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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낭기 논설위원
행정고시에 합격해 30여년간 공무원 생활을 하다 중앙행정부처 차관을 마지막으로 퇴직하고 나면 일반 회사원들론 생각도 할 수 없는 매월 300만원 정도의 공무원 연금을 평생 받게 된다. 몇 번씩 위장 전입을 해 가며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았더라도 큰 욕심 내지 않는다면 연금만 갖고도 중산층 생활을 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반평생 공무원으로서 국가에 헌신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그런대로 여생(餘生)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운수가 좋아 장관 지명이라도 받게 되면 국회 인사청문회에 불려 나가서도 "애들 교육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내가 한 일이라…" 하는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죄송합니다"를 열 번이 넘게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국무총리와 장관·대법관을 비롯한 주요 공직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000년 도입된 이후 이번까지 11명이 청문회에 걸려 낙마했다. 국무총리 후보자 3명, 감사원장 1명, 부총리 1명, 장관 5명, 검찰총장 1명이다. 총리 2명과 감사원장은 청문회 뒤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됐고, 총리 1명과 부총리·장관 2명·검찰총장은 청문회 뒤 자진 사퇴했다. 장관 3명은 청문회가 시작도 되기 전에 문제가 불거져 청문회에 서 보지도 못하고 지명이 철회됐다. 이들이 낙마한 이유는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이나 중복 게재, 병역 기피, 탈세와 이런 비리를 숨기려다 나온 거짓말이다. 가까스로 청문회를 통과했지만 이들과 비슷한 문제로 곤욕을 치른 사람들은 훨씬 더 많다.
보통 사람들은 평생을 살아도 돈과 권력과 명예 중 하나도 갖기가 쉽지 않다. 이 세 가지를 동시에 갖기란, 그것도 법과 도덕을 고지식하게 지켜가면서 갖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힘 있는 자리에 있는 공무원이든, 남들로부터 명예를 인정받는 대학교수나 언론인이든 월급만 갖고 아파트 두세 채에 상가나 오피스텔까지 소유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 상류층 중엔 이런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도덕적으론 비난의 대상이지만 현실적으론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인사 청문회는 이런 세태(世態)에 정신이 번쩍 나게 하는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적어도 고위 공직에 오르려는 사람은 돈과 권력과 명예를 다 가지려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바람은 갈수록 거세질 것이다. 이제 공무원이나 판사·검사, 대학교수, 언론인 등 장차 고위 공직을 맡게 될지도 모를 잠재적 후보자들은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 같다. 국무총리·장관·대법관·검찰총장 같은 권력이나 명예가 따르는 고위직에 오를 기회가 언젠가 올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면서 자기 관리를 엄격히 하는 게 하나다.
또 하나는 위장 전입과 부동산 투기로 돈도 벌고, 든든한 스폰서를 곁에 두고 향응 접대도 받아가면서 지금까지 해온 방식대로 사는 길이다. 물론 그런 생활에 따르기 마련인 범법 행위가 언제라도 발각돼 처벌될 수 있다는 각오는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염두에 둬야 할 게 하나 더 있다. 혹시 장관 직이라도 제의받으면 스스로 포기할 줄 아는 것이다. 전국에 TV로 생중계되는 공개 망신을 당하는 것이야 자기 자유이지만, 돈과 권력과 명예를 모두 차지하려는 탐욕과 뻔뻔스러움으로 국민을 열 받게 하지는 말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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