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방(楊方)
◇ 楊方(대략 317년 전후 재세) : 자가 公回이며 會稽 사람이다. 학문을 좋아하고 기이한 재주가 있었으며 郡의 작은 벼슬자리에 있었다. 공무를 보는 틈틈이 항상 五經을 애독하였는데, 內史 諸葛恢가 그를 기이하게 여기며 스승으로 대우했다. 서울에서 賀循이 그를 칭찬하자 王導가 그를 불러 속관으로 삼았다. 후에 東安太守․司徒 등의 자리로 옮겼으며, 高梁太守로 補任되었다가 늙음을 핑계로 관직을 버리고 고향에 돌아갔다. 저서로는 ������五經鉤沈������ 10권과 ������吳越春秋削繁������ 5권 및 문집 2권이 전해온다고 한다.
「합환시(合歡詩)」 5수1)
103. 합환시 1
「合歡詩」 其一
虎嘯谷風起,2) 호랑이 포효하니 골바람 일고
龍躍景雲浮. 용이 치솟으니 상서로운 구름 뜨네
同聲好相應, 같은 소리는 서로 잘 호응하며
同氣自相求. 같은 기운은 절로 서로를 찾는 법
我情與子親, 내 마음 그대와 친밀하니
譬如影追軀. 비유하면 그림자가 몸 따르는 것 같다네
食共並根穗,3) 한뿌리에 달린 이삭 함께 먹고
飮共連理杯.4) 연리지 술잔 함께 마신다네
衣用雙絲絹,5) 한 쌍의 실로 짠 비단으로 옷 해 입고
寢共無縫裯.6) 꿰맨 곳 없는 통이불 함께 덮는다네
居願接膝坐, 거처할 땐 무릎 나란히 붙여서 앉길 바라고
行願携手趨.7) 다닐 때는 손잡고 걸어가길 바란다네
子靜我不動, 그대 고요하면 나도 움직이지 않을 테고
子遊我無留. 그대 놀러 나가면 나도 집에 남아 있지 않는다네
齊彼同心鳥,8) 저 하늘의 동심조와 똑 같고
譬此比目魚.9) 이 연못의 비목어에 비유된다네
情至斷金石,10) 사랑이 지극하니 쇠나 돌이라도 끊으며
膠漆未爲牢.11) 아교와 옻인들 이보다 굳지는 않다네
但願長無別, 다만 바라는 것은 오래도록 이별 없이
合形作一軀. 신체 합하여 한 몸처럼 사는 것
生爲倂身物, 살아서는 나란한 육신으로 지내다가
死爲同棺灰. 죽어서는 같은 관의 재가 되는 것
秦氏自言至,12) 진씨가 스스로 지극한 사랑이라 말했지만
我情不可儔.13) 나의 사랑과 같을 수는 없을 것
이 작품은 ‘合歡’이란 제목처럼, 남녀 특히 부부의 애정의 중요성에 대해 갖가지 이치와 다양한 비유를 들어 설명한 시다. 특히 마지막 두 구를 통해 이 작품의 시점은 남편의 시점으로 볼 수 있다. 음양의 원리는 만물의 출발이다. 부부가 있은 연후에 부모와 자식이 있고, 임금과 신하가 있는 것이다. 부부의 사랑이 있은 연후에 효가 있고 충이 있는 것이다. 부부의 사랑은 좁게는 가정, 넓게는 사회와 국가의 근간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남성 위주의 고대종법사회에서는 남성의 입으로 그것을 언급하는 자체를 꺼려했으니 얼마나 안타깝고 왜곡된 역사였던가? 사랑이 온 세상을 메우고 있는 듯 보이는 현대사회에 있어서도 실상은 가정해체가 중대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사회 구성원 모두가 부부간의 애정의 중요성 및 진실한 사랑을 깨우치고 배울 때가 아니겠는가?
104. 합환시 2
「合歡詩」 其二
磁石招長鍼, 자석은 긴 바늘을 부르고
陽燧下炎煙.14) 오목렌즈는 뜨거운 연기를 불러 내리지요
宮商聲相和,15) 궁음과 상음은 서로 잘 어울리며
心同自相親. 마음이 같으니 저절로 서로 친해져요
我情與子合, 제 마음 당신과 맞으니
亦如影追身. 또한 그림자가 몸을 따르듯 하지요
寢共織成被,16) 한 베로 지은 이불 함께 덮으며
絮用同功綿.17) 이불 속 명주솜도 쌍고치를 쓰지요
暑搖比翼扇,18) 더위엔 비익조 날개로 만든 부채를 부치고
寒坐倂肩氈.19) 추위엔 비견수 털로 짠 담요를 깔지요
子笑我必哂,20) 당신이 웃으면 저도 따라 미소 짓고
子慼我無懽.21) 당신이 근심하면 제게도 즐거움이 없지요
來與子共迹,22) 올 때도 당신과 발자국 함께 하고
去與子同塵.23) 갈 때도 당신과 먼지를 같이 날리지요
齊彼蛩蛩獸,24) 저 공공 짐승과 꼭 같아서
擧動不相捐. 거동할 때 서로 버려두는 일 없지요
惟願長無別, 다만 바라는 건 오래도록 이별 없이
合形作一身. 신체 합하여 한 몸 되는 것
生有同室好, 살아서는 한집에 사는 즐거움 있고
死成倂棺民. 죽어서는 나란한 관 속의 사람 되는 것
徐氏自言至,25) 서씨가 스스로 지극한 사랑을 말했지만
我情不可陳. 제 사랑은 이루 다 펼칠 수가 없지요
이 작품은 제1수인 남편의 시에 대한 아내의 답시로 볼 수 있다. 앞 시와 마찬가지로 부부 사이의 금슬을 상징하는 참신하고도 선명한 온갖 비유를 다 동원하여 서로의 사랑이 지극함을 노래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부부들 또한 언제나 이러한 마음을 견지하고 산다면 어떨까란 생각이 든다.
