 지금 그렇게 많이 남은 조선시대 문집도 문선의 기본 체제를 따를 정도로 한국문화에 끼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각권 472~668쪽, 권당 3만2천~3만3천원.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taeshik@yna.co.kr

(3)교열의 책임을 생각한다 2011.01.25 11:17:54

《문선역주》는 1개인이 아닌 공동의 성과물이다. 이번 프로젝트 수주처인 서울대 중국어문학연구소 당시 소장 허성도 교수 책임 아래 실제 譯註는 김영문, 김영식, 양중석, 염정삼, 강민호 5명이 했다. 허성도의 서문에 의하면 역주는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분야의 기초연구과제로서 ‘문선역주 사업’이 선정된 데서 비롯한다.

이에 의해 2006년 7월에 전임연구원 3명과 보조연구원 1명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니 당시 전임연구원은 김영문, 김영식, 염정삼의 3박사와 보조연구원은 양종석이었다. 와중에 염정삼이 서울대 HK사업단으로 옮기면서 강민호 박사가 들어왔지만, 염 박사가 “사업이 끝날 때까지 사업의 전반적인 기획과 조정역할을 담당”했다고 한다.

나아가 허성도는 “내용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하여 번역문의 교열 작업을 병행하였다”고 하며,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2년6개월간 계속한 역주작업은 2008년 12월말에 완료를 고했다고 한다. 교열은 서울대 중문학과에 재직 중인 류종목, 송용준, 오수형, 이영주 교수가 맡았다고 한다.

이번에 색인집 1권을 포함해 전집 10권으로 간행된 《문선역주》의 실제를 보면, 교열을 했다고 하지만, 역자별로 편차가 적지 않다.

1. 원문교감의 문제

일러두기에 의하면 이번 역주의 底本은 李善注文選 胡克家本이며, 이에다가 “서울대학교 규장각본 육신주문선(六臣注文選)을 일일이 대조하여, 그 문장상의 異同을 표기하였다”고 했지만, 역자에 따라, 그리고 篇에 따라 이런 교감이 이뤄진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다.

예컨대 문선 전체의 첫머리에 실린 班固의 양도부(兩都賦)는 대단한 장편 서사시라 할 수 있거니와, 나의 검사가 철저하지 않은 까닭인지 모르지만, 규장각본과의 원문 교감이 전혀 없다. 물론 호극가본과 규장각본의 차이가 없는데서 비롯되는 현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로써 볼 때 전체 교열이 치밀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 이는 교열자들의 책임이다.

2. 註釋의 문제

역자별로 註釋이 적지 않은 편차를 보인다. 대체로 역주는 분량이 많지만, 특히나 문제가 되는 곳이 難字의 처리 문제다.

내가 전체 편을 훑어보지 않았지만, 예컨대 염정삼의 역주에서는 難字가 자세하게 처리된 편이지만, 여타 역자에게는 이런 점이 부각하지 않는다. 다른 역자는 개별 글자보다는 成語에 주목해 주석을 맡이 넣었다. 이는 아마도 전공의 차이에서 비롯될 것이다. 염정삼은 설문해자가 전공인 까닭에 개별 글자에 대한 풀이가 상대적으로 많다.

이 難字의 처리 수준이 문선역주 전반의 완역이라는 대성과를 일정부분 갉아먹는 측면이 있다. 예컨대 문선 전체 분량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賦를 보면, 개별 難字를 설명해야 하는 곳이 한두곳이 아니다.

이것도 교열자들의 책임이다.

코멘트(0)     트랙백(0)
(2) 문선완역에 즈음해 2011.01.21 14:35:34

《문선역주》를 받아든 내가 가장 궁금했던 점이 역주 底本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이런 의문은 거개 이런 역주본이 그렇듯이 책 첫머리에 붙기 마련인 ‘일러두기’에서 밝히기 마련이니, 실제 제1권 ‘일러두기’를 보니 그에 대한 기술이 보이거니와, 이에 의하면 底本은 李善注文選 胡克家本이라 한다.

