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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가이드 서울편 발표

굴어당 2016. 11. 10. 12:36

7일 저녁 9시 서울 서교동 중식당 '진진'. 저녁 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자리에 앉지 못하고 입구 밖에서 기다리는 손님만 10여 명이다. 한 시간을 기다려 자리에 앉았다는 김종훈(29)씨는 "오늘 미쉐린 스타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맛보러 왔다"면서 게살볶음·깐풍새우 등 세 접시를 한꺼번에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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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도 반한 사찰음식 - 조계종이 운영하는 사찰 음식점‘발우공양’에서 이스라엘 기업인과 국내 거래처 직원들이 연잎밥과 된장찌개를 먹고 있다. 고기와 오신채(파·마늘·부추·달래·무릇)를 넣지 않는 이곳 사찰 음식은 독특한 한국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는 외국인 사이에서 인기다. /박상훈 기자




세계적 식당 평가·안내서인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이 7일 발간됐다. 별점을 받은 식당 24곳을 포함, 식당 147곳이 실렸다. 별점을 받은 24곳 중 유달리 눈에 띄는 세 곳이 있다. 대부분 "비싸고 맛있다"는 선입관에서 벗어나지 않았지만, 이 세 레스토랑은 '세계 최고 수준의 가성비', 전문가도 잘 모르는 '숨은 맛집', 차별성 있는 사찰 요리로 '별'을 받았다. 주인공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 중식당 '진진'과 강남구 신사동 진주 향토음식점 '하모', 종로구 견지동 사찰음식점 '발우공양'.

[중식당 '진진' ★] 멘보샤 1만2000원… "서울서 가성비 최고"




식빵 사이에 새우를 넣고 튀긴 '멘보샤'
식빵 사이에 새우를 넣고 튀긴 '멘보샤'




중식당 진진은 지난해 1월 개업했다. 식당 단골들 사이에선 "넷이서 배부르게 먹고도 10만원이 채 넘지 않는 곳"으로 통한다. 요리의 맛과 재료의 질을 고려하면 놀라운 가성비다. 비결은 '평생 회원제'. 회비 3만원을 내면 평생 식사비를 20% 할인해준다. 회원가로 멘보샤 1만2000원, 깐풍기 1만4400원, 대게살볶음 1만6800원 등 3~4명이 나눠 먹기 충분한 요리를 2만원 이하에 먹을 수 있다. 특히 식사 메뉴 중 물만두의 경우 회원가가 5600원으로, 전 세계에서 미쉐린 별을 획득한 식당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쉐린 별을 받은 식당 중 최저가는 싱가포르 노점상 '홍콩 소야 소스 치킨 앤드 누들'의 간장조림닭고기로 약 3300원(4싱가포르달러)이다. 진진 오너셰프(주인 겸 조리장) 왕육성(62) 대표는 코리아나호텔 대상해, 플라자호텔 도원 등 유명 중식당 총주방장과 한국화교요리사협회 회장을 역임한 한국 중식계 원로 요리사. 왕 대표는 "짜장면·짬뽕·탕수육 말고도 무궁무진한 게 중화요리지만, 고급 호텔 중식당을 찾는 손님이 아니면 맛보기 어려웠다"면서 "식재료는 호텔과 같은 걸 쓰되 인테리어·서비스 인력을 최소화해 단가를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진주향토음식점 '하모' ★] 국내 전문가들도 잘몰랐던 숨은 맛집




경남 진주의 대표 음식 '육회 비빔밥'
경남 진주의 대표 음식 '육회 비빔밥'




진주 향토음식점 하모는 블루리본 서베이나 다이어리R등 국내 유명 레스토랑 가이드에도 소개되지 않은 '숨은 맛집'이다. 하모 박경주(58) 대표는 "미쉐린 평가원이 다녀갔다는 건 알았지만 그저 서울의 외식업계 전체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의 일환이라고 생각했지 경상도 음식을 하는 우리 식당이 별을 받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사람들이 '경상도 음식은 맵고 맛없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숨겨진 보물"이라며 웃었다. 시댁이 경남 진주로, 시어머니에게 진주 토속음식을 배웠다. 가늘게 썬 쇠고기를 얹은 '육회비빔밥', 당면이 들어가지 않고 각종 나물로 만드는 '조선잡채'가 대표 메뉴다. 양념이나 조리법이 강하지 않아 재료 자체의 맛을 살리는 데 주력한다. 간장이나 된장 등 장을 담그는 데 사용하는 콩도 직접 밭에서 생산한다. 육회비빔밥 1만 2000원, 헛제삿밥 1만원, 된장칼국수 8000원으로 역시 저렴한 편이다. 코스 메뉴는 2만 7000원부터.