105. 합환시 3
「合歡詩」 其三
獨坐空室中, 홀로 빈 방안에 앉아 있노라니
愁有數千端. 수심은 천 갈래 만 갈래
悲響答愁歎, 구슬픈 악기소리는 수심어린 탄식에 답하는 듯
哀涕應苦言.26) 애달픈 눈물은 쓰라린 말에 응하는 듯
彷徨四顧望, 서성이면서 사방 둘러보니
白日入西山. 흰 해가 서산으로 들어가네
不覩佳人來, 아름다운 님 오는 건 보이지 않고
但見飛鳥還. 다만 나는 새들 둥지로 돌아가는 것만 눈에 띄네
飛鳥亦何樂, 나는 새들은 또한 무엇이 즐거울까만
夕宿自作羣. 밤에 잘 때는 저절로 무리를 짓는다네
이 작품은 부부 사이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서로 헤어져 있으며 근심하는 것을 서술한 시다. 부부 중 어느 쪽의 시점에서 지어진 것인지는 밝혀져 있지 않지만 앞 네 구의 내용으로 보아 아내의 시점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사랑하던 부부 사이도 살다 보면 어떤 이유로 해서 뜻하지 않은 이별을 맞을 때가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마음이 끝내 변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그리움도 사랑의 다른 표현이자 나아가 사랑을 더욱 성숙시키는 요소가 되리라.
106. 합환시 4
「合歡詩」 其四
飛黃銜長轡,27) 비황마는 긴 고삐를 매고
翼翼回輕輪.28) 힘차게 가벼운 수레를 끌며
俯涉綠水澗, 아래로는 푸른 물의 개울을 건너고
仰過九層山.29) 위로는 아홉 겹 높은 산을 지나는데
脩途曲且險,30) 아득히 긴 길은 구불구불 험하고
秋草生兩邊. 가을 풀은 길 양쪽에서 자라네
黃華如沓金,31) 노란 꽃은 겹겹이 황금 같고
白花如散銀. 하얀 꽃은 흩어놓은 은 같네
靑敷羅翠彩,32) 푸른 잎은 비취색을 펼쳐 놓은 듯
絳葩象赤雲.33) 빨간 꽃은 붉은 구름을 닮았네
爰有承露枝,34) 이에 가지에는 이슬을 받으며
紫榮合素芬.35) 보랏빛 꽃은 하얀 꽃과 어울리네
扶疎垂淸藻,36) 무성한 가지는 맑고 아름다운 색을 드리우고
布翹芳且鮮.37) 무성하게 펼쳐진 잎은 향기롭고도 곱다네
目爲豔彩迴,38) 눈은 아름다운 색깔 때문에 이리저리 돌아가고
心爲奇色旋. 마음은 신기한 색채 때문에 빙글빙글 돈다네
撫心悼孤客, 가슴 어루만지며 외로운 나그네 신세를 슬퍼하며
俯仰還自憐.39) 잠시 잠깐 사이에 다시금 자신이 불쌍해지니
歭向壁歎,40) 머뭇머뭇 망설이다 벽을 향해 탄식하며
攬筆作此文. 붓 잡고 이 글을 짓는다네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 볼 때 집을 떠나 있는 남편이 여행을 상상하며 그 여행을 통해 본 아름다운 경물을 서술한 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어쩌면 이러한 상상은 오랫동안 그리던 아내와 만났을 때의 환희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아내와 만나 밤새도록 운우의 정을 나누는 황홀한 경지를 상상한 우회적인 표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후반부의 ‘目爲……’ 두 구는 그 가능성을 더욱 높여준다. 아울러 마지막 네 구는 그러한 환상에서 깨어난 뒤의 아쉬움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07. 합환시 5
「合歡詩」 其五
南鄰有奇樹,41) 남쪽 이웃에 진기한 나무 있는데
承春挺素華.42) 봄기운 받아 하얀 꽃을 피우네
豐翹被長條,43) 무성한 꽃은 긴 가지를 덮었고
綠葉蔽朱柯. 푸른 잎사귀는 붉은 가지를 가렸네
因風吐微音, 바람 불어서 가녀린 소리 토해내고
芳氣入紫霞. 향기는 보랏빛 노을 속으로 들어가는데
我心羨此木, 나는 속으로 이 나무가 부러워
願徙著余家.44) 우리 집에 옮겨 심었으면 한다네
夕得遊其下, 저녁에는 그 밑에서 놀 수가 있을 테고
朝得弄其葩. 아침이면 그 꽃을 감상할 수 있을 텐데
爾根深且堅, 그 뿌리 깊고도 튼튼하며
余宅淺且洿.45) 우리 집은 얕고도 우묵하여
移植良無期, 옮겨 심는 것은 실로 기약도 없으니
歎息將如何? 탄식하네 장차 어찌 하면 좋으리
이 작품은 이웃에 있는 진기한 꽃나무를 부러워하는 마음을 통해 이성에 대한 연모를 은유적으로 그리고 있다. 나무로 묘사된 이성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爾根……’ 두 구를 통해 볼 때 남자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하겠다. 이 시는 앞의 시와 마찬가지로 어쩌면 은유가 정도가 매우 심한 에로틱한 작품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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