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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엔터테이너로서의 중국 고대 기녀' 권응상 지음 소명출판

굴어당 2015. 1. 2. 20:37

 

 

멀티 엔터테이너로서의 중국 고대 기녀

저자
권응상 지음
출판사
소명출판 | 2014.12.20
형태
판형 규격外 | 페이지 수 289 | ISBN
ISBN 10-1185877843
ISBN 13-9791185877846
정가
20,000
신간 '멀티 엔터테이너로서의 중국 고대 기녀'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기녀(妓女)는 예술인으로서 역사적 조명이 다양하게 이뤄져 왔음에도 이름에서 풍기는 선정성 탓에 여전히 평가절하되곤 한다. 기녀를 문학예술인으로 보기보다 '유흥가 종업원'으로만 치부하는 시각이 그렇다.

중국문예사에서도 문학과 예술은 사대부 문인의 풍류나 취미로 간주됐다. 그에 대한 연구도 대부분 사대부 작가와 작품 중심으로 이뤄졌다. 문예 발전과 변화 과정에서 기녀들이 작지 않은 역할을 했음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중문학자 권응상 박사는 중국 문예 발전의 대표 시기였던 당(唐)·송(宋)·원(元)대 기녀의 역할을 '멀티 엔터테이너'라는 관점에서 재조명했다. 신간 '멀티 엔터테이너로서의 중국 고대 기녀'(소명출판)는 그런 연구의 결과물이다. 

시(詩)가 흥했던 당대, 시가 사(詞)라는 새로운 운문 양식으로 변화한 송대, 산곡(散曲)이라는 운문 양식과 잡극(雜劇)이라는 공연예술이 발전한 원대는 명실상부 중국 예술의 최고 융성기로 꼽힌다. 

이 시기 기녀들은 당대의 시와 송대의 사, 원대의 산곡을 창작하고 노래한 시인이자 가수였고 공연예술에서는 배우로 무대에 서기도 했다. 저자는 당~원대 문예계 변화와 발전을 논하면서 기녀의 역할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저자는 당시 문화를 주도한 사대부 문인과 기녀들이 협력하고 교감한 점에 주목한다. 비록 신분 격차는 컸으나 기녀와 문인은 필요에 따라 서로 문예행위를 비평하고 조언하면서 끈끈한 감정을 나눈 동지였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기녀의 예술성에 대한 문인의 비평은 기녀의 직업적 생명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문인 역시 기녀의 평가를 무시할 수 없었다. 문인의 작품에 대한 기녀들의 평가가 문인의 명성을 좌우할 만큼 문예계에서 기녀들의 영향력도 막강했다.

심지어 당나라 최고 시인 백거이(白居易)도 자신의 시가 전국적으로 유행한 데 기녀들의 역할이 컸음을 인정하며 이렇게 말했을 정도라고 한다.

"다시 장안에 왔을 때 또 듣기를, 우군사 고하우가 기녀를 초빙하려고 하자 그 기녀가 크게 자랑하며 '나는 백학사(백거이)의 '장한가'(長恨歌)도 외우는데 어찌 다른 사람과 같겠소?'라고 했고, 이로 말미암아 값이 올라갔다고 합니다."(104쪽)

저자는 "이제까지 기녀에 대한 논의는 사대부 문인 입장에서 미화된 로맨스 정도로 취급돼 기녀의 문학예술사적 역할과 가치는 도외시돼 왔다"며 "기녀는 문학예술사의 중심에 있었던 사대부 문인과 교감을 주고받으며 중국의 문학예술 수준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289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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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엔터테이너로서의 중국 고대 기녀』는 사대부 문인의 풍류 취미 혹은 그 문학예술 작품 속의 피조물로 인식되어온 중국 고대 기녀(妓女)를 문예계의 주도적 한 계층 혹은 능동적 문예창작 집단이라는 관점에서 그 성격과 의의를 고찰한 것이다. ‘기녀’라는 말이 갖고 있는 선정성이나 진부함 등으로 인해, 21세기에 접어든지 한참인 지금도 여전히 기녀를 문학예술이라는 제법 고상한 영역에 발을 들여 놓기가 쉽지 않게 만든다. 주지하듯이 현재 중국의 문학예술 연구는 대부분 사대부 문인 중심의 작가와 작품에 치중되어 있다. 중국문예사에서 이러한 사대부 문인이 중심적 역할을 했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나 또 그 발전과 변화의 과정에서 결정적 혹은 적지 않은 역할을 한 또 다른 주체가 기녀들이라는 생각을 밝히고 있다.

