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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정약용·양보쥔까지 이 책 안에 다 있소"

굴어당 2014. 12. 2. 10:48

 

"주자·정약용·양보쥔까지 이 책 안에 다 있소"

성백효 고전번역원 명예교수 '맹자집주 부 안설' 펴내… 학자 해석에 자신 생각도 붙여
3일 인사동서 고희 기념 書展

성백효(70) 한국고전번역원 명예교수는 1965년부터 12년간 고향인 충남 예산과 서당이 있던 부여에서 한학(漢學)을 공부하면서 9900㎡(3000평)가량 벼농사를 지었다. 주경야독(晝耕夜讀)은 고되기만 했다. "낮에 일하다 보면 밤에 글 읽기는 어려웠어요. 글공부는 겨울에야 가능했죠."

건조기도 없던 시절, 초겨울 날씨에 수분 14% 이내로 벼를 말리는 일부터 만만치 않았다. 농민들은 농촌 지도자로 활동하던 성 교수에게 달려가 고민을 호소했다. 그는 "보관 창고나 수송 수단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곡식을 거두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경험은 훗날 '맹자(孟子)' 해석에도 영향을 미쳤다.


	성백효 한국고전번역원 명예교수는“지금도 강의가 없으면 하루의 3분의 2는 번역 작업에 쏟는다”고 말했다.
성백효 한국고전번역원 명예교수는“지금도 강의가 없으면 하루의 3분의 2는 번역 작업에 쏟는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성 교수가 최근 '맹자집주(孟子集註) 부(附) 안설(按說)'(한국인문고전연구소)을 냈다. 주자(朱子)의 집주는 물론, 다산 정약용과 현대 중국의 양보쥔(楊伯峻) 등 여러 학자의 해석을 비교 검토한 뒤 성 교수 자신의 생각을 담았다. 책 제목도 '안설(자신의 생각을 풀어 쓴 말)'을 붙였다고 해서 '부 안설'이다. 원문과 주자의 주석, 안설까지 합쳐 922쪽에 각주만 961개에 이른다.

성 교수는 1990년 '논어집주'를 시작으로 '맹자' '대학' '중용'까지 주자의 사서집주(四書集註)를 모두 번역했다. 그는 전북 익산과 충남 부여의 서당에서 공부하고 1977년 민족문화추진회(지금의 한국고전번역원) 부설 국역연수원에 들어가 고전번역원 교수를 지냈다.

하지만 그도 주자와 정약용 같은 선학의 풀이가 부딪칠 때에는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테면 맹자 '양혜왕상(梁惠王上)' 3장의 구절을 두고 정약용은 "개와 돼지가 사람 먹을 양식을 먹는데도 곡식을 거두어들일 줄 모른다"고 해석했다. 반면 주자는 "개와 돼지가 사람의 양식을 먹는데도 단속할 줄 모른다"고 보았다. '검(檢)'이라는 한 글자를 두고 '거두다'(정약용)와 '제재하다'(주자)로 해석이 나뉜 것이다.

책에서 성 교수는 "풍년에 곡식을 거둬 흉년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는 해석은 얼핏 편리하게 보여도 실제로 시행하기는 까다롭다"면서 "'단속할 줄 모른다'로 풀이한 주자의 해석이 타당하게 보인다"고 밝혔다.

이처럼 성 교수는 여러 학자의 음독(音讀)과 자구 풀이를 비교 분석했지만, 때로는 자신의 과거 번역을 수정한 대목도 명기해 놓았다. 그는 "고전 번역은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여러 번 읽으면서 뜻을 되새기고 고치는 일이 모두 번역 과정"이라고 했다. 오는 3~9일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는 그의 고희(古稀)를 기념하는 서전(書展)도 열린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