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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人] 헐값에 나온 조선 최초 금속활자, 집 한 채 값 주고 사들인 古書 수집가
굴어당
2013. 9. 6. 08:52
[추억人] 헐값에 나온 조선 최초 금속활자, 집 한 채 값 주고 사들인 古書 수집가
조병순 성암고서박물관장 별세
/이덕훈 기자
경기 평택 출신인 고인은 한양공업전문대 건축공학과를 수료했고,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6·25 전쟁 이후 귀한 고서들이 장판지로 쓰이며 홀대받는 것을 본 뒤, 건축 사업을 하면서 고서 수집에 뛰어들었다.
어느 정도 재산을 모은 1962년 서울시청 인근의 6층 빌딩을 팔아 '수집 자금' 5000만원을 마련했고, 안목을 키우기 위해 쉰을 넘긴 1970년대 초 태동고전연구소에서 한학을 배웠다. 이후 종이와 인쇄 상태만 보고서도 연대를 알아맞히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1974년 서울 태평로에 개관한 성암고서박물관은 국보 3점, 보물 17점 등 고서 3만권과 고문서·활자 5만점을 소장한 국내 대표적인 고서 박물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방대한 자료를 연구해 '우리 인쇄 문화의 궤적을 하나씩 밝혀냈다'는 평을 들었다. 1984년 이 박물관 소장 고려본 '삼국사기'를 연구해 기존의 오자를 바로잡은 '증수보주삼국사기'를 발간했고, 1993년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일 가능성이 있는 '삼장문선'을 공개했다.
2003년 중국·일본 학자들에게 맞서 세계 최고(最古) 목판본 '다라니경'이 신라에서 만들어졌음을 고증했으며, 2004년에는 이 박물관 소장 '대화령국장'이 발해 대장경임을 밝혀 중국의 동북공정에 반박했다.
헐값에 산 활자가 조선 최초 금속활자인 '계미자(癸未字)'임을 알고 '우리 귀중한 문화유산을 이렇게 다뤄선 안 된다'는 생각에, 다시 집 한 채 값을 지불한 일도 있었다. 기자가 이 일을 묻자 "내가 죽은 다음에나 신문에 쓰라"며 손사래를 쳤었다.
한국서지학회 회장과 한국박물관회 이사를 지냈으며, 국민훈장 목련장(1981)과 한국출판문화상(1985), 동숭학술공로상(2002) 등을 받았다. 유족은 아들 동기(태성개발 대표이사)·영기(성암고서박물관 상임이사)·왕기(조왕기내과 병원장)씨 등 3남1녀와 사위 이규완(우리들병원 명예원장)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발인은 7일7시. (02) 2258-5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