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마이클 샌들 교수의 '정의론(正義論)' 강의는 대형 강의실에서 뜨거운 격론 속에 진행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강의의 또 다른 특징은 강의실을 가득 채운 학생들의 국적(國籍)의 다양함이다. 아시아계 학생들이 상당수다. 그러나 토론의 마당에서 일본인 학생은 찾기 힘들다. 작년 하버드 학부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 666명 중 한국인은 42명, 중국인은 36명, 싱가포르인은 22명, 인도인은 20명이었다. 반면 일본인은 5명에 불과했다.
▶10년 전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2000년 하버드 학부·대학원의 일본 학생은 151명이었다. 그러던 것이 작년 101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중국은 227명에서 463명으로, 한국은 183명에서 314명으로 늘었다. 일본은 하버드 동창회 회원이 현재 3000여명에 이르는 나라다. 그런데 올봄 일본을 방문한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이 "일본 유학생들이 한국과 중국 학생에 밀려 존재감이 희박해지고 있다"며 일본의 분발을 촉구할 지경이 됐다.
▶일본의 근대는 해외 유학이 가져온 대표적 성공 사례라고 할 만하다. 1860년 후쿠자와 유키치 등 96명의 일본 젊은이가 짚신 신고 태평양을 건넌 이래 유학은 일본이 심혈을 기울이는 국가적 사업이었다. 140년 전 메이지정부는 아홉 살 먹은 여자 어린아이까지 유럽에 유학을 보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미국과 유럽에 유학 가 목마른 사람처럼 발전된 문물과 제도를 보고 배우고 돌아와 일본을 부국강병의 길로 이끌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그제 발표한 '2008년 해외유학자 수'에서 일본의 초·중·고·대 해외 유학생이 2007년에 비해 사상 최대폭으로 줄어든 6만6833명으로 나타났다. 4년 연속 해외 유학생 감소라는 씁쓸한 기록도 세웠다. 같은 시기 한국의 해외 유학생은 21만6867명이었다.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는 "일본이 점점 내성적인 나라가 돼가는 현상"을 말한다. 젊은이들이 현실에 안주해 세계로, 미래로 뻗어나가려는 기상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학생 아이의 수강신청까지 제 손으로 해야 안심할 정도로 아이를 과보호하는 '헬리콥터 부모'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젊은이들이 도전·모험·개척 정신을 잃고 더 넓은 세상을 꿈꾸지 않는 사회는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