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漢詩)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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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치인들의 한시 사랑은 유별나다. 외교석상에서 한두 구절을 인용해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것은 물론 '품격 있게' 메시지를 전하는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이 같은 습성을 잘 알던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은 2006년 1월 중국 쓰촨성에서 열린 '국제 이백 문화여유절'축하 메시지로 이백의 '증왕륜(贈汪倫)'이란 시를 보냈다. '도화담 물 깊이가 천 척이나 되지만 나를 보내는 왕륜의 정에는 미치지 못하리(桃花潭水深千尺,不及汪倫送我情).'프랑스와 중국의 관계가 그 만큼 깊다는 것을 문화예술의 나라 대통령답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추이텐카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최근 방중한 천영우 외교통상부 2차관에게 송나라 시인 소동파의 '유후론(留侯論)' 구절을 자필로 쓴 액자를 선물한 데 대해 말들이 많다. 내용은 이렇다. '천하에 큰 용기 있는 자는 갑자기 일을 당해도 놀라지 않으며,까닭없이 해를 입어도 화를 내지 않는다. 그의 마음에 품은 바가 크고 뜻이 원대하기 때문이다(天下有大勇者,卒然臨之而不驚,無故加之而不怒. 此其所挾持者甚大,而其志甚遠也)'.
그럴싸해 보이지만 천 차관이 천안함 사건의 안보리 처리와 관련해 협조 요청차 방중했다는 시점이 문제다. 당사자는 오랜 친구에게서 받은 선물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으나 '한국의 분노가 크겠지만,화내지 말고 자제하기 바란다'는 중국의 의중을 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명백한 증거를 공개해도 중국은 평정심과 절제만을 되뇌고 있다. 대국답지 못한 처사라는 국제사회의 눈총에도 요지부동이다. 중국이 알아듣게 하려면 어떤 시를 보내야 할까.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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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우동주(風雨同舟), 수도동귀(殊途同歸), 등태소천(登泰小天), 예상왕래(禮尙往來)….
25일 막을 내린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는 양국 고위 인사 사이에 전례없이 많은 고사성어가 오갔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 24일 개막식에서 '수도동귀'라는 중국의 성어를 인용했다. '서로 걷는 길이 달라도 결국 같은 목표를 향해 간다'는 뜻이다. 클린턴 장관은 "미·중 양국은 경쟁관계가 아니라 협력관계"라면서 "서로 힙을 합쳐 공동으로 전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해나가자"고 말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지난해 7월 첫 번째 미·중 전략경제대화 당시 사용했던 '풍우동주'라는 말을 다시 들고 나왔다. 그는 지난 21일 신화통신 인터뷰와 24일 개막식에서 잇달아 이 용어를 사용했다. '양국이 비바람 속에 같은 배를 탄 관계로 역경과 고난을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측에서는 다이빙궈(戴秉國) 외교 담당 국무위원이 '서로 왕래하며 사귀는 것을 중하게 여긴다'는 뜻의 '예상왕래'라는 말을 썼다. 다이 국무위원은 개막식 연설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다룬 미국 영화 '바벨'을 언급하면서 "소통과 이해,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이 전략경제대화가 양국을 잇는 유효한 교량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클린턴 장관을 만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 '태산에 오르면 천하가 작아 보인다'는 '등태소산'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양 대국이 전략적으로 멀리 보면서 의견 차이를 잘 처리해나가자"고 했다. 양국 간의 이런 사자성어의 성찬은 올 연초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결정 이후 악화됐던 양국 관계 복원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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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바닥 사람과 당시(唐诗) 삼백수 [JOINS_디지털뉴스센터]
입력시각 : 2010-04-12 오전 10:22:33
몇 년 전, 베이징 대학을 졸업한 후 고위 공직자로서 생활하고 있는 한족 출신 양(杨) 모 씨와 접촉할 기회가 꽤 있었다. 그는 술 몇 잔이 들어가면
“서리 맞은 단풍잎 봄 꽃 보다 더 붉어라(霜葉红於二月花)…”
라고 흥얼거렸다. 당나라 말기 시인 두목(杜牧)의 「산행(山行」이 그의 입을 통해 되살아난 것이다. “역시 엘리트 출신이라서 그런지 시적인 교양과 감정도 풍부하구나”라고 생각했었다.
얼마 전 단골 쌀 가게에 들렀더니 문을 닫았다. 다음 날 다시 찾아 가니 가게 주인 아주머니가 반가이 맞아 주었다. “어제 왜 가게 문을 닫았느냐”고 묻자 시아버지 70세 생신이라고 하였다. 좀 아는 척을 하려고 “아 고희(古稀) 세요. 예로 부터 70세까지 살기가 쉽지 않다고 하던데…” 라며 말을 걸자, 대뜸 ‘人生七十古来稀’라고 하는 말은 옛 말이에요. “지금은 일흔까지 사는 사람이 너무 흔해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얼핏봐서는 고래고래 악다구니를 지르기 십상인 그 입에서, 두보(杜甫)의 시 ‘곡강(曲江)’에 나오는 시귀가 거침없이 흘러 나왔던 것이다. “이 곳 시장 바닥 사람들의 평균 수준이 이정도는 되겠구나”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등골이 오싹해졌다.
