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경제지' 번역하는 연구원들]
['임원경제지' 번역하는 연구원들]
조선 후기 서유구가 쓴 백과사전, 농사부터 음식까지 252만여字
텃밭 일궈가며 책 내용 확인 "현대에도 통용되는 지식 매력적"
콩과 들깨 재배하며 완역에 도전 중입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1/24/2016112400038.html
조선 후기 실학자인 풍석(楓石) 서유구(徐有�·1764~1845)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는 실용 지식으로 가득한 백과사전이다. 농사부터 옷·날씨·목축·사냥·음식·건축·의학·풍수 등에 걸쳐 총 113권, 16개 분야, 2만8000여 항목, 252만여 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조선 시대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이 책은 아직 전문 번역이 나오지 않았다. 임원경제연구소(공동소장 정명현·민철기)는 이 책 완역에 도전하고 있는 민간 학술 단체다. 최근 이들은 전통 건축과 도구, 일용품을 다룬 '섬용지(贍用志)'를 번역 출간했다. 이들의 번역 작업을 사자성어(四字成語)를 통해 살폈다.
서유구의 ‘임원경제지’를 번역하고 있는 임원경제연구소 연구원들. 이들은 경기도 고양시의 텃밭에서 ‘임원경제지’에 기술된 전통 유기농 방식으로 콩과 감자 등을 재배하고 간장을 직접 만든다.
서유구의 ‘임원경제지’를 번역하고 있는 임원경제연구소 연구원들. 이들은 경기도 고양시의 텃밭에서 ‘임원경제지’에 기술된 전통 유기농 방식으로 콩과 감자 등을 재배하고 간장을 직접 만든다. /조인원 기자
①악전고투(惡戰苦鬪)
서울대 규장각과 고려대, 일본 오사카 도서관에 소장 중인 '임원경제지'의 판본을 비교 대조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또 '임원경제지'가 사서삼경(四書三經)부터 박지원의 '열하일기'와 박제가의 '북학의'까지 853종의 책을 인용하고 있다는 점도 골칫거리였다. 2008년 초역을 대부분 마쳤지만 최종 번역본을 쉽게 내놓지 못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민철기 소장은 "다소 늦더라도 번역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②십시일반(十匙一飯)
90여 명의 후원자가 '십시일반'을 자청하고 나섰다. 2003년부터 15억원을 쾌척한 송오현 DYB교육 대표는 정명현 소장이 영어 강사로 2년간 근무했던 대치동 학원의 원장이었다. '임원경제지' 번역본을 출간하는 출판사 씨앗을뿌리는사람의 장익순 대표는 2013년 서울 인사동에 한식집을 내면서 아예 '풍석원(楓石苑)'이라는 상호를 붙였다. 이처럼 민간 연구소와 개미 후원자들의 꾸준한 '협력'도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경우다. 덕분에 임원경제연구소는 서유구의 고향인 경기도 파주에 연구실도 마련했다. 정 소장은 "대학 빈 강의실을 전전하면서 원고 교정을 했던 시절을 돌아보면 격세지감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임원경제지' 번역 지원과 학술대회 개최 등을 맡는 풍석문화재단(이사장 신정수)도 설립됐다. 풍석문화재단과 임원경제연구소는 25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풍석학술대회'를 공동 개최한다.
③실사구시(實事求是)
정정기 번역팀장은 '임원경제지'를 번역하면서 3개월 코스의 전통주 제조 수업만 3차례 수강했다. 정 팀장이 번역하고 있는 '정조지(鼎俎志)'가 전통 음식 조리법과 전통주 양조법을 다루기 때문이다. 정 팀장은 "'임원경제지'에서 소개하고 있는 전통주 제조법만 160여 가지에 이른다"고 말했다. 연구원들은 경기도 고양에 100㎡가량의 텃밭을 마련하고 '임원경제지'에 기록된 전통 유기농 방식으로 들깨와 콩을 재배한다. 정명현 소장은 "현대에도 통용될 수 있는 실용적 지식을 다룬다는 점이야말로 '임원경제지'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④우공이산(愚公移山)
임원경제연구소는 전통 의약(醫藥) 을 소개한 '인제지(仁濟志)'를 2013년부터 번역 중이다. 선비들의 독서법과 취미를 다룬 '유예지(遊藝志)' 번역도 계획하고 있다. 2013년 한국고전번역원 특수고전번역협동연구소로 지정되면서 이들의 번역 작업에도 가속이 붙었다. 정명현 소장은 "2020년까지 완역을 마친 뒤 '임원경제지'의 현대적 활용 방안에 대해 계속 연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