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 가운데 술 한 동이 함께 할 사람 없어 홀로 마신다 술잔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고 그림자까지 대하니 세 사람이 되었구나 달은 술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도 그저 내 몸을 따를 뿐 잠시 달과 그림자를 데리고 이 봄 가기 전에 즐겨나 보리라 내가 노래하면 달은 배회하고 내가 춤을 추면 그림자 어른거린다 깨어있을 때는 함께 즐기고 취한 후에는 각자 흩어져 간다 아무렴 우리끼리의 이 우정 길이 맺어 이 다음엔 은하수 저쪽에서 다시 만나세
山中與幽人對酌 산중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다 唐 李白 (이백)
兩人對酌山花開 一杯一杯復一杯 我醉欲眠卿且去 明朝有意抱琴來
마주하여 술 마시는데 산꽃이 피었구나 , 한잔 한잔 또 한잔 나 취하여 졸리우니 이 사람아 돌아가게나 , 내일 아침 생각 있거든 거문고나 안고 오시게 .
맑은 강 한 굽이 마을을 안고 흐르는데 , 긴 여름 강촌에는 만사가 한가롭다 . 절로 갔다 절로 오는 것은 들보 위의 제비요 , 서로 친하고 서로 가까이하는 것은 물 위의 갈매기라 . 늙은 아내는 종이에 줄 그어 바둑판을 만들고 , 어린 아들은 바늘 두들겨 낚싯바늘 만드노라 . 병약한 몸에 필요한 것이라곤 그저 약물 뿐 , 하찮은 이내 몸이 이 밖에 또 무엇을 바라리오 .
夏意 여름날 宋 蘇舜欽 (소순흠)
別院深深夏점淸 石榴開遍透簾明 松陰滿地日當午 夢覺有鶯時一聲
별당 깊숙한 곳 돗자리 시원한데, 석류꽃 활짝 피어 주렴발 건너 햇살이 밝다. 한낮 마당 가득 소나무 그림자 덮혔는데, 낮잠 자다 꿈결에 꾀꼬리 소리 듣고 눈을 뜨다.
여름 -농사
揷秧 모내기 宋 范成大 (범성대)
種密移疏綠담平 行間淸淺곡紋生 誰知細細靑靑草 中有豊年擊壤聲
빽빽한 모판에서 듬성듬성 옮겨심으니 마치 녹색융단을 깔아놓은 듯, 줄 사이 맑고 옅은 물 찰랑찰랑 비단결 무늬 이루었네. 뉘 알랴 가늘고 파란 풀잎, 그 속에 풍년 격양가 소리 있음을.
稻田 논 唐 韋莊 (위장)
綠波春浪滿前陂 極目連雲禾罷禾亞肥 更被鷺澜千點雪 破烟來入畵屛飛
앞 못에 가득, 푸르게 넘실대는 봄 물결이런가. 저 멀리 하늘 끝까지 살진 벼가 자라고 있구나. 한 무리의 백로 떼가 펄펄 날리는 눈송이처럼, 안개 속을 가로질러 그림 병풍 속으로 날아드는구나.
소꼬리 쪽에 검은 구름이 먹물 붓 듯하더니, 소머리 쪽에 비바람 일고 두레박 물 퍼붓 듯하네. 성난 물결이 이내 백사장을 휩쓸고, 10만 군사 함성처럼 골짜기에 물 흐르는 소리. 개울 서쪽 모퉁이에 사는 목동이, 이른 새벽 소를 타고 개울 북쪽 풀 뜯기러 갔다가, 빗속을 황망스레 급히 개울 건너는데, 씻은 듯 비 개이고 산 다시 푸르르네.
雨過山村 우중에 산촌을 들르다 唐 王建 (왕건)
雨裏鷄鳴一兩家 竹溪村路板橋斜 婦姑相喚浴蠶去 閑着中庭梔子花
빗속에 한두 집에서 닭이 울고, 대나무 자란 시골길 개울에 널빤지 걸쳐 있네. 시어머니 며느리 서로 불러 누에치러 나가고, 마당 가운데 한가로이 치자꽃이 피었네.
여름 -더위
銷夏詩 여름날애 淸 袁枚 (원매)
不著衣冠近半年 水雲深處抱花眠 平生自想無官樂 第一驕人六月天
근 반년 의관 따로 갖추어 입을 것도 없이 물과 구름 깊은 곳에서 꽃 껴안고 낮잠도 잔다네. 평생토록 벼슬없는 사람의 즐거움 누리고 싶었던 터. 이 6월에 나보다 나은 사람 누가 있으랴!
風急天高猿嘯哀 바람 세고 하늘 높아 원숭이 울음소리 애절하고 , 渚淸沙白鳥飛籾 맑은 강가 흰 모래밭에 새 날아 돌고 있다 . 無邊落木蕭蕭下 끝없이 낙엽은 쓸쓸히 내리고 , 不盡長江滾滾來 다함없는 장강은 굽이쳐 흐른다 . 萬里悲秋常作客 만리 타향 늘 객이 되어 가을을 슬퍼하고 , 百年多病獨登臺 평생 병이 많아 홀로 누대에 오른다 . 艱難苦恨繁霜髮 가난에 시달려 희어진 귀밑머리 많음을 슬퍼하는데 , 幾倒新亭濁酒杯 노쇠한 요즈음 탁주마저 그만두었어라 .
楓橋夜泊 풍교에서의 밤 唐 , 張繼
月落烏啼霜滿天 달 기울고 까마귀 우는데 서리 하늘 가득 , 江楓漁火對愁眠 강가 단풍과 고깃배 불빛이 시름에 잠든 이를 姑蘇城外寒山寺 마주하였네. 고소성 밖 한산사 夜半鍾聲到客船 한밤중 종소리가 객선까지 들려오네 .