 

저자 : 권응상
저자 권응상(權應相, Kwon, UengSang)은 1962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초·중·고를 다녔고, 영남대학교 중문학과를 거쳐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徐渭의 [四聲猿] 硏究」, 1988)와 박사학위(「徐渭 文學論 硏究」, 1993)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가톨릭대학교, 상명대학교, 세종대학교, 한국방송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하고, 1994년 대구대학교 중국어중국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2000년 한국학술진흥재단 해외파견 교수로서 중국 蘇州大學 訪問學者로 있었으며, 2010년에는 미국 Murray State University에 Visiting Scholar로 있었다. 논문으로는 「元代 戱曲論 硏究」(1994), 「중국 고전 희곡배우의 성격규명을 위한 시론」(1995) 등 다수의 중국고전희곡 관련 연구, 「唐代 妓女-시인과 시가전파자로서의 만능 엔터테이너」(2002), 「송대 기녀의 문학 예술적 역할 규명을 위한 시론:詞의 형성과 발전을 중심으로」(2008) 등 이 책의 모태가 된 다수의 기녀 관련 연구, 「양귀비 이야기의 [梧桐雨]와 [長生殿]에서의 변용:雜劇과 傳奇의 양식적 특징 규명을 위한 시론」(2006), 「유삼저(劉三姐) 이야기의 형성과 그 문화사적 의미」(2013) 등 다수의 이야기 관련 연구, 「최근 중국 곤곡현상(崑曲現象)에 대한 평가와 전망」(2011), 「예술과 산업으로서의 중국 실경무대극(實景舞臺劇)에 대한 평가와 전망」(2011) 등 다수의 최근 중국공연예술에 관한 연구가 있다. 저서로는『서위 희곡 연구』(연극과인간, 2000),『徐渭의 삶과 詩文論』(중문, 1999),『中國 詞曲의 理解』(중문, 1995) 등의 학술서를 비롯하여 다수의 대학교재가 있다.

 

 

 

 

중국문예사 속에서 당 송 원 시대는 중국의 문학예술이 그 생동감을 유지하면서 계속 변화 발전하는 시기였다. 그 시대의 시 사 산곡 같은 운문 장르와 가무희, 강창, 송금잡극, 원잡극 등의 공연 장르는 그 변화와 발전의 징표이다. 특히 시가로 대표되는 당대는 운문문학의 황금기이고, 원잡극으로 대표되는 원대는 공연예술의 황금기인데, 두 조대 사이에 낀 송대는 사로써 당대의 운문문학 장르를 확장시키고, 소희로 대표되는 여러 강창과 송금잡극으로써 공연예술의 황금시대를 예비한 조대이다. 이러한 시기의 기녀들은 각 시대의 여러 문예 장르를 두루 섭렵한 멀티 엔터테이너였다. 그냥 지나쳐버려서는 안될 중국문예사의 조각들인 기녀를 다룬 ≪멀티 엔터테이너로서의 중국 고대 기녀≫(소명출판, 2014)가 출간되었다.

멀티 엔터테이너로서의 기녀
일반적으로 멀티 엔터테이너라고 하면 다방면에 능한 연예인을 지칭한다. ‘entertainer’가 ‘예능인’ 정도로 번역될 수 있지만 그 어원이 되는 ‘entertain’의 본래 뜻이 ‘(손님)을 접대하다’ 또는 ‘즐겁게 하다’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예능의 본래 의미는 사람을 접대하면서 즐겁게 하는 것이니, 이러한 엔터테이너의 특성은 바로 기녀의 직업적 특성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기녀의 사회적 신분은 노예와 같이 증여되고 매매되기도 했으며, 한번 기적(妓籍)에 이름이 오르면 세습되는 최하층 신분이었지만 그들이 보여준 재능과 만들어 놓은 문화는 결코 요즘의 엔터테이너에 뒤지지 않는다. 기녀들은 재치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잘 하는 지적인 ‘개그맨’이었고,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였다. 그리고 직접 노래의 가사를 쓰는 ‘시인’이기도 했고, 또 때로는 유행 음악을 잘 선택하여 노래로 만드는 ‘작곡가 겸 편곡가’였다. 그리고 춤을 추는 ‘무용가’였으며, 기본적으로 악기를 연주할 줄 아는 ‘연주가’였으며, 또 때로는 글씨와 그림에도 능한 ‘서예가’이자 ‘화가’였다. 아마 당시에 영화나 드라마 같은 장르가 있었다면 당연히 이들의 주 활동영역이 되었을 것이니, 실제로 기녀는 중국 고대 공연예술의 연예인(演藝人)이었다.

