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華城(화성)'이냐, '빛나는 성채(The Shining Castle)'냐.앤드류 새먼·더타임스지 서울특파원

굴어당 2010. 11. 11. 12:01

G20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많은 한국인들이 한국의 국가 이미지가 높아지길 기대하고 있다. 한국인은 정확히 어떤 이미지를 선전하고 싶은가.

G20 회담은 양복 입은 남자들이 꽉 닫힌 회담장에서 잇달아 회의를 여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회담 참석자들에게 실제로 한국을 보여줄 방법이 없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캐머런 영국 총리 같은 사람들이 코엑스 방호벽 바깥으로 걸어나와 태평스레 하루쯤 놀고 갈 거라고 기대하긴 힘들다. 그러나 그들의 수행원과 취재기자단은 그럴 수 있다.

이들이 가보고 싶어하는 장소가 어디일까? 아시아인들은 한류(韓流)에 관심이 많을지 몰라도 서양 사람들은 역사적인 명소에 가보고 싶어할 것이다. 광화문, 경복궁, 북촌 한옥마을과 조계사를 둘러보는 코스가 전형적이다. 한국의 왕궁, 양반 가옥, 사찰을 한눈에 보여주는 사진 찍기 좋은 코스다.

문제는 '언어'다. 명소 이름 그 자체가 매우 어렵다. '경복궁'이나 '광화문'은 한국인들조차 정확히 발음하기 쉽지 않다. 외국인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더구나 무슨 뜻인지 전혀 짐작이 안 된다.

나는 역사적 명소를 소개할 때 한국어와 함께 영어로 뜻을 풀어서 소개하기를 제안한다. 한국 독자들이 '언어학적 제국주의자'라고 매도할까 무서우니, 내 제안이 전혀 혁명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

비영어권 국가에선 수많은 사적들의 뜻을 영어로 풀어서 홍보하고 있다. 가령 '에펠 타워(the Eiffel Tower)'나 '피사의 사탑(the Leaning Tower of Pisa)'처럼 간편하게 영어로 번역되는 낱말도 있다. 중국은 자금성과 만리장성을 각각 '포비든 시티(Forbidden City)'와 '그레이트 월(Great Wall)'로 풀어서 표기하고 있다. 이집트의 '그레이트 피라미드(Great Pyramid·대피라미드)', 러시아의 '윈터 팰리스(Winter Palace·겨울궁전)'도 마찬가지다.

반면 한국은 고유 명사를 영어로 풀어서 설명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한국의 명소 이름을 영어로 설명하면 쉽게 읽히고 멋지게 들린다. 나는 수원 화성을 '샤이닝 캐슬(the Shining Castle·빛나는 성채)'혹은 '빛의 요새(Fortress of Light)'라고 번역한 적이 있다. 감정적인 울림이 풍부한데다 동화적인 느낌이 든다. 설악산 대신 '스노위 크랙스(Snowy Crags)'라고 하면 눈 덮인 산의 이미지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서울의 고궁 중에 이런 전략을 취한 곳은 '시크릿 가든(the Secret Garden)', 즉 비원뿐이다. 기대감과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작명이다. 같은 방식으로 광화문은 '게이트 오브 인라이튼먼트(Gate of Enlightenment·빛을 일깨우는 문)'으로, 경복궁은 '팰리스 오브 헤븐리 블레싱(Palace of Heavenly Blessings·경사로운 궁전)'으로 풀어쓸수 있다.

뜻을 바꾸자는 게 아니다. 번역하는 것뿐이다. 정확한 번역을 위해 심사숙고할 필요는 있다.

중국·일본 같은 한자 문화권 관광객들에겐 이런 서비스가 불필요하다. 그밖의 지역에서 온 관광객들에게는 뜻을 이해할 수 있고, 쉽게 읽어 외울 수 있도록 명명(命名)하는 게 필요하다. 이국적인 매력이나 낭만, 기발한 재미가 있으면 더 좋다. 많은 외국인들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한국 낱말을 홍보하는 것보다 그 편이 더 나은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