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민초 속살, 그림으로 읽어내다 | |
| 단원과 혜원 풍속화들 토대로 김준근·김득신 등 작품 보완해 강명관 교수가 엮은 생활사회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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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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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풍속사 1~3〉 강명관 지음/푸른역사·각 권 1만8000원~2만1000원 단원 김홍도와 함께 조선 후기 풍속화가를 대표하는 혜원 신윤복. 거의 잊혀져 가던 혜원을 조선 굴지의 화가요 현대적 감성으로 읽어도 전혀 낯설지 않은 미감과 풍성한 얘깃거리를 비장한 존재로 부활시킨 것은 대중적 인기를 끈 근년의 소설과 텔레비전 드라마, 영화들이었다. 이런 창작물들은 혜원뿐만 아니라 그와 마찬가지로 잊혀져 가던 조선시대의 일상적 삶에 대한 관심과 상상력을 촉발하고 전근대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뒤흔들었으며 지금의 삶을 반성적으로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이런 변화들에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했겠지만, 혜원에 초점을 맞춘다면 거기에는 모본 또는 텍스트나 시원 같은 걸 상정할 수 있을지 모른다. 2001년 12월에 나온 <조선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라는 책이 그것이다. 강명관(52)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가 국보 135호로 지정된 혜원의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 수록 30점의 그림을 매개로 삼아 당시 사회의 속살들, 고정관념에 가려진 이면의 진실들을 흥미롭게 파헤친 그 책은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아마도 풍속화를 회화사적 접근이 아닌, 풍속사적 입장에서 접근한 최초의 책이 아닌가”라고 자평했듯이 강 교수는 그 책에서 혜원의 그림 그 자체의 미적 성취나 회화사적 의미를 따지지 않는다. 그가 천착한 것은 혜원이 그리고자 한 것이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그것이 그려진 사회적 컨텍스트는 또 무엇인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예컨대 유명한 <단옷날의 개울가>를 살피면서 그가 던지는 질문은 이런 것이다. 공중목욕탕이 생긴 것은 20세기 초인데, 그 이전에는 어떻게 목욕했을까? 왜 하필이면 목욕하는 여인을 제재로 삼았을까? 은폐되었던 여성의 신체를 재현함으로써 도덕의 명령에 균열을 내고 싶었던 것일까? 그러면서 여름에는 매일 두 번씩 목욕을 했고 그것도 시냇가에서 남녀가 서로 내외하지 않고 벌거벗고 했으며, 때가 많다고 중국 사람들을 비웃는 고려 사람들이 실제 깨끗하더라고 한 송나라 사신 서긍의 <고려도경> 얘기를 끌어들이고, <소학>과 <세종실록> <춘향전> <용재총화>와 구비문학에 <신약성서>까지 인용하고 김홍도의 <빨래터>와도 비교하면서 한바탕 만담처럼 얘기를 풍성하게 끌어간다. 그림의 사회적 컨텍스트 읽기는 그림 자체의 미학적 가치를 더 깊이 천착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라는 지은이의 지적은 백번 옳다. 조선시대 사대부 사회 특유의 정신세계와 작가가 처해 있던 시대적·사회적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도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걸작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스페인 내전에 대한 이해 없이 미학적 장치에 대한 지식만으로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감동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강 교수가 이번에 낸 <조선 풍속사>는 그런 시각을 단원 김홍도의 그림까지로 확장하고, 김준근과 김득신, 윤두서, 이암, 김두량 등 다른 많은 화가들의 풍속화로 보완해, 기방과 주점 등을 중심으로 한 여성과 성, 유희에 집중한 혜원의 세계를 한 분야로 포괄한 조선시대 전체의 풍속사, 더 폭넓은 생활사회사로 확대개편한 것이다. 모두 3권으로 된 <조선 풍속사>에서 강 교수는 <조선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의 내용을 보충하고 도판을 추가해 제3권으로 넣었다. 제1권 <조선사람들, 단원의 그림이 되다>는 제목 그대로 조선 후기 풍속화의 지존이라 할 김홍도의 그림들을 다룬다. 중심축은 <단원풍속도첩>에 실린 25점의 걸작들이지만 역시 방대한 다른 텍스트들도 동원된다. 혜원의 책이 남녀 유희를 중심으로 한 12개의 주제를 담고 있었던 데 비해 단원의 책은 유명한 씨름, 길쌈, 무동 외에 들밥, 타작, 어살, 자리짜기, 기와 이기, 담배 써는 가게, 행상, 그림감상 등 조선시대 구석구석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25개의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책 쪽수도 훨씬 더 많다. 엿장수와 개장국, 투전, 사당패에 미인도와 춘화까지 21개의 주제를 담은 제2권 <조선사람들, 풍속으로 남다>는 나머지 조선시대 풍속화가들의 그림을 중심으로 살피되 단원과 혜원 그림도 끼워넣었다. <조선 풍속사> 최대 강점은 뭐니해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 시각자료를 토대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강점은 그런 다양한 그림들(사진까지 포함)과 문자 텍스트들을 적재적소에 동원하고 그 의미와 맥락을 실증적으로 설득력 있게 짚어주는 지은이의 방대한 박물학적 지식이다. 그래서 강 교수의 얘기는 한바탕 만담처럼 풍성해지는데, 빠뜨릴 수 없는 그의 강점 또 한 가지는 그 만담이 무차별 늘어놓기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타작>의 힘겨운 노동현장 옆에서 장죽 물고 빈둥거리는 양반이나 마름과 불공평한 분배(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에 대한 분노, <어살>이나 <행상> 등에서 설파하는 조선 신분사회의 구조악에 대한 비판과 비참한 하층민들 실상에 대한 동정은 그의 풍속 해석의 방향, 가치판단의 기준이 어떤 것인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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