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사와 역사가들’ 번역.출간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는 소위 ’촉한 정통론’에 따라 서술됐다. 한나라 왕실의 후예인 유비가 세운 나라가 정통이고 조조와 조비의 위나라는 한 왕실을 찬탈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중국 정사(正史)인 24사에 포함된 진수의 사서 ’삼국지’는 조조ㆍ조비의 위나라를 정통으로 보고 유비와 손권은 그 신하인 것처럼 취급한다.
황제의 업적을 다루는 기(紀.본기)에 조조와 조비의 행적을 적고 유비ㆍ손권에 대한 이야기는 신하들의 이야기를 쓰는 열전에 각각 ’선주전’과 ’오주전’이란 이름으로 실은 것이다.
게다가 진수의 삼국지는 유비가 세운 나라 이름인 ’한(漢)’조차 제대로 적지 않고 촉(蜀)이라는 이름으로 기록했다. 유비의 나라를 한나라로 인정해버리면 후한의 정통성을 계승했다고 주장한 위나라는 물론이고 위를 승계한 진수 당대의 진(晉)나라까지도 정통이 아닌 왕조가 되기 때문이다.
오카다 히데히로 전 일본 도쿄외대 교수의 ’중국의 역사와 역사가들’(이론과실천 펴냄)은 사마천의 ’사기’ 이후 중국 역사서에 공통으로 들어간 ’정통’ 콤플렉스를 조명한다.
사기는 천하를 다스리는 황제의 시각에서 쓴 역사책이다. 천하의 ’주인’인 황제가 바뀔 때는 새 주인에게 천명이 내려졌다는 식으로 정통성을 부여한다.
문제는 중국인의 사고방식 속에서 이 ’정통성’이 유지되려면 천하가 아무런 변화 없이 유지돼야 한다는 점이다.
사기에 서술된 한나라를 이상으로 삼았던 만큼 사기의 기록과 다르게 당대 역사를 쓰면 정통이 아니라고 평가될 것이며 나아가 자기 당대 나라의 정통성도 의심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정통 콤플렉스는 중국 역사가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사마광의 역사서 ’자치통감’은 중국 남북조 시대를 서술하며 처음에는 남조 황제만 황제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북조의 수나라에 정통성을 부여하는 모순을 보이는데, 이는 책이 쓰인 당시인 남송 시대의 중국 정세 때문이었다.
이와 같은 정통 콤플렉스는 요사, 금사, 원사, 청사고 등 중국 정사에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으며 최근까지 중국이 대만에 일국일정부(一國一政府)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거푸 비난하는 모습에도 드러나 있다.
책에는 일본 저자가 썼기 때문인지 중국의 중화주의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이 눈에 띈다. 역자들은 후기에서 이 책을 통해 중국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으며 이를 거울삼아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도 돌아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강유원ㆍ임경준 옮김. 184쪽. 1만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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