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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길 위의 스마트폰'은 흉기다.

굴어당 2013. 1. 17. 09:39

[발언대] '길 위의 스마트폰'은 흉기다

박희종 세이프키즈코리아 대표·관동대 총장

연기자 이모씨는 촉망받던 단거리 육상 선수였다. 어느 날 이어폰으로 음악을 감상하며 버스에서 내리던 그는 오른쪽에서 달려오던 자동차의 경적을 듣지 못한 채 무심코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다 차에 충돌했다. 순간 허공에 붕 떴다가 땅에 떨어져 척추를 다쳤고, 수개월간 병상에 누워 있었다. 재활 훈련을 거쳐 다시 뛸 수 있게 됐으나 이전 기록을 되찾지 못했다. 단 1초가 극복되지 않아서 결국 그는 육상 선수의 길을 포기했다. 그가 이어폰을 끼지 않았더라면 그의 삶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길을 걸으면서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문자를 주고받으며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듣는다. 특히 스마트폰 덕에 보행 중 인터넷 검색, 게임, 동영상 시청, 음악 감상을 즐기는 청소년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멀티 태스킹'이 길거리에서 보행 중에도 이뤄지는 것이다. 같은 시간에 두 가지 일을 해내니 효율적일 듯하지만, 대단히 위험하다. 걸을 땐 온전하게 정면 길을 응시하고 좌우를 살펴보고 뒤쪽의 소리도 감지해야 하는데, 정반대인 '산만 보행(distracted walking)'을 하기 때문이다. 걷기에 집중하지 못한 탓에 결국 치명적인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다.

세이프키즈 미국 법인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보행 중 사상 어린이는 절반가량으로 줄었지만 연령별로 살펴보면 10대는 오히려 증가했다. 우리도 비슷하다. 2005년에는 1~9세 10만명당 사망자가 4.21명, 10~19세가 4.38명으로 비슷했으나 2011년에는 1~9세 1.65명, 10~19세 4.6명으로 10대 사망률이 1~9세 사망률의 3배가량이나 높게 나타났다.

우리 청소년 10명 중 8명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 전체 학생의 66%가 스마트폰을 쓰고 있으며 스마트폰 중독률이 성인(8%)보다 높은 11%다. 10대의 높은 사망률이 휴대 전자 기기 보급에 따른 '산만 보행'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어른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자녀가 성인이 되기 전에는 휴대전화를 사주지 말자. 이미 주었다면 다짐을 받자. 길을 걷다가 전화 오면 그 자리에서 서서 전화를 받고 끊은 다음 다시 걸어가도록. 어린이는 복사기와 같다. 어른의 행태를 보고 금방 흉내 낸다. 바로 어른인 당신부터 걸을 때 전자 기기를 쓰지 말자. 걸을 때는 걷기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