[사찰음식 '발우공양' ★] 스님 위한 음식에서 세계인의 건강식으로




연잎밥을 중심으로 구성된 한상차림
연잎밥을 중심으로 구성된 한상차림




2009년 문을 연 발우공양은 낯선 사찰음식을 대중에게 소개해온 집이다. 고기는 물론 파·마늘·부추·달래·무릇 등 오신채(五辛菜)를 사용하지 않는다. 몸과 마음의 수련을 위해 신체 자극을 최소화한다는 취지의 오신채 금지가 외국 손님들에게는 오히려 주목 포인트가 됐다. 발우공양 이현경 매니저는 "스님들 건강을 생각해 고안됐지만 이제는 세계인 건강을 생각하는 음식이 됐다"고 했다. 그는 "외국 손님들이 '양념(오신채)이 강하지 않아 와인과 잘 페어링된다'고 종종 말한다"고 했다. 청국장·된장찌개 1만원, 능이버섯절집만두탕 1만5000원 등의 단품 메뉴와 3만5000원(점심)~9만5000원짜리 코스 메뉴가 있다.

[별 3개가 최고 등급… 식재료·요리기술·독창성 등 5가지 평가]




미쉐린 가이드




미쉐린 가이드는 식당을 별(스타)로 평가한다. 최고 등급인 별 3개는 '맛보러 일부러 여행을 떠날 만한 식당', 2개는 '멀리 찾아갈 만한 식당', 1개는 '음식이 훌륭한 식당'을 뜻한다. 식재료의 품질, 요리 기술의 능숙함, 요리사·식당만의 독창성, 가성비, 일관성이라는 5가지 평가 기준을 적용한다. 미쉐린 가이드 사업부 마이클 엘리스(Ellis) 인터내셔널 디렉터는 "한국인 평가원을 새롭게 뽑아 이들과 함께 미국·유럽·아시아에서 온 다양한 국적의 평가원들이 서울의 식당을 평가했다"고 했다. 미쉐린 측은 모두 몇 곳의 한국 식당을 취재했는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프랑스어 '미슐랭'으로 알려졌으나 미쉐린코리아는 영어 미쉐린으로 표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7일 저녁 9시 서울 서교동 중식당 '진진'. 저녁 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자리에 앉지 못하고 입구 밖에서 기다리는 손님만 10여 명이다. 한 시간을 기다려 자리에 앉았다는 김종훈(29)씨는 "오늘 미쉐린 스타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맛보러 왔다"면서 게살볶음·깐풍새우 등 세 접시를 한꺼번에 시켰다.

세계적 식당 평가·안내서인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이 7일 발간됐다. 별점을 받은 식당 24곳을 포함, 식당 147곳이 실렸다. 별점을 받은 24곳 중 유달리 눈에 띄는 세 곳이 있다. 대부분 "비싸고 맛있다"는 선입관에서 벗어나지 않았지만, 이 세 레스토랑은 '세계 최고 수준의 가성비', 전문가도 잘 모르는 '숨은 맛집', 차별성 있는 사찰 요리로 '별'을 받았다. 주인공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 중식당 '진진'과 강남구 신사동 진주 향토음식점 '하모', 종로구 견지동 사찰음식점 '발우공양'.

[중식당 '진진' ★] 멘보샤 1만2000원… "서울서 가성비 최고"

중식당 진진은 지난해 1월 개업했다. 식당 단골들 사이에선 "넷이서 배부르게 먹고도 10만원이 채 넘지 않는 곳"으로 통한다. 요리의 맛과 재료의 질을 고려하면 놀라운 가성비다. 비결은 '평생 회원제'. 회비 3만원을 내면 평생 식사비를 20% 할인해준다. 회원가로 멘보샤 1만2000원, 깐풍기 1만4400원, 대게살볶음 1만6800원 등 3~4명이 나눠 먹기 충분한 요리를 2만원 이하에 먹을 수 있다. 특히 식사 메뉴 중 물만두의 경우 회원가가 5600원으로, 전 세계에서 미쉐린 별을 획득한 식당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쉐린 별을 받은 식당 중 최저가는 싱가포르 노점상 '홍콩 소야 소스 치킨 앤드 누들'의 간장조림닭고기로 약 3300원(4싱가포르달러)이다. 진진 오너셰프(주인 겸 조리장) 왕육성(62) 대표는 코리아나호텔 대상해, 플라자호텔 도원 등 유명 중식당 총주방장과 한국화교요리사협회 회장을 역임한 한국 중식계 원로 요리사. 왕 대표는 "짜장면·짬뽕·탕수육 말고도 무궁무진한 게 중화요리지만, 고급 호텔 중식당을 찾는 손님이 아니면 맛보기 어려웠다"면서 "식재료는 호텔과 같은 걸 쓰되 인테리어·서비스 인력을 최소화해 단가를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진주향토음식점 '하모' ★] 국내 전문가들도 잘몰랐던 숨은 맛집