나아가 底本은 단순히 꼴리는 대로 택하는 것이 아니니, 校勘學 혹은 校讎學의 가장 근본은 첫째, 판본이 오래될 것, 둘째, 完帙일 것, 셋째, 텍스트가 가장 믿을 만 할 것 등을 구비해야 하니, 이번 역주본 大本 또한 이를 염두에 둔 듯, 이 胡克家本을 채택한 이유로써

첫째, 문선 여러 판본 중에서 가장 善本에 속한다는 점,

둘째, 淸 嘉慶 이래 가장 광범위하게 통용되어 온 판본이라는 점,

셋재, 현재 하버드 대학에서 출판된 문선주인서인득(文選注引書引得. 중국어 번역본, 上海古籍出版社, 1990)과 일본 학자 사파육랑(斯波六郞)이 완성한 문선색인(文選索引). 日本京都大學 人文科學硏究所, 1957~1959년판)이 모두 호극가본을 저본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

을 들었다.

그러면서 이 역주본은 호극가본을 바탕으로 삼되 “서울대학교 규장각본(台植案 : 나는 되도록 ‘서울대 규장각’이라 쓰지 않는다. 규장각이 어디 서울대 것인가?) 육신주문선(六臣注文選)을 일일이 대조하여, 그 문장상의 異同을 표기하였다”고 했다.

그 이유를 역주본 역자들은 “규장각본은 지금 전해지고 있는 어떤 문선 판본보다 오래된 李善注와 五臣注를 저본으로 완성된 최초의 六家本으로 알려져 있다. 또 최근 중국 측 문선학 연구에 의하면 규장각본이 최초의 육가본인 수주주학본(秀州州學本)의 면모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이번 역주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바로 이 판본 문제라고 할 수 있으니, 규장각본을 교감에 도입했다는 점이다.

이 규장각본은 내가 자세히 검토한 적이 없고, 지금 그 영인본이 나한테는 없다. 하지만, 이번 역주본 원문 교감에 인용한 자료를 토대로 추후 나는 이 규장각본의 문제점을 집중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한다.

유감스럽게도 이 규장각본은 앞서 말한 그런 서지학적 중요성은 다대할지 몰라도 텍스트로서는 역주본을 받아든 지난 18일 이래, 20일 오늘 현재까지 약 3일간 검토한 결과 적지 않은 문제점을 지닌 것으로 드러난다. 
 

문선은 말할 것도 없이 분량이 방대할 뿐만 아니라, 원문이 추잡할 정도로 어려운 문장이 득실댄다. 文選을 읽는 묘미는 실상 賦를 읽는 묘미에 있으나, 이 부란 것이 사람을 질겁하게 한다. 자전없이 賦를 읽을 수는 없으며, 李善注와 같은 후대 주석 없이 읽어서도 아니된다.  

내가 이 문선 완역을 “미친 짓”이라고 하는 까닭이 바로 이에서 말미암는다. 그럼에도 실로 겁 없이 젊은 중문학도들이 그 완역에 매달려 그 성과물을 내놓았다.

어찌 장하지 아니하랴?

이번 문선 완역은 그 자체만으로도 권중달에 의한 자치통감 완역, 김장환에 의한 세설신어 완역과 태평광기 완역에 버금가는 성과라 할 것이다.

코멘트(0)     트랙백(0)
(1)"미친 짓 했군요" 2011.01.21 11:44:32

지난 18일, 퇴근을 준비하며 시곗바늘을 처다 보기 시작할 무렵, 퀵서비스 직원이 한 눈에 봐도 전질임이 분명한 두툼한 책 뭉치를 싸고는 나를 찾았다. 언뜻 보니, 文選이라는 말이 보여 한 눈에 “아, 그 문선이 마침내 완역이 됐나보다”고 직감했다.  

뜯어보니 과연 문선이요, 마지막 색인편 1권을 포함해 전10권 분량이었다.  

한데 뜻밖인 점이 있었다. 출판사가 소명출판이었다. 나는 서울대출판부일 줄 알았다.

서울대 중국어문학연구소에서 이 문선 완역이라는 ‘미친 짓’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몇 해 전에 전해 들었을 때, 출판사는 서울대출판부라고 들은 적이 있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어떻든 이 두터운 전질 역주본을 전달받으니, 순간 소명출판 朴모 사장의 찡그린 얼굴이 다시 떠올랐다. 또, 얼마나 ‘징징거릴까?’ 맨날 책 장사 안 된다고 성화인데, 또 덜커덩 이런 전질 출판을 맡았으니, 안 봐도 박 사장 얼굴이 선했다. 가뜩이나 요즘은 집안에도 안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인데, 불쌍타, 박성모여.  