오래 전에 잡지에서 본 우스운 이야기가 생각난다. 한국의 한 성악도가 이태리로 성악공부를 하러 떠났다. 그 곳에서 만난 뱃사공이며, 청소하는 아저씨로부터 동네 아주머니들에 이르기까지 ‘산타루치아’, ‘돌아오라 소렌토로’ 등을 성악가 뺨치게 한 곡조씩 멋지게 뽑더라는 것이다. 기고만장해서 떠났으나, 처음부터 기가 질려버린 젊은 성악도의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을 만하다.
문득, 작년 허난성 정저우(郑州)에서 머물 때 가까이 지낸 왕궈량(王国良, 37세)의 아들 왕쯔젠(王子建, 5살)이 생각났다. 쯔젠은 콧물이 흘러내려 몰골이 늘 꾀죄죄하였다. 그러나 아버지가 구스르면 이내 낭랑한 목소리로 이백의 ‘정야사(静夜思)’ 등 당시(唐诗) 여러 편을 그 자리에서 줄줄 외웠다.
치엔산 니아오~ 페이쥐에(千山鳥飛绝)
완징 러언쭝미에(萬徑人踪滅)
꾸~저우~ 쑤오~리웡(孤舟蓑笠翁)
뚜우 띠아오 하안찌앙쉬에~(独釣寒江雪)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유종원(柳宗元)의 ‘강설(江雪)’이라는 시다. 아빠는 ‘진돗개 쓰다듬듯’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이 기특한 아이의 머리를 연신 쓰다듬었다.
순간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허난성 뤄양(洛陽)에서 온 저우따펑(周大鹏) 학생에게 당시(唐诗)는 보통 언제 배우느냐고 묻자,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 의무적으로 배워서 수십 수 정도는 입에서 저절로 나온다고 하였다.
산간 벽지 초등학교 학생들도 합창하듯 열심히 『논어』를 읽어 대는 모습이 생생히 떠오른다.
“쒸에얼스씨즈 부이위에후, 이어우펑쯔위엔팡라이 부이르어후(学而时习之不亦说乎 有朋自远方来 不亦乐乎.)”
돌이켜보니 중국 사람들은 남녀노소할 것 없이 우리 민족처럼 시와 풍류를 즐기는 아취있는 민족이라는 사실을 잊고 지냈다. 이백(李白),맹호연(孟浩然), 백거이(白居易)의 시 몇 수 정도는 이들에겐 상식 수준이었던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战不殆’라 하였다. 콧대 높은 미국도 공자 동상을 세워가며 ‘중국 알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는 ‘공룡’이 돼버려 이미 한국은 안중에도 없는 중국을, ‘신용이 없다’, ‘더럽다’며 아예 상종조차 안하려 든다.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몰(沒)이해 탓이리라.
사실 중국 사람들은 비위생적이며 더럽기는 하다. 대중 목욕탕 문을 밀치자 마자 여러 명이 타올 한 장씩 몸에 걸치고 우르르 탕안으로 들어와 그 안에서 동시에 ‘샤워’를 한다. 한국 사람들은 그 순간 놀라서 모조리 탕 밖으로 튀어 나온 후 다시는 탕속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얘기가 잠시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중국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말 중에, ‘늙어 죽을 때까지 배움은 끝나지 않는다(活到老 学到老)’라는 말이 머리속을 맴돈다.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학습과 연구가 아직도 멀었음을 실로 통탄할 뿐이다.
강성현 peofish58@naver.com
장쑤성 옌청 사범대학 초빙 교수, 『차이위안페이 평전』 역자
일본의 정치인은 말할 것도 없고(일본의 정치인들은 중요 국제회담을 앞두고 동양고전의 석학들에게 미리 자문을 구한다고 합니다) 유럽이나 영어권의 정치인들이 중국의 고사나 시 등 경구를 인용하는데 한국의 정치인들은 통역을 해도 뭐라카노라는 식이니 대담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이다.촌철살인의 경구 하나가 백마디의 말을 능가하니까,,,,,,,,,,중국인과의 대담에서는 자기의 의중에 적중한 이런 경구 하나쯤 꺼내면 그들은 무한한 존경과 흡족한 마음으로 먼저 관심을 보이고 마음을 풀 것 입니다.중국의 신세대들은 자기가 모르면 중국인인 나도 모르는데 외국인이 어떻게 그런걸 아는지 감탄하기도 하고 공산당 1세대들은 고전에 해박 합니다.굴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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