진주 향토음식점 하모는 블루리본 서베이나 다이어리R등 국내 유명 레스토랑 가이드에도 소개되지 않은 '숨은 맛집'이다. 하모 박경주(58) 대표는 "미쉐린 평가원이 다녀갔다는 건 알았지만 그저 서울의 외식업계 전체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의 일환이라고 생각했지 경상도 음식을 하는 우리 식당이 별을 받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사람들이 '경상도 음식은 맵고 맛없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숨겨진 보물"이라며 웃었다. 시댁이 경남 진주로, 시어머니에게 진주 토속음식을 배웠다. 가늘게 썬 쇠고기를 얹은 '육회비빔밥', 당면이 들어가지 않고 각종 나물로 만드는 '조선잡채'가 대표 메뉴다. 양념이나 조리법이 강하지 않아 재료 자체의 맛을 살리는 데 주력한다. 간장이나 된장 등 장을 담그는 데 사용하는 콩도 직접 밭에서 생산한다. 육회비빔밥 1만 2000원, 헛제삿밥 1만원, 된장칼국수 8000원으로 역시 저렴한 편이다. 코스 메뉴는 2만 7000원부터.

[사찰음식 '발우공양' ★] 스님 위한 음식에서 세계인의 건강식으로

2009년 문을 연 발우공양은 낯선 사찰음식을 대중에게 소개해온 집이다. 고기는 물론 파·마늘·부추·달래·무릇 등 오신채(五辛菜)를 사용하지 않는다. 몸과 마음의 수련을 위해 신체 자극을 최소화한다는 취지의 오신채 금지가 외국 손님들에게는 오히려 주목 포인트가 됐다. 발우공양 이현경 매니저는 "스님들 건강을 생각해 고안됐지만 이제는 세계인 건강을 생각하는 음식이 됐다"고 했다. 그는 "외국 손님들이 '양념(오신채)이 강하지 않아 와인과 잘 페어링된다'고 종종 말한다"고 했다. 청국장·된장찌개 1만원, 능이버섯절집만두탕 1만5000원 등의 단품 메뉴와 3만(점심)~9만5000원짜리 코스 메뉴가 있다.

[별 3개가 최고 등급… 식재료·요리기술·독창성 등 5가지 평가]

미쉐린 가이드는 식당을 별(스타)로 평가한다. 최고 등급인 별 3개는 '맛보러 일부러 여행을 떠날 만한 식당', 2개는 '멀리 찾아갈 만한 식당', 1개는 '음식이 훌륭한 식당'을 뜻한다. 식재료의 품질, 요리 기술의 능숙함, 요리사·식당만의 독창성, 가성비, 일관성이라는 5가지 평가 기준을 적용한다. 미쉐린 가이드 사업부 마이클 엘리스(Ellis) 인터내셔널 디렉터는 "한국인 평가원을 새롭게 뽑아 이들과 함께 미국·유럽·아시아에서 온 다양한 국적의 평가원들이 서울의 식당을 평가했다"고 했다. 미쉐린 측은 모두 몇 곳의 한국 식당을 취재했는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프랑스어 '미슐랭'으로 알려졌으나 미쉐린코리아는 영어 미쉐린으로 표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고자:김성윤양지호 본문자수:2570 표/그림/사진 유무:있음








별점 받은 24곳 중 한식당 14곳
조태권 회장 父女 합치면 '4스타'






7일 나온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은 아시아에서는 일본·중국(홍콩&마카오, 상하이)·싱가포르에 이어 네 번째, 전 세계 28번째다. 최고의 영예인 별 3개는 한식당 '가온'과 '라연'이 받았다. 별 3개는 "맛보러 일부러 여행을 떠날 만한 식당"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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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은 생활자기업체 광주요가 지난 2003년부터 운영해온 한식당으로, 한식 세계화 바람을 일으킨 곳으로 꼽힌다. 광주요 조태권 회장은 "별 3개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이 났다"며 "가온을 오픈해 한식을 세계에 알리고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노력한 지난 13년 세월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지나갔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이번 미쉐린 3스타는 세계 외식업계로 통하는 길이 뚫린 것"이라고도 했다. 가온 가격대는 저녁 코스 메뉴가 1인 18만~25만원 수준이다. 조 회장과 딸 희경씨가 경영하는 또 다른 한식당 '비채나'도 별 1개를 받았다. 비채나는 저녁 1인 8만8000~12만원.