이 문선 완역의 계획을 나는 2007년 9월에 들었다. 이번 문선 역주에도 일원으로 들어간 염정삼 박사라는 이가 있으니, 이름만 보면 남성인 듯하지만, 여성인데 어떻든 그가 당시 요상한 책 하나를 서울대출판부에서 냈으니 이름이 《설문해자주(說文解字注) 부수자(部首字) 역해(譯解)》 가 그것이다. 제목 그대로 설문해자의 부수자에 대한 항목을 한글로 옮기고 그것을 해설한 책이니, 묵직한 연구서적이다. 

거개 이런 연구서적은 언론에서도 신간에 한 줄로 소개하는 것으로 말지만, 내용을 보니 기개가 하도 장대하여, 우리 회사로 염 박사를 불러 인터뷰를 했다. 이 인터뷰는 2007년 9월17일자에 ‘당시 <인터뷰> 한자의 근원을 캐는 염정삼 박사’라는 제하로 송고됐거니와  

인터뷰는 편집국이 있는 연합뉴스 4층 회의실에서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문선 얘기로 화제가 옮겼거니와, 그랬더니 염 박사 왈, 문선완역 작업 중이란다. 이 이야기는 당시 염 박사 인터뷰 기사 말미에 다음과 같이 첨부됐다.  

염 박사는 현재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써 한문으로 제작된 글 중 가장 난해한 문장으로 평가되는 문선(文選)이란 고대 중국의 시문(詩文) 앤솔로지를 완역하는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제가 역주할 작품이 좌사(左思)의 삼도부(三都賦)입니다. 낙양(洛陽)의 지가(紙價)를 올렸다는 바로 그 작품인데, 왜 그랬을까 궁금했습니다. 한데 궁금증은 고사하고 너무 어려워 죽겠다"고 한다.  

이후 나는 가끔 문선역주가 어떻게 되어가나 궁금하기는 했지만, 전혀 소식을 듣지 못했는데 이런 나에게 어느 날 느닷없이 문선역주 완역본 10권이 나타난 것이다.  

이를 수령하자마자 염 박사에게 전화를 넣어 대뜸 한마디했다.  

“미친 짓 했군요”  

문선역주 토대가 된 원전 文選은 물론이고 거개 현재 통용되는 문선은 李善이란 사람이 注를 붙인 판본이 유행하거니와, 그 분량이 만만치 않아 讀破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언젠가 내가 쓴 적이 있다고 기억하거니와, 나에게는 각종 文選 원본과 교주본, 주석본만 해도 5종 이상이 있다. 이는 내가 그만큼 이에 문선에 관심이 지대했기 때문이거니와, 크게 두 가지 이유였다.  

첫째, 문선은 결코 중국만의 유산이 아니요, 동아시아의 유산이라는 사실 때문이며

둘째, 역사 분야로 범위를 좁혀 이미 삼국시대에 그것이 널리 통용됐으며, 강수가 이미 이것을 토대로 공부를 했다고 하고, 실제 이 분야 직업적 학문종사자들도 이런 문선의 특징을 주목하지만, 내가 만난 그 어떤 직업적 학문종사자(역사학을 말한다)도 문선을 읽은 이가 없다는 데 따른 절망감 때문이었다.  

문선을 읽어보지도 않은 者들이 문선을 떠드는 이 작태에 나는 구토가 났다.

아울러 삼국사기를 보면, 신라 독서삼품과 같은 데서는 爾雅도 교육했다고 하거니와, 이 이아도 모두가 아, 이아라는 옥편이구나 정도로만 생각하는가 하면, 심지어 이아가 어떤 문헌인지도 모르는 직업적 학문종사자가 태반이다.

한데 신라에서 교육했다는 이아는 그냥 이아인 줄로만 안다. 원문에 註疏가 잔뜩 달라붙은 爾雅인 줄은 꿈에도 모른다.  

미안하지만, 나는 이를 작태라고 부른다.

역사학이 교단에서 퇴출된다고 난리법석을 피지만, 내가 줄곧 이야기하지만 이런 꼴로는 퇴출이 아니라 아예 없애버려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떻게 신라에서 문선을 가르쳤다고 하는데, 그런 문선을 가르치지 않는가? 문선이 완역됐다고 했지만, 이런 문선을 볼 사람이 몇 사람이 되겠는가?  

내가 하도 기다린 문선이기에, 전질을 받자마자 18일 그날 당일로 나는 관련 기사를 송개했다.  

그래도 내가 진정 연구자라고 생각하는 몇 사람은 달랐다. 그 기사를 보자마자 한국고대사 전공인 김영관 청계천문화관장이 연락이 왔다. 전집을 사야겠다고.  

