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唐詩 5만수 중 1천950수 뽑은 당시별재집 첫 완역>중문학자 서성 교수 6년간 작업 성과
<唐詩 5만수 중 1천950수 뽑은 당시별재집 첫 완역>
중문학자 서성 교수 6년간 작업 성과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전당시(全唐詩)는 제목처럼 중국 문학사에서 시의 황금기라 일컫는 당나라 시대를 살다간 사람들이 남긴 작품 전체를 모은 앤솔로지다.
이에 수록된 작품은 대략 5만수. 너무 방대해 이를 추린 선집은 이미 당나라 때 나오기 시작해 현재도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이 중에서도 청나라 전성기라는 건륭·가경 연간을 살다간 문학평론가 심덕잠(沈德潛.1673~1769)이 엮은 당시별재집(唐詩別裁集)은 전당시 5만수의 4% 정도에 해당하는 1천950수를 가려뽑은 당시선집의 대표작 중 하나다.
한국에서 당시선집으로 널리 읽힌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나 일본에서 인기 있는 당시선(唐詩選.500수)과는 우선 분량이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만큼 당시의 명품을 망라한다.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학술명저번역총서’ 동양편에 포함된 이 당시별재집을 한 중문학자가 6년에 걸친 고투 끝에 전체를 온전히 번역해 냈다.
서성(徐盛.54) 열린사이버대 교수. 중국학 중에서 전공이 무엇이냐 물으면 자기 스스로도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할 정도로 다양하다. 한시 번역을 많이 했지만 소설 삼국지에도 미쳐 있다시피 하다.
그는 이력이 이채롭다. 홍익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지 한참이나 지난 1989년 고려대 중문학과 3학년으로 편입해 들어갔다. 이후 이곳에서 석사를 마치고 1995년 베이징대학에 유학해 2001년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귀국했다.
여러 중국 한시 번역서를 낸 이력을 바탕으로 이번에 당시별재집까지 완역한 그는 대학원 시절에 이미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기겠다는 뜻을 품었다고 한다. 그는 1991년 고려대 대학원시절 대학원도서관 안쪽 서가에 꽂힌 1930년대 저명 중국시인 일본 번역서를 보고는 “그 옆에 한국어 역본을 세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번역은 글자의 번역이 아니라 문명의 번역”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한 권의 고전을 번역한다는 것은 때로 하나의 문명을 번역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이런 자세로 당시별재집도 번역했다는 것이다.
이 시집은 한시 형식별로 보면 오언고시·칠언고시·오언율시·칠언율시 각 4권, 오언장율 2권, 오언절구·칠언절구 각 2권으로 전체 20권 분량이다. 시체별 작품 수록 숫자는 오언고시 387수, 칠언고시 266수, 오언율시 450수, 칠언율시 346수, 오언장율 157수, 오언절구 134수, 칠언절구 210수.
수록 작가별 상위 랭킹 10위권을 보면 두보가 255수로 압도적으로 많고 이백 140수, 왕유 104수, 위응물 63수, 백거이 61수, 잠삼 58수, 이상은 50수, 한유 43수, 유종원 40수, 맹호연 36수로 이들이 전체 45%를 차지한다.
이번 완역본은 전 6권인데 마지막은 색인이다.
번역대본은 1975년 중화서국(中華書局)에서 영인한 청대 교충당(敎忠堂) 간행본(1763)이라고 한다.
소명출판. 각권 430-705쪽, 권당 3만1천-5만1천원(부록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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