지난 2013년 문 연 신라호텔 라연은 국내 호텔 식당 중에서는 유일하게 아시아 외식업계 관계자 300여 명이 투표를 통해 선정하는 '아시아 베스트 50 레스토랑'에 2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라연의 김성일 책임셰프는 "내년에 별 셋을 유지하려면 '한국 요리사의 뿌리는 결국 정통 한식'임을 잊지 않되 지금과는 다른 각오로 새로운 한식을 창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녁 1인 15만~23만원을 받는다.

서울에서 별점을 받은 식당 24곳, 별점 31개는 지난 2008년 일본 도쿄편의 식당 150곳, 별점 191개에는 한참 뒤지나, 지난 9월 발간된 중국 상하이편 식당 26곳, 별점 35개와 비슷한 수준이다. 별점을 받은 식당 24곳 중 한식당이 14곳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별 2개를 획득한 '곳간'과 '권숙수', 별 1개를 받은 '밍글스' '정식당' '이십사절기' 등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던 한식 계열이 10곳으로 강세를 보였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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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가이드가 뭐야?”
“세계 최고의 맛집들이라는데…”
그런데 이렇게 풀이하면 뭔가 이상하다. 7일 발표된 ‘미쉐린 서울’ 식당을 보면 별 하나를 받은 게장집이야말로 밥 두, 세그릇을 뚝딱 비우게 만드는 식당이고, 앞서 발표된 저가 식당 리스트에 냉면, 곰탕 등 맛있는 식당이 더 많다.

특히 별 셋을 받았다는 신라호텔 한식당 ‘라연’, 도자기 회사 광주요가 운영하는 ‘가온’에 대해 말이 많다. 20만원 내외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 전통 한식이 아니다,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 …. 음식 좀 먹는다는 돈 있는 사람들도 “비싸고 먹을 게 없다”는 혹평을 내놓기도 한다. 그렇다면 프랑스 기업 ‘미쉐린’은 왜 이 두 식당을 ‘별 셋’ 레스토랑으로 선정했을까.

먼저, 요즘 세계 미식계가 주목하는 ‘요리 철학’을 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자기 땅에서 나는 재료에 대한 신경증적인 집착, 전통 요리법에 대한 광적인 숭배, 탐욕에 가까울 정도의 탐미적 태도 등이다. 이 중 어느 하나만 뛰어나도, 세계 미식계가 엄지를 내민다.





한식당 가온의 홈페이지 음식 사진.






라연과 가온, 두 ‘별 셋’ 레스토랑에는 공통점이 있다. 라연은 신라호텔이라는 든든한 배경에서 출발한다. 당연히 최고결정권자인 이부진 사장이 적자를 감수하지 않았다면 존재하기 어려웠다. ‘가온(별 셋)’, 그리고 별 한 개를 받은 이태원의 ‘비채나’는 조태권 광주요 회장의 ‘고집’ 그 자체다.


조태권 회장에게 “한국에는 세계에 자랑할 것이 휴대폰도 있고, 반도체도 있는데 왜 그리 한식에만 매달려야 하는가”라고 물으려면, 그에게 두어 시간은 시달릴 각오를 해야 한다. ‘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다’ ‘그저 배부르려고 밥먹는 시대는 지났다’ ‘한식의 고급화없이 미래는 없다’ ‘음식에서 그릇이 차지하는 비중이 뭐라고 생각하느냐’…. 옹고집, 철학, 외골수, 확신, 정신병, 뭐라 이름을 붙이건 그 에너지가 대단하다.

고집에 그는 적잖이 투자했다. 나파밸리에서 자비 수억원을 들여 한식을 홍보했고, 한식고급화를 기치로 내건 옛 ‘가온’을 매우 고급스럽게 꾸몄다. 이 식당에서는 10만원 삼계탕, 30만원짜리 홍게탕을 팔았다. 음식값은 비쌌지만 식재료도 그만큼 비싼 것이었다. 그러나 한 번 먹은 사람은 “그 돈 주고 갈 곳이 못 된다’고 했다. ‘싸고 배부른 음식’을 먹으려는 사람들과, ‘그릇, 식재료, 식당의 인테리어를 총체적으로 느끼는 것이 식사의 완성’이라고 믿는 싸움에서 그는 패했다. 돈 깨지는 것보다 ‘당신의 방식은 안된다’는 게 더 자존심 상했을 것이다.