인터넷 기사를 전혀 보지 않는 인하대 서영대 교수에게는 내가 일부러 전화를 했다.

“선생님, 문선이 완역됐는데 사실 거죠? 제가 출판사하고 얘기했는데 좀 싸게 해 준답니다”  

그랬더니 서 교수는 역시나 그게 나왔냐고 놀라면서 즉각 사겠다고 했다.  

김 박사는 나와 동년배라 예외라 한다 해도, 환갑을 앞둔 서 교수는 내가 정말로 존경하는 사람이다.  

내가 만난 한국고대사의 직업적 학문종사자 중에 나는 나보다 책 많이 읽는 유일한 사람이 저 서 교수다. 저런 사람이 진정한 나의 선생이다.  

앞으로 나는 이 《문선역주》를 읽어가며 그때그때의 단상을 적으려 한다.


,,,,,,,,,,,,,,,,,,,,,,,,,,,,,,,,,,,,,,,,,,,,,,,,,,,,,,,,,,,,,,,,,,,,,,,,,,,,,,,,,,,,,,,

 

문선역주’ 완역 출간… 고려·조선시대 한문학 필독서

 

약 1500년 전 중국 남조 양(梁)나라 소명태자(昭明太子) 소통(蕭統·501~531)의 주도로 편찬된 문장 선집인 '문선(文選)'을 우리말로 완역한 '문선역주'(전 10권·소명출판)가 최근 출간됐다.

중국 고대 주(周)나라에서 남북조시대 양나라까지의 130여 작가 750여 편의 시문을 39종의 문체로 분류·수록한 '문선'은 고대 한문 문장의 모범 교과서로 인정받으며 '선학(選學·문선학)'이란 독립적인 학문분야까지 탄생시킨 고전이다. 처음에는 30권으로 편찬됐으나 당(唐) 고종 때 이선(李善)이 방대한 주석을 곁들여 60권으로 재편집했다. 송(宋)나라 때 "'문선'에 익숙해지면 과거에 절반은 급제다"라는 속담이 유행할 정도로 지식인의 필독서로 뽑혔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라의 삼국통일 이전에 전래돼 고려와 조선에서 널리 읽혔다. '삼국사기'에는 강수가 '문선'에 능통해 한문으로 된 외교문서를 능수능란하게 지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우리 고대 한문 문장을 집대성한 '동문선(東文選)'도 조선 초기 서거정이 '문선'의 체제를 본받아 펴낸 것이다.

'문선'은 이 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방대한 양과 난삽한 내용 때문에 한글 완역본이 나오지 못했다. 그러다 허성도(중문학) 서울대 교수가 지난 2006년 교내 인문대 중국어문학연구소장 재직 시절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분야 기초연구과제로 선정된 '문선역주 사업'을 맡은 것이 계기가 돼 완역이 이뤄졌다. 서울대 중국어문학총서로 나온 '문선역주' 번역에는 김영문·김영식·양중석·염정삼·강민호씨 등 서울대 중문과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거나 수료한 5명의 연구자가 참여했다. 지난 2008년 12월말까지 2년6개월의 기간이 소요된 사업 기간에 '문선' 역주팀이 번역한 양만 색인을 포함해 원고지 2만5000장에 달했다. 서울대 중문과의 류종목·송용준·오수형·이영주 교수 등이 교열을 맡았다.

'문선' 한글 완역본은 지금까지 나온 '문선' 판본 중에서 가장 선본에 속하는 호극가본(胡克家本) 이선주(李善注)를 바탕으로 서울대 규장각본의 원문을 대조해 번역했다. 한문 각주는 이선주(李善注)와 오신주(五臣注) 및 이 둘을 합친 육신주(六臣注)를 주로 참조했으며 지금까지 중·일·대만 등에서 나온 '문선'의 현대어 번역본을 모두 참조해 문맥상 가장 타당한 학설을 취합했다. 기존의 역주본이나 각 국의 현대어 번역본에서 미흡하거나 오류로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논리를 기반으로 새로운 학설을 제시했으며 상세한 각주와 해설을 붙여 고대 한문의 어휘와 전고(典故)의 유래를 풀이한 것이 이번 완역본의 특징이다.

색인편인 마지막 10권에는 '문선' 모든 구절의 검색을 가능케 하는 한자 부수별 색인이 수록돼 있어 방대한 '문선'의 전체 원문을 쉽게 찾아 볼 수 있게 돕는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