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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 선비의 책 사랑… 책거리(책과 여러 기물을 그린 그림)를 유행시켰다.-'한국의 채색화' 낸 정병모 교수

굴어당 2015. 3. 6. 00:29

 

朝鮮 선비의 책 사랑… 책거리(책과 여러 기물을 그린 그림)를 유행시켰다

-'한국의 채색화' 낸 정병모 교수
해외 곳곳 흩어진 873점 총망라… 특히 18~19세기 책거리에 주목

정조, 왕권 강화하기 위해 어좌 뒤 책거리 병풍 세워놓기도


	정병모 경주대 교수.
조선 제22대왕 정조(正祖·1752~1800)는 지독한 책벌레였다. 1791년 그는 창덕궁 어좌 뒤에 있던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를 치우고 책거리 병풍을 세우라고 명한다. "서재에 들어가 책을 만지기만 해도 기쁜 마음이 솟는다. 경들은 그렇지 아니한가?"

왕이 좋아한 책거리는 곧 시중에 대유행했다. 고관대작이 앞다퉈 병풍을 집에 들였고, 19세기 후반에는 민화의 단골 소재가 됐다. 책거리는 왕에서부터 서민까지 만인의 사랑을 받았다. "책을 주인공으로 한 그림이 집중적으로 유행한 건 세계 유례가 없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책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는 거죠. 상류층은 책거리에 중국 도자기 등을 진열해 골동 취미를 드러냈고, 서민들은 책거리 민화를 통해 출세와 행복을 염원했습니다."

해외 곳곳에 흩어진 우리 궁중회화와 민화를 찾아내 최상급 명품 873점의 도판을 싣고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책이 나왔다. 정병모(56·사진) 경주대 교수가 4일 펴낸 '한국의 채색화-궁중회화와 민화의 세계'(전 3권·다할미디어). 국립고궁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 등 국내 30여개 소장처를 비롯해 프랑스 기메동양박물관, 독일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 일본 민예관, 미국 필라델피아박물관 등 해외 20여개 소장처의 작품을 총망라했다. 윤범모 가천대 교수, 이원복 경기도박물관장, 피에르 캄봉 기메동양박물관 수석 큐레이터 등이 편집위원을 맡고, 도판 해설에만 국내외 학자 19명이 참여했다.

정 교수는 "우리 채색화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기 위해 우리 손으로 만든 최고의 명품 도록이 필요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1975년 일본 고단샤에서 출간한 '이조 민화(李朝の民畵)' 이후 이렇다 할 책이 없었다는 것. 책의 방점도 '한국 채색화의 재발견'에 찍혔다. 고급스럽고 화려한 궁중 장식용 병풍 그림(궁중 회화)과 서민화가가 그린 자유롭고 해학적인 그림(민화)을 '채색화'라는 공통분모로 엮었다.

그는 "책에 실린 작품 대부분은 기존 '한국 회화사'에 소개되지 않은 그림"이라며 "원래 우리나라 회화는 고구려 고분벽화, 고려불화 등 채색화 전통이 강했으나 조선시대에 유교 때문에 검박한 수묵화·문인화가 주류를 이루면서 화려한 채색화를 폄훼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19세기 화가 강달수(姜達秀)가 그린 책거리 10폭 병풍.
19세기 화가 강달수(姜達秀)가 그린 책거리 10폭 병풍. 청색 바탕의 책거리 중 명품으로 손꼽힌다. 비단에 채색, 143×384㎝. 뉴욕 컬렉터가 소장했던 병풍을 최근 한국으로 들여왔다. /정병모 교수 제공
정 교수는 특히 책거리에 주목했다. 책을 비롯해 도자기·문방구 등 여러 기물을 그린 그림이다. 책거리 중 책가(冊架·서가)로만 구성된 그림이 책가도(冊架圖)다. 원조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개인 서재인 스투디올로(studiolo). 그는 "이탈리아에서 청나라를 거쳐 조선에 왔지만 한국적 그림으로 발전했다"며 "가장 한국적이면서 글로벌한 장르"라고 했다.

최근 국내외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전통회화도 책거리다. 2008년에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미와 학문(Beauty and Learning)'이란 제목으로 책거리 특별전이 열렸다. "정조가 책거리를 어좌 뒤에 설치한 건 학문으로 신하들을 다스리겠다는 선전포고였습니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고 자신도 암살 위협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고문(古文)의 중요성을 강조해 왕권 강화의 방편으로 활용한 거죠. 궁중 책거리가 음영법 등 서양화법으로 그려졌다면 민화의 책거리는 색동저고리처럼 알록달록하죠. 우리가 갖고 있는 색채 본능이 폭발한 겁니다."

산수화·인물화·화조화·문자도 등에 얽힌 스토리도 풍성하다. 책장마다 생생한 디테일의 작품 사진이 실물처럼 펼쳐진다. 제작비만 3억8000만원. 그는 "민화학자와 소장자, 작가들이 갹출해 열정으로 만들어냈다. 애니메이션, 게임 등 콘텐츠로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수 있는 보고(寶庫)"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