가을 -思友
寄全椒山中道士 전초산 친구에게 唐 위응물 (韋應物)
今朝郡齋冷 오늘따라 썰렁한 군청 사무실 忽念山中客 문득 산중의 그 사람 생각이 나네 澗底束荊薪 계곡 물가에서 나무해서 짊어지고 歸來煮白石 돌아와 흰 돌을 삶고 있겠지 欲持一瓢酒 술 한 병 들고 멀리 찾아가서 遠慰風雨夕 비바람 몰아치는 이 밤 그를 위로하고 싶지만 落葉滿空山 온 산에 낙엽 가득하니 何處尋行迹 어디에서 행적을 찾으랴!
秋夜寄丘二十二員外 가을 밤 구원외에게 부치다 唐 韋應物 (위응물)
懷君屬秋夜 그대 그리워하는데 때는 마침 가을 밤 散步詠凉天 산보하면서 서늘한 날씨를 읊조려 본다 . 山空松子落 텅빈 산에 솔방울 떨어지니 幽人應未眠 그대는 응당 잠을 못 이루겠지 .
가을 -思鄕
九月九日憶山東兄弟 그리운 형제들 唐 왕유 (王維)
獨在異鄕爲異客 홀로 타향에서 나그네 신세 , 每逢佳節倍思親 명절되면 고향의 일가친척 더욱 그리워 . 遙知兄弟登高處 알겠거니 형제들 함께 동산에 올라 遍揷茱萸少一人 머리에 茱萸 꽂고 노는 자리 한 사람 모자라겠지 .
秋思 가을에 고향으로 보내는 편지 唐 장적 (張籍)
洛陽城裏見秋風 낙양성에 가을바람 부는데 , 欲作家書意萬重 집에 보내는 글 쓰자니 만 가지 생각 떠오른다 . 復恐瘤瘤說不盡 문득 바삐 쓰느라 빠진 이야기 있나 싶어 , 行人臨發又開封 인편 떠날 무렵 봉투를 다시 뜯는다네 .
漢詩의 四季 - 겨울
序詩
問劉十九 눈오는 날의 초대장 唐 白居易 (백거이)
綠蟻新배酒 술이 익어 부글부글 괴어오르고, 紅泥小火爐 화로에 숯불이 벌겋다. 晩來天欲雪 해질녘 눈이 올 것 같은 날씨, 能飮一杯無 술 한 잔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梅花塢坐月 달밤 淸 翁照 (옹조)
靜坐月明中 달 밝은 밤 조용히 앉아 孤吟破淸冷 홀로 읊조리는 소리에 서늘함이 출렁이고 隔溪老鶴來 개울 건너 늙은 학이 찾아와 踏碎梅花影 매화 꽃 그늘을 밟아 부수누나
겨울 -겨울밤
冬夜 겨울밤 淸 黃景仁 (황경인)
空堂夜深冷 텅 빈 집 밤되니 더욱 썰렁하여, 欲掃庭中霜 뜰에 내린 서리나 쓸어보려다가, 掃霜難掃月 서리는 쓸겠는데 달빛 쓸어내기 어려워, 留取伴明光 그대로 달빛과 어우러지게 남겨 두었네
逢雪宿芙蓉山主人 눈이 오는 밤에 唐 劉長卿 (유장경)
日暮蒼山遠 해 저물녘 먼 산길에 지쳐, 天寒白屋貧 추운 날씨에 가난한 초가집에 투숙하였네. 柴門聞犬吠 사립문 밖 개 짓는 소리, 風雪夜歸人 바람불고 눈내리는 이 밤 누군가가 돌아오시나보다.
겨울 -눈
終南望餘雪 종남산의 눈 唐 祖櫓 (조영)
終南陰嶺秀 종남의 그늘진 봉우리, 積雪浮雲端 눈을 이고 구름가에 솟았구나. 林表明霽色 숲 위로 하늘 맑게 개었고, 城中增暮寒 성 안에는 저물녘 찬 기운이 감도네.
別董大 친구와 이별하며 唐 高適 (고적)
千里黃雲白日昏 천리에 누런 구름 흰 해는 황혼인데 , 北風吹雁雪紛紛 북풍은 기러기에 불고 눈은 어지럽다 . 莫愁前路無知己 앞 길에 친구 없다 근심하지 말게나 . 天下誰人不識君 천하에 어떤 사람이 그대를 모르리 .
겨울 -守歲
守歲 섣달 그믐 唐 李世民 (이세민)
暮景斜芳殿 석양 전각에 비끼고, 年華麗綺宮 세월 궁성에 아롱지네. 寒辭去冬雪 겨울 눈 덮혔지만 추위 사그러들고, 暖帶入春風 봄바람 속에 따스함이 스미네. 階馥舒梅素 섬돌에 매화향기 하얗게 번지고, 盤花卷燭紅 쟁반꽃 촛불받아 붉네. 空歡新故歲 모든 이 기쁨 속에 해가 바뀌니, 迎送一宵中 맞이하고 보냄이 이 한 밤에 이루어지네.
桃源圖 이상향 明 沈周 (심주)
啼飢兒女正連村 굶주림에 울부짖는 아이들 온 마을에 잇닿았는데 況有催租吏打門 조세 납부 독촉하는 관리는 문을 두드리네 一夜老夫眠不得 늙은 농부 밤새 잠 이루지 못하다가 起來尋紙畵桃源 일어나 종이에다 도원경을 그리네