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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 '安重根기념비' 뽑힌 채 사라져

굴어당 2013. 7. 15. 10:30

블라디보스토크 '安重根기념비' 뽑힌 채 사라져

  • 블라디보스토크·하얼빈·다롄=최연진 기자
  • [대학생 탐방단, 安의사 독립운동 발자취 추적하다 발견]

    2002년 서울보건신학연구원이 安의사 長征시작 기려 만든 것… 기념비 거치대·철근만 남아
    투먼 독립군 전투기념비도 공사장 한쪽에 방치된 상태
    충격적 모습 목격한 학생들 "독립투사 흔적 초라해 안타까워"

    "앗, 비석이 없어졌어요! 분명히 이 자리가 맞는데…."

    지난 7일 오후 3시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주립의과대학교 안의 조그만 공터. 안중근 의사의 독립운동 발자취를 따라 이곳을 찾은 한국 대학생 27명은 텅 빈 기념비 자리를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대학생들을 인솔한 안중근의사숭모회 관계자들 역시 현장을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곳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로 약 1m, 세로 약 2m(지지대 포함) 크기의 '안중근 의사 기념비'가 세워져 있었다. 2002년 서울보건신학연구원이 블라디보스토크 주립의대와 협정을 맺으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독립운동을 한 안 의사를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화강암으로 만든 비석엔 '인류의 행복과 미래, 민족의 영웅, 안중근 의사'라는 글귀가 초록색으로 새겨져 있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주립의과대학 캠퍼스에 2002년 세워졌던‘안중근 의사 기념비’(위)가 지금은 온데간데없이 흔적(아래)만 남아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주립의과대학 캠퍼스에 2002년 세워졌던‘안중근 의사 기념비’(위)가 지금은 온데간데없이 흔적(아래)만 남아 있다. 기념비는 작년 철거된 것으로 추정된다. /안중근의사숭모회 제공
    하지만 이날 대학생들은 기념비 대신 철근 두 개가 흉물스럽게 솟아 있는 기념비 지지대만 물끄러미 쳐다봐야 했다. 기념비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해외 독립운동을 연구하는 일부 학자 등에게만 알려졌으며 누가 어디로, 왜 기념비를 옮겼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함께 현장을 찾았던 오영섭(52) 연세대 교수는 "러시아 정부의 허가를 받아 독립운동 기념 시설을 세워야 하고 매일같이 관리하러 올 수도 없는 처지이다 보니, 기념비가 소리 소문 없이 철거돼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곧바로 알지를 못한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대학생들은 안 의사가 1907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독립운동을 시작해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哈爾濱)역에서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고, 이듬해 3월 중국 다롄(大連)시에 있는 뤼순(旅順)감옥에서 순국할 때까지의 발자취를 따라 지난 5일부터 8박9일간 독립운동 사적지들을 탐방했다.

    
	해외 안중근 의사 기념비 있는 곳.
    안 의사 기념비가 철거된 것을 확인한 다음 날, 탐방단은 독립군이 일본군을 상대로 첫 승리를 거뒀던 중국 투먼(圖們)시 봉오동(鳳梧洞) 전투 승전지를 찾았다. 탐방단은 이곳에서도 전투기념비가 공터 한쪽에 방치돼 있는 것을 목격해야 했다. 관리사무소 측은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중이어서 잠시 뽑아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탐방단원 진수련(20·숙명여대 경영 2)씨는 "목숨을 바쳐 나라를 위해 힘쓴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이 이렇게 초라한 모습이어서 너무 안타깝다"며 고개를 떨궜다.

    탐방 8일차, 탐방단은 안 의사가 '동양평화론'을 집필하며 끝까지 독립운동 의지를 불태웠던 뤼순감옥을 찾았다. 안 의사가 마지막 순간까지 사용했던 독방, 순국한 자리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안 의사의 유해가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감옥 인근 유해 발굴터에는 몇년 전부터 아파트 등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이 이름 없이 죽어간 자리에서 학생 대표 이용중(33·국민대 대학원)씨는 "희미해져 가는 독립운동의 흔적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탐방단장인 이영옥(67)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대학생들이 안 의사가 갔던 길을 그대로 따라가며 잊혀가는 독립운동 정신을 다시 깨우치게 된 것 같다"며 "안 의사의 정의로운 행동을 본받아 학생들도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현대적 의미의 의사(義士)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