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에 쑥대밭 된 중국 세계자연유산… 4만 관광객 탈출 작전
지진에 쑥대밭 된 중국 세계자연유산… 4만 관광객 탈출 작전
[쓰촨성 구채구 7.0 강진… 19명 사망, 263명 부상… 한국 관광객 109명은 무사]
산사태로 도로 무너지며 고립… 밤새 여진… 사망 100명 넘을수도
신장위구르서도 6.6 강진 발생
2008·2013년 대지진으로 9만명 숨졌던 쓰촨성 또 눈물
중국 서부 쓰촨(四川)성의 유명 관광지 주자이거우(九寨溝·구채구)에서 8일(현지 시각) 오후 9시 19분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해 9일 오후 10시 현재 19명이 숨지고 263명이 다쳤다고 중국 관영 CCTV 등이 보도했다.
흙탕물이 돼버린 옥빛 호수
흙탕물이 돼버린 옥빛 호수 - 중국의 대표적 자연 관광지 중 하나인 주자이거우가 지진을 겪기 전 모습(위 사진)이다. 형형색색의 호수와 계곡이 어우러진 비경으로 유명하며, 1992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지정됐다. 그러나 8일 지진으로 산사태가 발생해 맑았던 호수가 흙탕물(아래 사진)로 변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위키피디아·신화 연합뉴스
9일 오전 7시27분에는 이곳으로부터 2200㎞ 떨어진 신장(新疆)위구르 보얼타라(博爾塔拉)자치주 징허(精河)현에서도 규모 6.6 지진이 발생했다. 현지 지방 정부들은 긴급 대응 태세에 들어갔으며, 인민해방군 등을 동원해 구호 작업을 벌이고 있다. 쓰촨성 북단에 있는 주자이거우는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자연유산으로, 설산(雪山)과 청정한 호수 등 풍광이 뛰어나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다. 지진이 난 8일에도 단체 관광객 1만8158명, 개인 관광객 2만641명 등 3만8799명이 방문중이었다.
8일 밤 주자이거우에서 강진이 지축을 뒤흔들자 현지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긴급히 건물 밖으로 뛰어나왔다. 산시(陝西), 간쑤(甘肅) 등 주변 성(省)에서도 감지될 만큼 충격이 컸다. 진원으로부터 약 470㎞ 떨어진 시안(西安) 삼성 반도체공장의 일부 설비가 일시 중단될 정도였다. 주자이거우의 한 수퍼마켓 점원은 일본 아사히신문에 "땅이 갑자기 흔들리더니 선반의 음료수와 담배가 전부 바닥으로 떨어졌다"며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그는 "주변 병원들이 모두 부상자들로 꽉 차서 복도에서 대기하는 환자도 많았다"며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여름휴가철을 맞아 이 지역을 찾아온 관광객들도 피해를 보았다. 2000명이 투숙할 수 있는 '인터콘티넨털 리조트 주자이 파라다이스'에선 로비 천장이 무너져 1명이 숨지고 4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산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일가족이 탄 차량을 덮쳐 여성 1명이 숨졌다. 쓰촨성 당국은 "산사태로 길이 끊기면서 고립된 관광객 100여명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주자이거우의 한 공연장에서는 2008년 5월 규모 8.0의 쓰촨 원촨(汶川) 대지진을 소재로 한 뮤지컬을 관람하던 관람객 수천 명이 진짜 지진에 놀라 긴급 대피했으나 여직원 1명은 건물 더미에 깔려 숨졌다. 이날 밤 관광객 4만여명은 여진(餘震)을 우려해 버스나 길에서 밤을 지새웠다.
현지에는 단체 관광객 99명과 개인 관광객 10명 등 총 109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머물고 있었지만 여행사 버스나 렌터카, 현지 지방정부가 제공한 차량편으로 모두 주자이거우를 벗어났다고 청두(成都) 한국총영사관은 밝혔다. 여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전모(45)씨와 김모(여·45)씨 등이 대피 과정에서 가벼운 부상을 입은 것을 제외하면 다친 사람은 없다.
호텔 밖으로 황급히 대피 - 8일 중국 쓰촨성의 유명 관광지인 주자이거우에서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하자 한 호텔에 묵고 있던 여행객들이 건물 밖으로 대피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9일 오후 10시 현재 사망자는 19명이지만 중상자가 13명이어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자이거우가 있는 쓰촨성 아바 주정부는 "사망자 중 8명은 관광객, 2명은 현지 주민으로 확인됐고 9명은 신분 미상"이라고 밝혔다. 부상자 중에는 프랑스인과 캐나다인 관광객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사망자 중 외국인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쓰촨성에서는 2008년 원촨 대지진으로 8만7000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2013년 4월 서남쪽 루산현에서 리히터 규모 7.0 지진이 일어나 220명이 숨졌다.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번에는 피해 규모가 매우 작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전에 지진 경보가 발령된 데다 주자이거우 일대가 해발 3000~4000m 고산 지역이어서 인구 밀도가 낮기 때문이다. 중국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는 "지진 발생 40초 전 지역 방송 화면에 지진 경보가 떴다"는 현지 주민들의 증언이 올라왔다.
그러나 프랑스 AFP통신과 일본 지지통신 등은 "산악 지역에 주민들이 살고 있는 현지 특성상 구조 작업이 본격화되면 피해 가 급격히 커질 수 있다"며 "현지 정부는 인명 피해가 최대 사망 100명, 부상 1000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위협적인 여진이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지에서는 전날 강진에 이어 9일에도 1200차례 가까운 여진이 계속됐다. 이날 오전 10시 17분(현지 시각)에는 규모 4.8의 여진이 관측됐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10/201708100015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