결국 폐업했다가 지난해 강남 호림아트센터에 ‘가온’을 다시 열었다. 한국 전통술을 고급화한 ‘화요’는 만든 지 10년째인 지난해 처음으로 ‘적자’를 면했다. 가온이 음식값이 비싸다해도, 아직 이익을 못내고 있다. 투자한 게 워낙 많기 때문이다.





왼쪽 사진은 조태권 광주요 회장. 오른쪽 사진은 미슐렝 가이드로부터 '별 셋' 인증을 받는 장면으로 사진 속 맨 왼쪽이 김병진 가온 셰프.






지난해 그의 ‘가온’을 둘러싼 평가는 그다지 우호적이 아니었다. 사람이 잘난 척해도 봐줄까 말까하는데, 식당이 잘난 척이라니!
하지만 과거 ‘가온’과는 달라진 게 있었다. 한식의 미덕이 부각되면서, 외국인들의 호평이 줄을 이었다. 국내에도 ‘한식 미식’에 과감히 지갑을 여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식사’를 배를 불리는 행위가 아니라, ‘기억에 남는 총체적 문화행위’로 해석을 바꾼다면 그의 식당은 분명 이런 요구에 합당한 식당이다.

여의도 전경련 빌딩에 있는 이정국의 ‘곳간’, 압구정동 ‘권숙수’도 ‘가온’ 못지 않은 고집쟁이 주인들이 꿰어차고 앉았다. 두 식당 모두 별 두 개를 받았다.

싸고 푸짐한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이들에게 이런 식당은 ‘허영의 식당’일 뿐이다. 그러나 미쉐린 서울판은 유독 ‘고집스런 주인’의 손을 들어줬다. 우리의 입맛이 ‘배신’당한 게 아니다. 우리의 입맛 도 옳고, 그들의 선택도 오류가 아니다.

6000원 칼국수와 25만원 한식, 둘 다 우리 식문화 자산. 온통 ‘가성비’에 기울어진 식당 기준이 새 ‘균형점’을 찾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고집쟁이’들의 노력이 주목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선정은 나쁘지 않다. 미쉐린서울의 최고 승자는 두 식당을 합쳐 별 넷을 받은 조태권 회장인 것은 보다 분명하고 말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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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7일)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이 출간되었다. 116년간 미식계 바이블로 군림 중인 미쉐린 가이드의 서울 출간을 계기로 '별들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몇 해 전 해외토픽에서 '별' 때문에 자살한 유명 셰프 소식을 접했을 때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까 의문이었다. 그러나 '별에 선정되자 삽시간에 3년 예약 마감', '싱가포르 노점 식당이 별에 선정되면서 브랜드 가치 20억 상승' 등의 뉴스를 보면 그 영향력을 짐작하게 된다. 음식 장인에 대한 최고 예우인 동시에 평생 매출을 보장받는 세계적 기준이기 때문이다.

2007년 첫 출간된 도쿄편의 경우, 종주국 프랑스보다 2배 이상 많은 무더기 별이 쏟아지자 미식가들은 의심쩍어했다. 그러나 매년 갱신되는 심사에서 꾸준히 실력을 유지하고 오사카편과 교토편까지 가세하면서 일본은 최고의 미식 나라로 신뢰받고 있다. 이후 일본산 농식품 수출 실적이 급성장하고, 5년 만에 해외 관광객이 2~3배나 늘어난 것도 무관치 않다.

사실 음식 맛이란 사람마다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절대적 기준으로 등급을 나눈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또 식습관에 따라서도 맛의 기준이 결정되므로 국제적으로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아울러 심사요원이 외국인 위주이기에 우리 음식의 정수와 우수성을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대한 의문도 있을 수 있다. 게다가 식당의 수직적 서열화와 서울·지방 식당 양극화, 특정 외국 기업을 위한 마케팅 수단 전락과 같은 부정적 우려도 있다.

하지만 긍정적 측면도 많다. 우선 장기 불황에다가 '청탁 금지법'으로 그로기 상태인 외식산업계의 분위기를 쇄신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외국 여행객을 위한 지침서인 만큼 중국 및 일본인 관광객을 포함한 미식 목적 관광객의 증가에도 어느 정도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한식 파인다이닝 등 창의적 메뉴에 대한 고민과 관심이 커지고, 음식 비평 문화와 푸드 스타일 분야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 식자재 유통시장의 성장과 실력 있는 셰프들의 해외 진출도 기대할 수 있다.

한류 붐 속에서 세계적 도시에 있는 한식당들이 하나둘씩 별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배고프다. 서울에 쏟아진 이번 미쉐린 가이드 '별'들을 통해 우리 음식을 재조명하고 농식품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강화해가자.

김용한 농식품유통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