이 책은 사대부 문인의 풍류 취미 혹은 그 문학예술 작품 속의 피조물로 인식되어온 중국 고대 기녀(妓女)를 문예계의 주도적 한 계층 혹은 능동적 문예창작 집단이라는 관점에서 그 성격과 의의를 고찰한 것이다. ‘기녀’라는 말이 갖고 있는 선정성이나 진부함 등으로 인해, 21세기에 접어든지 한참인 지금도 여전히 기녀를 문학예술이라는 제법 고상한 영역에 발을 들여 놓기가 쉽지 않게 만든다. 주지하듯이 현재 중국의 문학예술 연구는 대부분 사대부 문인 중심의 작가와 작품에 치중되어 있다. 중국문예사에서 이러한 사대부 문인이 중심적 역할을 했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나 또 그 발전과 변화의 과정에서 결정적 혹은 적지 않은 역할을 한 또 다른 주체가 기녀들이라는 생각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중국의 문학예술을 연구하면서 그 변화와 발전 과정에서 기녀라는 존재가 홀시할 수 없는 역할을 했으며, 특히 중국의 문예가 변화하고 발전하던 당(唐), 송(宋), 원(元) 시대에 그 역할이 더욱 두드러졌음을 밝히고 있다. 당대(唐代)는 시(詩)가 극성했던 시기이고, 송대(宋代)는 시가 다시 사(詞)라는 새로운 운문양식으로 변화하면서 일시를 풍미했던 시기이며, 원대(元代)는 또 산곡(散曲)이라는 운문양식과 잡극(雜劇)이라는 공연예술이 흥성했던 시기이다. ‘당시(唐詩)’, ‘송사(宋詞)’, ‘원곡(元曲)’으로 개괄되는 이 시기의 문예계에서 기녀는 그 변화와 발전에 상당한 혹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기녀들은 당대의 시와 송대의 사, 원대의 산곡을 창작한 시인이자 그것을 노래한 가수였다. 또 당송대 여러 공연예술의 퍼포먼스를 담당한 배우였으며, 중국고전희곡을 대표하는 원잡극의 배우이기도 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 시기 문예계의 변화와 발전을 논하면서 기녀의 역할을 외면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기녀를 위한 변명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당시 문화주도층이라 할 수 있는 사대부 문인과의 협력과 교감이다. 기녀와 문인은 상호 필요에 의해 각자의 문예행위를 비평하고 조언하는 동지였으며, 일반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끈끈한 감정을 교류하기도 했다. 백거이(白居易)의 시로 인해 죽음을 택한 당대 기녀 관반반(關盼盼), 좌천되어 객지를 떠도는 대문호 소식(蘇軾)의 진정한 지기였던 송대 기녀 조운(朝雲), 중국희곡사상 가장 빼어난 극작가라 일컬어지는 원대 관한경(關漢卿)과 잡극배우 주렴수(珠簾秀)의 교감 등은 그 대표적 예이다. 신분과 처지가 다르고 삶의 목표나 방법도 달랐지만 문학예술인으로서의 고민과 감정을 상호 공유하는 부분이 많았으니, 양자는 일반인에 비해 감성이 풍부했을 뿐 아니라 양자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어야 하는 입장이었다. 즉, 기녀는 ‘청루(靑樓)’를 집으로 삼고, 문인은 ‘사해(四海)’를 집으로 삼아 전자는 생계를 위해, 후자는 입신양명을 위해 동분서주했으므로 비록 추구하는 것은 양극단이지만 그들의 운명과 조우는 상호 유사점이 많았던 것이다. 따라서 양자는 서로 자신을 이해해 주는 이성친구로 여기면서 정신적 교감을 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당시의 문학예술도 깊어지고 넓어졌으니, 중국문예사에서의 기녀들의 영향과 역할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능동적인 문예 주체자라는 관점에서 기녀의 문예사적 정체성을 찾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중국문예사에서 역외자(域外者)로 외면되어 온 비천한 신분의 기녀들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이어지기를 바라며, 중국문예사를 보다 객관적이고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녀들이 있어서 중국문예계는 더욱 다채로웠다. 문화주도층이라고 하는 사대부 문인에게 이들의 존재는 친구이기도 했고 동업자이기도 했다. 두 존재가 만들어 낸 여러 문예 성찬들은 이제까지 의심 없이 사대부 문인이 다 차렸다고 여겨지곤 했다. 그들의 솜씨로 보이지 않는 것들은 애써 외면해 왔다. 이 책을 계기로 이 문예 성찬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기녀들의 엔터테인먼트에 대해서도 눈길을 주고 고개를 끄덕여주잔 말이다. 그것이 힘들게 버텨내며 중국문예계의 고운 꽃을 피우고 빛나는 별을 만든 기녀들의 지난 삶에 가장 큰 위로일 것이다.

[교보문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